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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73/500)

73화

요즘 영상을 찍어서 올리는 게 핫하기는 하지만 설마 장난감 수리점까지 영상으로 광고를 할 줄 몰랐다.

어릴 때 느꼈던 향수 같은 냄새가 최첨단 과학으로 도배되는 느낌이었다.

어디 갔을까?

그때 그 시설에 있었던 건물들은.

물론 시대에 맞춰 장사를 해야 한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나는 아저씨를 보았다.

“음. 제가 장난감 갖고 노는 게 재밌을까요?”

“얼굴만 잘 나오면 돼. 재미는 그다음이지. 잘 포장된 얼굴은 누구보다 뛰어난 마케팅이야.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잖아.”

“그렇긴 한데요. 혹시 채널도 운영하세요?”

“요새 다 인터넷이지. 부서진 장난감도 택배로 받고 보내는 시대인데. 뭐.”

“그렇긴 하죠.”

“내 채널도 있어. 한번 볼래?”

아저씨가 자신의 채널을 자랑하듯이 보여주었다.

구독자가 생각보다 꽤 있었다.

5만 명.

수익으로 먹고살 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이 정도면 꽤 괜찮지 않나?

영상 수익이 목적이 아니니까.

“채널이 꽤 성장해 있네요?”

“그치? 나 같은 할배가 나와서 영상 찍는 것보다 이런 젊은 애들이 나오는 게 좋지.”

“다 좀 생기셨네요. 예쁘기도 하고.”

“요즘 젊은 남편이랑 엄마를 위주로 영상을 올린 거지. 하하.”

“고치는 장면도 꽤 넣으셨고.”

생각보다 본격적으로 하는 마케팅에 꽤 놀랐다.

대충 저런 식으로 찍으면 되는 건가?

“아무튼, 이런 영상 찍어주면 이거 공짜로 수리해 준다.”

“오케이. 세상에 완벽한 공짜는 없으니까요.”

요즘 공짜폰이라고 광고해도 진짜 공짜는 아니었다.

그냥 공시지원금도 받고, 비싼 요금제도 들고 하는 거니까.

잘만 계산해 보면 3년간 내는 돈이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이건 다르지.’

영상 하나 찍는 거야 어렵지 않고 장난감 개수도 상당하니 공짜가 맞았다.

“그런데 저는 잘생기지 않은데 괜찮아요?”

“너 정도면 훈남이지.”

“그래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문제였다.

오랜만에 머리에 왁스도 좀 바르고 해야 할까?

영상을 찍어 올린다고 하니 괜히 외모에 신경이 쓰인다.

“일단 알겠어요. 그런데 어떤 장난감을 소개해 주면 돼요?”

“장난감 소개는 아니고 이번에 이 장난감 고치면 그걸 영상에서 쓸 거야.”

“아하. 고친 장난감을 영상에 쓴다? 그러면 고치는 데 꽤 시간이 걸리겠네요?”

“별로 안 걸려. 도색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저건 재봉하면 될 거고. 내일모레 오면 되겠네.”

“그렇게 빨리 돼요?”

“빠른 건 아닌데. 요즘 잠이 별로 없어서. 소일거리로 하는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돈이 많으신 게 분명하다.

“이 가게 취미로 하시는 거죠?”

“뭐 취미라면 취미지. 여기서 고치러 온다는 건 장난감을 소중히 하겠다는 거니까 보람도 되고.”

아저씨가 애들을 보며 살며시 웃었다.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는 애들이 예뻐 보이시나 보다.

“지금은 내가 건물주지만 말이야.”

“잠깐만요. 서사부터 플렉스한데요?”

“에라이. 좀 들어봐.”

갑자기 시작하려는 투머치를 막는 데 실패했다.

“네.”

그때 시하가 내 곁에 다가와 다리를 꼬옥 잡았다.

아저씨가 시하를 보더니 손으로 가리켰다.

“내 아들이 저 아기보다 조금 컸을 때 이야기인데. 좋아하는 로봇이 있었거든. 그런데 내가 돈이 어딨어. 그런 장난감은 비싼데.”

“지금도 비싸긴 하죠.”

“하지만 애를 실망하게 할 수 있나. 그래서 만들었어.”

“뭘 만들었다고요?”

“애가 로봇 옷을 입을 수 있게 내가 직접 이만하게 만들었어. 그 요즘 왜 있잖아. 아이언맨처럼.”

“와.”

시하도 알아들었는지 눈을 크게 떴다.

승준과 하나도 새로운 사실에 놀라워했다.

“와! 할아버지 대단해!”

“대단해!”

아저씨가 코를 스윽 문질렀다.

뭔가 저 뿌듯해하는 모습이 웃기다.

“흠흠. 애가 너무 좋아하는 거야. 아빠 최고라면서. 그때부터 조금씩 손기술이 늘더니 나중에 이런 일도 하는 실력자가 되었지.”

“와~ 뭔가 좋은 이야기인데요?”

“그렇게 좋은 이야기도 아니야. 아이들이 크면 장난감 같은 건 관심 없어지니까.”

그랬다.

아이들이 커서 장난감을 더는 갖고 놀지 않는 시기가 온다.

지금은 더 그럴지도 모른다.

컴퓨터도 있고, 게임기도 있고.

놀 거리가 너무나 풍족한 세상이니까.

“그런데 도저히 이 일에 손을 놓을 수 없었어. 아들하고 딸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말이야.”

강렬한 기억과 추억이 직업을 선택하게 하는 걸까?

나는 여기서 또 한 번 무언가를 배운 것 같다.

“지금은 그때 놓지 않아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손주 놈들에게 장난감을 안겨줄 수 있으니까.”

“그렇겠네요.”

“그러니까 더 많은 애가 장난감을 소중히 해줬으면 좋겠단 말이야. 부서졌다고 버리지 말고. 고치면 된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버리지 말고 고쳐라…….”

“영상을 찍으면 그걸 본 사람들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겠지. 그러니 네가 영상을 찍어줘야 해.”

“아하하. 알겠어요. 찍으면 되잖아요.”

이 아저씨. 설마 이 말을 위한 빌드업은 아니겠지?

역시 경험의 노련함은 따라갈 수 없는 무언가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잘 부탁할게.”

아저씨가 살며시 내 손을 잡고 무언가 안겨준다.

“이게 뭐죠?”

“카메라지. 아주 좋은 거야.”

준비는 다 되어 있었다.

영상만 찍기만 해라.

나는 그런 의미가 느껴져 크게 웃어 버렸다.

이렇게 내가 설득당하는 것도 신선하네.

***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 가지 고민이 들었다.

어떻게 영상을 찍을 것인가.

지금 채널을 봤는데 사람마다 고민의 흔적이 있었다.

다들 이것저것 해 본 모양.

재밌는 영상도 꽤 있었다.

‘이왕이면 시하가 재밌어했으면 좋겠는데.’

영상을 찍을 때 시하가 심심하면 어쩌나 싶었다.

함께 참여해도 좋겠지만 여전히 시하의 얼굴이 나오는 것이 꺼려진다.

정확히는 시하에게 안 좋은 댓글이 달릴까 봐 무섭다.

아니, 시하가 나중에 그 글을 읽고 상처받을까 봐 무섭다.

‘애한테까지 그런 욕을 다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혹시 모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시하의 초상권을 지켜주고 싶다.

같은 가족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사진을 올리고 싶지 않았다.

뭐 이런 것까지 신경 쓰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래 주고 싶다.

어려서 보호해 주고 싶기도 하고.

어리지만 존중해 주고 싶기도 하다.

이런 내 배려가 시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너의 선택에 가위표보다 동그라미가 많기를.

언제나 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이게 잘하는 건지 늘 헷갈린다.

처음. 그래, 처음이라서 그런가 보다.

내가 시하에게 주는 교육에는 가위표가 많을까?

아니면 동그라미가 많을까?

이왕이면 동그라미가 많았으면 싶다.

“시하야.”

“아?”

“나중에 장난감 고쳐 오면 영상 찍을 건데 시하가 찍어 줄래?”

“아아.”

“형아가 얼마나 장난감을 잘 가지고 노는지 보여줄게. 재밌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아.”

나는 시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때 벨 소리가 울렸다.

띵동.

나는 누구지 싶어 문을 열었다.

“어? 무슨 일이야?”

백동환이 문 앞에서 치킨을 흔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긴요. 좋은 일이 있어서 왔지요. 보고가 늦었지만, 저 방송국 공채로 합격했습니다.”

“와! 축하해! 그런데 전에 말하지 않았었나?”

“그랬나요? 아무튼, 들어가도 되죠?”

“치킨은 되는데 넌 안 될 거 같은데?”

“아. 형님.”

“알았어. 들어와. 시하야. 백동환 삼촌 왔다!”

시하가 달려오더니 백동환을 반겼다.

“아아! 백똥!”

“시하야. 삼촌은 똥이 아니라 동이야. 백동. 알았지?”

“아아. 백똥!”

“뒤에 발음 일부러 세게 하는 거지?”

오자마자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역시 똥, 방귀는 애들의 재미에 빠질 수 없는 요소인가?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할 때 백동환이 치킨을 열었다.

시하의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시하야. 치킨 먹자!”

“아아. 백똥.”

시하가 치킨을 맛있게 뜯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백동환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했다.

내 옆에 있는 카메라도 들고 말이다.

“와! 형님! 그러면 형님 영상이 업로드되는 겁니까?!”

“어. 그런데 뭘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이야.”

“그런 거라면 제게 맡겨 주세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 뭔데?”

“장난감이 여러 개 있다고 했지요?”

“여러 개 있지.”

“그러면 그걸로 역할극을 하는 겁니다. 시나리오를 짜서요. 저 성우잖아요.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오! 괜찮은 아이디어인데?”

역시 성우라서 그런지 직업이랑 연결해서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러면 시하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시하도 즐길 수 있겠다.”

“형님. 시하도 관객으로 나오는 건 어떻습니까?”

“시하도? 안 돼!”

“앞모습 말고 뒷모습만요. 그러면 되지 않겠습니까.”

“음. 그것도 나쁘지 않네?”

“네. 괜찮죠?”

생각해보면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슬며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에이. 그래도 그 많은 장난감을 공짜로 수리해 준다는데.’

적어도 돈값은 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시하도 재밌어하면 좋지 뭐.

“그럼 스토리를 좀 짜볼까? 그냥 막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면 되겠네요. 혹시 부서진 장난감 사진 있어요?”

“있긴 있지.”

나는 찍어둔 사진을 보여줬다.

시하는 여전히 치킨에 정신 팔려 다리를 두 개나 양손에 쥐고 있었다.

‘이건 찍어야 해.’

백동환에게 사진을 보여주다 말고 슬쩍 시하의 사진을 찍었다.

“아?”

“하하. 시하야. 귀여워. 나중에 형아가 재밌는 영상을 찍어줄게.”

“아아.”

다시 고개를 돌리고 백동환과 스토리 궁리를 했다.

뭔가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이틀 후.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이렇게 크게 될 일이었나?

정말 어쩌다 보니 어린이집에서 봉사로 공연하는 일로 변했다.

“정말 왜 이렇게 일이 커졌지?”

나는 옆에 있는 백동환을 바라보았다.

“글쎄요? 그래도 관객이 늘어서 좋네요.”

“그렇지? 이러면 시하의 뒷모습만 나오지 않을 테니까. 꽤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옆에서 준비하고 있던 서수현이 말했다.

“오빠. 여기 준비 다 됐어요.”

“너는 어떻게 왔어? 개구리 나라에서 알려줬어?”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저도 너튜브 한다니까 여기 참여해 보는 건 어떻냐고 말한 건 오빠였잖아요.”

“그랬지. 그런데 왜 이렇게 커졌을까?”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냥 영상을 찍는데 이런 작은 행사가 되어버릴 줄이야.

발단은 귀여운 시하에게 있었다.

어떻게 말했는지 시하가 영상, 영상 노래를 불렀다.

그 뒤를 토스 받은 승준과 하나가 영상을 찍는 걸 말했고, 어린이집 선생님이 눈을 빛내며 시나리오를 썼다.

그리고 부탁으로 이렇게 미니 공연을 하게 된 것이었다.

참고로 백동환은 오늘 일이 없는 날이었다.

“아하하. 오빠. 정신없구나? 오늘 애들이랑 놀아줘서 그렇죠?”

“응. 미안. 지금 좀 그래.”

머리가 어질어질한 것도 이 일 때문일 것이다.

“이왕 하는 거 재밌게 해 봐요.”

“그래. 시하가 재밌으면 됐지. 그런데 왜 나는 좀 불안할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스토리도 꽤 괜찮던데요?”

솔직히 백동환과 내가 스토리를 쓰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알고 있어야지.

결국,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상담할 수밖에 없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다.

내가 백동환을 보며 말했다.

“정말 스토리가 괜찮다고? 동환아, 괜찮았어?”

“저는 좋던데요?”

나만 이상하게 느낀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일단 카메라 앞에 앉았다.

세 사람이 고쳐진 장난감을 각자 들었다.

“크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살짝 열이 오른 얼굴로 제목을 말했다.

[장난감이 된 썰 품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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