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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즉위식 날 균열을 만났다-26화 (2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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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테 조직 ‘발할라 기사단’의 협조를 얻어 돌아가는 길. 머릿속이 번잡했다. 마계로 가는 문도 빨리 열어야 되고, 수현이도 스스로 한 몸 지킬 수 있을 때까지 키워 주고, 보호해 줘야 하는데, 알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

이곳에 일어나는 차원 균열과 몬스터 풀은 왜 생기고, 그 너머는 대체 무엇이 있는가? 그 너머의 세계가 궁금했다. 그리고 균열을 타고 넘어오는 이들은 목적을 가진 채 자기 의지로 넘어오는 건지도 궁금했다.

그런 현상들도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는 마당에, 이놈의 프리메이슨 놈들을 알게 되었고, 그놈들이 뭔가에 홀려 어떤 알 수 없는 존재를 부활시키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 버렸다.

그 존재는 어떤 존재인가? 백익교는 과연 마계와 연관이 있는 곳인가? 전도자들은 진정 뭐하는 놈들이고, 어느 정도 힘을 가지고 있는가?

알고 싶다.

마법사란 존재들은, 대부분이 본능적으로 ‘지식욕’, ‘탐구욕’이 있다.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연구하여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내거나 어떤 것에 대해 알아가는 것. 전투 마법사건 학술 마법사건 대부분이 그런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 그래서 머리와 가슴이 이리 번잡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럼 우리가 싸워야 될 게 프리… 메우스?”

“프리메이슨. 그리고 ‘우리’가 아니라 ‘내가’다.”

“어차피 이 세상 사람들 다 죽이려고 한다고 했잖아요. 저도 같이 싸울 거예요.”

수현이 녀석. 패기는 있었다.

“네가 싸우기 전에 내 손에 다 죽을 거야.”

“걔네들도 잡히면 태워 죽일 거예요?”

이 쪼그마한 녀석이 언제는 잔인하다고 뭐라 하더니, 이제는 먼저 말을 꺼낸다.

“뭐, 그건 그때 봐서?”

“그런 악마들은 태워 죽여야 제맛인데.”

내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자 지가 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왜요?”

“그건 맞는데,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이상해서.”

“생방송 볼 때는 정말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더라고요. 타 죽어 마땅한 놈들은 있지만, 그걸 또 실제로 보는 건 다른 느낌이에요.”

뭐, 그건 그렇고…….

“너, 앞으로 나랑 같이 다녀야 할 것 같다.”

이전에도 불안했지만, 이제는 정말이지 위험 요소가 너무나 많아졌다. 하여 누구 손에 맡기는 것보다 내가 데리고 다니는 것이 낫겠다 판단했다.

“저야 좋죠. 집에만 처박혀 있지 않으니까.”

집 밖으로 나간다는 얘기는, 언제나 좋아하는 녀석이다.

“배고픈 사람?”

많은 지식들을 습득하고, 머리를 굴려서 그런지 몰라도, 배가 고팠다.

“저요.”

“남 비서는?”

“저도 조금 출출합니다.”

“그럼 야식으로 피자나 먹으러 갈까?”

얼마 전 먹었던 그 조그만 피자가 떠올랐다.

확실히 맛있단 말이지.

수현이는 환호를 질렀고, 남 비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우리 동네에 있는… 거 이름이 뭐더라?”

“‘잭스 맨’이요.”

“어 그래 거기. 남 비서, 거긴 안 가 봤지?”

“어…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기대해도 좋다.”

뒷좌석에 앉은 나와 수현은 서로 눈을 맞추며 미소를 주고받았다.

* * *

일본의 공식 발표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초강대국 일본이 한국에게 굴복하여 스스로 속국을 자처하는 것은 상상조차 해 보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부는 충격의 포인트가 달랐다.

“그 요한이 굴복했다고?”

“말도 안 돼. 프리메이슨도 함부로 못 건드는 놈이 요한 아녀?”

“뭔, 개소리야. 그놈들이 요한을 냅두는 건, 그냥 때가 안 돼서 냅두는 것뿐이야.”

“아니, 이봐들. 그딴 것보다 한국의 귀환자가 그만큼 강한 존재란 말이야?”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가는 모닥불. 그 불빛이 비춘 얼굴들은, 모두 혼란스러운 얼굴들이었다. 통일되지 않은 생각들과 믿음으로 혼돈이었다. 그들은 요한이 얼마나 강한 자인지 잘 아는 이들이기에 그 놀라움은 더욱 컸다.

“잠깐. 그럼 저 귀환자가 프리메이슨도 처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봐. 걔네들을 너무 물로 보는 거 아냐?”

“일단 만나나 볼까?”

멀리서 저벅저벅 뚱뚱한 남자가 하나 걸어오며 말했다.

“대장은 어딜 갔다가 이렇게 늦게 오쇼?”

“다 볼일이 있지 인마.”

대장이라 불린 뚱뚱한 남자는 호탕하게 한번 웃어재끼고는 의기양양하게 선포했다.

“한국으로 가자.”

세계 각지에 숨어서 숨도 안 쉬고 있던 기에테들이, 일본의 굴복을 신호탄으로 하나둘 양지로 나올 준비를 했다.

그들의 목적은 한국의 신시우. 보름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인물. 그와 접촉하기 위해 많은 기에테들이 한국으로의 잠입을 시작했다.

* * *

이른 아침. 가볍게 마나 수련을 한 나는, 청와대로 전화를 넣었다.

“오늘 한국 입장 발표에 한 가지 포함할 게 있어.”

[그게 무엇입니까?]

“고대인들에 대해 얘기할 거야. 내가 영감이랑 같이 청와대 쪽으로 갈 거다.”

고귀재는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발표는 몇 시쯤 할 생각이냐.”

[오전 중으로 할 생각입니다만, 정확한 시간 잡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있다가 보자.”

나는 다시 단군 영감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오늘 한국 공식 발표에서 너희 기에테들에 대해 얘기해야겠다.”

너무 갑작스러운 얘기였을까?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요한도 방송 탔고, 앞으로 진행을 위해선 세상이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프리메이슨에 대한 것도 차근차근 풀어야지. 참, 그것 말고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까. 9시쯤 우리 집으로 와.”

[그래. 일단 만나서 얘기하는 게 좋겠군. 이따 보세.]

프리메이슨이 차후에 내 앞길을 막거나 내게 해를 입힐 것이 확실하다면, 계속 세상 뒤에 숨어 있게 두지 않을 것이다. 다 까발리고, 민낯이 드러난 그놈들을 두들겨 부숴, 정의 구현을 해 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궁금하던 것들도 알아내고. 그보다… 먼저 영감에게 몇 가지 추궁을 할 게 있다.

“오늘은 청와대 간다.”

아침 식사 시간. 비서들과 수현이가 모인 자리에서 오늘의 일정을 얘기하는데…….

“네.”

알고 있다는 듯한 수현이의 목소리에 또 기분이 잡쳤다. 모든 것을 다 내보이는 듯한 느낌. 항상 이 녀석이 곁에 있으면 내가 발가벗고 있는 기분이라 언짢을 때가 많다.

[또 엿들었니?]

수현의 정신에 접촉했다.

[헤헤. 네…….]

[…….]

할 말이 없어져 밥이나 입에 넣었다. 그리고 다음 밥숟갈을 뜨면서 얘기했다.

[이전에도 얘기했지만, 네가 여기저기 관심을 많이 갖는 건 좋다만, 남의 대화를 함부로 엿듣는 건 썩 좋은 게 아냐. 남도 불쾌하지만, 너도 상처를 많이 받게 될 거다.]

[알았어요.]

담담하게 말하며 날 쳐다보는 저 당돌한 녀석. 나를 향해 짓는 미소에 마음이 물렁해져 버렸다.

“있다가 영감이 올 거야.”

“그… 저희 시조님 말씀이십니까?”

남 비서의 표현이 웃겨 피식 웃어 버렸다.

이 녀석 어째 조금 놀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그 영감이 오면 같이 청와대로 갈 거다.”

“알겠습니다.”

[단군 할아버지 말하는 거 맞죠?]

[그래.]

녀석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식사를 이어 갔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끝낸 후 9시 정각. 단군 영감이 찾아왔고, 나와 마주 앉자마자 내게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세상에 기에테들이 더 많이 있다던데, 너는 왜 내게 수백 명이라고 얘기했지?”

역시나 노련한 녀석의 얼굴은 당황한 기색도 없었다.

“그런 불확실한 것들까지 얘기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네. 그리고 그때는 자네를 썩 신뢰하지 않았지.”

“지금은 신뢰하나?”

“허허. 전보다는 낫지 않겠나?”

역시나 이 인간. 얄밉다.

“혹시 ‘단켄’이라고 들어봤나?”

노인의 눈빛이 빛났다.

“그에게 들은 모양이군.”

“뭐야… 너 알고 있었냐?”

이놈이 뒤로 숨긴 게 하나둘 드러나니 짜증이 와락 솟구쳤다. 겉으로 드러난 내 노기에 영감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으흠. 제라드와 종종 교류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네. 몰라야 하니, 모른 척했을 뿐.”

“내게 말하지 않은 것들 모조리 얘기해라. 빠짐없이 얘기해야 할 거다. 그렇지 않으면, 너와 나는 적이 될 것이야.”

내 엄포에 노인은 웃었다.

“허허허허. 진정하게. 뭐, 공식적인 기에테들 외에 나머지 숨은 자들에 관한 거라면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네. 나도 그들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는 건 두 집단뿐이니 말일세.”

나를 기만한 것 같은 느낌에 잔뜩 화가 난 나는, 끊어 말했다.

“읊어 봐.”

* * *

그는 알고 있는 것들을 다 말하고 나서도 정식으로 사과를 하고 나서야 나와의 대화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단군이 알고 있는 숨은 자들의 조직은 두 가지. 내가 만났던 발할라 기사단과 ‘에르메스’라는 명품 회사였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에르메스라는 회사가, 프리메이슨의 손바닥 안인 유럽에서 그 유명세를 떨치면서도,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살고 있었다는 것. 뭐, 모두가 힘을 잃었기에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찾기가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내 촉은 조금 달랐다.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난다. 단군은 그걸 못 맡은 건가?

그들은 얼마 전, 내가 귀환하자 단군에게 접촉을 해 왔고,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고 했다. 목적은 여느 다른 이들과 같은, 조직 프리메이슨의 멸망. 나를 꼬셔 힘을 합치자는 제의를 해 왔다고 했다.

당시 내 의중을 알 수 없었던 단군은 일단 보류했고, 이제야 다시금 접촉을 할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발할라 기사단의 단켄에게 들었던 것을 떠올려 보면, 프리메이슨의 추적은 집요하고도 정확도가 높다고 했다. 그에 그들의 추적에 당해 척살 당하는 것을 여럿 보아 왔다고.

한 번은 정체가 들킨 놈들이 한 나라를 점령하고 국가 전체를 방패로 삼아 눌러앉자, 프리메이슨은 세계 강국들을 움직여 연합군으로 그 국가를 박살 내 버렸다고 했다.

그런데 세계 3대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라는 회사의 뒤에 숨어 있었다고?

‘등잔 밑이 어둡다.’나 ‘강렬한 빛을 받는 회사가 만들어 낸 그림자 뒤에 숨었다.’와 같은 말들을 떠올려 보아도, 의심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단군 녀석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지만, 내게 쉬이 드러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눈치 빠른 녀석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주 영악한 영감탱이야.

단군에게서는 그 외에도 여러 이야기들을 들었다. 프리메이슨을 구성하고 있는 주력들이 과거 어떤 힘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그리고 요한이 어떤 인물인지. 그는 요한을 상당히 경계했는데, 아주 간교한 인물로 평했다. 내게 굴복한 다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해석자가 아니라 그 경전에 대한 진실을 알 순 없지만, 들은 바로는, 경전에 뭔가 마법적인 것으로 숨겨진 무언가가 되어 있어, 아마 지금쯤 프리메이슨 수뇌부들은 경전에 숨겨진 것들을 모조리 알아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물론, 이것도 영감이 수뇌부가 아니었기에 제대로 된 정보는 아니었다.

“참. 밖에 손님이 와 계시던데. 알고 있나?”

“뭔 손님?”

“글쎄. 잔뜩 화가 나 있는 것이, 자네에게 불만이 많은 것 같네만.”

따로 들은 것이 없어 단군의 말에 떠올릴 것이 없었다.

“뭐, 나가면서 보면 알겠지.”

수현이도 내려왔고, 세 비서를 불렀다.

“오늘은 둘이 따라오고. 김 비서가 집에 있어.”

“예.”

조금 섭섭해하는 듯한 눈빛이 있는 김 비서를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문밖에 나가자 영감이 말하던 그 ‘손님’을 볼 수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얼굴들.

“그, 방지산의 부모라고 하는데, 시우 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더라.

그들은 경찰들의 제지당한 채 집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고함 소리가 동네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야 이 죽일 놈아-!”

목청 하난 타고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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