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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애애액-!
강력한 파공성과 함께 두 명의 중국 각성자가 절명했다. 어디선가 날아든 화살이 회전을 머금고 휘어지며, 그들의 가슴에 구멍을 냈다.
또 다른 화살 몇 개가 마치 마법에 걸린 듯 휘어지며 다섯의 중국 각성자들을 순식간에 절명케 했다. 그에 바알 길드 부마스터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어떤 놈이야!”
그런 부마스터 옆으로 마치 새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활을 든 여자가 사뿐히 내려섰다.
“신경질 내는 건가?”
기이하게 머릿속으로 흘러드는 여자의 음성을 들은 부마스터는, 눈을 번쩍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았다.
“소속이 어디… 십니까?”
그의 말을 알아들은 건지 아닌 건지 여자가 대답했다.
“버거워 보여서 처리해 줬더니,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쯧.”
여자는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순식간에 바람을 일으키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얼이 빠진 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변을 둘러봐야 했다. 왜냐하면, 조금 전까지 바알 길드원과 협회 각성자들이 힘겹게 싸우던 수십의 중국 각성자들이 순식간에 정리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빵. 쟤네 뭐야?”
불쑥 나타난 바알 길드 마스터 지국이 그에게 물어왔다.
“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생긴 건 유럽 쪽같이 생겼는데, 처음 듣는 언어를 쓰는 게 다른 쪽인 것 같기도…….”
“너 유럽 말 다 알아?”
“아, 그건 아닙니다만…….”
“됐고, 유럽에서 왔을 리가 없잖아. 유럽은 지금 전체적으로 괴멸되고 있는 중이라고.”
“맞습니다.”
“시발, 대체 뭐야 저 새끼들은.”
한껏 찌푸려진 미간으로, 마치 청소하듯 중국 각성자들을 쓸고 지나가는 압도적인 무력들을 바라봤다. 최대한 많은 인명 피해를 내려 했던 마스터 지국은, 상대가 너무 강한 데다가, 자신의 의도도 감춰야 하기에 쫓아가서 뭐라고 하지 못한 채 돌아서야 했다.
“우린 내려가자.”
그리고 모든 길드원을 데리고, 그들의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국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넘어간 줄 알았으나 발할라 기사단의 눈은 예리했다.
“쟤네 왜 광역 공격을 처하고 있었지?”
“허접들이 하는 게 다 그렇지. 꼭 대상은 멀쩡하게 냅두고, 주변만 부숴요.”
“아냐, 아냐. 뭔가 이상했어. 쟤네들이 싸우던 동네는 대피조차 제대로 안 된 곳이었다고. 내가 지나가면서 창가에 서 있는 사람들을 봤거든. 근데 건물을 붕괴시키려고 했다는 건…….”
“고의성이 있다고 봐야지.”
“프리메이슨이야.”
그들의 예리한 눈은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히몰리’, ‘샤밀’. 둘이 가서 감시해. 고의적으로 인명 피해를 늘리려는 건 프리메이슨과 관계가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예압.”
‘한국에도 수작질을 하고 있군.’
발할라 기사단 부단장 ‘쟝그라일’은 찾아보고 감시하라고 지시하긴 했지만, 확신하고 있었다. 프리메이슨이 공작을 하고 있다고.
* * *
단군에게 짓쳐 들던 네 줄기의 오러가 그의 인력권 안에 들어가며 휘어졌고, 그가 인력검을 휘두르자 오러 줄기들이 그 인력에 휘어져 검에 감겨 그대로 뿌리쳐졌다. 그러고는 빠르게 뒤를 돌아 등 뒤에서 나타난 반달의 검과 맞부딪혔다.
인력(引力)검. 그것은 단군의 능력인 암력(暗力)으로 만들어 낸 검으로, 이름 그대로 인력을 가진 검이다. 인력의 강약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는 그 검과 검격을 나누다 보면, 인력에 휘둘려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극심해진다.
반달은 그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는 인력검째로 단군을 베어 낼 생각으로 휘둘렀다. 그러나 그 또한 예상했는지, 맞부딪힘과 동시에 자신의 그림자로 녹아들며 모습을 감췄다.
그렇게 수십 번의 공방이 펼쳐졌다. 오러 줄기들이 하늘을 수놓았고, 그의 검은 몇 번이나 인력검을 베어 냈다. 그러나 끝이 없었다. 단군은 계속 숨바꼭질을 해 대면서 그의 허를 찔러 들어왔고, 그때마다 그는 피하며 역공을 펼쳤다.
‘속도는 분명히 내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그러나…….’
단군의 경험이 너무나 노련했다. 그는 자신보다 강한 자와 싸우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도 거의 미래를 내다보는 수준으로 움직여, 그의 공격을 흘려 내거나 피했다.
‘분명 영감도 지치고 있을 것이다.’
반달은 그렇게 생각하며 더욱 속도를 올려 그를 베어 나갔다. 그렇게 얼마쯤 맞부딪혔을까. 갑자기 단군의 기세가 급격하게 올라가더니, 지면을 뒤덮고 있는 어둠을 이용해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
수백, 수천 개의 어둠의 창이 솟아나 그의 움직임을 방해했고, 그때마다 단군이 그의 그림자에서 나타나 허를 찔렀다.
거기다가 단군이 허공에 만들어 놓은 검은 기둥들이 강력한 인력으로 그의 정밀한 이동을 방해했고, 그것들을 일일이 부수는 것도 꽤 성가셨다. 그렇게 쏘다닌 그의 체력은 이미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을 만큼 고갈되어 있었다.
그리고 단군은 그때를 노리고 있었다. 계속된 게릴라전에 성난 반달이 오러 구체를 쏘아 대자 강렬한 폭발음이 지축을 울렸다. 그리고 그 순간. 검은 암력의 창이 그의 어깨를 관통했다.
“크읏……!”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암력이라는 능력 자체가 너무 까다로운 능력인 데다, 전투 센스까지 높은 단군과의 싸움에서 자신이 압도적으로 이길 거라 생각지는 않았다. 그도 전성기 때의 단군을 봤으니까 그 정돈 예상했다.
그러나 아무리 숙련되지 않은 마이스터의 경지지만, 경지를 한 계단 뛰어오른 자신이 패배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오만한 생각이었나.’
그는 쓴 입맛을 다셨다.
“후우- 굉장히 힘든 싸움이었네.”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얼굴의 단군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포기하고 돌아가게. 아마, 반고라는 친구도 정리되었을걸세.”
“아직 반고를 잘 모르는군.”
“자네야말로 신시우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요한을 꺾었다고 의기양양해하는 거라면…….”
“아니, 요한을 꺾고 말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네. 그를 직접 겪어 본 내 판단일세. 그를 이길 존재는 아마 이 지구상에 없을 거라고 난 생각하네.”
그에 반달이 비웃었다.
“너무 나간 거 아닌가?”
“뭐, 결과가 말해 주겠지.”
단군은 씨익 웃어 보였다. 그에 반달은 이상한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정말 단군의 말이 맞을 것 같다는… 그런 불안감을.
“자, 어떤가. 더 할 마음이 있는가?”
반달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졌소.”
“잘 생각했네.”
단군은 힘을 거둬들였고, 일대를 뒤덮고 있던 어둠이 연기처럼 흩날리며 사라져 갔다.
“자네 친구들 수습해서 돌아갈 준비를 하게. 전국…….”
믿고 있던 단군의 믿음을 반달은 발도술로 배신했다. 단군은 마이스터의 경지에 오른 검사가 지척에서 펼치는 발도를 피해 낼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가 검을 뽑는 그 순간, 그와 단군의 사이에 물이 차오르더니, 강력한 힘으로 반달을 밀어내 멀리 날려 버렸다.
“위험했습니다.”
어느새 제라드가 단군의 곁에 서 있었다.
“왜 그랬습니까?”
“믿었네.”
제라드는 알 수 없는 눈으로 단군을 쳐다봤다. 단군은 누군가를 쉽게 믿을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향 사람 아닌가. 저 친구는 그렇게 야비한 사람이 아니었어. 내 실책이네.”
그 철두철미한 단군이 실책을 하다니. 제라드로서는 어이가 없는 노릇이었다. 제라드는 다시 일어서는 반달을 쳐다봤다.
“처리하죠.”
“내가 하겠네.”
단군은 뭔가 결심한 듯 빠르게 능력을 전개했다. 일대를 어둠으로 뒤덮음과 동시에, 반달의 주변에 거대한 검은 인력 기둥 12개를 박아, 인력망을 구성하여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
제라드는 일대가 일그러져 보일 만큼 강력한 인력이 작용하고 있는, 높게 솟은 검은 기둥들을 보며 등줄기에 소름을 느꼈다.
‘영감님이 저렇게 굳은 의지를 내비치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그는 둘의 관계가 가벼운 관계가 아님을 짐작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와중 검은 기둥이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마이스터의 경지에 오른 검사의 무력 또한 막강했다. 그 어마어마한 인력의 늪을 뚫고 거대한 기둥들을 잘라 내는 것이 경이로울 정도였다.
인력망을 부수며 튀어나온 반달은, 나오자마자 수많은 검은 창날들과 마주해야 했다. 그의 움직임을 따라 무시무시한 속도로 솟아 나오는 검은 창들에, 그는 오러 블레이드로 바닥째로 갈라 버렸다.
허나, 그것은 죽여도, 죽여도 다시 일어나는 언데드처럼, 단군의 의지와 힘으로 재생성되어 그를 괴롭혔다.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순간 그의 발밑에 생긴 무시무시한 인력이 그를 끌어당겼고, 일대의 빛이 빨려 들어가며 어두워졌다. 그리고 반달은 다시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
단군의 암력이 모조리 걷어지고 난 자리에 피투성이가 된 반달의 사체가 누워 있었고, 단군은 힐끗 쳐다보더니 발걸음을 돌렸다.
“무슨 관계였는지 혹시 물어봐도…….”
“내 손자일세.”
제라드는 살짝 눈을 크게 뜨는 것으로 놀라움을 표시했다.
“어릴 땐 꽤나 예뻐했는데, 언젠가부터 이 할애비와 생각이 달라 척을 지더군. 흐음… 이걸 누군가에게 말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참…….”
제라드는 단군의 눈치를 살폈지만, 내려앉은 그의 눈꺼풀 속의 눈빛은 그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손자라고 말하셨으면 제가 속박이라도 걸…….”
“아닐세. 녀석과 내 사이엔 남들이 모르는 골이 있네. 아마, 그냥 두면 분명 큰 후환이 될 게야. 무고한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갈걸세.”
“…….”
“얼른 들어가세나. 집 안에서 다들 걱정하고 있겠구먼그래.”
입은 웃고 있지만, 가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제라드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서로 척을 졌다 한들, 손자를 제 손으로 죽인 할애비의 마음이 어떨지 그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그는 조금 전 단군이 죽을 뻔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그가 무엇을 하려 했는지 알았다.
제라드는, 그는 손자의 손에 죽으려 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단군의 돌발행동이 이해가 가니까.
“손자분의 시신은 제가 수습하겠습니다.”
“그래 주면 고맙겠네.”
* * *
한반도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방위청장은 중국의 주시자 왕시아오와 마주했다.
“네가 방위청장인가?”
옆에 붙은 통역을 통해 전해지는 그의 말에, 방위청장은 그의 정신에 접촉하여 답을 전했다.
[그래.]
청장의 말에 왕시아오의 날카로운 입선이 호를 그렸다.
“세기의 천재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우리도 자네를 탐내고 있네. 중국으로 넘어오는 게 어떤가?”
청장의 대답 대신 한 여자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거기다가 그 또한 아는 언어와 목소리였다.
“왕샤오 안녕~”
고개를 홱 돌리자 그의 옆에, 눈웃음을 짓고 있는 은발의 여자가 보였다.
“이런… ㅆ…….”
순식간에 공방을 주고받은 왕시아오와 은발의 여자 소이메르는 서로 멀찍이 거리를 벌렸다.
‘눈웃음에 살기, 기척을 숨기는 보법 ‘구름 밟기’.’
그는 주시자 소이메르를 단번에 알아봤다. 주시자 중에서도 실력이 출중한 이들 중 하나였으니까. 파괴력은 높지 않지만, 그 특유의 보법과 속도전은 혀를 내두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거기다가 웃으면서 흘리는 살기에, 상대에게 혼란 유발을 하기까지.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아니고서야, 고전하게 되는 상대였다. 그 점에서 왕시아오는 잘못 걸렸다고 생각했다.
“우리 애기 건드리면 안 돼~”
“우리… 애기?”
“응.”
대답과 동시에 소이메르는 사라졌고, 여기저기 사방팔방 그녀의 잔상이 남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간 왕시아오에게 접근한 그녀는 주먹을 내지르며 얘기했다.
“우리 애기란…….”
으드드득……!
주먹과 손이 만나고, 기력과 기력이 충돌하며 기이한 소리가 났다.
“우리가 키우는 각성자를 얘기하는 거야.”
이어서 난타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