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5화 (185/500)

185화

제일 먼저 간 곳은 국문과 부스였다.

시하에게 소떡소떡을 먹여주고 싶었다.

“짜잔. 시하야. 소떡소떡이야!”

“아?”

시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시지가 아니라 소고기였으니까.

눈동자에서 ‘소, 소시지는 어딨지?’라는 게 보였다.

“형아. 햄은? 햄.”

“하하하. 여기는 소시지 대신 소고기를 끼워 넣어 팔아. 맛있으니까 한번 먹어봐.”

내가 시하 손에 쥐여주자 음식 한 번 보고 나 한 번 본다.

입가에 가져가 떡을 먼저 베어 문다.

소스가 맛있는지 눈을 크게 뜬다.

“아아! 형아! 마시써! 소고기. 마시써.”

“시하야. 네가 먹은 건 떡이야.”

먹지도 않았는데 맛있다고 하는 이시하.

대단했다.

그걸 보며 승준이 크게 한입 먹었다.

떡과 고기를 같이 빼서 먹었는데 입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진짜 맛있다! 샘. 맛있어요.”

“그래? 선생님도 먹어볼까?”

“하나도 마시써. 수혀니 언니가 해서 더 마시써!”

하나도 만족스러운지 볼을 빵빵하게 하고 먹었다.

그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이 흐뭇하게 웃었다.

서수현이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

“시하야. 왔어? 하나하고 승준아. 안녕~ 맛있니?”

“아아. 개굴! 마시써.”

“수현이 누나 대박!”

“하나는 아까 칭찬해써!”

셋의 반응에 서수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앉아서 먹는 게 앙증맞은 셋.

테이블에 주스도 시켜서 신이 났다.

왠지 지나가는 학생들도 냄새와 아이들의 모습에 이끌려 오는 것 같다.

“우리도 저기서 하나 먹어볼까?”

“포스터 너무 귀엽다. 소떡소떡을 흔들고 있네?”

“아! 이거 식당에서 봤던 거네.”

포스터도 한몫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시하가 포스터를 못 봤네.

옆에서 어린이집 선생님이 풋 하고 웃었다.

“시혁 씨. 저 포스터는 어떻게 된 거예요?”

“아. 그냥 이런 부스에 놔두면 홍보도 될 거 같아서요. 과에서 만든 소떡소떡 그림도 붙여봤어요.”

“언제 저런 걸 했대요?”

“하하하.”

나는 그저 웃었다.

마치 선생님에게 저런 말을 들으니 장난치다가 딱 걸린 학생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승준과 하나가 궁금한지 의자에서 내려와 포스터가 있는 기둥으로 달려갔다.

올려다보며.

“와! 시하 그림이다!”

“진짜 소떡소떡 들고 있네? 하나도 들고 이써!”

시하는 관심이 없는지 드디어 소고기를 먹고 있다.

소고기는 중요하지. 암!

열심히 입으로 오물오물 먹다가 승준이 손을 잡고 끌고 갔다.

드디어 눈에 들어온 포스터!

“형아. 시하 그림.”

“응. 시하 그림이네.”

“소고떡. 소고떡.”

“응. 소고기와 떡이네.”

“이거 시하 그림 아냐.”

“그건 국문과 누나가 그린 거야.”

“개굴?”

“아닐걸? 수현아. 이거 누가 그렸어?”

서수현이 턱짓으로 한 후배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쟤가 그렸나 보다.

뭐 누가 그렸든 상관없겠지.

“이제 다 봤으면 갈까? 슬슬 사람도 엄청 많아지는 것 같은데?”

“아냐. 시하 머거.”

“이런 건 먹으면서 가는 거야. 가자. 주스는 형아가 들고 있을게.”

우리는 그렇게 국문과 부스를 나갔다.

애들도 소떡소떡에 상당히 만족한 표정이다.

다음은 게임 개발 동아리 부스.

이거야말로 꼭 보여주고 싶은 메인이다.

애들이 좋아하는 게임도 할 수 있을뿐더러 시하의 캐릭터 굿즈도 있으니까.

“응?”

“형아? 마나. 마나!”

“와! 사람 많다!”

“하나도 저기 가고 시퍼!”

그러게. 왜 이렇게 많지?

부스 주위가 바글거렸다.

게임 개발 동아리 부스뿐만 아니라 그 옆 부스 역시 줄이 길게 서 있었다.

대체 뭘 하면 이렇게 길게 서 있을까 싶었다.

선생님이 옆에서 물었다.

“일단 어디에 줄 서야 해요?”

“네? 아! 저기에 서면 되는데 줄이 장난 아니네요. 이렇게 길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우리는 일단 줄을 서서 기다렸다.

괜히 시하와 애들이 심심할까 봐 선생님이 퀴즈를 내주셨다.

역시 어린이집 선생님!

“자. 문제 나갑니다. 다들 집중해서 들어야 해요!”

“네!”

저기요. 앞사람과 뒷사람들?

왜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나요?

이 사람들도 폰만 보고 있기 심심했나 보다.

“다들 6을 열 번 외치세요. 6! 6!”

시하와 애들이 앙증맞은 손가락을 굽히면서 6을 외쳤다.

나도 곁에서 중얼거렸는데 앞뒤 사람들은 왜 따라 하는지 모르겠다.

저기요? 많이 심심하셨나요?

“신데렐라에 난쟁이는 몇 명?”

“아아! 육!”

“육이다!”

“아니거든! 일곱 명이야! 하나 알아!”

선생님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신데렐라에는 난쟁이들이 안 나옵니다!”

“아?”

“아악! 백설공주였다!!”

“아…. 하나 알았눈데…….”

주변 사람들도 자신들이 틀렸다며 웃고 있다.

나 역시도 깜빡 속아 넘어갔다.

숫자에 집중해서 이런 기본적인 걸 속아 버리다니.

“샘. 또! 또!”

“음. 그래? 재밌지? 그럼 다음 문제 나갑니다.”

이번에는 꼭 맞춰야겠다.

“엄마가 아들, 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떨어져서 티비 봐라! 왜 이렇게 말했을까요?”

이번 문제는 의외로 평범했다.

애들 교육 차원에서 낸 문제인가 싶었다.

가까이서 보면 눈이 나빠지니까.

승준이 알았다는 듯이 손을 번쩍 들었다.

“알았다! 눈 나빠져서! 엄마가 맨날 그러는데!”

“아니야. 티비 볼 시간 다 대서야.”

음. 승준 어머니는 티비 볼 시간도 정해 두나 보다. 그럴싸한데? 어느 것도 정답이 아닐 수 없다.

선생님이 시하를 보았다.

나도 시하의 답이 궁금했다.

“시하는 어떤 답이니?”

“시하 가까이. 티비. 부끄러 해. 시하. 멀리. 멀리. 가야 해.”

“어?”

설마 가까이 가면 티비가 부끄러워한다는 답이 돌아올 줄 몰랐다.

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시하는 천재인 것인가?!

선생님이 의외의 대답에 살짝 당황했지만, 곧바로 침착함은 되찾았다.

“네! 셋 다 틀렸어요!”

“아?”

“어? 말도 안 돼!”

“마자!”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설마 이건 난센스 퀴즈였었나?

우리 모두 선생님의 입을 바라보았다.

“정답은 바로!”

“바로?”

“아들, 딸이 티비를 가리고 있었기 때문! 일어나서 보니까 티비가 안 보였던 거죠.”

으음? 뭔가 있을 법한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승준과 하나가 인정 못 한다는 분위기였다.

“아닌데! 볼 수 있는데! 티비 벽에 있는데!”

“마자! 하나 일어서도 못 가리는데!”

선생님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 때는 벽걸이 없었다고…. 티비 뒤에 브라운관도 컸다고…. 이게 세대 차이인가?”

괜찮아요. 선생님.

그래도 주변 사람들은 정답을 인정하는 분위기에요.

애들의 공감을 못 샀다는 점에서 탈락이지만.

“흠흠. 아무튼, 여러분들도 사실 다들 정답이에요. 사실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게 하려고 퀴즈를 냈어요.”

“전 공감했습니다. 선생님.”

“고마워요.”

그렇게 퀴즈를 풀다 보니 어느새 게임 개발 동아리 부스에 도착했다.

사람이 많은 것치고는 꽤 여유로워 보이는 동아리 멤버들.

하긴 세팅만 하면 되니까.

게임이야 참가자들이 하는 거고.

“오! 시혁아. 어서 와. 시하도 안녕? 우리 기억하지?”

“당연히 기억하겠지. 시하의 기억력은 우주최강이라고!”

“너희 둘 다 괜히 가까이 가지 마. 애들이 무서워할지도 모르잖아.”

시하가 셋을 보았다.

두리번. 두리번.

뭔가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으니까.

“아아! 서이 경. 서이 경.”

“시하야. 그럴 때는 경 트리오라고 하는 거야.”

“아? 경 투리오?”

내 말에 셋이 동시에 발끈했다.

아무래도 묶여서 불리는 게 기분 나쁜 모양.

하지만 그렇게 말해야 시하가 기억하기 쉬운걸.

“자자. 시하야. 우리 게임하자. 기다리는 사람도 있으니. 이것 봐! 페페 가방이네!”

“아? 아아! 페페! 페페!”

시하가 반가운지 패드 옆에 있는 가방을 보았다.

홍보가 아주 잘되고 있는 것 같다.

옆 부스에서 알리사가 태블릿 가방을 판매하고 있다.

인사하러 가고 싶지만, 이것을 끝내고 가도 상관없겠지.

“자. 다들 여기에 앉자.”

패드는 총 네 개.

스탠드형 티비는 두 개.

뒤에 있는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마련해 두었다.

“시하야. 게임도 펭귄 게임이야. 자, 해 봐.”

“아아.”

“오늘 하루 점수가 가장 높으면 상품도 있어. 저기 봐봐. 10위까지 상품을 주네. 2위면 패드 가방을 줘. 1위면 문화상품권을 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미 있다는 거지. 문화상품권이야 아직 어려서 잘 모를 수 있다.

“문화상품권으로 시하 좋아하는 책을 살 수 있어.”

“아? 아아!”

설명해 주니 이제야 의욕이 생기는 모양.

시하가 눈을 부릅뜨고 게임을 시작했다.

펭귄이 통통 튀면서 장애물을 피한다. 빙판길을 미끄러지면서 가는데 속도감이 상당하다.

슝~ 슝~

주변의 아이템을 먹으면 점수가 올라간다.

[1000점 돌파! 스피드 업!]

보아하니 천 단위로 스피드가 올라가는 것 같다.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인다.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니 시하가 당황해서 연타한다.

탁탁탁!

“아아! 형아!”

결국, 장애물에 맞고 패배.

점수가 나오며 순위가 나오는데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름을 적는 칸이 나오지 않았다.

상위 10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건 컴플레인 걸어도 되지 않을까? 이 프로그램 인성에 문제 있어!

“형아. 페페. 페페. 아야 해써.”

시하가 충격을 받았다.

크윽. 이 게임 만든 개발자 나와!

“형아가 페페 안 아프게 치료해 줄게.”

“아야! 시혁아. 왜 나를 때려?”

“모든 책임은 회장이 져야지.”

“내 잘못이야?!”

김경호가 억울하다는 얼굴을 했다.

물론 만들지는 않았어도 경호가 총책임자임은 틀림없다.

“자. 페페는 치료됐어. 이제 알리사에게 가 보자.”

“아아.”

승준과 하나도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의자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래도 즐거운지 싱글벙글하다.

우리는 옆 부스로 이동해 패드 가방을 보았다.

“하나도 이거 갖고 시퍼!”

“시하 이써.”

시하가 자기 가방을 열어서 패드 가방을 보여 주었다.

저건 또 언제 챙긴 것인지 모르겠다.

어쩐지 오늘따라 가방의 무게감이 있다 했다.

“와! 나도 갖고 싶다! 시하도 가지고 있으니까.”

승준 역시 갖고 싶어 했다.

선생님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음식 같은 건 어차피 어린이집 돈으로 사주는 거니까.

하지만 가방을 사주는 건 좀 다른 문제다.

“그럼 승준이하고 하나가 마음에 드는 가방 색 하나 골라봐. 형아가 사줄게.”

“와! 시혀기 형아. 최고!”

“와! 시혀기 오빠. 최고!”

“아아! 형아! 체고!”

셋이서 가방을 구경하며 알리사에게 인사를 했다.

“가방은 잘 팔았어요?”

“그럼요. 의외로 많이 팔렸는걸요. 벌써 40개나 팔렸어요.”

“와. 많이 팔았네요?”

“그렇다니까요. 특히 여자애들에게 인기 많았어요. 의외로 교수님들도 탐을 내시던데요?”

“그래요?”

“네. 요즘 태블릿으로 피피티나 논문을 많이 보신다고 하네요. 출장 가면 들고 다니기 편하다고.”

“아…. 그렇긴 하겠네요.”

역시 페페 캐릭터는 인기의 상징일지도 모르겠다.

“시혀기 형아! 나는 이거! 블루색!”

“하나는 분홍색!”

“그래. 그래. 사줄게.”

나는 현금을 꺼내서 주었다.

그걸 받으며 알리사가 말했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이 많은 건 저 옆 부스 덕분이기도 해요. 저기 서양학과 부스 기다리면서 게임도 구경하는 거니까.”

“아, 저기요?”

“네. 캐리커처 그려주더라고요. 가격도 싸니까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죠.”

“얼만데요?”

“3천 원이요.”

“싸네.”

“그렇죠?”

이제야 사람들이 몰린 이유를 알겠다.

이런 축제 때 3천 원에 얼굴 그려지는 거면 거저지, 거저.

아무래도 캐리커처, 게임, 굿즈 순으로 사람이 다니는 것 같다.

일종의 코스 같은 거지.

“서양학과가 머리 잘 썼네요. 기다리는 사람들은 저기 게임 화면 보고 있으면 되니까.”

“그렇죠. 게임하려고 줄 서는 사람들도 캐리커처 받은 사람을 보고 갖고 싶어 할지도 모르는 거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방향에서 유입이 잘되고 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이득 보는 건 이 패드 가방 판매일까?

그때 시하가 내 바지를 잡았다.

“형아. 캐리커처?”

“아! 시하는 캐리커처 잘 모르지?”

“아아.”

“저기 보면 시하의 얼굴 특징을 딱 잡아서 만화처럼 그리는 거야.”

“그림?”

“응. 그림이야. 아! 시하가 자주 그리는 SD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돼. 포스터에 어린이집 애들 그렸지?”

“아아. 시하. 그려.”

“응. 그것처럼 그림을 그리는 거야. 한번 그림 받아볼래?”

“아아!”

승준과 하나도 하고 싶다고 하길래 우리는 다시 줄을 서서 기다렸다.

이런 축제 때 재미가 이런 거지.

“하암.”

“시혀기 형아. 아직이야?”

“시혀기 오빠. 아직?”

“응.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하네?”

때로는 기다림이 지루하기도 하다.

승준이 하늘을 가리켰다.

“구름이 벌써 저만큼 갔다!”

“아아! 구룸!”

“그러게. 아! 그럼 형아가 구름을 가져올까?”

아이들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시혀기 형아. 역시 대단해!”

“시혀기 오빠. 대다내!”

“형아! 머시써!”

흠흠. 이 정도는 기본이지.

그런데 주변 사람들 표정이 왜 이렇지?

‘구라 치지 마!’라고 얼굴에 쓰여 있는걸?

이 사람들이 속고만 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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