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0화 (200/500)

200화

시혁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 물은 강에서 흘러서 바다로 가. 그것뿐만 아니라 바로 여기에 오기도 해.”

부엌으로 가서 물을 틀었다.

시하도 거기에 대해서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물이 우리에게로 와. 알았지?”

“아아.”

“그다음에는 물이 얼마나 소중하냐면…. 앗! 그건 나중에 이야기해 줄게. 우리 빨리 씻고 밥 먹자.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아?”

둘은 그렇게 밥을 먹고 양치를 한 뒤에 어린이집으로 출발했다.

시혁과 시하는 도착하고 나서 선생님께 인사를 건넸다.

“다희샘. 안녕하세요.”

“샘. 하이!”

“네. 안녕하세요. 시혁 씨랑 시하는 오늘도 씩씩하네요.”

선생님이 살포시 웃으며 둘을 반겨 주었다.

시하가 선생님에게 오늘 형아가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샘. 몽실이. 비실이. 하늘 가써. 비 만드러. 물 대써. 시하 배에 가써.”

“으응?”

이게 무슨 소리일까?

갑작스러운 말에 선생님은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그렇게 몽실이와 비실이의 기억을 끄집어내려는데 시혁이 뒤에서 보충 설명을 해 줬다.

“구름이 비가 되어서 수돗물로 나온다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시하의 배에 들어가는 거죠. 사실 오늘 광고 캠페인 공모전이 있어서 시하에게 물 부족에 대해서 설명하느라.”

“아! 그랬어요? 어때요? 잘 이해하던가요?”

“하하. 시간이 없어서 물이 어디서 오는 것만 말해 줬어요. 몽실이와 비실이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니까.”

“아하! 그럼 나머지는 제가 알려주도록 할게요.”

“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선생님이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어떤 재미난 놀이를 할지 고민 중이었다.

언제나 놀이는 교육!

엄청나게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지만 그걸 결정하는 건 그날그날 일어난 일들이다.

마침 물에 관한 관심을 시하가 가졌으니 거기에 대해서 또 놀았으면 싶었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정말 좋아하지만 물이 소중하다는 걸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좋겠어요.”

“음음.”

“사실 해줄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서 선택 장애가 오거든요.”

“대체 얼마나 많길래…….”

“흠흠. 아무튼, 그 뒷부분은 걱정 마세요. 그날그날 할 수 있는 걸 선택하는 것뿐이니까요.”

“대체 뭘 할지 궁금하긴 하네요.”

“괜찮으시다면 같이 놀고 가실래요?”

선생님의 말에 시하의 고개가 휙 위로 올라갔다.

‘형아가 오늘 같이 놀아?’ 하는 눈빛이었다.

시혁이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오늘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 말에 시하가 시무룩해졌다.

시혁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일 끝나고 나서 엄청 많이 놀아줄게.’라고 약속하고 나서야 기운이 났는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승준과 하나가 도착했다.

“시하야. 안녕! 시혀기 형아 안녕!”

“시혀기 오빠 안녕! 시하야. 안녕!”

시혁은 쌍둥이와 인사를 나누고 손을 흔들었다.

시하도 형아를 떠나보내며 바이바이라고 했다.

승준과 하나가 시하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쏙 들어갔다.

선생님은 느긋하게 따라 들어가면서 원장님에게 말했다.

“원장님. 오늘 물 부족 교육을 할 거예요. 전에 말했던 거 있죠?”

“음. 혹시 그거?”

“네. 오늘은 원장님이 아주 바쁘시겠네요.”

“흐음.”

원장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준비할 테니까 애들 관심을 끌어주세요.”

“네에~! 알겠습니다. 그거야 제 전문이죠.”

둘은 그렇게 준비를 했다.

***

딱. 딱.

선생님은 손가락을 튕겼다.

아이들이 뭔 일인지 싶어서 쳐다보았다.

살짝 관심이 생겼을 때 시하를 쳐다보았다.

오늘 계획의 포문.

그걸 열기 위해서 꼭 필요했다.

“시하야. 오늘 형아랑 재밌는 일이 있었다며?”

“아아!”

“그걸 친구들에게도 해 줄래?”

시하가 선생님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해 주었다.

선생님이 그걸 풀어서 말하기 전에 애들이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승준이 말했다.

“아! 몽실이랑 비실이라면 구름 말하는 거지?”

“아아!”

“하나도 아라. 구룸에서 비 내려~”

“아아!”

마지막으로 종수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강이나 우물이 되어서 우리가 그걸 사용하는 거야. 마시는 게 우리라는 거지! 나도 그 정도는 배웠거든!”

저기 얘들아? 너희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듣니?

그리고 종수야. 이건 지식 배틀이 아니야…….

아무튼, 설명할 수고를 덜어서 좋긴 했다.

슬쩍 귀를 기울이니 뒤에서 원장샘이 아직도 열심히 준비 중이다.

그럼 시간을 좀 더 끌어야 했다.

“자. 여러분. 혹시 오늘 물을 꼬옥 잠근 사람! 손들어 보세요.”

다들 자신 있게 손을 들었다.

승준이 말했다.

“아하하! 나는 맨날 혼나서 이제 제대로 꼬옥 잠그는데!”

“오빠는 예전에 많이 혼나써! 하나가 바써.”

“야! 네가 일러바치기도 했잖아.”

“엄마가 말하라 했단 말이야.”

“다 지났는데 치사하게 두 밤 지난 거 말하고.”

“그때 기억났단 말이야.”

어. 그래. 하필 그때 기억날 수 있지.

그래도 막 그렇게 화내면서 혼내지는 않았을 거다.

승준 엄마의 잘 타이르는 소리였겠지.

물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잔소리나 혼내는 거나 거기서 거기일 수도 있다.

“아아. 시하 형아가 해써. 시하 꼭 대써.”

저기 시하야? 그건 시하가 한 게 아니라 형아가 한 게 아니니?

뭔가 하나 던져주면 애들이 신나게 자기 이야기를 한다.

이보다 유쾌한 이야기가 어딨을까.

“그럼 요즘 따뜻한 물 틀 때 샤워기에서 먼저 나오는 차가운 물은 바가지에다가 받아두나요?”

아이들이 그러지 않는지 고개를 저었다.

다들 그저 하수구에 흘려보내는 것이다.

“흠흠. 그러면 안 되는데. 그것도 소중한 물이랍니다. 한 방울, 한 방울 소중한데. 지금 당장 물이 모자라면 어떡해요.”

그 말에 선생님이 종수를 힐끗 보았다.

“아! 선생님! 말도 안 돼요. 무슨 바로 물이 모자라요.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아니야. 이렇게 낭비하면 전에 만들었던 우물신에게 혼나요.”

“말도 안 돼!”

역시 종수는 예상대로 반응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동조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쉽사리 믿지 않은 표정이다.

“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네!”

“흐음. 나중에 혼나도 선생님은 몰라요.”

때마침 선생님의 뒤에서 원장님의 비명이 들렸다.

“아악! 물이 왜 이래?! 이제 나오지 않아!”

그 말에 아이들이 호다닥 뛰어갔다.

완전히 나오지는 않는 게 아니었고 물이 졸졸 떨어지는 정도.

부엌에서 정말로 조금씩 떨어지는 물에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냉장고에 있는 생수도!”

아이들이 눈이 돌아갔다.

선생님이 냉장고의 문을 열고 생수병을 보여주었다.

붉디붉은 물.

원장님이 프루트 펀치 가루를 탄 물이다.

실제로는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색의 농도가 너무 피처럼 붉어서 아이들의 눈에는 도저히 마실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헐?! 말도 안 돼!”

“하나눈 무서어.”

“아아. 레드!!”

저기 시하야? 레드면 다 좋은 거 아니야. 이거 못 마시는 거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핑크 레모네이드를 탈 걸 그랬다.

“아니. 이제 물도 못 마시겠네. 아! 여기 작은 생수는 살아 있어요.”

아이들이 냉장고 주위로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500밀리 생수 7개.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차릴 정도로 너무 노골적인 개수였다.

“자. 다들 이걸 가지고 아끼고 또 아껴서 마시세요. 지금은 아포칼립스 상황이에요.”

“아? 아포?”

“흠흠. 아무튼, 물 마실 수 없는 상황이에요. 알았죠?”

“네.”

다들 생수를 하나씩 챙겼다.

시하는 펭귄 가방에 넣었다.

아이들도 그걸 보더니 따라서 생수를 넣기 시작했다.

시하가 가방을 멨다.

“샘. 다해써.”

“으응? 근데 가방은 왜 챙겼어?”

“페페 물 마셔.”

“아. 그래서 물 넣은 거야?”

“아아.”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었다.

그런데 시하가 하니까 왠지 다들 따라서 가방을 멘다.

선생님은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제 어쩌죠? 물이 그거밖에 없으니. 뭔가 방법을 찾아야겠어요. 우리 우물신이 화를 풀 수 있게 뭔가 생각해 보죠.”

“아?”

아이들이 골똘히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떠오르는 게 없었다.

승준이 좋은 생각이 났는지 벌떡 일어섰다.

“나 알아! 이거 우물신하고 사커하면 대. 이기면 다시 돌아올 거야.”

승준아.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니?

“아니야. 하나는 노래 부를 거야. 노래하면 재미쓰니까. 기분 조아져.”

하나는 꽤 괜찮은 의견을 냈다.

옆에 있던 시하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손을 들었다.

“네. 시하 해 보세요.”

“형아가 해써. 우물신 파박. 으악 해.”

저기요? 시하야? 너에게 형아는 아주 만능이구나. 이제 하다못해 신마저 죽이는 시혁이니?

“일단 우물을 만들어 동전을 던지자. 예전에 해봤던 게 좋을 거 같아.”

공부를 열심히 하는 종수의 판단.

확실히 예습과 복습에 철저한 의견이었다.

재휘는 옆에서 ‘그냥 가만히 있자.’라고 하고 있었다.

윤동은 춤으로 기분을 풀자고 하고 은우는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고 했다.

다들 개성에 맞는 의견이었다.

선생님이 손뼉을 치며 정리했다.

“그럼 일단 우물신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우물을 만들어볼까?”

아이들이 벽돌 장난감으로 둥그렇게 우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의견을 종합해 모든 걸 다 해 봤다.

노래, 춤, 축구.

승준의 강력한 슈팅이 우물을 파괴했지만 뭐 그건 넘어가고.

“헥헥. 이제 힘들어.”

다들 승준의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가방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그렇게 실컷 노니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꼬르륵.

“아, 배고프다!”

“아아!”

“하나도!”

아이들이 원장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참으로 곤란한 듯 한숨을 쉬었다.

“어쩌지? 밥할 때도 물이 있어야 하고, 국을 해도 물이 있어야 하는데. 반찬도 그렇고.”

아이들이 물이 그렇게 중요했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하나 밥 못 머거?”

“다들 물을 조금씩 나눠주면 먹을 수 있어요. 그걸로 요리해 볼게요.”

“이거 하나 머글 물인데….”

아이들이 고민하더니 결국 물을 모으기로 했다.

원장 선생님이 가져온 바가지에 생수를 조금씩 넣었다.

시하는 아이들 많이 먹으라고 다 털어 넣었다.

그걸 본 승준이 놀라서 시하를 보았다.

“시하야. 다 넣으면 너 뭐로 머거?”

“개차나. 개차나. 형아가 이써.”

선생님이 시하의 말에 황당하다는 듯이 보았다.

저기요? 시하야? 형아가 이 상황을 어떻게 알고 오니? 멀리서 물을 텔레포트 시켜서 준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아무튼, 그렇게 아이들의 물을 모아서 원장선생님이 바가지를 들고 가셨다.

밥 금방 해준다는 말과 함께.

이제 아이들에게 남은 것은 조금의 물뿐이었다.

그렇게 5분 후.

“자! 밥 다 됐어요!”

원장선생님이 아이들의 식판에 밥을 퍼주며 반찬을 놓았다.

아이들이 ‘잘 먹겠습니다.’를 외치며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물로 모아서 만든 맛있는 밥.

그래서 더더욱 특별했다.

다들 배가 많이 고팠는지 푹푹 잘도 떠먹었다.

하지만 아직 물의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 디저트로 목이 퍽퍽해질 수 있는 파운드 케이크가 나왔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것도 모르고 맛있게 먹어치웠다.

“아. 목마르다.”

“아아.”

아이들이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고민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시하도 마시고 싶었지만 이미 다 떨어지고 없었다.

윤동이 그 모습을 보더니 물을 가지고 다가갔다.

“시하야.”

“아?”

“그러길래 왜 다 부었어. 너 바보야?!”

그렇게 윽박지르며 윤동이 자기 생수를 내밀었다.

“아?”

“이제 한 번 마실 수 있어서 필요 없어.”

“아아. 고마어.”

시하가 윤동의 생수를 꼴깍꼴깍 마셨다.

선생님은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아이들이 참 착했다.

그런데…….

뒤에 있던 승준이 충격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도 마시고 시하에게 주려고 했는데 한발 늦어버렸다.

하나가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오빠 머 해?”

“큽. 옐로카드를 받았어.”

“으응?”

선생님은 속으로 생각했다.

승준아. 좀 늦은 거 갖고 그 정도의 일은 아니지 않니?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