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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화 (263/500)

263화

가까이 붙어있기에 부딪히는 게 많아진다.

물건도 그럴진대 사람도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당연히 벌어질 일이 벌어졌다고 말할 정도다.

쌍둥이들도 똑같다.

내 붙어 있으니 부딪치는 건 당연했지만 서로가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별의 다름과, 연주와 친해지면서 조금은 동떨어지게 되었다.

예전에는 N극과 S극이 붙어있는 자석이라 균형을 유지했다면 이제는 서로 떨어져 있어서 딱 하고 부딪치게 되는 건 너무도 뻔한 이야기다.

“오빠!”

“아, 왜!”

승준이 배를 긁적거렸다.

누워 있는 폼이 마음에 들지 않는 하나였다.

“내가 장난감 치우라고 했지! 여기 반은 내가 넣었잖아!”

“아, 나중에 치운다니까.”

“언제! 맨날 말만 그렇게 하고. 엄마한테 다 말해.”

“아, 치사하게!”

승준이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장난감을 치운다.

이미 익숙해진 일상이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이것 역시 짜증이 솟구칠 때가 많다.

장난감을 휙휙 던지다가.

“야! 오하나!”

“왜!”

“너 자꾸 오빠한테 이러기야?”

“뭐래. 오승준.”

“이게!”

승준이 하나에게 다가갔다.

하나는 흥 하면서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받아라!”

하나의 뒤로 돌아가서 엉덩이로 툭 하고 밀었다.

휘청거리며 엎어지는 결과는 당연했다.

“이씨!”

사실 승준은 꿀밤을 콩 하고 먹이고 싶었지만 하나가 동생이라서 봐준다는 식으로 안 아픈 엉덩이로 공격한 것이다.

나름 배려라면 배려였다.

하지만 하나는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다.

어쨌거나 공격을 당했기에.

“하하하!”

“오빠! 거기서!”

“싫은데!”

승준이 에베베 놀리며 마구 뛰어다녔다.

하나가 잡으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저 운동신경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힝! 오빠 진짜 나빠.”

“야! 아까는 오승준이라며! 지 분리할 때만 오빠고.”

“못생긴 오승준!”

“나 정도면 잘생겼거든.”

“시혀기 오빠가 잘생긴 거거든!”

“어?”

“시혀기 오빠보다 오빠가 잘생겼어?”

승준은 침묵했다.

어쩔 수 없는 게 어린이집에서 시혁의 위상은 상당히 높았으니까.

잘생기고 뭐든지 다 잘하는 히어로.

변신한 레드만큼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했다.

“말 못 하지? 말 못 하지?”

“헹! 그럼 너는 수현이 누나보다 못생겼잖아.”

“이씨!”

“알리사 누나보다도 못생겼고.”

두 사람의 외모는 뛰어나서 하나도 별말 못했다.

서로의 딜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하나도 예쁘거든. 언니들처럼 크면 더 예뻐진대써.”

“하! 하! 하!”

“왜 웃어!”

“그냥 웃겨서. 사커 선수는 그렇게 잘생길 필요가 없거든! 근데 가수는 어~엄청 예뻐야 하거든.”

“아니, 아니야!”

“티비 보면 예쁜 사람밖에 없어! 아이돌을 봐!”

확실히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다.

외모가 좋으면 강점이 되는 세상이니까.

물론 외모만 예뻐서 연예인으로 뜨는 건 아니었다.

그만의 매력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런 것을 모른다.

아직 지식과 지혜가 부족하고 아는 세상이 그렇게 크지 않았으니까.

“이익! 베컴 엄청 잘생겨써!”

“어엇!”

“그래서 인기 마나.”

“그건 그렇지.”

설마 잘생긴 사커 선수를 들고 올 줄은 몰랐다는 듯이 오승준의 눈이 크게 떠진다.

“근데 오빠는 잘생긴 거로 유명해지지 못해서 아쉽네.”

“크흑. 아, 아니거든. 나 정도면…….”

“오빠 맨날 아침에 세수하고 거울 보는데 그거 진짜 웃겨!”

“아, 왜!”

승준에게 딜이 더욱 많이 들어왔다.

게임처럼 체력바가 있었으면 뭉텅뭉텅 깎여나갔을 것이다.

그때 승준 엄마가 들어왔다.

“아니. 둘이 싸우는 거야?”

“엄마! 오빠가 먼저 그래써! 엉덩이로 하나 엉덩이 밀어써.”

“엄마! 하나가 자꾸 나한테 오승준 하잖아!”

승준 엄마가 곤란하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자, 먼저 생각해볼 게 있어. 너희 둘 다 예쁘고 잘생겼잖아. 그치?”

둘 다 대답이 없었다.

“그렇단 말은 둘이 엄마를 닮았단 소리지.”

승준이 물었다.

“아빠는?”

“그렇단 말은 둘이 엄마를 닮았어!”

오상환 교수는 넘어가 버렸다.

“그러니 서로 못생겼다고 하는 건 엄마도 못생겼다고 하는 거야.”

“으잉?”

“헉!”

쌍둥이는 서로를 보았다.

그런 엄청난 사실이 될 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자, 그러면 엄마는 못생겼니?”

“아니야! 엄마 예뻐!”

“맞아! 엄마 진짜 예뻐!”

승준 엄마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럼 둘 다 못생겼다고 하지 않기. 자, 서로 쳐다보고 뭐라고 해야 할까?”

“오빠. 잘생겨써.”

“으응. 고마워. 내 동생도 예쁘다.”

“자, 서로 안아 주세요.”

쌍둥이가 서로를 안았다.

승준 엄마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었다.

하여간 남매라서 그런지 집안에 불화가 끊이질 않는다.

놀 때는 잘 놀면서 싸울 때는 또 실컷 싸우는 것이다.

그래도 싸움이 있기에 단단해지는 정이 있다.

두 아이는 이렇게 결속이 단단해질 것이다.

“근데 앞으로 오승준이라고 하지 마. 오빠라고 꼭 해.”

“흥! 어차피 생일도 같은걸.”

단… 단단해… 지겠지?

“너희 또 싸우니?”

“아니!”

“아닌데!”

이런 투덕거림도 일상이다.

***

주말이라서 여유롭게 누워 있었다.

오늘은 잠을 더 자고 싶지만 시하가 나를 찰싹찰싹 깨워서 부스스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안녕. 시하야. 잘 잤어?”

“형아. 시하 코오 자써. 일어나서 형아 깨어써.”

“그건 나도 알고 있지.”

“형아도 잘 자써?”

“좀 더 자야 잘 잔 거 같을 텐데. 코오-”

나는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쓰고 누웠다.

“안대! 형아. 일나! 일나!”

“조금만 더 자고 싶어.”

“형아. 해가 일나래. 바께 나오래.”

“해는 사실 말 안 하고 있어.”

“말 안 해도 일로와. 싸게 해주께~ 해써.”

“그게 뭔.”

대체 해는 뭘 팔려고 그러는 걸까?

혹시 놀자고 유혹해서 통구이를 만드는 건 아닐까?

아니면 흑점을 팔려고 할지도 모르지.

이게 내 점인데 눈물점으로 하면 딱이야. 어때? 싸게 해줄게.

그럴지도 모르겠다.

시하의 말에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된다.

“근데 이상하네? 말 안 했는데 어떻게 그러지? 해가 어떻게 했는데?”

나는 이불을 살짝 내려 눈을 빼꼼 내밀었다.

시하가 일어나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케이케.”

그건 돈 더 달라는 표시 아니야?

“안 사요~ 잔다~ 코오~”

“안댕! 일나! 일나!”

찰싹찰싹.

내 가슴을 두드린다.

“형아. 시하 배고파.”

아, 그건 치사하다. 이러면 일어날 수밖에 없잖아.

벌떡.

“으아아아!”

“아아! 형아!”

나는 시하를 들어 올렸다.

묵직.

역시 운동을 좀 더 해야겠다. 이렇게 들어 올리는 것도 나중에 되면 못하겠지만.

“씻을까?”

“깨꾸티 씨서. 어푸어푸.”

“그래. 어푸어푸하자.”

화장실에 들어가 씻은 다음에 아침을 준비했다.

시하가 나를 빤히 보았다.

“시하는 티비 보고 있어.”

“아냐. 시하 요리해.”

“응? 아니야. 위험하니까 저기 있자.”

“시하 다 커써. 네 살이야. 네 살. 이제 서이 살 아냐.”

네 살이 대체 뭔데 다 큰 건데?

혹시 나도 모르는 네 살 자격증이라도 나오니?

“그래도 아직은 위험해.”

“아냐.”

뭐지. 고집이 좀 세졌다.

혹… 혹시 이게 형제 싸움의 전조일까?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가 시하가 말했다.

“시하. 형아 도아야 해. 다 커써.”

“으음.”

싸움은 무슨. 다 형아를 생각하는 마음의 행동인 것이다.

호기심에 요리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지.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돕게 하는 게 맞겠지.

“형아 요리하는 거 왜 돕고 싶은데?”

“형아 일 마니해서 아침에 잠 와. 시하 형아 도와.”

“그렇구나.”

내가 피곤하니까 시하가 돕는다는 말일 것이다.

물론 아침을 하는 거로 피곤하지는 않다. 그냥 밤에 일 좀 하느라 아침이 피곤한 거지.

시하의 마음이 예뻤다.

“알겠어. 그럼 시하에게 중요한 임무를 줄게. 이 달걀을 깨서 그릇에 담는 거야. 할 수 있지?”

“시하 잘해.”

“진짜?”

“진짜야.”

나는 바구니를 두 개 주었다.

하나는 껍질을 담는 것과 하나는 내용물을 남는 것.

“자, 진짜 잘해야 한다?”

“아아.”

“이게 나중에 우리의 만둣국이 되는 거야.”

“정말? 이거 만두 돼?”

시하가 그런 엄청난 사실이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만두가 되는 게 아니라 만두도 넣고 달걀도 넣을 거라서 그래. 라면에 달걀 넣는 거 봤지?”

“아아!”

시하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달걀 깨기를 해봐서 그런지 열심히 잘한다.

뭔가 능숙하다.

역시 4살은 좀 다르구나.

나 역시 시하에게 물든 것 같다.

“형아. 다 해써!”

“정말?”

“아아.”

안을 보니까 달걀 껍데기가 조금 보였다.

젓가락으로 샤샤샥 빼준 다음에 시하에게 달걀을 젓게 했다.

그러는 동안 재빨리 미리 만든 육수를 냄비에 넣어서 불을 켰다.

따다다다닥.

“형아. 다 해써.”

“그래. 그럼 파를 썰어볼까?”

“파?”

“응. 시하가 썰어볼래?”

“할래.”

시하가 벌떡 일어서더니 방으로 쏙 들어간다.

아니. 너 갑자기 어디 가는 거야?

안에서 뭔가 뒤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에서 쏙 나온다.

“형아. 이거.”

시하 손에 들린 건 작년에 사준 장난감 검이었다.

그걸로 파를 썰려고 했어?

막 만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파를 머리 위로 던져 십자로 그으면 다 썰리는 거 생각했니?

에이. 설마. 아니겠지.

“형아가 혹시나 해서 미리 준비한 게 있어. 그걸 지금 쓸 줄 몰랐지만.”

나는 서랍에서 플라스틱 식칼을 꺼냈다.

이거라면 시하가 손 다칠 일은 없겠지? 혹시 모르니까 지켜보자.

“손은 이렇게 말아 쥐고 칼로 써는 거야. 널찍널찍하게 떨어져서. 칼은 위험하니까.”

“시하 아라.”

“그래.”

시하가 열심히 파를 썰었다.

나는 그걸 지켜보다가 달걀 물을 풀었다.

안전하게 잘하고 있다.

“형아. 다 해써.”

“그래. 그것도 넣자.”

보글보글.

만둣국이 완성되었다.

우리는 반찬을 꺼내서 밥을 먹었다.

“시하야. 뜨거우니까 후후 불어서 먹어. 알았지?”

“아아.”

후후 불어서 입안에 넣는다.

“아뜨뜨.”

다시 뱉어낸다.

“엄청 뜨겁지?”

“형아. 뜨거.”

“아무래도 육즙이 많이 뜨거운 거 같은데. 이렇게 반 잘라서 후후 많이 분 다음에 먹어.”

“이케?”

“응.”

빨리 말해줄 걸 그랬다.

“형아. 후후 불어써.”

“응?”

“이거.”

“응. 이제 다 식었겠네.”

“형아. 주까.”

“아니. 괜찮아.”

“이거!”

그거 네가 뱉었던 거 아니니?

“시하 입에 들어간 거 봤는데.”

“어또케 알아찌?”

시하가 그러면서 자신의 입에 쏘옥 넣는다.

오물오물.

형아에게 장난칠 줄도 알고. 다 컸네.

“형아.”

“응?”

“형아랑 시하랑 싸운 적 이써?”

“엥? 아니. 없는데? 그건 왜?”

“승준, 하나 잘 싸어.”

“요즘 둘이 잘 싸워?”

“아아.”

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 하긴 나이가 같고 부딪칠 만하지. 서로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말이야.

근데 나는 시하랑 그런 게 없다. 20살 차이 나는 아이랑 싸워서 뭐 하겠는가.

그럴 일도 없고.

“시하는 똑똑하니까 형아랑 싸운 적이 있다면 기억할 거야. 왜? 싸울까?”

“아냐. 시하 져.”

“푸흡.”

“아닌데. 형아가 질 건데?”

“왜?”

“시하가 너무 귀여워서 싸우기 싫거든.”

“시하도 형아 조아해서 안 싸워.”

“그럼. 그럼. 근데 혹시 싸우고 나면 꼭 사과하자. 알았지?”

“아아.”

“그리고 승준이랑 하나랑 잘 지내고. 둘이 싸워도 화해하자고 하고.”

“하해 모야?”

그래. 그것부터구나.

“서로 사랑해~ 하자는 거지.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자. 뭐 이런 말이 화해야.”

시하가 내 말을 들으면서 밥을 오물오물 먹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한다고 화해할지는 모르겠다.

“만약에 이게 안 통하면 말이야.”

“아아.”

“누구 하나 편들라고 하면은…….”

“시하 아라.”

“오! 시하 알아?”

“시하 잘해써.”

“뭘 어떻게 잘했는데?”

시하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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