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2화 (252/500)

252화

안에 나온 건 둥그런 물건이었다.

공은 아니었지만 승준의 흥미를 돋우고 있었다.

종수는 그게 뭔지 알았다.

“요요!”

시하도 그런 종수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yo! yo! 랩!”

“아니야! 그 요요가 아니라고!”

종수가 황당하다는 듯이 보았다.

물론 시하는 아는 단어가 그거밖에 없어서 요요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는 신기한 게 너무나 많았으니까.

“아? yo. yo.”

“그게 아니라니까. 저기 승준이 손에 들고 있는 게 바로 요요야.”

그때 은우가 웃으면서 주변을 기웃거렸다.

“푸하하. 나 불렀어? yo. yo.”

“너 안 불렀어!”

“안 불렀대. 푸하하!”

“대체 어디서 웃음 포인트가 있는 거야?”

오늘따라 종수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든다.

강인 어린이집에는 마이웨이가 너무나 많았다.

그사이 승준은 요요의 줄에 손가락을 끼우고 있었다.

“자! 잘 봐! 이게 바로 요요야!”

승준이 어디서 본 게 있는지 손목을 자연스럽게 아래로 돌리며 힘껏 떨어뜨렸다.

팽그르르.

멈춘 채로 돌아가는 요요.

“우와!”

“예뿌다!”

“머시써!”

그것뿐만 아니라 반짝반짝 빛도 나서 아이들의 시선을 뺏었다.

공은 아니지만 승준은 이것에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냥 장난감이 아닌 손목을 잘 써야 하는 놀이였다.

손등을 들어 올린다.

아래에서 돌던 요요가 마치 낚싯대에 걸린 물고기처럼 위로 용솟음친다.

탁!

손으로 잡으면서 괜히 멋진 얼굴을 해준다.

아이들은 그것도 모른 채 우와우와 하면서 굉장히 관심을 보였다.

“하하! 그냥 이렇게 농구공처럼 통통 튀게 할 수 있어.”

올라갔다 내려갔다.

마치 농구공을 가지고 노는 듯한 감각.

거기가 또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시하도 해볼래?”

“아아!”

시하가 손가락을 넣었다.

그리고 위아래로 진자운동을 시켰다.

눈이 크게 떠진다.

뭔가 별거 아닌데 굉장히 재밌으니까.

“반짝반짝. 재미써.”

탁.

손에 요요가 착 감기는 맛에 시하가 중독되었다.

설마 이런 느낌의 장난감이 있는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승준은 괜히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폈다.

“종수야. 내 산타 선물이 더 대단하지?”

“흥. 아니거든. 내 기차가 더 대단하지.”

하지만 요요에게 은근히 눈이 가는 게 사실이었다.

열심히 ‘에잇! 에잇!’ 하며 시하가 갖고 노는 게 보였다.

그래. 이대로 끝날 수 없다.

과연 이시하는 어떤 선물을 받았을까.

착한 아이니까 뭔가 엄청난 거 받았겠지?

이미 학습을 통해 절감한 종수가 다른 먹잇감을 찾았다.

“야. 오하나! 넌 뭐 받았어!”

“우웅? 하나? 하나는 예쁜 마이크 받아써. 핑쿠야. 핑쿠.”

“응? 그거 원래 있던 거 아니야?”

“아니야. 진짜 마이쿠야.”

하나가 가방에서 마이크를 꺼냈다.

정말 선이랑 연결하면 쓸 수 있는 마이크였다.

겉은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다.

“어? 산타가 마이크 줬네?”

“응! 하나 이걸로 멋진 아이돌이 될 거야.”

“이야. 좋겠네.”

뭔가 마이크가 나오니 의욕에 김이 빠졌다.

지금까지 왜 경쟁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꿈에 대한 하나의 순수함이 종수의 경쟁심을 옅어지게 했다.

“종수야.”

재휘가 입이 근질근질한지 종수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자신도 산타에게서 받은 선물을 자랑하고 싶었다.

“응? 왜?”

“나도 산타 선물 받았어.”

재휘가 몸에 맨 슬링백을 보여주었다.

종수가 뭐 이렇게 생긴 가방이 있지 싶어서 눈을 깜빡거렸다.

“원래 있던 가방은 있으니까 나중에 놀러 갈 때 이런 거로 패션을 완성하면 돼!”

“어? 어, 그래.”

패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종수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한 종수라도 예체능 쪽으로는 잘 모른다.

특히 시하가 하는 미술이라거나 재휘가 하는 패션, 그리고 윤동이 추는 춤 말이다.

물론 은우가 하는 랩도 뭐가 대단한지는 잘 모른다.

그냥 좋아하고 잘하는 것만 알뿐.

“헤헤. 대단하지?”

“응. 대단해!”

잘 모르지만 재휘는 소중한 친구다.

그래서 일단 대단하다고 칭찬부터 했다.

가만 보니 저 슬링백과 옷의 매치가 꽤 멋져 보이기도 했다.

선생님이 말했다.

“오늘도 멋쟁이 재휘네.”

“헤헤헤.”

“그런데 윤동아. 너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뭘 받았니?”

“저요?”

“응.”

선생님은 무척 궁금했다.

사실 왠지 예상이 가긴 했다.

운동복이라든지 운동화라든지. 춤에 관련된 거 아니겠나.

윤동이 머리를 긁적였다.

“별로 대단한 건 아닌데.”

“그래도 뭐 받았는지 궁금하잖니.”

“헬멧이랑 팔꿈치 보호대요.”

“응?”

윤동도 나름 보여주려고 갖고 왔는지 가방에서 꺼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받았니?”

“그게 뭐예요?”

“아니야. 아무것도.”

보기에는 참으로 밋밋한 선물이었다.

대신 헬멧에는 여러 응원의 사인이 적혀 있었고 스티커도 붙여져 있었다.

“이거 비보잉 대회에서 우승했던 삼촌들 싸인이래요. 열심히 연습하라고.”

“엥? 진짜?”

“네! 아직 별로 잘 못 하기는 하지만.”

갑자기 윤동이 바닥에 얼굴을 붙이더니 다리를 들었다.

프리즈.

순식간에 내려왔다.

“헤헤. 아직 허릿심이 조금 모자라서. 나중에 헤드스핀까지 하는 게 목표예요.”

저것만 해도 굉장히 대단한 거였다.

선생님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쩌억 벌렸다.

춤은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

말수가 많이 없는 아이이기는 하지만 저 짧은 춤에서 윤동의 노력이 보였다.

“정말 대단하다.”

부모 역시도 대단함이 엿보였다.

알고 있기로 윤동의 어머니는 현재 강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원장이 옆에 와서 말했다.

“윤동 삼촌이 예전에 비보잉을 했다고 하던데. 세계대회도 나갔다고. 지금은 장사하시고 있다고 하네요.”

“아, 진짜요?”

“네. 삼촌 비보잉하는 모습에 반해서 저렇게 하는 거라던데요?”

“그건 몰랐네요.”

“뭐, 다른 춤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지만.”

아이들은 윤동의 프리즈를 보고 정말 놀랐는지 물개 박수를 쳤다.

괜히 민망한지 헬멧을 품에 안으며 아무렇지 않게 가방에 쏙 넣었다.

귀만 빨개져 있어서 다 들킨 것은 아마 윤동은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려주는 친구가 있었으니.

은우가 손가락질하며 웃었다.

“푸하하. 귀 빨개졌대!”

“시끄러!”

“아, 웃겨! 푸하하.”

“에이씨.”

“아, 나도 산타한테서 새로운 스냅백 받았다!”

“넌 맨날 스냅백이냐.”

“난 집에 스냅백 종류별로 다 전시할 생각이거든.”

“헐?”

“집에 놀러 와. 보여줄게. 진짜 힙해.”

“흐음.”

“진짠데. yo. yo.”

그렇게 한참 떠들다가 승준이 문뜩 생각난 게 있는지 시하를 쳐다보았다.

“시하야. 넌 선물 뭐 받았어?”

“아?”

“산타 선물 말이야.”

“신발 바다써.”

“어디 보자.”

승준이 먼저 신발장으로 달려가고 시하가 따라갔다.

다른 아이들도 관심이 있는지 우르르 따라갔다.

물론 서로의 생각은 달랐다.

종수는 그래 얼마나 엄청난 거 받았는지 보자는 마음이었고, 재휘는 패션이라 관심을 가졌으며, 하나는 승준과 같이 궁금한 마음이었다.

윤동도 마찬가지. 은우는 그냥 다들 가길래 따라갔다.

“와! 신발 예쁘네!”

“시하 신발, 하나 신발만큼 예뻐!”

역시 둘은 친해서 일단 칭찬부터 했다.

재휘는 신발과 시하의 옷을 매칭하며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종수만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뭐야. 엄청난 거 아니네.”

하지만 아직 시하의 자랑은 끝나지 않았다.

“아아. 시하 형아랑 가타. 산타 할부지. 시하, 형아 선물 져써.”

“응? 시하야. 시혁이 형아는 어른이잖아.”

“시하가 편지에 부탁해써. 형아 선물 주세여. 산타 할부지 편지 두 개 바다써.”

“헐?! 완전 엄청나네.”

종수가 눈을 크게 떴다.

시하만 편지를 두 개나 받다니!

어린이집에 미리 받아둔 답장의 편지는 다들 크리스마스날에 하나씩 확인하게 되어 있었다.

근데 시하만이 두 개를 받은 것도 모자라 시혁의 선물까지 챙겨주게 되었다.

“말도 안 돼. 사실은 엄청난 거였잖아…….”

선생님은 그런 종수를 보며 생각했다.

종수야. 그게 그렇게 충격받을 일이니?

하여간 크리스마스 선물을 자랑한다고 하루가 잘 흘러갔다.

***

시하를 데리러 왔다.

오늘따라 아이들의 시선이 따갑다.

뭘까? 대체 뭘 기대하며 이렇게 바라보는지 모르겠다.

“대단해. 대단해.”

“엄청나. 엄청나.”

“아아. 형아!”

“혹시 시혀기 형아는 사실 우리랑 같은 어린이 아닐까?”

“으악. 빨리 자라는 어린이야?”

“나도 그러고 싶네. 그럼 춤출 때 더…….”

“난 어른들이랑 랩 붙고 싶은데.”

진짜 뭐지 싶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런 논리의 비약까지 가는 건지.

시하야. 대체 너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을 저질렀니?

그렇게 쳐다보는데 시하는 순진한 얼굴로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몰라요. 딱 저런 표정이다.

진짜 모르는 걸지도…….

“시하야. 이제 가야지.”

“형아. 시하 요요.”

“응?”

“요요 사.”

“갑자기?!”

뜬금없는 요요 발언.

지금 그런 발언할 분위기였던가.

하여간 주제의 갈피를 못 잡겠다.

승준이 말했다.

“시혁이 형아. 나 산타 선물로 요요 받았어.”

의문을 해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범인은 너였구나?

승준의 주머니가 볼록 튀어나와 있었는데 아무래도 저게 요요인가 보다.

꺼내서 또 열심히 보여주는 수고까지 한다.

“시혁이 형아. 요요 잘해? 아빠가 멈추는 거 가르쳐줬어. 어때? 굉장하지?”

“하하하. 요요라.”

나도 어릴 때 꽤 많이 가지고 논 경험이 있다.

대부분이 그러지 않을까?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요요를 살 때 따라오는 사용법이 있다.

물론 초보적인 기술이다.

그래도 이걸 습득하기 위해서 얼마나 연습해야 하는지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처음은 늘 쉽지 않으니까.

“내가 한번 해봐도 돼?”

“응.”

“되는지 모르겠네.”

다들 한번 해본 그 기술.

강아지 산책.

“강아지 산책시킨다. 옳지.”

땅에 하나, 둘, 셋을 세며 그대로 요요를 들어 올린다.

아이들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우와. 시혁이 형아 짱이다! 아빠보다 잘해!”

죄송합니다. 오상환 교수님.

“시혀기 오빠 머시써!”

죄송합니다. 오상환 교수님.

왠지 모르지만 이 부분도 사과해 줘야 할 것 같다.

“형아. 산책해써?”

주어를 붙여라. 이시하!

강아지를 붙이라고!

그렇게 말하면 내가 산책한 것 같잖아.

아니, 틀린 말은 아닌가?

“그럼 딴 거 보여줄까?”

아이들의 기대치가 또 한 번 높아진 게 보였다.

흠흠. 저기에 부응해 줘야지.

“잘 봐. 이번에는 엘리베이터라는 기술인데.”

요요가 하나에 걸쳐서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정확히 오른손이 아래위로 움직인 것뿐이지만.

아이들은 요요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뭔가 대단한 기술을 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하. 그럼 마지막으로.”

요요로 별을 만드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이미 아이들 눈이 별처럼 반짝거렸다.

“여기까지만 공연할게. 승준이도 많이 연습하면 될 거야.”

“진짜?!”

“그럼. 진짜지.”

시하가 내 바지를 잡아당겼다.

“형아. 시하 산책하고 시퍼.”

그러니까 강아지를 말할 때 붙이자.

아무래도 시하는 다른 기술보다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싶나 보다.

“그럼 요요 사러 갈까?”

“아아!”

뭐, 요요가 그렇게 비싼 장난감도 아니고 금방 사줄 수 있다.

“그럼 선생님 저 갈게요.”

“네네. 안녕히 가세요. 시하도 잘 가.”

“아아. 바이바이.”

뭔가 얼이 빠져 있는 종수를 뒤로 한 채 어린이집을 나왔다.

곧장 할아버지가 있는 장난감 가게에 요요를 산 다음에 집으로 갔다.

“시하야. 요요로 먼저 멈출 줄 알아야 해.”

“아아!”

요요를 힘차게 아래로 내렸다.

하지만 멈출 줄 모르고 그대로 올라왔다.

“아?”

“손목을 팍! 하고.”

“시하 아라. 파박!”

“그래. 너 잘하는 거. 파박!”

몇 번을 도전 끝에 성공했다.

“그리고 땅에 놓아서 산책시키는 거야.”

“아아.”

툭. 우뚝.

쉽지 않은지 그대로 멈췄다.

“산책!”

질질.

요요랑 다르게 시하의 산책은 멈추지 않았다.

부엌 끝까지 간 시하가 외쳤다.

“형아. 시하 해써!”

시하가 기쁜지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요요만이 대롱대롱 앞뒤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응. 그래. 어떻게든 산책시키면 되지.

난 아무래도 좋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