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500)

27화

본 적이 있는 강아지였다.

2층 아가씨와 아저씨가 이야기하고 있을 때 목줄을 한 강아지를 보았다.

‘분명 저 목걸이도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저 강아지의 주인은 2층 아가씨다.

“형아.”

“응.”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시하도 저 목걸이를 보고 눈치를 챈 것 같은데 이대로 무시하고 가기에는 어려웠다.

안 그래도 시하의 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음…. 혹시 모를 수도 있으니까.’

그냥 강아지라서 손으로 가리킨 걸 수도 있었다.

“멍멍이.”

“응. 멍멍이네. 시하야. 집으로 가자.”

“형아. 집. 멍멍이.”

“그러게. 멍멍이 집이 어딜까?”

시하가 손가락으로 우리 집 방향을 가리켰다.

나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알고 있구나.’

기억력이 참 좋았다.

시하는 이 강아지가 누구네 강아지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괜히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잃어버린 게 아닐까?’

내가 너무 나쁘게만 생각해서 그렇지 버린 게 아닐 수도 있었다.

찻길이 가까웠기 때문에 저대로 두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시하야. 어쩌고 싶어?”

“멍멍이. 집. 가자.”

“멍멍이 집에 데려다주고 싶다고?”

끄덕끄덕.

나는 참 난감했다.

시하의 이 착한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했다.

고민 끝에 일단 강아지를 잡기로 했다.

“멍멍.”

강아지는 얌전히 나에게 잡혔다.

시하도 신기한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일단 형아가 집에 데려다줄게.”

“시하도.”

저 말은 또 누구에게 배웠을까?

생각해 보니 하나가 자주 하나도 하나도 하구나?

“으음. 알겠어. 일단 같이 가자.”

“아아.”

뭐가 옳은 선택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일단 개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2층으로 올라가 현관 벨을 눌렀다.

띵동.

“누구세요.”

“1층에 사는 사람인데요. 할 말이 있어서요.”

덜컥.

문이 열리며 여자가 나왔다.

“무슨 일이…….”

내 품에 안겨 있는 강아지를 보더니 여자의 얼굴이 굳었다.

“혹시 이 강아지 주인 아니세요?”

“아니요. 제 강아지는 오늘 본가로 돌려보냈어요.”

“아, 그러시구나…….”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질척하면서도 어두운 감정이 올라왔다.

오랜만에 나는 누군가에게 아주 짙은 혐오를 느꼈다.

품에 있는 강아지에게서 꼬리를 흔들며 헥헥 대는 것이 느껴졌다.

이걸 보고도 아무 생각이 없는 걸까?

“할 말 다 하셨죠? 그럼.”

“저기. 잠깐만요.”

“네?”

“혹시 왜 강아지를 키우시게 된 건지 물어봐도 돼요?”

“그냥 심심해서요. 안 걸리기만 하면 되니까 키운 거죠. 하필 산책시킬 때 아저씨께 들켜서…. 어쨌든, 이걸로 됐죠? 그 강아지 주인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니에요.”

그때 시하가 말했다.

“선 넘네.”

나는 눈을 깜빡이며 시하를 봤다.

“시하야?”

“아아.”

시하가 고개를 위로 올리며 나를 보았다.

나는 순간 시하가 뭘 보고 말하는지 알아차렸다.

여성의 발이 현관에 그어진 선을 넘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타이밍이 좋을 수 있을까?

괜히 웃음이 나왔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어후. 얘 뭐예요.”

여자의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애가 말을 함부로 하네. 가정교육 좀 잘해요.”

나는 칙칙한 눈동자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녀가 몸을 움찔하며.

“뭐요…….”

나는 시하가 있는 것을 의식해 말을 순화했다.

“그쪽은 가정교육 잘 받으셔서 강아지를 그렇게 본가에 보냈나 봐요?”

짤랑짤랑.

강아지의 털에 가려진 얇은 목걸이를 흔들었다.

그녀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벌렸다.

“더는 말하지 말고 조용히 헤어지죠. 괜히 얼굴만 붉힐 거 같은데. 그리고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말에서 인성 다 드러나니까. 아 이미 본가로 보낸 거로 다 드러내셨나?”

나는 시하를 보고 가자고 했다.

그녀는 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문을 닫았다.

“형아.”

“응?”

“멍멍이.”

“아. 저 사람이 주인 아니래. 형아가 내일 주인에게 돌려줄게. 오늘은 집에 데려가자.”

곧장 집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일단 준비가 필요했다.

나는 문구점에 들러서 큰 비닐을 많이 사서 돌아왔다.

그러고는 바닥과 벽에 덕지덕지 붙였다.

“이 멍멍이가 얼마나 훈련이 잘돼 있는지 모르니 미리 준비해야지…….”

똥은 이걸로 괜찮다고는 해도 오줌은 어떨지 모르겠다.

괜히 데려온 것 같기도 하고…….

나는 강아지를 앉혀두고 화장실에 있는 신문지를 가리켰다.

“저기다 똥오줌을 싸는 거야. 알았지?”

“아아. 멍멍.”

시하도 거들어줬지만, 강아지는 알아듣지 못한 것 같다.

“음. 시하야. 강아지랑 일단 놀고 있어. 방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일단 방문을 전부 닫았다.

시하는 강아지와 노는 게 좋은지 털을 쓰담쓰담했다.

다행히 강아지가 얌전해서 시하에게 뛰어들지는 않았다.

나는 그런 시하를 보며 주인아저씨께 전화를 드렸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1층에 애기랑 사는 이시혁입니다.”

「어어. 그래. 그 친구구만. 어쩐 일이에요?」

“사실…….”

나는 자초지종을 말하고 하루만 집에 데리고 있겠다고 했다.

「그 아가씨 정말…. 휴우. 알겠어요. 하루만.」

“네. 감사합니다. 일단 말은 해 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그래요. 말해 줘서 고마워요.」

“네에.”

통화를 끊고 나는 이 강아지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한 번도 동물을 주워본 적이 없어서 인터넷에 검색했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데려다주면 되나?’

검색해 보니 몰랐으면 하는 사실을 알았다.

보호소에 맡기면 10~20일 보호하다가 안락사를 시킨다.

나는 그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옆을 돌아보니 시하가 강아지와 아주 잘 놀고 있었다.

‘휴우…….’

마음이 너무 좋지 못했다.

나는 다시 시선을 노트북으로 향했다.

인터넷에서는 유기견들이 굉장히 많았고, 종류도 다양했다.

‘차우차우 믹스견.’

데려온 강아지 종류는 차우차우 믹스견이었다.

어쩐지 생긴 게 딱 차우차우같이 생겼다.

‘반은 차우차우라서 그런지 다행히 잘 짖지는 않는 것 같고.’

그건 다행이었다.

하루 정도는 그냥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시하야. 강아지 발 조심해.”

“아아.”

시하가 강아지를 품에 안았다.

차우차우는 얌전히 시하에게 몸을 맡겼다.

그저 가만히 꼬리만 흔들었다.

“멍멍.”

몽땅한 게 귀엽기는 했다.

***

시하가 잠든 밤.

고민에 빠진 밤이었다.

강아지를 키울 사람이 구해지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아는 사람들에게 다 연락을 돌려봐도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렇게 고민하며 노트북을 쳐다보고 있는데 강아지가 내 옆으로 왔다.

슬며시 강아지를 봤다.

“미안해.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내일까지 최선을 다해 주인을 찾는 것뿐이야. 어쩌면 너를 보호소에 보낼지도 몰라. 그리고 주인을 찾지 못해 눈을 감게 되겠지.”

나는 담담히 강아지의 미래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너무나도 선명한 그 미래가 칙칙한 어둠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 곳에서 이 강아지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데 말이야. 나는 도저히 보호소에 맡기지 못할지도 모르겠어. 나 역시도 한 번 버려졌거든.”

나는 강아지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만약 아버지가 없었다면 세상이 빛이 없다고 믿으며 자랐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중학생 때 나는 불행하다고 느꼈다.

아버지가 없었다면 더욱 그 불행에 헤엄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최선을 다할게. 조금이라도 빛이 될 수 있게.”

“멍.”

“쉿. 다들 자는 시간이야.”

강아지가 내 손을 핥았다.

나는 그것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저 턱을 만져줬을 뿐이다.

***

다음 날.

나는 일찍 눈을 떴다.

옆을 보니 시하가 없었다.

“시하야?”

“아아.”

시하는 문을 열지 못해서 구석에서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응?”

나는 그 그림을 유심히 보았다.

2등신인 SD 캐릭터로 그린 짧은 만화.

나는 그것을 보면서 입을 다물었다.

“시하야.”

“아아.”

“세상에는 나쁜 사람도 있고 착한 사람도 있어. 사실 형아가 너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고 좋은 교육만 해 주고 싶은데…….”

나는 쓰게 웃었다.

“어쩌면 형아도 이런 건 처음이라서 잘 못할지도 몰라. 너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지.”

“아아.”

“그래도 형아는 시하 편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해. 진짜 많이 사랑할게. 안 좋은 장면을 보게 되면 형아가 그만큼 좋은 사랑을 너에게 줄게. 그러면 되겠지?”

“아아.”

알아듣지 못해도 좋다. 다만 이건 나의 결심이었다.

시하를 위로 높이 들었다.

“귀여워. 시하야. 사랑해.”

“시하도.”

“어? 요고요고 형아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네.”

나는 시하를 빙그르르 돌렸다.

“아아!”

시하가 신이 나는지 발을 버둥거렸다.

“그럼 오늘 강아지랑 잘 헤어질 수 있지?”

시무룩.

시하가 실망한 기색을 했다.

“어쩔 수 없어요. 여기서 키울 수 없으니까.”

“아아.”

그렇게 나는 나갈 준비를 끝내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어린이집에 맡기며 원장 선생님을 만났다.

“저. 원장 선생님.”

“네. 시혁 씨.”

“혹시 어린이집에서 강아지 키울 수 없나요?”

“네?”

“차우차우 믹스견이라는 종인데…. 아니지.”

나는 어떻게 된 건지 사정을 말했다.

“…그래서 밖에 묶어놓으면 제가 변하고 다 치울게요. 강인대학교가 넓긴 하니까요.”

“으음. 확실히 어린이집 안에서 키울 수는 없어요. 개가 애를 다치게 하면 흉이 지니까요.”

“네. 이해해요.”

최선을 다해 생각해 본 방법이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듯했다.

“그래도 방법이 없지는 않아요.”

“정말요?”

나는 원장 선생님을 보았다.

“지도 보면 대학교 뒤에 산이 있잖아요.”

“아, 네.”

“거기에 닭 키우시는 분이 있거든요.”

“닭이요?”

“네. 제가 아는 분인데 그분에게 맡기면 될 거 같아요. 안 그래도 요즘 개를 키우고 싶어 하더라고요. 이 강아지면 귀여워서 좋아할걸요?”

“아…. 감사합니다.”

“아직 대답도 듣지 않았는데요. 그리고 가끔 소풍 갈 때 그 산으로 가니까 강아지도 볼 수 있고요.”

“시하가 좋아하겠네요.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원장 선생님은 손을 저으며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인은 흔쾌히 받아들였고, 나는 시하와 함께 강아지를 데리고 산에 올랐다.

산이라고 해서 가파른 곳이 아니라 겨우 언덕 정도였다.

길이 잘 닦여 있어서 가기 편했다.

등산로가 아니라 샛길로 가자 닭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정말 닭을 키우시는 모양이었다.

“시하야. 꼬꼬야. 꼬꼬.”

“꼬꼬.”

시하가 신기한지 닭을 보았다.

아무래도 조만간 정말 동물원이라도 데리고 가야 할 듯싶다.

“꼬꼬.”

“그래. 꼬꼬.”

“멍멍이.”

“응. 멍멍이.”

우리는 산에 만들어진 집을 보았다.

밖에 나와 계신 할아버지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래요. 잘들 왔어요. 어디 보자. 얘가 그 강아지구나? 안녕?”

“멍멍.”

할아버지가 강아지를 품에 안았다.

“얌전하고 착한 놈이네.”

“강아지 잘 부탁드려요.”

“그래요. 학생. 내가 잘 키울게요.”

“감사합니다. 시하야. 멍멍이에게 작별 인사 해야지.”

“멍멍…….”

시하가 시무룩하게 멍멍이를 보았다.

“나중에 여기 오면 또 볼 수 있어.”

“아아.”

시하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멍멍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멍!”

멍멍이가 할아버지 품에 벗어나더니 그대로 시하에게 달려와 얼굴을 혀로 핥았다.

“아아! 멍멍!”

“멍멍!”

시하와 멍멍이는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가까운 곳에 사니까.

***

-시하의 그림. 픽시브 업로드.

1. 슈퍼마켓 길에 아이가 옆을 보고 있는 그림.

2. 배경에 [2F]라고 적혀 있고, 입이 ‘-’ 자로 되어 있는 머리 긴 여자를 아기가 환한 얼굴로 만나는 그림.

3. 문이 닫히고 아이 캐릭터가 있는 자리에 멍멍이가 있는 그림.

4. 산에서 멍멍이와 대머리 할아버지의 행복한 표정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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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ha.pepe.] [작품 목록]

-Happiness Found Again(다시 찾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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