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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즉위식 날 균열을 만났다-71화 (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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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가 온통 빛으로 뒤덮이며 강렬한 폭음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그에 놀라 바닥에 엎드리는 이들도 있었고, 웅크리거나 팔로 얼굴을 가리는 자들도 있었다.

검은 괴수들은 놀라서 하늘을 두리번거렸고, 드래곤들 또한 거대한 폭발에 주목했다.

‘역시… 어마어마하다……!’

칼란 대륙의 서열 5위. 마법사 알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눈으로 보이는 것에 감동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가 감동을 받은 부분은 온몸으로 느낀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었다.

신시우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하고도 강력한 마나의 흐름. 마치 세상의 마나가 모조리 그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방대한 마나의 양이었다.

대제행 당시에도 그의 마나 장악력과 그 방대한 마나 운용술에 감동을 받았었지만, 지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자신 또한 위대한 마법사라 자부할 수 있었지만, 신시우의 것은 차원을 달리했다.

빛이 사라지자 상공을 뒤덮고 있던 검은 괴수들이 모두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어마어마하군.”

옆 건물 옥상에 있던 로아이스도 감탄을 내뱉었다. 그의 감탄이 끝나자마자 허공에 흩날리던 검은 것들이 다시금 뭉쳐져 제 모습을 되찾았고, 또다시 폭발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후로 한 번 더 폭발이 있은 후에야 검은 괴수들이 소멸했고, 폭발도 멈췄다.

“자, 이제 일해야지.”

로아이스는 옆 건물 옥상에 선 알리를 보며 한마디 던지고는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에 알리는 눈을 감고 마나 필드를 펼쳤다. 마법사들에게 제2의 눈이라 불리는 마나 필드를 이용하여 검은 괴수들을 찾아 마법으로 정밀 타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격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그는 하늘을 올려다봐야 했다. 왜냐하면 난생처음 느껴 보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다.

그 존재감이 세상에 각인되는 순간. 검은 괴수들은 그 존재를 맞이하는 듯 음울하고도 괴이한 울음소리로 세상을 울렸다.

일대는 음산하고도 기괴한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알리는 그런 기괴한 기분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커다란 검은 구멍을 볼 수 있었다.

‘저게 대체…….’

칼란 대륙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이자 서열 5위의 무력을 가진 강자로 추앙받았던 알리는, 처음으로 심장을 조여 오는 두려움을 느꼈다.

죽을 수도 있다와 같은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끝없는 무저갱을 바라보는 듯 공허하면서도, 죽음을 문턱에 둔 느낌. 그것은 본능이 느끼는, 차원이 다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대체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 거냐……?’

알리는 떨리는 동공으로 검은 구멍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의 두 다리를 굳게 만들 정도의 차원이 다른 존재감을 뿜어 내는 검은 구멍에서는 기분 나쁜 촉수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앞에도 적수가 나타났다.

“커……!”

눈앞이 번쩍할 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온 무언가에 반사적으로 실드를 펼쳤지만, 급하게 펼친 터라 공격을 막을 만큼의 강도가 되지 못했고, 상대의 공격은 그의 가슴을 강타했다.

‘정신을… 놓고 있었다……!’

나름 실력에 있어서 자부하는 자신이 기습을 당하는 꼴에 자괴감이 그를 엄습해 왔다. 그러나 이내 그 자괴감을 집어넣고, 멀리서 자신을 보고 키득거리는 검은 인간형 괴수에 집중했다.

[약해빠졌구나.]

약해빠졌다. 그가 그런 말을 들은 것은 열여섯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자긍심이 높은 상위 마족 중에서도 이름난 가문의 자제로, 이제는 가문을 이끄는 가주가 되었다. 그런 자신이 어디 근본도 없는 괴수에게 약해빠졌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너무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

이를 악물고 일어난 알리는, 온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상대를 결코 우습게 보지 않았다. 조금 전 기습이었지만, 자신의 반사 신경을 뛰어넘는 속도와 힘을 보여 줬고, 일부러 죽이지 않는 여유로움까지 보여 줬다.

‘널 무시하지 않으마.’

그러나 그가 준비가 채 되기도 전에 상대가 공격을 재개했다. 조금 전보다 더 빠른 속도와 강력한 힘이었다.

알리는 그에 맞춰 계속 방어하고, 피하는 형태의 싸움을 이어 가기 시작했다. 상대를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 다짐했던 그였지만, 생각보다 더 강하게 나오는 상대에 크게 당황했다.

‘엄청난 힘이다……!’

그가 이대로 가다간 당할 거라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던 찰나. 놈의 목이 날아갔고, 공격이 멈췄다.

“헉… 헉…….”

숨 가쁘게 방어를 펼치던 알리가 숨을 몰아쉬었고, 그의 눈앞에 한 노인이 나타났다.

“서열 5위라 그런가. 약해 빠졌군그래. ”

로아이스였다. 이전과 다른 느낌을 뿜어내는 그는, 아주 여유로운 목소리였다.

“이놈은 내게 맡기고 저~ 기 자잘한 것들이나 치우게.”

약자 취급을 하는 그의 말에 알리는 자세를 고쳐 잡고,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됐소. 쓸데없는 참견이오.”

알리는 제대로 싸울 준비를 마쳤고, 로아이스는 혀를 차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 * *

꾸물거리고 흐느적거리는 촉수는 바로 공격해 오지는 않았다. 바로 공격해 오지 않는 그 찰나의 순간. 바로 몸을 돌려 검은 뿔의 놈의 앞으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이전과 같은 힘으로 놈의 명치에 한 번 더 주먹을 꽂았다.

놈을 지상으로 날려 버린 후 공중에 선 상태로 사방팔방으로 뻗어 가는 촉수를 응시했다. 일부는 내게 짓쳐 들고 있었고, 나머지는 사방팔방으로 무언가를 찾는 듯 뻗어 나갔다.

“그렇게는 안 되지.”

방대한 마나 조작으로 뻗어 나가던 모든 촉수를 멈춰 세웠다. 물론, 내게 뻗어 오던 촉수들도 모조리.

멈춰 세우자, 촉수의 힘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강력한 힘으로 내 마나 조작술을 벗어나려 했으나 벗어나진 못했다.

“너.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뭔가 사정이 있어서 못 나오는 거지?”

구멍을 응시하면서 얘기했다. 육성으로 들릴 만한 거리는 아니었으나, 그 너머에서 바르라는 놈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하는 얘기였다.

가만히 생각해 봤다. 대체 놈은 몇 번이나 나와 만나고 싶어 했고, 나를 향한 적개심이 분명히 드러났다. 그러나 내 앞에 나타나진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 구멍 너머에 놈의 존재가 느껴졌는데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뭔가 제약이 걸려 있다거나 이곳으로 넘어오지 못할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아 들어갔는지, 바로 반응이 왔다. 검은 촉수에 검은 기운이 뻗어 나갔고, 무지막지한 힘으로 붙잡고 있던 마나들을 뿌려치기 시작했다.

“답은 나온 것 같으니…….”

마나를 조작하여 어떤 형상을 만들어 냈다. 푸른빛을 흩뿌리는 거대한 칼을 여러 개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것으로 촉수들을 쳐 내기 시작했다.

“네 더러운 것들을 모조리 잘라 내주마.”

아직도 놈의 존재감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피부의 느낌이 이상할 정도로 놈은 내게 충분히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것은 놈의 약점을 알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놈의 시선을 이겨 낼 수 있을 만큼 마음이 탄탄해졌다.

마음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자신감. 확신. 이런 것들이 내게 힘을 줬다. 놈의 격을 받아 낼 수 있게 마음을 강인하게 만들었다.

촉수는 확실히 강했다. 콩인지 뭔지가 사용했던 촉수도 강했지만, 그것보다 이것이 훨씬 강했다. 마음만 먹으면 내 실드도 가뿐히 뚫을 수 있을 정도로.

그래서 나도 마나 압축률을 높여 상대했다. 검의 형상을 하고 있는 저 마나 응집체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힘을 동원하여 압축률을 높여 놓은 것이다. 검은 기운을 뒤집어쓴 촉수들을 잘라 내기에 충분할 만큼.

거대한 칼날이 휘둘러질 때마다 성난 촉수들이 잘려 나갔고, 그 사이를 비집고 내게 뻗어진 촉수들은 내가 직접 소멸시켰다.

그러고 있는데 지상에서 놈이 올라왔다.

“후우…….”

놈은 뭔가 한 것인지 전신에서 김이 나듯 검은 연기 같은 것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흡사 불이 붙어서 타는 연기가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하기도 했다.

“자, 2차전을 시작해 보자고.”

놈의 뿔에서 나오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좀 위험한데……?

저 거대한 칼날을 휘두르며 이놈을 상대하기는 조금 벅찼다. 지금 이놈은 한 단계 더 강해졌으니까.

어쩔 수 없나.

고리 열세 개를 공명시켰다. 그와 함께 세상이 금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고, 나 또한 탈태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본 놈의 기세가 꺾여 나갔다.

당연했다. 격이 상승했으니까. 마치 내가 바르를 처음 느꼈을 때처럼 주눅이 들겠지. 엄청난 압박감을 받으면서.

심장의 열세 개의 고리가 공명할 때마다 놈의 기세가 꺾여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놈은 끝까지 내게 대항할 의지를 꺾진 않았다.

눈앞에서 놈이 사라졌고, 순식간에 내 눈을 향해 발톱으로 찔러 들어왔다. 가공할 만한 속도였다. 확실히 힘이 올라간 만큼 속도도 빨라졌다.

그것은 고리 열두 개 이하의 내게는 충분히 위협이 될 만했다, 그러나 지금 상태의 내게는 가소로울 정도의 속도.

으드득.

내 손에 잡힌 놈의 팔이 꺾이며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팔을 통째로 뽑아 버렸다.

“자, 재생해야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놈의 어깨에선 검은 것이 꾸물꾸물 기어 나와 팔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그런 놈에게서 마나를 타고 망설임의 냄새가 전해져 왔다. 뭐랄까. 나와 계속 싸워야 하는지를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다.

“도망가면 살려 주마.”

놈의 표정이 멈췄다.

“대륙에서 멀리멀리 가야 할 거야. 그러면 네 목숨만은 살려 주지.”

구멍 너머에서 바르 놈의 격노가 느껴졌다. 당장에라도 나를 찢어발기고 싶어 하는 극한의 분노가.

그럼에도 너는 넘어오지 못하겠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이 검은 뿔을 가진 놈이 했던 말에서도 힌트를 얻었다. 십이사신인지 뭔지가 많이 죽어 나갔다고 했던 그 말. 그것을 겪으면서 바르 놈도 뭔가 움직이지 못할 만큼의 상처를 입었다든지, 봉인을 당했다든지. 뭔가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세계로 넘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자, 어때?”

* * *

반짝반짝. 조금 전까지 흰빛으로 반짝이던 공기가 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힘의 공명이 일대로 퍼져 나갔다.

그 변화에 또다시 지상의 싸움은 멈췄다. 특히나 마나에 민감한 드래곤과 마법사들이 더욱 그 영향을 받았는데, 그들에게는 지금 이 현상이 마치 신이라도 강림한 듯한 느낌을 줬다. 그러면서 모두의 마음속에 두려움이나 그런 것들이 싹 날아갔다.

그만큼 격이 높은 존재의 등장이 미치는 영향은 굉장했다.

‘칠대제라더니… 그 말이 맞는가.’

로아이스 또한 신시우의 높은 격을 몸소 느끼는 중이었다. 허공에 떠 있는 금빛 존재. 그가 지배하는 모든 마나가 금빛으로 반짝거렸다. 그리고 그 또한 검은 구멍 너머의 존재에게서 느낀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싹 날아갔다.

“일해야지.”

신비한 현상에 매료되어 있던 것도 잠시. 그는 다시 검은 괴수들을 도륙해 나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녀석이었군.’

검은 드래곤 퓨리스 또한 그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다. 외부인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마나를 다루는 존재로서 충분히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모두가 신시우의 모습에 넋이 나가 있던 그때. 공중에서 흑빛과 금빛이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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