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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 비서는, 중국 정부의 도움으로 산시성에 불기둥이 솟구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 저택이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구멍에서 강력한 불기둥이 높이 솟구치고 있었는데, 그 열기에 일대가 모두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너무 깊숙한 곳을 건드린 것 같은데.
들어보니 과학자들의 의견으로는 맨틀에서 솟은 것 같다고 했다. 누군가가 지각에 구멍을 뚫어 맨틀에 자극을 줘서, 강력한 상승 흐름이 생겨 맨틀의 뜨거운 열기가 솟구치고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깊이 땅을 왜 팠을까. 여기서 대체 무슨 싸움이 벌어졌길래…….
“흠… 일단 저 불기둥을 좀 없애야겠다.”
남 비서와 중국 정부 인사들은 내버려 두고, 불기둥에 가까이 다가갔다. 어마어마한 열기에 절로 힌스타인의 실드가 전개됐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에서 멈춰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광해 길드 마스터 조방인이 헤집어 놓은 땅속을 복구할 때 사용했었던, 대지 속성 마법을 시전했다. 양손에 황색 빛이 감돌자 그대로 쭈그리고 앉아 땅을 짚었다. 그러곤 감각을 넓혀 갔다.
엄청나게 깊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불기둥이 솟는 구멍은 그 끝을 알기 힘들 정도로 깊었다. 과학자들의 말대로 10km가 넘는 두께의 지각 밑에 있는 맨틀까지 뚫려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참을 내려가던 나는 곧 그들의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단단한 지각의 밑에서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거대하고 뜨겁고, 강력하다. 도저히 나조차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해 보자.
대지 속성 마법을 이용하여 구멍 수복을 시작했다. 높이 치솟던 불길이 점차 줄어들었고, 어느 순간 수그러들었다. 대지가 움직여 구멍을 메꾸며, 그 강렬한 불길을 잡은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마법으로 긴 터널을 메꿔 갔다. 점점 맨틀이라는 곳에 다가가니, 그 상승 흐름이 너무 강하고, 열기도 더 뜨거워져, 구멍을 메꿔도 녹아내리기를 반복했다.
맨틀이라는 것을 먼저 손봐야 하나.
대지 수복을 멈추고, 맨틀 쪽으로 내려갔다. 너무 뜨거운 나머지, 다 녹아 액체일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맨틀은 단단한 고체 쪽에 가까운 듯했다.
그것은 아주 느린 흐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이 터널의 밑 부분에서, 마치 뾰루지처럼 솟아올라서는, 일부 흐름을 위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한다…….
* * *
남 비서와 중국 관계자들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커다란 구멍이 메꿔지고, 불길은 금방 잡혔으나, 쭈그리고 있던 신시우가 일어난 것은 1시간이 지나서였다.
그는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어떤 마법을 사용했는데, 푸른 빛이 그를 중심으로 스캔을 하듯 바닥과 주변을 훑으며 퍼져 나갔다. 이후 그는 또 한참을 왔다 갔다 하다 돌아왔다.
남 비서는, 영감님의 흔적은 발견 하셨습니까? 라고 묻고 싶었으나,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분명 신시우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지거나 눈빛에서 살기가 풀풀 날린다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주변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공기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왜 그런 것이 있지 않은가? 말을 꺼내선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남 비서는 그걸 느꼈다. 그렇게 바짝 긴장하고 있는 남 비서에게, 신시우의 나직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남 비서.”
“예……!”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 움직여야겠다. 잠깐 저 녀석들이랑 있어.”
“아… 예. 알겠습니다.”
‘공기가 숨 막힐 정도로 답답하다. 이건…….’
그는 신시우가 굉장히 화가 났다는 것을 느꼈다.
‘역시, 영감님이 잘못되신 건가.’
이렇게 진지하게 화가 난 모습을 처음 본 남 비서의 시선은, 뒤돌아 가는 신시우의 뒤를 좇았다.
* * *
기억을 읽는 마법을 이용하여, 장소의 기억을 읽었다. 사물과 장소의 기억들은 인간의 기억처럼 명확하게 이어지지 않고 뭉뚱그려져 있는 데다가 띄엄띄엄 보이기에, 주변의 살아남은 식물들의 기억까지 들춰보며 추측해야 했다.
상당한 경지의 검사와 단군의 1대1 대결. 그에 단군과 함께 있던 기에테들이 말려들었는지, 아니면 고의적인 것인지, 그들 모두 검사 녀석에게 당했다. 그러나 바로 숨통은 끊어지지 않았던 것 같고, 이후 단군의 능력으로 인해 모두 죽게 된 것 같다.
보아하니 단군이 이 구멍을 만든 것 같은데… 어떻게 만든 거지?
검사는 그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살아나왔고, 단군은 사라졌다. 마법을 통해 얻은 기억 편린들 중에서 단군의 죽음은 명확하지 않았다.
살아 있을 수도 있다는 건가.
하여, 일단 검사 놈을 추적하기로 했다. 여러 추적 마법들 중 내가 선택한 마법은 비교적 복잡하지만, 확실한 추적 마법. 영혼의 흔적을 쫓는 마법이다. 그를 위해 골든 스피어를 소환해 마법 술식 조합을 빼왔다.
이쪽이군.
수없는 수련을 통해 갈고닦은 영혼은 일반 영혼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렇기에 영혼 추적 마법을 시전하는 것만 가능하다면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그렇게 계속해서 숲으로, 숲으로 들어갔다.
* * *
“하~ 암… 대체 다음 정보는 언제 들어오는 거야.”
불기둥이 솟구치는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허베이성의 어느 시골 마을. 바레모도는 그곳에서 다음 목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레모도 님. 말씀하셨던 술입니다.”
“오~! 좋아. 좋아. 오랜만에 먹는 우량예구만.”
“5천만 원이 넘는 귀한 명주입니다.”
“그래서?”
순간 바뀐 분위기에 술을 갖다 바친 프리메이슨 추종자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래서. 그 돈 좀 썼다고 지금 생색이라도 내겠다는 거야 뭐야. 이 새끼 이거, 술맛 다 떨어지게 하네.”
“아……! 아닙니다. 무슨 그런 오해를……! 그저 저는…….”
쾅!
순간적으로 위로 솟은 추종자는 상체 전부를 천정에 처박고는 축 늘어졌다.
“시끄럽게 하고 있어. 짜증 나게.”
그는 술을 뜯어 잔에 따라 한 잔을 마셨다.
“크~ 역시. 내 취향은 중국이야.”
그렇게 한 잔 더 마시려던 그는, 순간 시선을 들어 창 너머 멀리 내다봤다.
‘뭐야. 저놈은. 라마단인가? 아니… 요한?’
멀리서 접근해 오고 있는 어떤 존재를 느낀 바레모도는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서 집 밖으로 나갔다.
‘뭐, 누구든 제 발로 찾아와 주면 고맙지.’
씨익 웃은 그는 계단을 내려가 집 앞에 나지막한 바위 위에 올라가 섰다. 지대가 높은 탓에 멀리까지 보이는, 훌륭한 경관이 장점인 집이라 나지막한 바위 위에 올라서니 마을 전체는 물론이고, 멀리 협곡까지 훤히 보였다.
그렇게 그곳에 서서 있던 그는, 순간 뒤로 멀찍이 날았다. 접근해 오던 존재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탓이었다.
“오~ 저돌적인데…….”
그가 서 있던 나지막한 바위 위에 나타난 것은 그가 예상했던 프리메이슨의 배신자들이 아니었다. 바로…….
“네가 단군과 싸운 놈이구나.”
신시우였다.
“네가 그 신시우라는 녀석이구나?”
“어, 맞아.”
무표정에서 흘러나오는 기이한 분위기에 바레모도는 순간 움찔했다. 뭐랄까. 그 존재에게서 풍겨오는 존재감만으로 전신이 옥죄어지는, 그런 것을 바레모도는 순간적으로 느꼈다.
“하하.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또 몰랐는데 말이야.”
쿵-!
순간 그는 어디선가 그런 소리가 난 것 같은 착각을 했다. 자신의 무릎이 땅에 닿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인류 최강 중 하나였던 그 자신이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전신을 짓뭉개는 무시무시한 압력을 이겨 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뒤늦게 오러를 끌어올려 그 힘으로 일어났으나, 그게 고작이었다. 그에게 있어 이 무지막지한 압력은 도저히 이겨 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난생처음 느껴 보는, 주변 풍경이 일그러질 정도의 강력한 압력.
‘시발… 대체 뭐야 이 무지막지한 압박감은…….’
초월적인 힘의 압력을 느끼며, 그는 수년 전 자신을 찾아왔던 한 검사를 떠올렸다. 우스운 거지꼴을 하고 나타난 남자는, 어처구니없게도 단 몇 합 만에 그를 굴복시켰다. 신검합일의 경지에 오른 이후 패배를 몰랐던 그는 큰 충격에 빠졌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에게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프리메이슨의 수장 브릴란스의 힘과 정면을 맞섰을 때보다도 더 강력하고, 두려운 힘이었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내 경고를 무시하고, 내게 칼을 뽑은 대가. 그게 어떤 건지. 깨닫게 해 주마.”
쿵! 쿵! 쿵! 쿵!
“커헉!”
신시우는 바레모도에게 대꾸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마나의 힘을 이용하여 그대로 바레모도를 잡아 올려 바닥에 내려쳤다. 그의 강력한 힘은, 무방비 상태의 바레모도를 무시무시하게 들어 올렸다가, 강력하게 바닥으로 내려찍었다.
‘무력하다. 이렇게 무력해 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지……?’
그 강력한 충격은, 몸 바깥에 두른 오러를 뚫고 그의 내부를 뒤흔들었다. 수차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며,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그는 마치 주마등처럼, 아주 빛바랜 오랜 기억들과 마주했다.
그가 치렀던 수많은 결전들과 그 손에 죽어 나갔던 많은 이들. 피나는 노력과 그 끝에 얻은 결실들. 온갖 기억들이 뒤죽박죽 얽혔다. 그리고 그 기억들의 틈 사이로 신시우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별로 재미도 없고. 그만 끝내자.”
‘재미가… 없다고…….’
“크큭… 씨이발.”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바레모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재미가… 없다고… 크큭…….”
“이 새끼가 땅에 머리부터 처박았나.”
“그래, 시팔.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이 꼴이 되어 있으니… 쿨럭……! 후… 정말 X 같군.”
“나는 그냥 널 보는 것 자체가 X 같다. 이만 끝내자. 갈 길이 머니까.”
“이봐. 네가 말도 못 하게 강하다는 건 알겠는데 말이야. 프리메이슨을 얕보지 말라고. 최종 전력은 계시자들만이 끝이 아니니까.”
까드드득……!
허공에서 범상치 않은 얼음 결정들이 생겨났고, 그것들은 바레모도의 관절들을 파고들어 허공에 봉했다.
“끄으으으……!”
“좀 기다려. 네 머릿속 좀 뒤져 보고 가야겠으니까.”
* * *
핏-
어두운 방 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던 수십 개의 촛대. 그중 가장 커다란 여섯 개의 촛대 중 하나가 아주 희미해졌다.
‘드디어 움직였군.’
촛대들은 각기 프리메이슨이라는 조직의 조직원들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여섯 개의 촛대는 비공식 귀환자 셋과 계시자 셋. 총 여섯 명에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중 희미해진 것은 바레모도의 촛불.
그러나 브릴란스는 그 생명이 꺼져 가는 것을 보고도 덤덤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유지한다기보다는,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이것이 모두 그의 계획이었기 때문이었다. 바레모도를 이용해 단군을 죽이고, 신시우를 유인해 내 전투 데이터를 얻는 것. 그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당연히 바레모도의 죽음 또한 예견되어 있었다.
브릴란스가 내부적으론 배신자들의 처단을 얘기했지만, 사실 그의 진짜 계획은 신시우의 유인과 제거가 핵심이었다.
그는 이미 신시우를 유인할 장소와 그를 죽일 계획을 구상해 놓고 있었다. 실제로 추종자들과 관조자들을 시켜 이미 장소는 구축해 놓은 상태. 이제 바레모도와의 전투 데이터를 얻고, 신시우에 대한 여러 데이터를 조합해 어떤 방식으로 그를 제거할지 세부적으로 결정하면 됐다.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시간과 데이터가 주어지면 쓰러트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