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우 님.”
간단한 아침 식사 후 외출 준비를 하려 옷을 고르고 있는데 김 비서가 문밖에서 불렀다.
“왜.”
“그… 일본에서 손님이 왔습니다.”
“뭐?”
지네 나라 대사를 대가리 박게 했다고 그런 건가?
“바쁘다고 전해.”
“아… 옙.”
방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옷장에서 옷 고르기도 골치 아파 죽겠구만. 별 시답잖은 것들이 다 거슬리게 한다.
“후…….”
어제 짐이 좀 많이 들어온다 싶더니만, 이렇게 옷을 많이 가져다 놨을 줄은 몰랐다.
“시우 님.”
문밖에서 들리는 김 비서의 목소리에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혹시 제가 옷을 좀 골라드려도 되겠습니까?”
“아니. 됐어.”
쓸데없는 참견을 하려고 하는군.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던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들어와.”
들어온 그녀는 조심스러운 눈길로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이내 척척 옷을 골라냈다.
“이렇게 입으시면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
“음…….”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내게는 이 앞에 걸려 있는 대부분의 옷들이 그런 감상이었다. 이걸 꺼내 봐도 뭘 같이 입어야 할지 모르겠고, 저걸 꺼내 봐도 뭘 같이 입어야 좋을지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거울을 한번 지긋이 들여 다 보고 있는데, 김 비서가 또 다른 제안을 했다.
“저… 귀환자님은 짧은 머리가 더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
“뭐?”
“제가 미용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조금 손봐드려도 될까요?”
머리를 자른다라.
너무 오랫동안 머리에 손을 대지 않아 왔다. 치명적인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치열한 육황좌 쟁탈전과 칠대제 자격 시험을 거치며,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누군가 내 몸에 손대는 것을 금해 왔다.
그렇게 머리를 기르다 보니 어느새 어깨를 넘었고, 허리에 가까워졌다. 그것이 싫지 않아 그냥 두었지만, 자른다고 하니 또 그것 또한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이제 경계할 필욘 없으니까.
“조금 손보는 걸론 안 될 텐데?”
빈정거리면서도 나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녀의 말대로 움직여 줬다.
“다 됐습니다.”
그리 오랜 시간 지나지 않아서 완성된 머리. 생각보다 꽤 맘에 들었다.
“나쁘지 않군.”
산뜻한 느낌이 새벽에 받은 좋지 않은 느낌을 중화시켜 주는 듯했다. 그렇게 손을 좀 더 보고 난 뒤에야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오늘 외출 목적은 바로 차원 관문 탐사.
“……?”
두 비서와 함께 현관문을 나서던 나는, 딱 봐도 내게 목적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놈들과 마주했다. 그리고 그중 한 놈의 입에서 일본어가 흘러나왔다.
통역 마법이 걸린 내 펜던트가 일본어에 반응하며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상대편에도 동시 통역사가 통역을 시작했다.
“드릴 말씀이 있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나카지마 타케루’입니다.”
“바쁘다고 얘기했을 텐데?”
통역사의 통역 전에 내 펜던트가 먼저 말을 전달하자, 놈의 동공이 순간 확장됐다. 그러곤 동시 통역사에게 통역을 그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죄송합니다. 무례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을 전달해야 하기에 무례를 무릅쓰고 기다렸습니다.”
시선을 내리깐 채 한없이 자신을 낮춘다. 그리고 공손한 어투로 나의 신경을 자극하지 않으며 할 말을 전한다. 그런 녀석의 눈빛 너머에서 굉장한 내공이 보였다.
꽤 수련을 한 놈이군.
보낸 놈이 어떤 놈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지만, 지금 그런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에 쓸 시간은 없다.
“짧게 얘기해.”
내 말에 녀석은 품에서 시커먼 편지 봉투 한 장을 내게 건넸다.
“천황폐하께서 전하시는 서신입니다.”
받자마자 마법 처리가 된 건지 감정부터 들어갔다.
깨끗하군.
간단한 마법으로 감정을 마친 내 눈에, 서신에 찍힌 붉은 인장이 들어왔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인데…….
인장을 보자 이상하게도 먹을 것이 생각났으나, 이내 생각을 접고는 서신을 품속에 넣었다. 그러곤 발걸음을 옮겼다.
“가자.”
두 비서가 재빨리 걸음을 옮겨 앞장섰고, 일본 놈들은 말없이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그리고 차가 출발하고 나서야 물었다.
“천황이 각성자냐?”
저 정도 되는 놈을 부리려면 분명 힘 있는 놈일 거라 생각했다.
“네. 현재 일본을 지배하고 있는 귀환자입니다.”
김 비서가 대답했다.
“호오.”
그 말을 들으며 검은 서신을 꺼내 뜯어 봤다. 시커먼 봉투 속엔 새하얀 종이가 들어 있었는데, 그곳에는 한글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대를 만나고 싶다. 답을 기다리마.’
건방진 새끼네.
헛웃음이 나올 만큼 어처구니없는 서신이었다. 나는 창문을 열고는 발화 마법을 걸어 서신에 불을 붙인 뒤 던져 버렸다.
두 비서가 그런 나를 흘끔거렸지만, 둘 다 내 행동에 대해 캐묻거나 하진 않았다.
“시우 님. 도착했습니다.”
한 시간 좀 넘게 달려서 도착한 곳은 산 밑에 있는 커다란 공터였는데, 수많은 차량들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오늘은 중국 탐사대가 귀환하는 날이라 좀 붐비네요.”
차에서 내리자 찹찹한 공기가 나를 반겼다.
“가자.”
지체 없이 걸음을 옮겼다. 내 걸음에 맞춰 두 비서가 따라붙으며 현 상황에 대해서 얘기했다.
“현재 이 관문은 중국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냥 들여보내 주진 않을 겁니다.”
수많은 기회가 있는 새로운 세상을, 욕심 많은 인간들이 그냥 놔둘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당연히 소유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내 행선지를 비밀리에 부친 것이다. 또 방위청장 같은 녀석들이 연락 와서 귀찮게 할까 봐.
“내 스타일 몰라?”
내 말에 두 비서는 어색한 미소로 답했다.
“가자.”
“옙.”
“관문은?”
“저 윗길을 따라서 들어가면 나옵니다.”
남 비서가 가리킨 쪽을 보니, 힘깨나 쓸 것 같은 각성자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몇몇은 지키고 있는 듯했고, 나머지는 그냥 풀어져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힐끗힐끗. 이쪽을 쳐다보는 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가 그 길을 향해 계속 걸어가자, 노골적으로 나를 보며 중얼거리는 이들이 생겨났고, 이윽고 몇몇 각성자들이 내 앞을 막아서자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한국 놈이었다.
“관문을 좀 봐야겠다.”
“사전에 들은 바가 없습니다만. 소속과 목적을 말해 주십시오.”
그 말을 한 직후. 놈의 표정이 점점 굳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석의 입에서 나의 정체가 흘러나왔다.
“혹시… 귀환자님이 아니십니까?”
“어, 맞아.”
무심한 눈길을 한번 던지자, 놈이 침을 꿀꺽 삼키며 몇 보 물러났다. 그러곤 실수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바로 허리를 꺾었다.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미리 연락을 주셨더라면, 모셨을 텐데…….”
“됐고. 저기 쟤네들 중국 놈들이지?”
길을 막고 있는 놈들을 가리켰다.
“아… 예. 맞습니다.”
“비키라 그래. 볼일 있다고.”
“그… 그게. 사전에 얘기되지 않는 방문은 허락되질 않…….”
답답함을 느낀 나는 그냥 녀석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덩치가 그야말로 산만 한, 뒤룩뒤룩 살이 찐 놈이 저벅저벅 걸어와서는 내 앞을 가로막았다.
“뭐냐?”
놈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중국어로 추정되는 외국어였다. 내가 알지 못하는 언어를 감지한 펜던트가 통역을 시작했고, 내 말을 전달했다.
“관문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
머릿속으로 전달되는 내 말에 흠칫 놀란 놈은, 아주 기분 나쁜 눈으로 나를 째려보더니 고개를 돌려 우렁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오늘 관문 방문 들은 사람?”
“없다!”
“들었지? 없다는데?”
머릿속에서 화염 속성 강화 마법 술식이 그려졌고, 이내 뜨거운 힘이 다리로 모였다. 고리 3개를 공명시킨 아주 약한 마법이었지만, 저놈을 교육시키는 데에는 충분했다.
그대로 뻗어나간 내 오른발이 놈의 복부를 강타했고,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놈이 허공에 붕 떴다. 그러곤 멀찍이 날아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아이씹… 뭘 이렇게 많이 처먹었어?”
날아간 놈의 구토가 내가 가야 할 길에 흩뿌려져 버렸다. 그렇게 혼자 중얼거린 순간. 순식간에 움직인 각성자 다섯이 내 지척으로 접근하여, 기다란 날붙이로 내 급소들을 점했다.
“뭐하는 놈이냐.”
나직하고 날카로운 음성. 나름 완벽하게 나를 포위했다고 생각했는지. 꽤나 자신감에 차 있는 목소리였다.
“난 그저 관문을 보고 싶었을 뿐이고.”
말을 하며 머릿속에 중급 속박 마법진을 그려 냈다. 순식간에 완성된 속박 마법 ‘경직’이 다섯 놈들의 몸을 경직시켰고, 이어서 파동 마법 ‘파문’이 완성되며 나의 몸에서 파동이 퍼져 나가며 놈들을 날려 버렸다.
“너희들은 주제를 몰랐을 뿐이고.”
멀찍이 날아가 널브러진 놈들은 속 내부가 진탕이 되었는지 정신을 못 차리고 허우적댔고, 개중에는 토하는 놈도 있었다.
고작 파문 정도에 저 정도 내상이라니. 단련이 안 되어 있어도 너무 안 되어 있었다. 만약 ‘격류’를 맞았다면…….
아, 그건 무방비 상태라면 누구나 죽겠지.
내가 다시 걸음을 옮기자, 드디어 상황파악을 한 놈들이 주춤주춤 물러서며 길을 열었고, 나는 비서들에게 손짓을 하며 길로 들어섰다.
“빨리 안 따라오고 뭐해?”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걷다 보니, 비서 말고 아까 전 내게 허리를 접었던 한국 놈이 처음 보는 놈과 함께 곁에 있었다.
“너희들은 왜 왔냐?”
“아, 그게… 아무래도 제가 붙어야 할 것 같아서… 하하.”
왠지 중국 놈들이 무서워 온 것 같았지만 모른 척 넘어갔다.
산길치고 잘 닦아 놓은 길을 따라 올라가자 커다란 바위 절벽이 나왔는데, 차원 관문이라는 것은 그곳에 있었다.
넓고 높게 펼쳐진 바위 절벽에는 정교해 보이는 금속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정중앙에 정원형의 공간 왜곡이 떡하니 있었다.
저게 바로 차원 관문.
공간 왜곡 주변에는 석재 느낌의 테두리가 둘러쳐져 있었는데, 첫눈에 마법적인 느낌이 딱 왔다. 그것에선 아주 오래된 고대 마법의 냄새가 났다. 아마 고대의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관문이지 싶다.
그것보다…….
열댓 명 정도 되는 각성자들이 경계 어린 눈초리로 이쪽을 쏘아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실력은 조금 전 나를 포위했던 다섯과 비슷한 수준.
“누구냐?”
역시나 중국 놈들이었다. 소유는 한국 것이라 했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거의 없었다.
놈들의 질문을 무시한 채 계속 걸음을 옮겨 접근했다. 그러자 놈들은 각자 힘을 끌어올리며 위협했다.
“멈춰라. 대답하지 않을 시 그 자리에서 즉결 처분하겠다.”
피식.
즉결 처분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관문에 볼일이 있으니까 비켜라.”
“별 미친…….”
“뒤지게 맞고 비킬래? 아니면 그냥 뒤질래?”
* * *
“쯧쯧쯧쯧…….”
얇고 쭉 찢어진 눈초리가 아수라장이 된 공터를 훑었다. 그러자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
“누구… 십니까?”
‘완전 쫄아 있네.’
“하~ 암. 그냥 평소처럼 해 인마.”
“그… 뉘신지…….”
“쯧쯧쯧쯧. 귀환자를 고작 3, 4급 각성자들이 막아섰으니… 나는 귀환자에게 볼일이 있어서 왔다. 대국(大國)과 관련된 일이니까. 신경 꺼.”
그는 3급 각성자로, 한때 각성자 브로커 시장에서 이름을 날렸던 브로커 ‘김종회’다. 한동안 일이 없어 건물 임대료나 받아먹으며 놀고먹던 그는, 바로 어젯밤 거물급 의뢰를 받으며 본업으로 복귀했다.
그가 받은 의뢰는 바로, ‘귀환자의 회유’. 누가 봐도 미쳤다고 할 만한 의뢰였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상대는 초강대국인 중국. 흉포하기로 소문난 중국의 의뢰를 거절했다가 올 후폭풍을 그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이렇게 기어 나온 것이다.
중국이 보장한 보수는, 착수금만 50억으로, 오늘 새벽 그의 통장으로 정확하게 입금됐다. 성공 시 20배에 달하는 돈이나 그에 준하는 기물(奇物)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들을 제대로 받으리라 생각지 않았다.
‘목숨이나 건지면 다행이지.’
이런 초거물급 의뢰에서는, 브로커 따위는 먼지만도 못한 신세였다. 그저 욕심내지 않고, 목숨이나 건져서 나가면 다행인. 그런 의뢰.
그의 머릿속에는 귀환자를 어떻게 구워삶을지에 대한 여러 가지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여기도 떡이 돼 있군.’
차원 관문 앞에 도달한 그는,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각성자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귀환자로 추정되는 존재는, 몇몇 인원들과 함께 커다란 승강기에 올라, 관문 앞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그는 귀환자가 모든 것을 마치고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다.
“넌 또 뭐냐?”
머리숱이 감당하기 힘들게 많은 탓에, 삐죽삐죽 제멋대로인 백발의 남자. 머리만 본다면, 자다 나온 머리라고 해도 될 만큼 자유분방하고, 제멋대로였다.
‘들었던 것과는 좀 다른데……?’
그가 들었던 것은, 마치 야수를 연상케 하는, 허리까지 오는 긴 백발의 남자였다.
‘그새 자른 건가? 그것보다…….’
그는 귀환자에게서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끝없이 펼쳐진 도화지를 보는 듯한 느낌.
‘너무 격차가 많이 나서 그런 건가?’
그러나 그는 상대의 얼굴에 떠오른 심기 불편함을 보고는,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다. 보통 귀환자 정도의 강자가 심기가 불편해지면, 주변으로 ‘기파’가 새어 나오기 마련이다.
어떤 이들은 ‘피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마치 최상위종 몬스터들의 그것과 같이 상대를 압박하고, 전의를 상실하게 만드는 그런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자에게서는 그런 것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긴, 나도 귀환자를 직접 대면한 것은 처음이니…….’
“너 뭐냐고.”
“아……! 아하하! 죄송합니다. 뭐, 귀환자님께 볼일이 있던 것은 아니고… 중국 탐사대가 귀환한다고 해서 마중 나온 것입니다.”
김종회는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 놓은 큰 그림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근데 늬들은 내가 귀환잔 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귀환자의 말에 그 뒤에 있던 두 남자가 움찔했다.
“아, 어제 귀환자님이 일본 대사를 족치는 영상이 인터넷에 쫙 퍼지고 있습니다. 아마 늦게 보더라도 오늘이면 전 국민이 다 알게 될 겁니다. 저도 그 영상을 봤고요.”
“그래?”
순간 종회의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돌았다. 상대의 힘의 파동을 느낀 것도, 압박감을 느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의 한마디에 돋은 소름. 그에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으나, 애써 얼굴을 태연하게 만들었다.
“하하.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는 그렇게 능글맞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쓸데없는 수작이라면 일찌감치 때려쳐라.”
“수작은…….”
“쯧.”
귀환자는 그의 말을 듣지도 않고 그대로 지나쳐 내려가 버렸다.
“후우-”
그가 내려가고 한참 지나서야 그는 한숨을 몰아쉬며, 날씨에 맞지 않게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뒤질 뻔했군.’
내재된 힘을 끌어내지도, 압박하지도 않았건만, 그는 식은땀을 흘리고, 등줄기에 돋는 소름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그의 불안한 시선이 널브러진 중국인들에게로 향했다.
그러던 그때. 차원 관문이 한차례 일렁이며, 주변으로 파동을 뿜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