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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즉위식 날 균열을 만났다-67화 (6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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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진영에 있는 마법사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힘이 마나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들이 마나를 끌어다 쓰려고 해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광활한 범위의 마나들 전부를 꽉 쥐고 있는 것이 멀리 강의 상공에 있는 백발의 남자라는 것을 느꼈다.

칼란 대륙의 서열 5위 ‘알리 쿤 하이어’ 또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대체 저런 자가 어디서 나타났단 말인가.’

엄청난 에너지를 품은 마나 구체가 수도 없이 하늘을 수놓았을 때. 그는 경외감을 느꼈다. 마나를 다루는 자로서의 경외감을. 그리고 그 느낌을 받았던 누군가를 떠올렸다.

“누군지 알아봐라.”

신시우가 강 건너에서 나타났기에, 아직 강 건너에 있는 그의 진영까지 연락이 오지 않은 상태였다. 마법통신기기를 이용하기 위해 막사로 들어간 부관은, 금방 그 소식을 가져왔다.

“가장 최근에 칠대제에 오른 신시우라 합니다.”

알리의 눈이 번쩍 떠졌다. 신시우. 그 이름 세 글자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알리가 세상 태어나 세 번째로 존경하는 인물이 된 신시우.

베라크리토와 싸우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온 세상을 흰 빛으로 반짝이게 만들었던, 어마어마한 범위의 마나들을 강력한 힘으로 옭아매었던 그 존재.

거기다 순수 마나 그 자체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공격하는, 보통의 마법사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방식의 마나 운용을 보여 준 존재.

알리는 그 존재를 마음속 깊이 존경했었다. 그리고 이후 닮아 가려 노력해 왔다. 베라크리토가 사라졌을 때도 그는 신시우를 탓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힘이 매료되어 있었다.

그런 그의 힘을 다시 볼 수 있다니. 그가 이 대륙을 구원하러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알리 님. 놈들이 다시 몰려오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마력을 실은 지휘관들의 목소리가 전투 준비를 외쳤다.

“마법전단 준비시켜.”

“옙.”

알리도 전투 준비를 위해 움직이려는데, 막사에서 뛰어나온 부관 하나가 그를 붙잡았다.

“알리 님, 전달사항입니다. 적들에 대한 정보입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무슨 정보?”

“요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검은 괴수들은 죽여도 다시 부활하며, 이전보다는 좀 덩치도 작게, 힘도 적은 상태로 부활합니다. 수차례 죽여야만이 소멸됩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죽음을 먹고 강해지고, 숫자도 늘리는데, 아군에서 사상자를 최소화하라는 총지휘부의 지침입니다.”

“알았다. 전투 준비해.”

검은 괴수들이 고통에 강하고, 신체 부위를 재생한다는 것은 전 부대가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 팔다리를 잘라 내도 재생하며, 심지어는 머리를 날려도 재생한다는 것. 그러나 완전히 부활한다는 것과 더 작은 힘과 크기로 한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

게다가 죽음을 먹고 개체수를 늘리고 힘을 증강하는 것 또한 처음 듣는 정보. 그것들은 그들에게 있어서 결정적인 정보였다.

지시사항은 전 진영으로 퍼져 나갔고, 금세 전 병력이 숙지했다. 그리고 검은 괴수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왔고, 선제 마법 공격이 개시됐다.

산속에서도 포화 같은 마법 공격이 퍼부어졌고, 평원 방어선에서도 마법 포화가 쏟아졌다. 수많은 속성마법, 공격 마법들이 퍼부어져 전장은 이내 아수라장이 되었다.

칼란 연합군은, 그런 아수라장을 주시했다. 총지휘부의 지침처럼 정말 놈들이 완전 사망한 이후에도 부활을 하는지.

그런 그들의 눈에 녹아내렸던, 얼어서 깨어져 산산조각 났던 놈들이 다시 부활하는 모습들이 포착되었고, 전 병력이 드디어 총지휘부에 대한 신뢰를 안고 전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지휘관들은 연신 사상자를 최소화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최대한 수비적인 태도로 전투를 진행했다. 그리고 공중에서도 전투가 시작됐다.

* * *

“내가 좀 센 놈을 잡아먹고 받은 권능이 하나 있는데, 마침 네게 실험해 봐야겠다.”

놈은 붉은 점이 박힌 시커먼 눈깔을 굴리며 양손에 기분 나쁜 검은 힘을 모았다.

센 놈이라면 육황을 말하는 건가?

그러다 그 손을 들어 양옆으로 뻗으며 허공을 쿵 하고 찍으니, 놈의 머리 위에 검은 구멍이 열리며 그곳에서 검고 굵은 촉수가 흐느적거리며 나왔다. 그 검은 구멍은 머리 위부터 시작해서, 점차 원을 그리며 하나씩 생겨나, 총 열두 개의 꾸물거리는 촉수가 생겨났다.

“X같이도 생겼네.”

그것은 아주 기분 나쁜 기운을 한가득 품고 있었다. 그 죽음의 힘인지 뭔지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저게 혹시 바르 놈의 기술인가?

“기대해라. 이것이 바르 님이 가진 힘의 극히 일부분인…….”

콰아아아-!

뻗어진 주먹에서 강력한 마나 폭발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 놈의 촉수 하나를 끊어 냈다.

“쫑알거리지 말고 그 더러운 걸로 빨리 재롱 좀 떨어 봐.”

놈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놈의 체내에 있는 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첫 대면에선 느낄 수 없었던 강력한 힘. 분명 그것은 저 촉수를 소환하고 난 뒤부터 생겨난 변화였다.

놈의 주변에 힘의 구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작 다섯 개?

불길한 검은 힘이 뭉쳐져, 마치 블랙홀 같은 느낌을 주는 검은 구체가 다섯 개 만들어졌다. 마나 구체를 무량대수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내가 보기엔 한없이 작은 수준. 허나, 그 하나하나가 품고 있는 힘은 심상치 않았다.

놈은 날 보며 징그럽게 웃어 보이더니, 이내 공격이 시작됐다. 거대한 촉수가 빠른 속도로 뻗어져 나왔고, 여러 가지 경로를 그리며 내게 짓쳐들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마나실드를 만나며 꺾이고 구부러져 뒤엉켰다. 마나실드로 그것들을 밀쳐 낸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먹에 마나를 응축시켜 아까와 같이 놈을 향해 뻗었다.

마나폭발 에너지를 일직선으로 쏘아내는, 마치 광선캐논과 같은 느낌의 기술. 그것을 위협용으로 쏘아 냈던 아까와 다르게, 놈을 향해 정조준했다.

그 결과. 혹시나 했던 내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광선이 다섯 갈래로 나뉘어져 놈의 검은 구체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아무런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완전히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그걸 흡수해서 놈의 힘이 강해진 것도, 검은 구체의 힘이 강화된 것도 아니었다. 내 공격을 빨아들여 다른 차원으로 날려 보냈거나, 아예 소멸시켜 버린 것이다.

기괴하다.

마법으로도 저런 마법은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다. 허나, 이런 기이한 느낌은 받을 수 없다. 그 검은 구체가 빨아들일 때 내 피부를 긁는 듯한 소름 돋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바르.

놈의 정신과 마주했을 때 느꼈던 것과 흡사했다. 그놈의 권능이라더니, 그놈의 특성 또한 가져온 듯했다.

아주 거슬리는군.

원거리 공격은 검은 구체가 다 빨아들이는 듯하니 근접전으로 전략을 바꿨다. 놈은 계속해서 촉수로 내 마나 실드를 때리며 검을 빼 들어 검은 기운을 씌웠다. 녀석도 본격적으로 근접전을 하겠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놈과 나는 격돌했다. 내가 공격 의지를 품으면 그 부위에 마나가 응축되어 강력한 폭발력을 머금었고, 놈의 검과 부딪히면 그대로 전방으로 폭발력을 뿜어냈다.

하나하나가 강력한 일격이었으나 주위에 떠 있는 검은 구체가 그 공격을 빨아들였고, 그 근처로 가면 내 마력마저 끌어당겼다.

녀석은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고, 나는 계속 물러났다. 이런 기괴한 방식의 싸움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성가시다.

콩이라는 놈을 보자면 대충 고리 열한 개 정도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놈이다. 힘 싸움이나 기교 싸움이나 내가 결국 이기는 그림이 나올 게 뻔하다.

그러나 저 검은 구체 다섯 개가 등장함으로 인해서 힘 싸움이나 기교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물리 공격뿐인가.

에너지와 힘을 빨아들인다면 마법이라도 에너지가 없는 물리적인 충격으로 상대하면 된다. 만일 저 검은 구체가 물리적인 공격까지 빨아들인다면 그건 좀 다시 생각해 봐야겠지만.

까드드득.

허공에 수많은 얼음 창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단단한 얼음은 마나로 보완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물리적인 공격 능력이 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쏘아 내기만 하면 된다.

얼음 창이 만들어지자 촉수들의 공격이 그곳으로 향했고, 파괴되기 전에 빠르게 쏘아 냈다. 거대한 촉수에서 살아남은 얼음 창들이 놈에게 도달했고, 놈의 빠르게 휘두르는 검에 모두 부서졌다.

“후…….”

그냥 저 검은 구체 자체를 없애고 죽여야겠군.

우회해서 공격하는 방법을 계속하다간 내 혈압이 터질 것 같았다.

그래, 내가 원래 이런 타입이 아니지.

뭐랄까. 알게 모르게 바르라는 놈에게 쫄려서 위축된 것 같았다. 본래의 나를 잃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고리를 12개까지 공명시키자 대기 중 마나가 금빛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도 없이 많은 마나 구체를 만들어 냈다.

“이것도 한번 먹어 봐라.”

11개일 때보다 훨씬 올라간 위력의 마나 구체들이 빛과 같은 속도로 놈에게 쏘아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포화처럼 쏟아부어졌다.

어마어마한 폭발이 겹치고 겹쳐, 거대하게 부풀었다.

촉수는 흔적도 없을 것이고… 그놈은 재생했으려나.

계속해서 소멸의 소멸을 반복할 만큼 강력한 폭발이었으니까. 너무나 빠르게 쏘아 낸 탓에, 아마 검은 구체가 빨아들일 틈도 없었을 것이다.

폭발의 여운이 걷히고, 녀석의 상태가 드러났다. 촉수는 아예 자취를 감추어 버렸고, 검은 구체도 한 개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놈은 육체를 잃어버리고, 검은 것이 힘없이 그 몸의 형태를 그려 내고 있을 뿐이었다.

나도 전력으로 때렸는데. 멀쩡하면 자존심 상하지.

“맞아 보니까 어때. 맞을 만한가?”

녀석의 형체는 영 볼품없었다. 느껴지는 힘도 그 형체와 마찬가지로 볼품이 없었다. 그런 몰골로 녀석은 키득거렸다.

“바르 님의 분노가 이곳에 닿을 때. 너희들은 모두 그분의 일부가 될 것이다.”

말을 다 마친 것 같아 마나탄을 만들어 냈다. 마나를 압축시켜, 그 불안정함을 억제하고 컨트롤해야 하는 마나 구체와는 다른, 그저 마나를 모아서 둥그런 형태를 갖춘 공격 형태.

놈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개수야 무량대수니까.

놈의 주변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마나탄이 생겨났고, 그것은 그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녀석이 완전히 소멸해 버릴 때까지 이어졌다.

* * *

칼란 대륙의 연합군은 신시우가 가져온 정보 덕에 사상자를 최소화하면서 검은 군대를 효율적으로 물리칠 수 있었다.

그 많은 것들을 계속해서 죽이고 소멸시키고를 반복했고, 결국 모든 것을 소멸시킬 수 있었다. 신시우는 검은 군대의 우두머리를 죽인 후 전투에 참전하지 않았고, 그 덕에 칼란 연합군은 그 자신들의 힘으로 검은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제국의 수도를 함락시키고, 육황마저 쓰러뜨린 검은 군대를 물리쳤다는 그 성취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양감을 연합군들에게 선사했다.

그리고 신시우는 칼란의 구원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저 건물입니다.”

제국의 북부 중부 서부와 달리, 평화로운 남서부의 대도시 ‘뮬란’. 그곳에 신시우가 원하는 대륙 간 통신기기가 있어, 최후의 방어 전쟁의 주역 몇몇과 신시우는 그곳으로 향했다.

“칠대제시다.”

카란 대륙 무력 서열 5위 알리가 앞장서서 신시우를 소개했다. 이곳저곳에서 신시우에 감사의 인사가 쏟아졌고, 신시우는 모두 무시하고 거대한 마법 통신기기가 있는 곳으로 직행했다.

“아킬라 대륙과 연결해. 그곳의 상황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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