소설리스트

297화 (297/500)

297화

오상환 교수는 집으로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이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축복이고 행복이지만 거기에 더한 기쁨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쌍둥이들이 달려온다.

“다녀오셨어요!”

“다녀오셨어요!”

둘이서 품에 꼬옥 안기며 뽀뽀하는 것도 일상이다.

남들은 한 아이만 안고 있지만, 쌍둥이는 둘이라서 품에 한 아름 안기는 것이다.

나중에는 커서 안기지도 않겠지만.

물론 지금 안기는 것도 엄마가 시켜서 하는 거겠지만.

아무튼,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것은 다름없다.

언제나 이 쌍둥이들 때문에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뭐든 해주고 놀아주지 못하는 게 미안할 뿐이다.

“아빠!”

“응!”

“아빠!”

“응. 왜.”

“아빠!”

“아니, 그러니까 왜?”

사실 부르는 이유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쌍둥이들은 그냥 아빠를 부른다. 그게 하나의 놀이라는 듯이.

하지만 오상환 교수에게는 오늘 하루 아빠를 못 불러서 실컷 부르는 시간인 것 아닌가 싶다.

“아빠.”

“그러니까 왜애~”

“오늘 시하가 캠핑 갈 거라는데 나도 가고 싶어!”

“응? 캠핑?”

옆에서 하나도 말했다.

“꽃구경 갈 거래.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거래.”

“정말?”

“응. 하나도 꽃구경하고 싶어.”

“캠핑이라.”

오상환은 산 타는 것을 좋아한다.

무슨 말이냐. 캠핑에 대한 로망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저런 장비를 갖추고 싶지만 이런 취미는 승준 엄마가 허락해 주지 않기에 어쩔 수 없다.

그 돈을 아이들에게 쓰자고 말한다.

사실 캠핑용품은 한 번 사면 한도 끝도 없고 일 역시도 많이 바빠서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로망은 갖고 있다. 가슴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아빠. 우리도 가면 안 돼?”

“하나도 가면 안 돼?”

“허허허.”

오상환은 슬쩍 아내의 눈치를 봤다.

어서 오라고 인사하고 부엌으로 돌아가 있는데 분명 귀는 쫑긋 세우고 있겠지.

만약 여기서 가자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겠다.

‘가고 싶다.’

이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한 번쯤은 떠나고 싶다.

차를 끌고 텐트를 치고 그릴에 고기를 굽는 그런 거!

“근데 시혁이 형아랑 시하랑은 캠핑용품도 없을 건데? 어떻게 간다고 하니? 캠핑카를 빌리나?”

“응? 몰라.”

“그래. 모른다는 거지?”

“우리도 시하랑 같이 가자. 시하도 같이 가제.”

“하하. 형아랑만 가고 싶지 않겠니?”

오상환은 아내에게 난 반대일세 하면서 어필하는 중이다.

하지만 여기에 고도의 기술이 있다.

이시혁이라면 뭐든 준비하는 학생이다. 그냥 맨몸으로 가지는 않겠지.

전화해서 거절하려는 뉘앙스를 풍겨야겠다. 하지만 쌍둥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같이 가고 싶다고 하겠지.

거기에 편승해 보자.

정보전이야말로 현대에 빛을 발하는 최고의 무기가 아니겠나.

“그럼 시혁이 형아가 허락하는지 확인해 볼까?”

“시혁이 형아는 분명 허락해.”

“하나도 그렇게 생각해.”

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다.

오상환 교수는 이시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부러 스피커 모드를 바꾼 뒤 아내에게 들릴 만큼 볼륨을 조절했다.

「네. 교수님.」

“그래. 잘 지내지?”

「아. 쌍둥이들 덕분에 시하랑 제가 즐겁게 지냅니다.」

“허허허. 그래.”

쌍둥이들이 두 뺨을 잡고 기뻐한다.

이런 요망한 녀석! 저런 사탕발림이 입에 배어 있다니! 그러니 우리 예쁜 하나가 빠지지!

통통통!

아내의 칼질 소리가 통통 튄다고 느끼는 건 착각인가?

이런 이노옴! 할 녀석!

“크흠. 캠핑을 간다는 소리가 있던데. 사실인가?”

「네? 아…. 아마도요? 백동환이라고 윗집에 있는 동생이 있는데 캠핑장비가 다 있다고 하더라고요. 거의 6명이 해도 될 정도라던가?」

“아, 그래? 근데 쌍둥이들도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같이 못 가겠지? 그렇지? 같이 못가지?”

두 번 말함으로써 강조를 한다.

같이 못 간다고 말해! 이런 느낌으로.

물론 이건 아내가 들으라는 쇼맨십에 불과했다.

「네? 같이요? 시하가 또 제안했나 보네요.」

「형아. 시하가 말해써. 가치 마시는 거 머그면 재미나! 전에 가치 시골 가서 꽃 바짜나.」

「그건 그렇지.」

오상환 교수는 옳거니 했다.

거기에 백동환도 옆에 있었는지 말했다.

「우리가 갈 캠핑장은 공동 싱크대도 있고 그래서 챙길 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근처에 잘 수 있는 캠핑카도 빌려줄걸요.」

「아, 진짜?」

「네. 아예 캠핑카 박아놓은 공간도 있던데요?」

「신기하네.」

「물론 저는 텐트를 칠 겁니다. 그게 바로 캠핑이죠. 하하하!」

「아직 밖에서 자면 춥지 않을까?」

「그럼 잘 때는 잘 수 있는 캠핑카 하나 빌리면 되긴 합니다. 별로 안 비싸요.」

이시혁이 다시 교수님에게 말했다.

「그렇다는데 교수님도 같이 가면 재밌을 거 같은데요? 아이들도 좋아할 거 같고. 같이 교대로 돌보면 편하지 않을까요? 밤에 애들 재우고 술도 좀 마시고.」

“으응?”

오상환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다시 한번 연기를 했다.

그래. 같이 교대로 돌본다! 이것만큼 좋은 울림과 설득이 어디 있겠는가.

아쉽지만 심지어 캠핑카도 렌트해 주는 모양.

일절 손 가는 일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쌍둥이들이 말한다.

“아빠. 가자. 가자.”

“아빠아~”

쌍둥이들이 오상환의 두 팔을 잡아당긴다.

아빠도 가고 싶어! 그 백동환이라는 친구 도와서 텐트도 쳐보고 싶다고!

하지만 남편은 선택권이 없다.

그러니 이제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흠흠. 일단 상의 좀 하고 이야기하겠네. 나도 스케줄이 있어서 말이야.”

「아, 네! 되도록 금요일에서 일요일로 잡고 있거든요.」

“아 그래? 일단 알겠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승준 어머니께 언제나 감사하다고 전달해 주세요.」

“어? 아, 그래.”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통화가 종료되었다.

마지막까지 승준 엄마에게 예의의 말을 하다니.

방심할 수 없는 이노옴이다.

“저 승준 엄마. 캠핑 어떻게 생각해? 간다고 하면 내가 스케줄 조정해 보고. 아니면 그냥 애들끼리 꽃구경하러 드라이브나 하지?

난 캠핑에 관심이 없지만 애들이랑 노는 건 무조건 하겠다는 어필을 한다.

승준 엄마도 요리하면서 다 듣고 있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여보. 시간 돼요?”

이 말로 허락이 떨어졌음을 직감했다.

오상환 교수는 만면의 미소를 띠었다.

“시간이야 만들면 되는 거지. 하하하. 요새 애들이랑 잘 놀아주지 못해서 걸렸는데 그거 하나 시간 못 내겠어?”

전화한다는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전쟁의 승전보가 되었다.

작전 종료. 종전을 선언한다. 모두 축배를 들어라.

소파에 몸을 푹 뉘었다.

집으로 들어온 지 한참이지만 이제야 쉴 수 있다.

***

결국, 캠핑을 가기로 했다.

시하에게 꽃구경도 시켜주고 나도 여유롭게 2박 3일을 즐기고 싶었다.

또 언제 이렇게 말이 나와서 여행 갈지 모르는 거니까.

“시하야. 캠핑의 시작은 준비부터야.”

“아?”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백동환은 시하에게 캠핑의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웬만한 건 백동환이 다 준비했다고 한다.

그래도 사람이 입이 몇 개인데 코펠 같은 걸 좀 더 챙기기로 했다.

승준과 하나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의자 역시도 좀 필요한 거 같고.

대충 시하랑 내 몫의 의자를 챙기기로 했다.

접이식 선베드.

“시하 이거 준비해써.”

“그거 형아가 산 거 아니야?”

“아냐. 시하도 대지저굼통에 돈 꺼내써.”

사실 대충 돼지저금통에 돈을 꺼내는 척만 하고 쓰지는 않았다.

이런 것에 시하의 돈을 쓸 수는 없지.

“이케. 이케 안자. 편해~!”

벌써 시하는 집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나 보다.

“그렇게 편해? 나도 앉아볼까?”

“안대! 백동 형아 안즈면 부러져.”

“아니. 나 그렇게 안 무거워.”

“안대. 안대!”

“치사하다. 진짜.”

조심히 앉으려던 백동환이 엉덩이를 다시 들어 올렸다.

치사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조심히 앉던데? 솔직히 말해봐. 사실 부순 경험 있지? 그렇지?

“이거 말고도 챙길 거 많아. 2박 3일이니까 옷이랑 칫솔을 꼭 챙겨야 해. 알았지?”

“2박 3일 모야?”

백동환이 설명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자 내가 대신 답했다.

“두 밤 자는 거야.”

“꽃이랑 두 밤?”

“응. 그렇지.”

“예뻐.”

뭔가 샤랄라한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냥 두 밤도 아니고 꽃과 함께 두 밤이라는 표현이라니. 시하는 천재가 아닐까?

“맛있는 거 사러 가자.”

“왜?”

“으음. 맛있는 거 먹으며 꽃구경해야지.”

“모 사?”

“시하가 좋아하는 고기.”

“고기!”

“남은 마쉬멜로도 들고 가자.”

“구어 머거!”

“딩동댕! 정답입니다.”

백동환이 벌떡 일어섰다.

뭔가 비장한 표정이었다.

“밤에 마실 술은 저에게 맡기시죠. 제가 사겠습니다.”

“맥주면 되지 않나?”

“여러 가지가 있어야 맛있죠.”

“뭐 그 부분은 부탁할게.”

쌍둥이네도 먹을 거 좀 챙겨온다고 하니까 대충 우리도 사면 되겠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백동환과 마트로 직행했다.

시하가 좋아하는 고기도 사고, 햄도 사고, 달걀도 신선한 거로 샀다.

집에 와서 짐을 꾸리다 보니 이상하게 많았다.

분명 캠핑용품이랑 대부분은 백동환이 준비했는데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이거 다 먹을 수 있지?”

“당연하죠. 형님! 2박 3일입니다. 2박 3일! 충분해요!”

진짜 그런가?

사실 잘 모르겠다. 2, 3일치 식량을 준비해봤어야지. 아니, 잠깐만. 저기 쌍둥이네도 음식 들고 오지 않나?

모르겠다. 아무튼, 파란만장한 캠핑 준비가 끝이 났다.

***

금요일 당일.

우리는 아침부터 일어나서 짐을 날랐다.

백동환이 샀다는 중고 스타렉스를 처음 보기도 했다.

“저기 동환아.”

“예?”

내가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 시하가 먼저 선수 쳤다.

진짜 텔레파시라도 통한 줄 알았다.

“백동 형아. 이사 가?”

“응? 하하! 원래 캠핑이라는 게 이렇게 많이 준비하는 거지.”

“정말? 너무 마나. 다 안 들어가.”

“아니야. 다 들어가. 저기 위에 올릴 수도 있는걸.”

“!!!”

시하가 고개를 위로 젖혔다.

정말 위로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있긴 했다. 밧줄도 보인다.

“우리 2박 3일 가는 거 맞지?”

“맞습니다. 저만 믿으세요.”

“차라리 렌트하고 음식도 거기 제공되는 바비큐 먹는 게 편하지 않을까? 그릴도 준다던데?”

“에이. 형님. 그런 사도(邪道)는 허락되지 않습니다. 이게 다 갬성이라니까요.”

“갬성 두 번 지켰다가 힐링이 아니라 헬이겠는데?”

“에헤이. 진짜 저만 믿으시라니까요.”

“진짜 믿어도 되는 거지? 근데 원래 캠핑하면 적게 들고 다니는 거 아니야?”

“그건 엄청난 고수만 그렇게 하는 거고 저희는 초보니까요.”

“너도?”

“전 한 반년 넘었죠.”

“걱정된다. 진짜.”

반년 넘은 거로 무슨 베테랑이라는 듯이 믿으라고 하고 있어!

적어도 3년은 되어야지!

중고등학교도 3년은 다니는데 말이야!

“자. 자. 어서 출발하죠.”

짐이 많아서 나도 개인차를 끌기로 했다.

먼저 백동환의 스타렉스가 앞에서 꿀렁이며 출발했다.

시하는 그게 신기한지 옆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형아. 차가 느려.”

“짐이 많아서 그래.”

“시하 차 안 불쌍한데 백동 차 불쌍해.”

“그러게. 고생하네.”

“고생해. 백동 차. 힘내! 힘내!”

옆에서 열심히 응원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엄청 힘센 백동 형아가 탔으니까.”

“백동 형아도 무거어. 힘내야 해.”

엄청나게 설득력이 있어!

안 그래도 무거운데 백동환이 타서 더 무거울지도 모르겠다.

운전석이 좁아 보이던데 착각이겠지?

캠핑카로 개조되었으면 넓어 보여야 하는데 심지어 작은 차도 아닌데 좁아 보였다.

여러모로 차가 고생하는구나.

“저기 벚꽃 보이지?”

“예뻐! 분홍이야.”

길 가면서 피어는 꽃이 아름다웠다.

“벚꽃이 엄청 많은 곳에 가는 거야. 진짜진짜 예쁠 거야.”

“정말?”

“응. 노래 틀까? 여행에는 노래지.”

“숫자쏭!”

“그래. 숫자쏭.”

가끔은 가요도 좋지 않을까?

이제 숫자송은 지겹다. 어쩔 수 없다. 시하가 질리지 않으니.

우리는 노래를 들으며 캠핑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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