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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화 (240/500)

240화

실제로 자낳개구리가 있는지는 뒤로하고 종수가 정확히 개구리를 맞췄다.

선생님이 정답을 외치며 장난감을 주었다.

징그러운지 뒷다리만 잡고 ‘으~’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앞으로 문제가 2개 남았네요?”

“정말요?”

“네! 이걸 맞추면 딸기 찹쌀떡을 먹을 수 있어요! 아주아주 어렵겠지만 다들 힘내세요. 아! 잠시만요. 선생님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알았죠?”

“네!”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자 위의 천은 가지런히 두고 원장에게 눈짓했다.

같이 자리를 뜨자는 말이었다.

오늘 이 게임은 그냥 구성된 게 아니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자제심 있게 견뎌내느냐의 시험이고 혹시 본다면 과연 거짓말을 할지 지켜보려고 했다.

화장실로 가는 척 아이들의 지켜보았는데 처음에는 잘 참다가 승준이 못 참겠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자!”

“오빠. 안 돼!”

“아니야. 몰래 조금 보는 거야. 선생님이 어렵겠다고 했잖아. 만약 못 맞추면 딸기 찹쌀떡 못 먹어.”

“그래도 안 돼. 선생님이 보지 말라고 해써. 엄마 말 안 들으면 혼나지? 그거랑 같아.”

“선생님은 엄마가 아닌데?”

하나가 승준을 열심히 말렸다.

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성큼성큼 승준이 상자로 걸어갔다.

그때 종수가 벌떡 일어나서 승준을 잡았다.

“보면 안 된다고 했잖아.”

“아, 놔!”

“윽!”

종수의 손이 맥없이 풀려났다.

‘안 돼.’ 하면서 승준의 뒤에서 옷깃을 붙잡았다.

하지만 힘을 별로 주지 않았는지 승준의 발걸음이 성큼성큼 나아갔다.

재휘가 ‘혼나면 어떡해. 어떡해.’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살짝만 보면 안 들켜. 살짝만.”

윤동이 일어나서 승준의 옆으로 왔다.

“왜? 말리려고?”

“아니. 궁금해서.”

승준은 ‘뭐지? 이 당당함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은우도 윤동의 어깨에 턱을 올리며 ‘보자. 보자. 다 같이 먹자.’ 했다.

재휘가 혼나면 어떡하냐고 은우에게 물어봤는데 은우는 허허허 웃으며 그럼 혼나면 된다고 말이 돌아왔다.

사실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종수 역시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표면적으로는 반대였다.

그래서 승준을 말리는 데 힘이 없었던 거고.

찬성 : 승준, 윤동, 은우.

반대 : 하나, 종수, 재휘.

3 대 3이었다.

아이들은 시하를 돌아보았다.

종수가 물었다.

“시하야. 넌?”

“아? 시하 바빠.”

“아니. 이거보다 바쁜 게 뭔데?”

“시하 자낫개굴 차자. 어디찌?”

“그거 아직도 생각 중이야?!”

“아냐. 달라. 지금 차자. 어디찌?”

“아니. 그렇긴 한데. 그걸 지금 어딨을지 고민해야 해? 지금 딸기 찹쌀떡이 중요한데.”

“형아가 말해써. 차자야지.”

지켜보고 있던 선생님은 왠지 모 만화가 오버랩되었다.

할아버… 가 아니라 형아의 명예를 걸고! 자낫개굴을 찾겠어!

종수가 답답한지 가슴을 탕탕 치더니.

“에이! 그냥 보자.”

저기 종수야? 너 반대파 아니었니? 마음이 참 갈대 같구나.

그렇게 시하를 빼고 표수가 4 대 2로 갈라졌다.

다수의 의견을 따라 천을 들춰서 보았다.

안에 있는 건 돼지와 사슴이었다.

확인이 끝난 애들은 천을 다시 원래대로 놓고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뭔가 화장실 갔다 오기에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이들은 인식하지 못했다.

선생님이 등장했다.

“자. 그럼 다시 문제를 내볼까요?”

“네!”

아이들이 자신만만했다.

초롱초롱 빛나는 두 눈에 확신이 가득 담겼다.

장난감이 눌리자 꿀꿀 소리가 들려왔다.

손쉽게 돼지가 맞혀지고 남은 하나는 사슴.

“그럼 마지막 문제. 잘 맞히세요.”

끼에에에엑!

“???”

아이들이 이상한 소리에 혼란이 왔다.

사슴은 저런 소리로 우는가. 하지만 알 수 없어서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었다.

끼에에에엑!

아무리 들어도 이상한 울음소리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답은 변하지 않는다.

승준이 자신 있게 손을 들고 ‘사슴!’이라고 외쳤다.

선생님이 ‘땡!’ 하고 틀렸다고 했다.

그 말에 아이들이 ‘엥?!’ 하는 표정을 지었다.

시하가 손을 들어서.

“자낫개굴?”

“시하야. 그거 아직도 포기 안 했니? 땡!”

“아?”

시하는 다시 자낫개구리의 울음소리는 뭘까? 하는 답 없는 고민을 시작했다.

승준이 그런 시하를 보다가.

“아니. 사슴 아니에요?”

“왜 사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슴 소리라서?”

“아닌데. 아닌데.”

“어? 음. 고라니?”

“땡!”

“거짓말! 사슴 맞죠? 사슴 소리예요!”

선생님이 씨익 웃었다.

“승준아. 사슴이라는 거 어떻게 확신하지? 설마 혹시 몰래 본 거 아니야?!”

“헉!”

“이런, 이런. 우리 승준이 스포츠맨십은 대체 어디 갔을까? 원래 정정당당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니니!”

“어제 영상 봤는데 심판 못 보게 살짝살짝 옷 잡거나 하는 것도 기술이랬어요! 사커 선수가!”

“어엉?”

어…. 그건 맞지.

“일부러 반칙 만들려고 헐리우드 액션! 하는 것도 기술이래요.”

어…. 그것도 맞지. 승준이가 아주 이런 건 빠르게 배웠구나?

현실에 진정한 스포츠맨십은 땅에 떨어졌나?

“하지만 이건 사커가 아니에요!”

“헉!”

“솔직히 말하세요. 봤죠?”

“네에…. 저만 봤어요. 애들은 안 봤어요.”

이 와중에 다른 아이들을 지키는 승준이었다.

다들 놀란 얼굴로 승준을 쳐다보았다.

시하만이 다른 세계로 떠나가 있었지만.

저기 시하야? 이제 현실로 돌아와 줄래? 거기 꽃밭이 있는 건 알겠는데 집중 좀 해주라.

“전 봤는데.”

윤동이 손을 들자 다른 아이들도 다 같이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이런 장면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시하는 안 바써.”

“응. 그래. 그렇구나.”

그건 말 안 해도 안단다.

넌 여기에 지금 관심 없었잖니!

시하의 한마디에 뭔가 분위기가 와장창 깨진 것 같다.

그래도 솔직하게 말한 건 말한 거고 몰래 본 것과 거짓말한 것은 잘못이니 따끔하게 말해야 했다.

“다들 몰래 보거나 거짓말을 했네요. 선생님이 딱히 벌은 안 주겠지만 나중에 엄청난 벌이 돌아와요.”

“헉! 설마 사커공이 사라지나!”

“그건 안 사라질걸요?”

“하나는 노래교실 이제 못 가?”

“갈 수 있겠죠.”

종수도 핫! 하고 정신을 차렸다.

“선생님! 엄마한테 말할 거죠! 다 일러바칠 거죠!”

그렇게 말하면 선생님이 고자질쟁이가 된 거 같잖니.

옆에 있는 재휘가 오들오들 떨면서 ‘높은 곳에 매달아 호랑이 팬티만 입힐 거야.’라고 했다.

거, 유서 깊은 패션의 역사인데 너무하네.

“흠흠. 다들 진정하세요. 선생님이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에요. 자! 생각해 보세요. 이번 달에 아주아주 중요한 날이 있죠?”

“???”

“다들 기억 못 하네요. 바로바로 크리스마스! 거짓말을 하거나 나쁜 어린이에게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 주신다고요! 그래서 이번 마지막 퀴즈 정답은 바로!”

선생님이 사슴을 아니 순록을 꺼냈다.

“루돌프입니다!”

“…….”

침묵이 이어졌다.

루돌프나 사슴이나 별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종수가 말했다.

“루돌프가 사슴 아니에요?”

누군가 등을 긁는 시원한 물음.

선생님이 손을 까딱까딱 흔들었다.

“후후후. 루돌프는 순록이죠.”

“순록은 사슴과던데. 그럼 사슴 맞잖아요.”

“어?”

“맞죠? 저 알아요. 그거 아빠가 말해줬는데.”

선생님은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사슴과인지 잘 몰랐다.

“맞아요. 사슴과죠. 선생님이 이것도 잘 알고 있는지 시험해 봤어요.”

“그럼 딸기 찹쌀떡 먹을 수 있죠?!”

“아니지. 어디서 속이려고요! 이미 커닝했잖아요.”

“아!”

선생님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에는 절대 안 한다고 약속하면 줄게요. 자, 약속!”

아이들이 새끼손가락을 걸고 선생님과 약속을 했다.

“이거 어기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줘요. 알았죠?”

“네!”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는가 했지만.

“샘.”

“응? 시하야. 왜?”

“산타 모야? 할아버지 산 올라가?”

시하야. 산 타는 할아버지가 아니야.

어? 그러고 보니 산타 할아버지가 산에 살긴 살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시하는 산타를 몰랐다.

***

선생님이 오랜만에 스케치북을 꺼냈다.

시하가 산타를 모를 줄 알고 이미 이야기를 준비했다.

“여러분 오늘은 산타클로스 이야기를 해줄게요.”

하지만 아이들은 듣고 있지 않았다.

딸기 찹쌀떡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시하야. 이거 맛있다. 안에 딸기 맛이야.”

“아아! 마시써!”

“하나도 이거 좋아!”

딸기 퓌레가 들어간 거라 아이들이 엄청나게 좋아했다.

선생님은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서 씁쓸하게 쪼그려 앉아서 스케치북을 긁었다.

난 딸기 찹쌀떡보다 못한 존재야…….

“샘.”

“시하야…….”

선생님에게 다가오는 이시하.

감동이었다. 역시 잊지 않아 주었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다시 자존감이 올라왔다.

“머고 시퍼여? 나너 먹으까?”

“응. 아니야. 선생님은 그걸 바란 게 아니야?”

“마시써여. 참 마시써여.”

“응. 아직 존댓말이 익숙하지 않지?”

“아냐. 시하 잘해.”

그래. 잘한다. 잘해.

그러니 선생님 이야기 좀 들어주지 않겠니?

시하가 딸기 찹쌀떡을 냠 하고 먹었다.

앞에서 오물오물하며 눈을 맞췄다.

“시하야. 선생님이랑 너무 가까운 거 아니야? 저기서 애들이랑 같이 앉아요.”

“샘. 머 먹고 시퍼?”

“배고파서 이러는 게 아니에요.”

시하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선생님에게 더욱 다가갔다.

귓가에 속삭인다.

“샘. 하장실. 하장실. 시하 아라. 또 가. 또.”

“응? 그거 아닌 거 같은데?”

아무래도 퀴즈 시간에 화장실 갔던 게 생각나나 보다.

그래서 이렇게 화장실을 또 가라고 하는 거고.

“아냐. 시하 아라. 형아 말해져써. 참으면 병 대. 병.”

“어, 그건 맞긴 한데 선생님은 화장실 가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시하야. 스케치북이 안 보이니?”

“!!!”

시하가 눈을 크게 떴다.

충격받은 얼굴.

“샘. 하장지 써야 해.”

“어…….”

시하야. 선생님 갑자기 혼자 있고 싶어졌어.

제발 이제 내버려 둬! 대체 무슨 오해를 하는 거야. 설마 화장지 대신 스케치북을 쓰겠니?

이제 아이들의 관심에서 멀어줬으면 하는 선생님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찹쌀떡으로 배를 채운 아이들이 실컷 떠들었는지 선생님에게 집중했다.

승준이 말했다.

“쌤. 산타클로스 이야기한다고요?”

“하나도 궁굼해!”

“아아! 시하도!”

시하야. 인제 와서?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니?

아무래도 그냥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리액션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시하도!’는 무조건 반사 같은 거지.

선생님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흠흠. 다들 궁금하죠? 선생님이 가져온 이 산타클로스 이야기가.”

“네!”

이때 종수가 안 나서면 조금 섭섭하다.

“선생님! 산타클로스 이야기 아는데요! 루돌프 나오고 그런 거잖아요. 노래도 아는데!”

“후후후.”

“또 다른 이야기라고 하실 거죠? 다 알아요.”

“어, 그렇지. 이제 잘 아는구나.”

시하는 원래 루돌프 이야기가 뭔지 궁금했다.

“샘. 루돌푸 모야?”

“순록은 사슴같이 생긴 애야. 그런데 루돌프라는 순록이 코가 빨개. 아주 반짝거려.”

“왜?”

“빨간 코로 태어났어. 그래서 다른 애들이 자신들과 다르다며 루돌프를 놀려댔어.”

“왜? 레드자나.”

레드가 모든 멋짐을 나타내는 건 아니란다. 만능이 아니라고!

“고추장 같은 매운 빨간색이라 멋있지는 않았는지도 몰라.”

“아아.”

시하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통한다고?

아무튼, 대충 루돌프 이야기를 들었던 아이들을 위해 스케치북을 들었다.

“그럼 지금 시작합니다. 제목은.”

[루돌프 잡스의 이야기.]

“정말 루돌프는 다르게 태어난 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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