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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화 (288/500)

288화

닭은 달걀이라도 낳는데 우리 집에 키우는 동물은 왜 똥만 싸는지 모르겠다.

오늘 아침도 시하는 열심히 삐약이의 똥을 치우고 있다.

“똥 마니 싸써? 그래써?”

물론 대답은 없었다. 그저 화면에서 삐약이는 날개를 파닥파닥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먹이도 좀 줬는지 어제와 다르게 삐약이의 배가 미약하게 커져 있었다.

저걸 자라고 있다고 봐야 할까?

결국에는 닭이 되어서 알도 놓겠지?

언제 다 성장을 할지 모르겠지만 시하는 삐약이를 키우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다.

“형아. 삐약이 배불러. 근데 밥 달래.”

“그거 배부른 게 아니라 살찐 거야.”

“!!!”

시하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삐약이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다이어트 해야 해?”

“푸흡. 아니. 삐약이가 점점 크고 있다는 거야.”

“삐약이 배만 커.”

“그게 나도 의문이긴 한데…. 원래 성장기에는 살부터 찌는 법이야. 나중에 폭풍 성장해.”

뭔가 어른들의 속설을 말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든다.

너 지금 찌는 거 다 키로 간다!

그런 대사를 하는 느낌이다.

“나중에 날씬해져.”

너 나중에 대학 가면 다 빠지게 되어있어. 꾸미게 되어있고.

뭔가 그런 거짓말을 하는 느낌이기도?

“정말?”

“그럼.”

하지만 이건 게임이니까 정말 성장하는 거 맞겠지.

이 게임 만든 사람 누구야! 왜 배만 키우냐고!

물론 화면이 작아서 그렇게 하는 점에서 이해가 가긴 한다.

“시하도 아라. 형아. 다 마자. 피피도 살 빠쪄써.”

시하가 경험으로 내 말을 알아들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피피도 살 빠졌…….

“잠깐만. 피피가 살이 빠졌다고?”

“다이어트 해써. 근데 안 커져써. 아?”

시하가 왜 그렇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와왘!”

나는 얼른 작은 컵을 가지고 어항으로 달려갔다.

피피는 암컷인데 배가 불러있었다.

저건 새끼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건 빨리 분리를 해줘야 한다.

왜냐면 새끼를 보고 구피들이 먹인 줄 알고 먹어버릴 테니까.

너무 잔인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 그렇다.

“분명 있을 텐데. 설마 다 없어져 버렸나?”

종일 어항을 볼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긴 하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 눈을 크게 뜨고 어항을 들여다보았다.

“오! 있다.”

“모가?”

“잠시만.”

두 마리가 열심히 인조 풀에서 숨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왼손에는 그물, 오른손에는 컵에 물을 담았다.

그물로 두 마리를 한 번에 포획했다.

다행히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재빨리 작은 컵에 담아서 조심조심 꺼내기 시작.

새끼가 너무 작아서 이것도 꽤 일이다.

“후우.”

“모야모야!”

“시하야. 피피가 새끼를 낳았어.”

“피피 새끼?! 시하도 볼래!”

나는 시하에게 컵을 주었다.

두 눈 크게 안을 바라보더니 뭔가 작은 게 살랑살랑 움직인다.

“형아. 움직여.”

“엄청 작지?”

“눈만 이써.”

“푸흡! 아 웃겨.”

실제로 눈이 제일 크게 보인다.

시하는 태어난 새끼가 신기한지 어항 옆에 컵을 두고 가만히 관찰했다.

나는 어항을 봤는데 혹시나 남아있는 새끼가 있을까 싶어서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두 마리 빼고는 없었다.

아무래도 다른 새끼들은…….

심의 규정상 차마 말을 못 하겠다. 시하에게 알리지 말자. 충격받을 게 뻔하다.

이건 놀리지도 못할 충격이다.

너무 잔인해서 19세 관람가를 붙여야 할 정도다.

“형아. 신기해!”

“이름도 지어줄래?”

“삼피. 사피.”

“이름 짓기 참 쉽구나.”

앞으로 태어날 새끼들은 숫자만 늘려주면 될 듯하다.

“근데 누구 삼피야?”

“이 애!”

나는 시하의 눈을 가렸다.

그리고 다시 뗐다.

“누가 삼피게?”

“이 애!”

응. 아니야. 걔는 사피야. 시하가 일피와 이피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비밀이다.

사실 나도 잘 모르긴 하지만.

“신기해. 새끼 태어나써.”

아무래도 생명의 탄생에 감동한 것 같았다.

하긴 강아지 차차가 새끼를 낳았을 때는 너무 늦게 보긴 했으니까.

이렇게 진짜 어린 것은 처음 봤겠지.

“형아!”

“응?”

“밥 져?”

“아 맞다! 새끼니까 조금만 줘야 해. 알았지?”

“아아.”

시하가 서랍에서 구피 밥을 꺼냈다.

어항에서 구피들이 밥을 의식했는지 시하 쪽으로 세 마리 다 몰려왔다.

“아?”

“밥 냄새는 귀신같이 맞는다니까.”

“밥 머거짜나. 이거 삼피, 사피 밥이야.”

하지만 구피들은 난 그런 거 모른다는 듯이 입을 뻐끔거렸다.

시하는 마음이 약해졌는지 진짜 조금 어항에 뿌렸다.

그리고 새끼에게도 밥을 넣었다.

“다 해따! 형아. 새끼 여기에 키어?”

“응. 여기 애들이랑 떨어져서 키워야 해. 좀 더 크면 같이 넣어도 돼.”

“왜?”

저 물음에 한참을 고민했다.

“너무 작아서 위험해. 새끼들이 저기 꼬리에 퍽 하고 맞을 수 있거든.”

“위험해!”

이게 먹혀서 다행이다.

때로는 몰라도 될 진실이 있는 법이니까.

***

시하는 어린이집에서 구피 새끼가 태어난 것을 자랑했다.

“물고기 태어나써. 눈 엄청 커. 눈만 보여~”

“와! 대박! 나도 보고 싶다.”

“하나도. 하나도.”

쌍둥이 둘이서 대단하다고 난리였고 옆에 있는 연주는 귀를 쫑긋 세우면서 시하의 말을 경청했다.

“이름이 삼피랑 사피야. 밥도 조금 머거.”

시하가 주머니에서 뭔가 또 꺼냈다.

또 자랑하고 싶은 게 있었으니까.

“얘는 삐약이야. 삐약. 삐약.”

“어? 이거 민속촌에서 시하가 1등 해서 받은 거네!”

“하나도 1등 하고 싶었는데…….”

“…귀엽다.”

다들 시하가 밥 먹이거나 청소하는 걸 클릭하는 걸 구경했다.

삐약이가 귀여운지 옹기종기 넷이서 머리를 맞대며 다마고치를 지켜보았다.

선생님은 그 모습을 귀엽게 보다가 기침을 했다.

“크흠. 여러분. 뭔가를 키우고 싶은가요?”

“!!!”

아이들이 선생님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선생님이 그래서 상품을 준비했습니다!”

어차피 오늘 할 게임이 있었는데 마침 동물을 키우는 것이 나왔다.

그래도 실제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들고 와서 상품을 걸 수 없었다.

그건 굉장히 힘든 일이니까.

“바로바로 달팽이!”

편의점에 파는 투명한 얼음 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안에는 흙과 당근, 그리고 달팽이가 있었다.

아이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선생님의 발밑에 모였다.

구경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검은 천으로 가려버렸다.

“후후후. 자세히 보고 싶다면 퀴즈에 잘 맞혀야 해요! 그 사람에게 이 상품을 주겠어요!”

아이들이 눈을 부릅뜨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퀴즈는 한 사람씩 나와서 동물 흉내 내는 거예요. 대신 말하면 안 돼요. 몸으로만 흉내 내야 해요. 알았죠?”

“네에!”

“말하면 문제는 땡이에요. 먼저 문제 낼 사람 손!”

제일 먼저 든 것은 승준이었다.

자신만만하게 나와서 몸으로 설명을 했다.

두 손을 가지고 턱과 머리를 긁었다. 개구쟁이의 모습이었다.

“하나 아라! 원숭이! 오빠 맨날 사진 찍을 때 저 표정 지어!”

“야! 맨날은 아니거든!”

“그럼 하루 쉬고 맨날!”

“아니거든!”

승준은 억울했지만 정답은 하나가 맞췄기에 들어갔다.

첫 시작으로 훌륭했다.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이 몸으로 설명하는 좋은 예를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 아이들도 동물의 특징을 몸으로 표현할 거다.

이건 아이들의 좋은 게임도 되지만 머리도 자극해 주기 때문에 교육도 된다.

“다음은 하나가 할래!”

“시하 아라! 삐약이!”

“하나 아직 안 했는데?”

시하는 의욕에 앞서서 보지도 않고 정답을 말했다.

“시하 마음 아라써. 머리에 들려써.”

“아닌데?”

“아냐?”

“응.”

“아코! 잘못 드러써! 실수! 실수!”

시하가 이마를 탁 쳤다.

하나가 이제 문제를 냈다. 머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깡충깡충 뛰었다.

종수가 손을 들어 대번에 맞췄다.

다음은 연주가 문제를 냈다.

“할게.”

목을 살며시 집어넣었다가 슬며시 쭈욱 뺀다. 두리번두리번 쳐다보며 두 손은 공손히 아래에 붙인다.

선생님은 뭘 말하는지 대번에 알아차렸지만 아이들에게는 조금 어렵지 싶었다.

“시하 아라!”

“오!”

“기린!”

“땡!”

“기이이린?”

“땡!”

시하야. 이름이 틀린 게 아니야…….

종수가 옆에서 쿡쿡 웃으며 자신 있게 벌떡 일어섰다.

저기 종수야? 꼭 일어서서 맞혀야겠니?

“야. 이시하. 너 저 동물도 몰라? 푸하하. 저건 미어캣이야. 미어캣!”

“미어캣? 왜 미어? 캣은 고양이야. 종수 고양이 미어?”

“그게 아니야!”

선생님은 피식 웃었다.

아는 단어를 합치니 [미워 고양이]가 되어버렸다. 합성어가 참 귀여운 거 같다.

종수는 답답하니 가슴을 쳤다.

정답과 맞췄는데 왜 당한 거 같지?

“다음은 내가 낼 거야! 각오해. 완전 어려운 거 낼 거니까.”

“아아!”

“시하 넌 못 맞출걸!”

종수는 승부욕에 불타올랐다. 오랜만에 시하를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물론 많이 맞히면 이기는 거지만 시하가 못 맞히는 문제를 내는 것도 이기는  거라고 생각했다.

“간다!”

“아아! 힘내!”

“네가 왜 응원해! 응원을!”

“아? 파팅해 주까?”

“그 말이 아니야!”

종수가 조금 진정을 한 뒤에 문제를 냈다.

손을 펄럭펄럭 대는 것을 보니 날개를 말하는 거 같다.

항아리 같은 것을 만들고 부리를 콕콕 넣는다.

선생님은 그 표현을 보고 뭔지 떠올렸다.

두루미와 여우라는 이야기를 말이다.

종수는 자신만만했다.

물론 많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운 문제도 아니다.

두루미와 여우를 읽었다면 아마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감을 못 잡은 표정이다.

“시하 아라!”

“뭔데?”

“닥!”

“땡! 틀렸지! 닭 아닌데!”

“닥대가리?”

“야!”

시하는 그저 어디서 들어본 말을 쓴 것뿐이다.

하지만 종수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어서 답답해하고 있다.

재휘가 손을 들었다.

“아! 두루미!”

“딩동댕! 재휘가 맞아. 이시하 너는…. 어휴.”

“아아. 두루치기! 아라! [이모네 밥집] 마시써!”

“두루치기가 아니야!”

종수는 벌써 피곤해졌는지 머리를 짚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재휘가 문제는 냈는데 손톱을 할퀴면서 고양이 흉내를 내었다.

연주가 곧바로 맞추고 재휘는 감동해서 입을 가렸다.

“다음은 나! 후후후. 랩으로 문제 내야지.”

“은우야. 말하면 탈락이에요.”

“치!”

은우는 하는 수 없이 목을 길게 뺀 채로 뭔가를 먹은 걸 표현했다.

오물오물.

“시하 아라! 기린!”

“정답!”

드디어 시하가 정답과 맞췄다.

다음은 윤동 차례.

네 발로 폴짝폴짝 뛰며 혀를 날름날름했다.

“개구리!”

“시하 정답.”

이로써 시하와 종수가 2 대 2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문제를 내는 차례가 시하였다.

만약 여기서 종수가 맞힌다면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시하 낼게.”

“빨리 내라! 내가 맞출 테니까.”

시하가 두 손을 모아서 꿈틀거렸다.

“고기. 고기.”

“시하 땡! 다른 문제 내야 해요. 말하면 문제가 탈락된다고 했죠?”

“아코! 실수! 실수!”

시하가 이마를 탁 하고 쳤다.

다시 한번 문제를 냈다.

이번에는 바닥에 엎어져서 꿈틀꿈틀 움직였다.

입에서 소리가 안 나게 두 손으로 막으면서 말이다.

종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종수!”

“땡!”

“아니! 이건 구호잖아. 정답을 말한 게 아니야!”

“아? 그래써?”

“그렇다니까! 어휴. 아무튼.”

“땡!”

“아직 답 안 말했어!”

“시간 지나써. 시간.”

시하가 검지로 왼쪽 손목을 탁탁 쳤다.

의외로 엄격한 룰에 종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당했다! 시하에게 말려서 당해버린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건 이시하가 자기를 못 맞추게 하려는 수작이 분명하다고.

물론 시하는 그런 생각 없고 종수가 오래 끌길래 시간 없다고 말한 것뿐이다.

승준이 킥킥 웃으며 손을 들었다.

“애벌레!”

“정답!”

“아싸! 이제 두 개 맞췄다!”

“아?”

선생님이 정리해 주었다. 승준은 하나 맞혔다고.

“흠흠. 어쩔 수 없네요. 시하랑 종수가 2 대 2로 무승부라서 이건 누구 하나에게 줄 수 없겠네요. 후후후.”

아이들이 아쉬워했다.

달팽이를 보고 싶었으니까.

“그럼 어쩔 수 없이 이건 어린이집에서 공통으로 같이 키우게 해요. 알았죠?”

“와아아-”

어차피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

상품으로 선물했으면 부모님들이 안 좋아했을 테니까.

그도 그럴 게 아무리 달팽이가 손이 덜 간다고 할지라도 관리를 해주긴 해줘야 했다.

그러니 어느 부모가 좋아하겠는가.

“자. 여러분 달팽입니다.”

시하가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샘. 달팽이 주항색 똥 싸!”

“푸하하. 똥이다. 똥!”

“똥이 왜 주항색이지?”

“으윽. 더러워.”

다들 달팽이를 키우게 돼서 좋은 건지 신기한 주황색 똥을 봐서 좋은 건지 선생님은 알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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