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화
커뮤니티가 시끌시끌했다.
한마디로 화제로 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커뮤니티에 일괄적으로 올라온 자극적인 글.
그것뿐만 아니라 분노를 풀 수 있는, 욕해도 되는 명백한 적이 있는 글.
증거도 확실하고, 화제가 되며, 너튜버로 재생산되는 순환구조를 거쳐서 불판이 달아올랐다.
-이 글 찐이네. 와.
-ㅋㅋㅋ 다운로드 수 올라가는 속도 봐라. 미쳤네.
-다들 해보고 있는 듯.
-아 ㅋㅋㅋ 졸 재미없네ㅋㅋㅋ
-의심은 꽤 예전에 나왔었는데 이렇게까지 했을지 상상도 못 했네
-나날이 주작이 발전하네ㅋㅋㅋ
아이러니하게도 [좀비의 섬]은 순위가 폭등했다.
급상승한 다운로드 수로 노출이 굉장히 잘되며, 일을 몰랐던 사람들도 했으며, 리뷰도 굉장히 많아졌다.
물론 악플이 대다수였지만.
-야이 ♪♪♬♩야! 이걸 게임이라고 만들었냐!
-ㅋㅋㅋ 이 순위에 이 게임이 있다고?!
-이걸 돈으로 샀으면 개빡쳤을 듯
-응. 쓰레기네.
욕할 사람을 충분히 맛본 후에 고발한 개발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커뮤니티에 다시 화제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얼마나 억울한지 게임 함 보자. 그래.
-와씨. 나 해봤는데 묻혀 있는 게 진짜 아까운 게임인데? 경트리오?
-이건 순위에 있을 게임 수준인데ㅋㅋㅋ
-퀄리티 무엇?
-와 스토리 지린다 ㅋㅋㅋ 게임 연출 제대로네ㅋㅋㅋ
-야, 이런 게 순위에 있어야 찐이지.
사실 게임 퀄리티와 재미로 보면 순위에 안착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이런 화제에 편승하면서 그 시간을 앞당겼다.
순식간에 다운로드와 별점이 올라가며 탑 100위 안에 들었다.
정확히는 단숨에 47위.
“와! 미쳤다! 시혁아. 순위에 들었어.”
안경호가 박경준과 어깨동무를 하며 방방 뛰었다.
신경환도 입술을 씰룩거리며 좋아하고 있다.
안현태는 당연하다는 듯이 흥미롭게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이제 안전하게 10위권에 들면 충분할 것 같아. 에스텀 게임즈에서도 연락이 오겠지.”
안경호가 환하게 웃다가 잠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근데 설마 우리 제보로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고 제재를 가하는 건 아니겠지?”
“억울한데 제재까지 가했으면 또 화제가 되겠네. 그렇게 멍청할까?”
“그건 그렇네.”
나는 안경호의 걱정에 피식 웃었다.
세상에 억울함을 외치지도 못한다면 얼마나 씁쓸할까.
알아주는 사람 하나도 없이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대는 조금 다르다.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화제를 돈으로 불려주는 시스템이 있다.
그 이권이 억울함의 위로가 되지 못하지만 그래도 힘과 영향력이 되는 건 사실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메일로 에스텀에게 여러 말 좀 넣어뒀거든. 뭐, 병 주고 약 주고 하는 입장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기분 나빠할까?”
“왜?”
“아, 별거 아니야. 스타테스터 시스템을 폐쇄하자고 메일을 보냈거든.”
“뭐?!”
안경호가 눈을 부릅뜨고 손가락질을 했다.
“배, 배신자! 이제 우리도 혜택을 보려고 하는데!”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했을 뿐이다.
“그 꿀의 마지막은 우리겠지. 바로 적용하겠어? 뭐, 최대한 빨리 적용하겠지만.”
“대체 뭐라고 보낸 건데?”
“그냥 대체 시스템?”
***
-에스텀 게임즈 본사.
평소에도 신고 접수가 꽤 오는 편이지만 이번 화제 때문에 굉장히 많이 오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게 바로 경트리오 개발팀에게 온 메일.
사실 이렇게 화제를 키운 것에 대해서 고운 눈을 보낼 수 없었다.
물론 억울한 쪽이고 잘못한 놈은 따로 있었지만.
“헤이. 레키! 여기 경트리오에서 메일을 보내왔는데!”
“뭐? 뭐라고 보냈는데?”
“같이 보자고. 어차피 회의 중이었으니까.”
각자에게 첨부된 메일을 보내고 패드로 받았다.
회의실에는 그 메일을 읽고 있었다.
거기에는 스타테스터에 대한 폐쇄를 주장하고 있었다.
“하하. 재밌는 친구네.”
[첫 번째. 이미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는 음원 조작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순위를 믿을 수 없습니다.
에스텀의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크라우드 펀딩뿐만 아니라 앱 스토어, SNS 광고 등등으로 세분되어 있습니다.
아이디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앱 계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네.”
[두 번째. 다른 개발진의 게임을 몰래 빼돌려 올리는 사태도 있으셨죠.]
“쩝. 뭐라 할 말이 없군.”
속속 사정을 때리는 말이 조목조목 드러나 있었다.
여기 에스텀 직원 역시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거기에 대한 논의를 하는 거였고.
확실히 이렇게 정리된 파일을 보니 일부러 회의에 필요한 자료를 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뭐, 우연이었지만.
“더 재밌는 건 이 친구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는 거지.”
“우리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스타테스터’를 없애고 새로운 ‘스타 다이렉트(가칭)’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1. 심사를 통해 런칭을 한다.
2. 심사 비용을 100달러(11만 원)로 받는다. 런칭 후 매출 1,000달러(110만 원)이 나오면 돌려준다.
3. 심사 기간은 30일로 정한다.
*심사는 내부로 힘들면 외주 심사로 따로 만들어두는 걸 추천하겠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데이터들이 있을 겁니다. 너튜버, 리뷰하는 사람들.
*대부분 인디 게임은 이 사람들을 통해 발굴되었으며 계약으로 이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부분의 부패도 걱정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한 사람의 목소리로 두면 충분히 거를 수 있을 겁니다.
일을 줄이기는 해야 하니까요.
세상에 완벽한 시스템은 없습니다.]
그 뒤로부터 제법 상세한 계약 내용이며 소정의 보상 등에 대한 것들이 적혀 있었다.
에스텀 직원들은 그걸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에스텀 대표가 큰 웃음을 내뱉었다.
“푸하하. 이 사람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그러게.”
“아, 진짜 또라이네. 이걸 이렇게까지 해준다고? 대체 무슨 이득이 있어서?”
“보니까 경트리오 개발진의 통번역사로 되어있는데?”
“그러니까. 번역이면 그냥 계약직이잖아. 경트리오 개발진 소속도 아니고 말이야. 아무런 이득도 없이 이렇게 한다고?”
“뭐, 그게 제일 이상하기는 하지.”
대체 이 이시혁이라는 친구가 얻을 이득이 무엇인가.
경트리오의 게임이 잘되어 봤자 얻을 금전적 이득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이렇게 세세하고 세부적인 방향성에 대한 ‘보고서’ 또한 에스텀의 이득인 부분이었다.
여기 있는 회의 석상의 직원이 해야 할 일이란 말이다.
대표가 갈색 머리를 이마 위로 쓸었다.
“재밌어.”
“마지막에 이유 적혀 있네. 혹시 우리 경트리오 개발팀에 서운한 감정 있으면 이걸로 풀라는데?”
“푸하하! 아 진짜.”
대표가 배가 아프다는 듯이 책상에 머리를 박고 끅끅 웃었다.
찔끔 나온 눈물을 살짝 닦으며.
“이놈이네.”
“뭐가?”
“경트리오 개발팀이 짠 판이 아니야. 이놈이 짠 판이야. 머리가 비상하네.”
“하하하. 뭐, 왼뺨치고 약주는 건가?”
“그건 아니지. 어차피 이 건은 터질 일이었어. 이 친구는 그걸 이용한 것뿐이고. 이거 참. 마음에 드네. 제이크. 넌 안 그래?”
“레키는 엄청 마음에 드나 봐?”
“당연하지.”
대표가 무언가 고민하더니 턱을 쓸어내렸다.
“여기 있는 거 좀 더 보완해서 진행하자. 괜찮네.”
“정말 이렇게 한다고?”
“응. 뭐가 문제 돼?”
“아니. 이대로 진행하면 나중에 또 써먹을 거 같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네. 사실 뭘 원하는지 모르지만, 이거 갖고 뭘 엄청난 걸 하지는 못해. 아! 경트리오 게임은 해봤어?”
제이크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봤으니 더 이해가 안 되지.”
“왜?”
“굳이 이런 일을 벌일 필요가 없는 게임이었거든.”
최고의 칭찬이었다.
아쉽게도 경트리오에게는 전해지지 않았을 테지만.
“좋아. 그럼 때 되면 런칭 진행 메일을 보내줘. 프로모션도 좋게 넣어주고.”
“뭐, 알았어.”
어떻게 되었든 일의 방향은 경트리오에게 좋게 작용하고 있었다.
“아, 맞다. 이시혁 그 친구에게 언제 한번 회사에 놀러 오라고 전해줘. 미국이라서 너무 먼가?”
“일단 보내는 놓을 게.”
“같이 일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
제이크는 또 시작이라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일하다 보면 메일을 많이 쓰게 된다.
오는 사람들은 따로 보관함에 메일을 분류해놓았는데 그래도 매우 많다.
에스텀에서도 감사의 메일이 왔다.
언제 한번 놀러 오라고.
사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번 일은 이미 거의 끝난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시하야. 시하야. 너한테 메일이 왔는데?”
“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던 시하가 펜을 탁 놓으며 나에게 도도도 달려왔다.
“형아!”
내 등에 찰싹 붙어서 거북이의 등딱지가 되었다.
목을 콱 끌어안는 데 힘이 점점 세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사소한 점에서 조금씩 커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모야?”
“응. 시하페페 작가님에게 왔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정말?”
“그리고 새로운 이모티콘은 낼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는데?”
“아코!”
시하가 이마를 툭 하고 친다.
대체 저건 어디서 배운 건지 예전부터 궁금하다.
어디 만화에 나온 거겠지?
“시하야. 그거 어디서 나오는 거야?”
“항제페페가 이거 마니 해.”
“요즘 황제펭귄 캐릭터가 그걸 많이 하나 보네.”
어쩐지 이상하게 자주 저런 행동을 한다 싶었다.
어린이들의 만화는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유행이다.
“형아. 페페 내자. 페페.”
“으응?”
“시하 마니 만들어써.”
“어. 그렇지. 많이 만들긴 했지.”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느리지만 조금씩 만들긴 했다.
그냥 움직이지 않는 이모티콘보다 적은 개수가 등록된다.
총 24개.
하지만 알다시피 움직여야 하기에 그려야 하는 그림이 더 많다는 점.
그래서 더더욱 오래 걸린 것도 있다.
“새해니까 시즌2로 하나 내야지.”
“시준2?”
“응. 제2탄! 같은 거야. 어? 슈퍼 황제펭귄 투! 같은 느낌이지.”
“더 세져?”
“움직이니까 더 세진 게 아닐까?”
근데 이런 메일은 왜 보내는 거지?
시하가 3살인 것도 아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아마 저 라인을 타면 몇몇만 알겠지만.
메일을 다 읽어보니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시하 책 나온 것도 아는데?”
“아?”
“전에 이모티콘 계약했던 사람 기억해? 시하 책을 우연히 봤나 봐. 그거랑 같이 홍보해서 배너 작게 걸어준다는 모양인데?”
“정말?”
“응. 잘됐다. 그치?”
“아아.”
나는 별생각 없이 알았다고 하고 움직이는 이모티콘으로 조만간 보내준다고 답변을 했다.
몇몇 개만 글을 입힐지 고민해 봐야 했다.
글이 없어도 다 통하겠지만.
“시하가 많이 벌었으면 좋겠네.”
“시하도!”
나는 시하가 이 돈으로 미래에 잘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하는 왜?”
시하가 안겨 오며 내 목에 얼굴을 묻었다.
“시하는. 시하는. 형아 집 사주께.”
“엥? 집은 왜?”
“시하 아라. 티비 바써.”
“대체 뭘 본 거니?”
“아이돌 나와써. 집 사져. 엄마, 아빠.”
“어?”
“시하는 형아 집 사져.”
나는 말문이 막혔다.
돈 잘 버는 아이돌이 나와서 부모님에게 집 사줬다는 뉴스를 많이 보긴 했다.
근데 시하는 부모님에게 사주지 못하고 나에게 사준다고 한다.
그 사실이 괜히… 마음 아팠다.
“형아? 개차나?”
시하가 내 얼굴을 만졌다.
“응. 당연히 괜찮지. 시하가 형아 집 사준다고 하니까 너무 놀라서. 너무 감동이어서. 그래서 이렇게 얼굴이 되어버렸네?”
“시하가 마니 놀라게 해주께~”
“이번에 뭐로 놀래주려고?”
“시하가 형아 용돈 주께.”
“푸흡. 뭔 용돈이야. 하하하. 그래서 얼마 줄 건데?”
시하가 손가락 세 개를 폈다.
“서이 마넌.”
“이야. 삼만 원이나?”
“아냐. 할무니 서이 마넌이야.”
할무니 서이 마넌?
아! 아무래도 5만 원권 3개를 말하는 것 같았다.
15만 원. 용돈이 상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