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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즉위식 날 균열을 만났다-46화 (4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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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는 기습 공격을 해야 했기에 무대포로 날아서 이동했지만, 이번에는 절차를 지키기 위해 국가 간 공간이동 마법이 허락된 인천공항으로 갔다.

“아이구. 어서 오십쇼.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베이징 공항으로 바로 이동 가능하십니다.”

약삭빠르게 생긴 중년 남자가 우리를 맞았다.

“바로 가지.”

수현이와 김 비서와 함께 커다란 원형 마법진 안에 올라섰고, 마법사 다섯이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강력한 마나 기류가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것들은 커다란 힘으로 바뀌어 내 몸을 휘어 감았고, 강렬한 빛과 함께 시야가 바뀌었다.

“어서 오십쇼.”

중국어가 들림과 동시에 펜던트가 통역 마법을 시작했다.

“반고가 있는 곳으로 가자.”

“예.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계십니다.”

중국인들이 말은 곱게 했지만, 얼굴은 썩 좋지 못한 얼굴이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미친놈이 자신들의 왕을 굴복시키고 난데없이 나라를 먹었으니 십분 이해는 한다. 그러나 선은 안 넘었어야지.

“안내해.”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안내인이 올 겁니다. 아, 저기 오네요.”

우리는 안내인을 따라 반고가 기다리고 있는 베이징의 한 빌딩으로 향했다.

“헙.”

반고의 거대한 체구를 보자마자 수현은 입을 막았고, 김 비서도 놀라는 얼굴이었다. 무려 4m가 넘는 데다 초극도 비만인 듯 살이 쪄 있었으니까.

저 상태로 움직이는 게 더 신기하다.

“어서 오십시오.”

놈은 그 육중한 몸을 희한하게 움직이며 상체를 숙여 인사했다.

“그놈들은 잡아 놨나?”

“곧 올 겁니다.”

“몇 명이나 되지?”

“한 80명 정도가 무리를 지어 다니며 한국인을 축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럽게 많이도 뭉쳐 다니네. 한 스무 명 정돈 줄 알았더니.”

“죄송합니다.”

“뭐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사과에 물었다.

“제가 처리를 했어야 하는데…….”

“아니, 네가 할 일은 아니야. 확실히 내가 필요한 순간이다. 뭐든지 직접 해야 할 때가 있는 법.”

녀석은 여전히 황송한 얼굴로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저런 거구에 용으로 변신까지 하는 놈이 취하는 행동이라고 하기엔 헛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그 80명은 언제쯤 잡아 오지?”

“치웨이. 빨리 알아봐라.”

“예.”

“조금만 기다리십쇼. 금방 올 겁니다.”

놈의 볼품없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김 비서도 의외라는 얼굴이었고, 수현이는 이미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인사해. 여긴 내 제자 수현이다.”

“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반고라 합니다.”

“안녕하세요.”

둘의 쑥스러운 인사가 끝나고, 나는 다시 녀석에게 명령했다.

“중국… 그 수상?”

“아, 주석입니다.”

“그래. 그 주석이랑 중국을 구성하는 주요 인물들 모두 집합시켜라.”

“예. 알겠습니다.”

“아직 베이징 한복판에서 시위들 잘하고 있지?”

“예. 아직 많이 나와 있습니다.”

“거기서 응징을 진행할 거야. 높은 단상 준비해 놔.”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내 명령에 중국의 정부 주요 인물들과 각성자들이 줄줄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80여 명이 모두 체포가 되었다는 보고가 이어졌고, 우리는 시위가 한창 일어나고 있는 베이징 도심의 큰 도로로 나갔다. 그리고 시위대의 행진을 막고, 그 앞에 높은 단상을 차렸다.

전쟁으로 작살이 안 나니 이렇게 자유롭게 시위도 할 수 있고. 팔자 좋군.

시끌벅적하던 시위대는 우리의 등장에 더욱 시끌벅적해졌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나섰고, 펜던트의 통역이 시작됐다.

“나는 한국의 귀환자 신시우다. 내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너희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나는 강압적인 것을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다. 허나,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놈들은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르게 해 주는 것이 내 신조다.”

마력을 실은 내 목소리가, 고층 빌딩들이 즐비한 넓은 도로에 울려 퍼지자 일대가 고요에 잠겼다.

“며칠 전 분명 나는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선언했다. 한국인을 괴롭히는 놈들에게는 그에 맞는 응징을 가하겠다고. 그리고 중국 정부 또한 패배를 인정하며 한국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은 없을 거라 얘기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너희들이 벌인 일을 봐라.”

여전히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한 거리에, 다시금 내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오늘 내 경고를 무시한 이들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너희들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이번까지는 너희들에게서 빼앗는 것이 없을 것이지만, 만일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너희들에게서 자유와 권리를 모조리 빼앗을 것이다. 이것은 비단 이곳 시위대뿐만이 아닌 중국 전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야.”

높은 단상 밑에는 80여 명의 중국인들이 쇠사슬에 묶여 있었는데, 개중에는 볼품없지만 각성자들도 섞여 있었다. 그런 그들을 모조리 허공으로 띄웠다. 개중에는 이미 죽는다는 것을 아는지, 욕설을 지껄이는 놈도 있었고, 억울하다고 시부렁거리는 놈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너희들은 모조리 극독형에 처한다.”

오른쪽 어깨에 있는 문신 중 하나에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높은 상공의 공간이 찢어지며 거대한 금색을 발하는 구체가 등장했다.

보통은 잘 꺼내지 않는 나의 마법의 정수이자 내 마력의 증폭기인 골든 스피어(Golden Sphere). 도시로 금빛 광채를 흩뿌리는 거대한 황금 구체에 내 마력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수많은 마법들 중 내가 필요한 마법을 찾았다.

내가 찾는 마법은 바로 극독 ‘살가지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마법. 보통 수작업으로 제조하는 극독은, 그 희귀한 재료만 잘 구하면 만들기 어렵진 않다.

그러나 마법으로 극독을 만들어 내려면 굉장히 난해한 수준의 마법술식 연계가 필요하다. 그 희귀한 성분들을 모조리 마법으로 만들어 내 조합해야 하니까.

하여 보통의 마법사라면 이런 평생의 연구과제 같은 마법을 배우려 들지 않겠지만, 나는 마력도 남아돌고, 마법에 대한 이해도도 초월적이기에 마법을 배워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외우고 다니기엔 너무나 난해하기에 이렇게 ‘오브’에 저장시켜 놓았다.

두 손이 바쁘게 움직였고, 입도 바쁘게 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공에 다양한 물질들이 모여들며 하나의 극독이 조합되기 시작했다.

한참의 조합과 마법 처리 과정을 거쳐 극독이 완성되었고, 팔십 명의 사형수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죽음을 기다렸다.

허공에 뭉쳐져 뭉글뭉글 돌아가고 있는, 청록색의 커다란 극독 덩어리를 80개로 쪼갰다. 그리고 순식간에 놈들의 몸에 주입시켰다.

수십 개의 방울이 몸을 관통하는 따가움에 움찔거리며 단발마 비명을 지르던 팔십의 사형수들은, 잠시 후 자지러지는 비명과 함께 칠공에서 피를 토해 내기 시작했다.

전신의 혈관이 역류하고 터지며, 온몸에 있는 괄약근이 열리며 장기들이 내부적으로 터져 피를 뿜어내는, 고통도 고통이지만 외적으로 보기에도 아주 처참한 광경을 보여 주는 극독이었다.

조용히 고통에 몸부림치다 가게 해 줄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외적이 퍼포먼스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기에 이런 극독을 사용했다.

어깨 마력 문신에 마력을 거꾸로 흘려 골든 스피어를 집어넣었고, 사형수들의 비명 소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멎었다.

순간 고요해진 거리에, 충격에 빠진 얼굴들을 한 시위대가 보였다. 그들을 천천히 둘러보던 나는 말했다.

“너희들이 한 행동에 대한 내 대답이 잘 전해졌길 바란다.”

그 말을 끝으로 단상에서 내려왔고, 이어서 중국 주석이라는 놈이 위로 올라가 시민들을 다독이는 연설을 시작했고, 나는 그대로 일행을 이끌고 베이징 공항으로 향했다.

“다시 얘기하지만, 용으로서 생각하지 말고 인간 지도자로서 생각해라. 그건 하늘과 땅 차이니까.”

“예.”

베이징 공항까지 마중 나온 반고 녀석에게 충고의 한마디를 던지고는, 공간이동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우리 셋은 일본으로 이동했다.

일본에서도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일본에서도 중국에서 했던 말을 비슷하게 했고, 총 19명의 한국인을 죽인 39명의 일본인들 모두를 시위대 앞에서 극독 살가지아로 사형시켰다.

아마 앞으로의 세계에서 한국인이라고 무참히 살해되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한 이 퍼포먼스는, 비단 중국과 일본뿐만이 아닌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일종의 경고다. 나는 하는 말을 반드시 지키고, 내가 하는 말을 거역하는 자는 그 대가를 치른다는 경고,

일일이 가서 응징하는 것은 굉장히 귀찮고 졸렬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직접 내가 본보기를 보여 준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일. 앞으로 한국인으로서 살아갈 수현이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그래도 피와 비명 소리가 난무하는 사형 집행 도중 김 비서는 좀 힘들어했지만, 수현은 생각보다 잘 버텨내 장하다 생각했다.

“오늘 저녁 식사 전에 관문 너머로 들어가 보자.”

“오……! 정말요?”

수현이가 눈을 부릅뜨며 쳐다봤다.

“어. 이제 차원 관문 술식도 틀이 잡혔으니, 넘어가서도 한번 확인하고, 그곳 구경도 좀 하고. 김 비서는 그 너머가 뭐가 있는지 정보 좀 알아놔.”

“네.”

김 비서는 여전히 충격이 남아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지금 이 응징이 끔찍해 보여도, 앞으로 더 끔찍한 죽음과 학살을 막아 줄 억제제가 될 거야. 그러니 이 정도는 감내해.”

“네…….”

그렇게 김 비서를 말로 토닥여 주며, 한국으로의 귀환을 위해 나리타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 * *

“음…….”

대한민국 백광마정 관련 보고서를 읽은 브릴란스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뭔가 중대한 결정을 하는 듯, 평소에 보이지 않던 모습을 보여 주던 그는, 조용히 결단을 내렸다.

“아무래도 신시우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겠군. 그전에 먼저 주변 정리를 해야 되겠어. 지금부터 배신자들에 덫을 놓는다. 계시자들과 귀환자들, 관조자들까지 모조리 움직여서 놈들을 각개격파 하도록.”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프리메이슨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오래 기다렸나?”

“아냐.”

거창 차원 관문에 멀든의 무리가 이미 와 있었다.

“네게 부탁할 게 있어.”

“뭐든지.”

“너희들이 한국 각성자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해 줬으면 한다.”

“뭐?”

예상치 못한 말이었는지 멀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려운 건 아니잖아?”

“어… 그야 그렇지. 그럼 우리보고 교관, 선생 뭐 그런 걸 하라는 거지?”

고개를 끄덕였다.

“흠…….”

멀든은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전 가능.”

“나도.”

하나둘 가능하다고 얘기했고, 생각 외로 쉽게 모든 이들의 승낙을 받아낼 수 있었다.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놈들인가?

기세들을 보자면, 한바탕해야 성질들이 풀릴 것같이 거칠어 보였는데, 의외로 이런 지루한 임무에 찬성표를 던지니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언제부터 하면 돼?”

“방위청장에게 얘기해 둘게. 녀석이 연락을 줄 거야. 그 녀석이랑 같이 상의 잘해서, 교육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할 건지 훈련과정, 교육과정을 먼저 짜고, 일정이 잡히면 그대로 하면 돼.”

“알았어.”

“우린 미지의 세계를 탐험을 하고 올 테니까. 너희들은 관광이라도 하고 있어.”

“그래. 알아서 잘 쉬고 있을 테니, 다녀와.”

주 비서와 레이나를 쳐다봤다.

“어떻게. 결정은 했고?”

레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주 비서의 표정을 보니, 그녀가 영향을 좀 끼친 듯 보였다.

“관문 너머 갈 건데, 같이 가 볼래?”

“다음에 갈게요. 일단, 가족 마중 나가 봐야 해서.”

“그래. 주 비서, 레이나 가족들 집 좀 알아봐 줘. 혹시 내 집 완성되었으면, 지금 내가 있던 집 비워 줘도 되고.”

“네. 알아보겠습니다.”

주 비서는 고개를 숙였고, 김 비서와 수현이와 함께 그들을 지나 차원 관문 앞으로 향했다.

이건 또 처음 경험하는 거라 떨리는군.

호기심과 걱정이 동반되는 쾌감을 느끼며 먼저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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