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화
황금열쇠에 쓰여 있는 것.
[장기자랑을 해서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5만 원씩 줍니다.]
바로 장기자랑!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꼭 하나씩 껴 있었다.
심지어 전제도 별로다. 판단은 상대방 몫!
어쩌면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자, 생각해 보자. 이 세 사람은 마치 필요한 돈만 쓰고 저축만 하는 형태의 소비를 보인다.
돈을 써야 도는데 어떻게든 비싼 땅과 건물을 사기 위해 아낀다.
크으. 이해는 한다. 나 역시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니까. 그런데 이런 소비 형태를 가진 사람에게 장기자랑으로 돈을 얻으라고?
굉장히 쉽지 않았다.
‘잠깐!’
거래에서 중요한 건 상대방을 파악하는 것!
현재 게임을 참가하는 플레이어는 넷! 관중과 보조를 하고 있는 건 하나.
세 명은 외국인이고 한 명은 한글을 잘 읽을 줄 모르는 아이.
그렇다는 것은 황금열쇠에서 읽을 수 있는 부분이 5라는 것뿐이다.
「흠흠. 각자 제게 축하로 5만 원을 달라고 하네요. 여기 보이죠?」
「5라고 적혀 있는데…. 흠. 정말 그런 엄청난 게 있다고! 완전 자기 마음대로구만! 내 황금열쇠는 무슨 사회기금을 달라 하고! 사회에서 내게 해준 게 뭐 있어!」
어라? 과몰입이 심하시구만.
미국은 기부의 나라라고 아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하긴 이 부루마불이 내게 뭘 해줄 수 있겠나. 심지어 저기에 걸리면 기금을 다른 사람이 타 먹을 수 있다.
어? 원래 복지 개념이 그거 아니었나?
「그럼 다들 제게 5만 원을.」
「잠깐!」
루나가 내 손목을 턱 하고 잡았다.
황금열쇠를 휙 하고 뺏더니 자세히 노려보았다. 후후후. 아직 읽을 수 없을 건데 말이야.
폰을 꺼내더니 뭔가 조작을 한다.
찰칵 소리가 나더니.
「아앗! 거짓말! 장기자랑하고 받는 거잖아!」
「뭐라고?! 아니! 시혁! 어떻게 된 겁니까! 말이 다르지 않습니까! 설마 사회기금도?!」
타이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역시 이상했어! 이거이거. 어떻게든 평범한 서민 돈 뺏을 생각만 하고 말이야!」
갑자기 그게 왜 나와요…….
여기 부루마불이 사회의 축소판인가.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사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들켰네?
역시 과학의 발전으로 사기 치기 힘들어졌구나. 저런 앱이 있다니…….
그래도 완벽하지 않나 보다.
마음에 들면! 이라는 수식어가 없으니.
타이론이 말했다.
「자! 어서 장기자랑 해보시죠. 5만 원 쉽게 벌리는 돈 아닙니다. 아니지. 합쳐서 15만 원이네!」
「해보시죠!」
부녀가 짝짝꿍이 맞다.
시하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형아, 돈 져?’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면 네게 돈 빌리는 철없는 형아 같잖니.
「흠흠. 들켰으면 어쩔 수 없죠. 장기 자랑하겠습니다.」
뭐 할지 고민하다가 마술을 하기로 했다.
왜 저번에 손가락 마술을 하다가 시하가 걱정을 해서 실패해버린 거 있잖은가.
이번에는 심기일전해서 시하가 걱정하지 않는 동전 마술을 조금씩 연습했다.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꺼냈다.
100원짜리보다는 500원짜리가 커서 핑거 팜(손가락으로 감추는 것)을 하기에 편했다.
「마술을 할게요.」
내 말에 시하와 루나의 눈이 빛났다.
아이들은 역시 마술을 좋아하나 보다.
왼손의 엄지와 검지로 동전을 잡았다. 오른손은 동전을 감싸고 그대로 위로 들어 올린다.
후 하고 바람을 불며 아이들 눈앞에서 오른손을 펼친다.
“아아! 업써!”
“오! 업써!”
「정말 신기하구만.」
나는 왼손을 펼쳐서 동전이 여기로 이동했다는 걸 보여주었다.
“동전이 왼손으로 이동했네요!”
“아아! 형아 갱장해!”
“오! 갱장해!”
루나가 시하의 말을 또 배웠다. 발음 괜찮으려나?
나는 장기자랑을 했으니 돈 달라고 했다.
그런데 두 부녀는 모른 척 고개를 돌린다. 내가 눈을 부릅뜨자 못 이기는 척 주었다.
그리고 시하는.
“형아. 여기!”
“응. 고마워.”
“잘해써!”
돈을 주며 내 어깨를 토닥토닥한다.
뭐지? 사장님이 일 잘했다고 보너스를 주는 느낌인데?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런 장면이었다.
타이론이 손바닥을 보였다.
「잠깐만!」
「왜요?」
「사회기금도 진짜인지 봅시다. 시혁 씨를 믿을 수 있어야지.」
「그건 진짠데요?」
「그럴 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내가 확인하도록 보여주자.
「말도 안 돼! 이런 나쁜 놈들! 맨날 뺏어가기만 하고!」
「타이론은 돈 많이 벌었지 않아요?」
「그건 현실 돈이고요. 여긴 이 화폐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비싼 걸 사서 돈이 별로 없는 타이론이 전전긍긍했다.
역시 사람은 풍족하게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나 보다.
시하가 돈 마나! 하면서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응. 시하야. 호텔 좀 사고 그래라. 돈 많은 게 좋은 게 아니야.
다른 사람들보다 수북이 쌓인 돈.
아무래도 자기가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시하가 주사위를 굴렸다.
말이 옮겨진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아?”
서울에 당첨되었다.
타이론이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시하는 모든 돈을 없어지는 걸 보며 나라를 잃은 표정을 지었다.
불쌍하지만 나는 저 표정이 너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이. 타이론 선수. 나이에 안 맞게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닙니까…….
부루마불의 승자는 결국 타이론으로 확정 났다.
제길. 서울 이 자식. 어떻게 다른 나라보다 제일 비싸냐고. 서울 너무 비싸!
***
예상했듯이 한 번이 끝이 아니었다.
처음 우승을 차지한 타이론이 정말 좋아했지만 반복되는 게임에 점점 지쳐나갔다.
아니, 애들은 왜 안 지치는데! 이게 아직도 재밌어?
이런 마음으로 부모들은 권태가 가득한 눈동자로 반사적으로 주사위를 굴리고 기계적으로 돈 계산을 할 뿐이다.
사무적으로 일 처리를 하는 것 같다.
타이론이 지겨운지 넌지시 운을 띄웠다.
「시혁. 좀 더 재밌는 거 없을까요?」
「타이론. 뭘 모르시네요.」
「뭐가 말입니까?」
「이게 제일 체력이 덜 들면서 편한 놀이입니다.」
「!!!」
타이론이 내 말에 엄청난 사실을 깨달았다는 듯이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현자…….」
「푸핫! 뭘 또 현자까지 가요?」
「그래도 딴 거 하고 싶네요. 가만히 앉아있으니까 몸이 쑤셔서.」
「운동선수라 그러신가?」
「이건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똑같을 겁니다.」
「그렇다고 이 추운 날 나가서 놀기도 좀 그렇고. 그래도 잠깐 산책이라도 하러 가자고 할까요?」
루나가 우리 이야기를 들었는지 싫다고 했다.
타이론과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쩔 수 없이 흥미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건 어때? 엄청난 보물찾기.」
내 말에 두 아이가 의문 어린 얼굴을 했다.
그래. 궁금하겠지. 살며시 일어나 헛기침을 했다.
“이름하여 황금열쇠를 찾아라!”
“아? 모야?”
“모야?”
나는 싱긋 웃으며 일단 집에서 나가자고 했다.
밖에 황금열쇠를 숨겨놓은 데가 있는데 그걸 많이 모으면 게임에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상품도 있다.
바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그럼 밖으로 고고.”
공원으로 나왔다.
타이론이 살 것 같은지 껄껄 웃는다.
집에만 있어서 많이 답답했나 보다. 아내인 엠마는 집에 있겠다고 해서 이렇게 넷이서만 나왔다.
“형아. 열세 어디?”
“응. 잠깐만. 좀 더 가면 얻을 수 있어. 둘은 모르겠지만 상품은 그냥 아이스크림이 아니야.”
“모야?”
내가 화면에 아이스크림을 띄워서 보여주었다.
“아?”
“와우!”
아이스크림 케이크. 동그란 모양이 9개가 있고 그 위에 캐릭터들이 화이트 초콜릿 위에 새겨져 있었다.
왜 케이크 위에 꽂힌 글자 있는 초콜릿 있잖은가.
근데 저건 먹을 수 있기는 한데 별로 먹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들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걸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기분 좋은가 보다.
“도착했다! 바로 여기야!”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체육공원.
전에 캐치볼 하러 왔지만 다 둘러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야말로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곳이다.
특히 흔들다리와 미끄럼틀, 이상한 동굴.
심지어 집라인이 있다는 것도 한몫했다.
「아, 여기.」
루나가 많이 와봤다는 듯이 실망감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숨겨진 황금열쇠 때문에 조금 의욕이 생긴 듯이 보였다.
나는 가방에서 자물쇠가 달린 저금통을 꺼냈다.
“여기에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이 들어있어. 근데 자물쇠로 잠겨 있지? 그래서 여기에 맞는 황금열쇠를 찾아야 해.”
물론 아직 황금열쇠는 숨겨두지 않았다.
이제부터 아이들이 찾는 틈을 타서 타이론과 내가 숨겨둘 것이다.
“열쇠는 총 7개를 숨겨두었어. 진짜 열쇠는 단 하나뿐이야!”
다들 의욕 어린 얼굴을 한다.
“그럼 스타트!”
“스따뚜!”
“스타트!”
시하가 도도도 달려가 둥근 동굴로 쏙 들어갔다.
루나도 거기에 있는 거 같은지 같이 안으로 들어간다.
저긴 대체 뭘까?
「타이론. 이제 열쇠를 숨길 차례에요. 제가 4개 숨길 테니 타이론이 3개 숨겨주세요. 좀 잘 찾을 수 있을 만한 데로?」
「재밌겠네요.」
우리도 아이들처럼 흩어져서 열쇠를 숨겼다.
열쇠만 달랑 숨기면 찾기 힘들게 분명하니 작은 비닐 팩에 담아두었다.
열쇠가 워낙 작기도 해서 말이지.
“시하야. 찾았어?”
“형아. 재미써!”
“???”
동굴이 미끄럼틀과 이어져 있었는데 반대편으로 쏙 나오는 게 보였다.
뭐야. 저기. 진짜 재밌어 보이는데?
“루나 누나. 저거 타자.”
“예쓰!”
열쇠는 안 찾고 둘이서 신나게 놀고 있다.
나는 그 뒤를 따르며.
“시하야. 찾고 있지?”
“아아. 시하 차자. 저기 가써. 이제 안 가.”
“어? 그래. 동굴 또 안 가기는 하더라.”
“시하 저기 차자.”
시하가 흔들다리를 가리켰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한 번씩 다 타보겠다는 거 아니야?
이시하. 네 속셈 다 들켰어.
“형아. 훈둘훈둘. 헛둘헛둘.”
“헛둘헛둘은 왜 나오지?”
시하가 흔들다리가 신기한지 이리저리 흔들었다.
이미 루나는 좌우로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시하. shake it! shakt it!”
“아아! 새키. 새키.”
“잠시만 시하야. 발음 조심하자.”
루나가 흔들다리에서 밧줄을 놓았다.
시하는 생명줄이라는 듯이 꼬옥 잡고 있었는데 루나의 행동을 보자마자 따라 했다.
“좋아. 시하야. 균형감각을 이용하는 거야. 넌 할 수 있어.”
“아아! 할 수 이써.”
“그래!”
덥석.
저기 시하 씨? 밧줄 놓는 건 좋은데 제 다리는 왜 잡고 있으시죠?
“형아. 시하 해써!”
“응. 하긴 했는데 형아 다리는 놓고 해보자.”
“아냐. 해써야.”
“응?”
“형아 손 떼써.”
“그렇지. 형아도 손 뗐지.”
“시하도 떼서. 형아랑 가타. 가치 훈둘훈둘이야.”
“어?”
말이 그렇게 되나?
덩어리로 치면 하나가 된 게 맞고 흔들리는 것도 맞는데…. 응?
“아니야. 형아 다리도 놔야지. 형아는 레드형아잖아.”
“!!!”
시하 논리 격파.
어쩔 수 없이 시하가 손을 뗐다.
하체만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물론 나도 그렇게 되어있겠지만.
“그럼 뒤돌아서 앞으로 가자!”
“아아!”
어느새 루나가 끝에서 시하에게 빨리 오라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꼼지락꼼지락.
아주 미세하게 흔들다리를 지나고 있다.
오늘 안에 도착할지 모르겠다.
“시하야. 빨리 뛰어서 가면 금방 도착해.”
“정말?”
“응.”
시하가 도도도 달려갔다.
“형아아아!”
“으하하. 엄청 흔들린다!”
“형아. 띠지 마!”
“어? 그래…….”
내가 뛰면 더 흔들리는 걸 알다니. 역시 시하는 천재였다.
곡절 끝에 도착한 시하는 ‘휴 힘드러.’ 하면서 땀 닦는 시늉을 했다.
저기 시하 씨. 땀 하나도 안 났어요.
“형아!”
“응?”
“차자따!”
시하가 흔들다리 내려가는 계단에 숨겨둔 열쇠를 발견했다.
과연 단번에 알맞은 열쇠일까?
사실 나도 섞어놔서 잘 모르겠다.
시하랑 루나가 뛰어가서 자물쇠에 열쇠를 꽂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