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귀환-59화 (60/83)

(第五章)

북경(北京)!

하늘 위의 존재라 불리는 황제가 기거하는 자주색의 금지된 성(紫禁城)이 위치한, 중원 최대의 도시.

그 안으로 문사복(文士服)을 입은 문인들이 모여들어 성황(盛況)을 이루었다.

모두는 아니라 한들, 대다수가 회시를 치른 후, 진사가 되어 황궁에 입적(入籍)하고자 꿈을 품고 모인 이들이다. 나이의 구별은 없었다. 이제 막 약관을 넘어선 어린 천재에서부터, 이순(耳順)에 이른 노인까지. 마현은 그렇게 모인 입시자(入試者)들 중 한 명이었다.

특별하지 않다.

‘모두가 같구나.’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무공을 지니고 있으며, 유능한 제자들을 일군 스승이라 불린다 한들, 이들 사이에 있어서는 똑같은 입시자이자, 경쟁자일 뿐이다. 마현의 입가로 웃음이 떠올랐다.

‘만만치 않겠어.’

주변을 돌아다니는 문사복 차림의 이들을 보니, 오히려 총기가 느껴지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힘들 정도다. 또한 모두가 이번 시험에 필사적으로 집착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성황을 이룰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이제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여 풀어진 모습을 보이는 이는 거의 없었다.

모두가 자신의 학문에 더욱 깊이 파고들며 공부하고 있다.

‘질 수야 없지.’

장원까지는 아니라 한들, 합격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랜 시간 준비해오기도 한 만큼, 홑몸이 아닌 구혜린을 놓아두고 오기도 했으니 더욱, 결과를 내야 한다. 마현 역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학문에 집중했다. 밥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자면, 아니, 그 시간조차 짜내어 모두 공부에 임했다는 말이 옳을 터였다.

그리고, 드디어 회시 당일이 다가왔다.

회시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향시부터는 드러난 강당과 같은 과거 시험장이 아닌, 수천, 수만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공원(貢院)에서 치러지게 되어 있었다.

‘이 기분…… 굉장히 오랜만이로군.’

입장증을 내고, 벽돌과 칸막이로 이루어진 공원으로 들어서며 신체검사를 받다 보니 아주 오래전, 향시를 치르던 때가 떠오르던 마현이었다. 결과론적으로만 보자면, 결국 시험은 합격했지만 정말 지옥 같은 고행(苦行)의 절차였다.

요재지이(聊齋志異)로 유명한 청대의 문인, 포송령(蒲松齡)이 말하기를 향시를 보는 자의 모습이 일곱 번 변한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처음 시험장에 들어갈 때는 걸인과 같고, 신체검사를 받을 때는 죄수와 같다고 했던가?’

확실히, 작금의 마현은 죄인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온몸 구석구석을 조사받고 있었으니 말이다.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향시 때에 비해 마음의 여유가 있는 덕에, 걸인 꼴은 하지 않았달까?

‘독방에 들어갔을 때는 애벌레와 같다고 하였지.’

대충 쌓은 것이 분명한 판자가 가득한 방으로 들어선 마현의 입가로 웃음이 떠올랐다. 저 좁은 공간에서, 등을 구부린 채 시험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분명 애벌레와 다를 바 없으리라. 준비해 온 지필묵과 붓을 내려놓은 마현이 마음을 가다듬을 때였다.

팅-!

“그럼 일회(一廻), 시험을 시작하겠소!”

커다란 징소리와 함께 감시관의 우렁찬 목소리가 공원 곳곳에 울려 퍼졌다. 지금부터는 자신의 책상을 제외하고는 어디로도 시선을 돌릴 수 없다. 자칫 조금만 수상한 끼를 보여도, 곧바로 퇴실 조치당할 테니 말이다.

상대방의 답을 훔치려는 행위로 인해 낙제라니! 시험을 치러 온 학사에게 있어 그만한 불명예는 없을 터였다. 물론, 마현의 입장에서야 의미 없는 일이었다. 그가 마음먹고 답안을 훔쳐보고자 한다면 감시관을 천 명이 넘게 배치한다 한들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 배운 무공은 아니지만…….’

게다가 애초에 자신의 문(文)이 아닌 타인의 학문으로 시험에 합격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마현은 조용히 눈을 감고 시험지 위에 손을 올려둔 채 문제가 출제되기를 기다렸다.

곧 목을 가다듬는 짧은 기침 소리가 들리는가 싶다니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첫 번째 문제는 천자(天子)께서 직접 사은하신 문제요! 맹자(孟子)의 제삼편(第三篇)에 나오는…….”

회시는 총 삼 회에 걸쳐 시험이 치러지며, 문제는 황제가 직접 출제하거나 조언을 낸 것이다. 그런 만큼 문제를 읊는 시험관의 태도도 꽤나 엄숙했다. 문제를 듣고 붓을 움직이기 시작한 응시자들의 태도 역시 진중했다. 마현 역시 조용히, 그리고 힘차게 붓을 움직여 나갔다.

‘다행히 문제의 수준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일필휘지(一筆揮之)로 단숨에 백지를 채워나가는 마현의 눈이 작은 빛을 발했다. 문제의 답안에 나름대로 자신이 있는 탓이었다. 하나, 방심은 금물이었다. 문제의 난도가 낮다면, 다른 응시자들 역시 좋은 답안을 내놓을 확률이 높다. 어떤 의미로는 회시의 합격선은 더욱 올라갔다고 볼 수 있었다.

“마지막 문제는, 시 짓기요. 각자 의미를 담은 시경을 한편씩 제출하시오. 일차 시험은 이것으로 마치고, 이차 시험은 차일 오전에 다시 이어가겠소.”

시간은 순식간에 흐르고, 마지막 문제를 맞이한 응시자들이 최선을 다해 답을 작성해 나갔다.

시 짓기는 첫날의 시험에 있어 가장 높은 점수가 매겨지는 중요한 덕목이었다. 나머지 문제가 쉬웠던 만큼, 더욱 의미는 깊을 수밖에 없다. 마현 역시 이번에는 붓을 멈추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시경이란 의미가 담겨 있어야 한다.

또한 보는 이의 마음을 적실 줄도 알아야 한다.

자연스레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경험, 내가 느꼈던바…….’

문득 마현의 뇌리로, 떠나오기 전 마전의 얼굴을 보며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다. 마전뿐만이 아니었다. 가족들, 부인과 뱃속의 자식, 그리고 제자들까지. 멈춰있던 마현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족과 제자.

사람의 정(情)에 대한 시를 작성해 나간다.

하여 제목은, 인정(人情)이었다.

* * *

일차 시험이 끝난 후, 다음날 곧바로 치러진 이차 시험에서는 오경에서 다섯 문제가 출제되었다. 마지막 삼차 시험에서는 회시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익히게 되는 책론의 문제로 모두 이루어졌다.

시험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시험장을 나서는 마현의 표정에는 뿌듯함이 어려 있었다.

‘낙방한다면 크게 슬퍼할 것 같았거늘…….’

막상 시험을 치고 나오니, 마음 가득 후련한 감정만 가득하다. 이 기분대로라면 낙제한다 하여 실의가 크지만도 않을 듯했다.

‘물론 정작 결과가 나오면 또 다른 생각이 들겠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 감정대로라면 나쁘지 않다.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답안지를 작성한 덕일 터였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조금 걸릴 터니…….”

마음 같아서야 당장 무명현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아직은 조금 더 북경에 남아 있어야 한다. 시험결과가 곧바로 발표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포송령이 말하였던 일곱 변화 중 네 번째 변화는 시험이 끝난 이후 응시자들의 모습이었다. 모두가 지쳐, 마치 병든 새마냥 다리를 전다 하더니…….

“하하…….”

주변을 둘러본 마현의 입가로 짧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말이 옳았다.

대다수의 응시자들이 지친 표정으로, 절뚝거리며 시험장 바깥을 나서고 있었다. 갑작스레 웃은 탓에, 오히려 그들이 마현을 기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뭐 어쩔 수 있으랴? 웃음이 나오는 것을.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이 아닌 과거의 자신을 떠올린 탓이었다.

‘나도 향시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분명 저랬을 터인데…….’

이제부터 시험결과가 나올 때까지 응시자들은 병든 새에서, 결과에 안절부절못하며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마는 원숭이와 같이 변한다. 오랜 시간 준비해온, 또한 떨어지면 다음 삼 년을 기약해야 하는 시험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이후 합격한다면 더 이상 변화는 없다.

마냥 기뻐서 날뛰며, 그제야 사람의 모습을 되찾으니 말이다.

하나 낙방한다면 또 한 번 변모한다.

여섯 번째로, 독 먹은 파리와 같이 온몸을 떨며 분노하는 것이다. 포송령은 그 변모의 마지막을 애써 낳은 알을 깨부수는 비둘기와, 욕지기를 내뱉으며 주변에 위치한 기물을 때려 부수는 응시자들이 같아 보인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비난이다.

하나 그야말로 틀릴 바 없는 말이기도 했다.

엄격한 시험장 분위기에 짓눌려 있던 낙방학사들의 예민함이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행이라 말해야 할까…….’

아직까지 마현은 시험에서 떨어진 경험이 없었다.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이다.

하나 이번 회시는 또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시간으로만 따져도 십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이후에야, 치른 첫 시험이다. 결과를 장담할 수만은 없을 터였다.

‘그래도 여유를 잃을 필요는 없지.’

낙제한다 하여, 다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쉽긴 하겠지만 그 또한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였던 증명임을 어쩌겠는가? 시험관을 향해 눈뜬장님이라며 욕을 한다 한들 바뀔 것도 없다. 그야말로 후련한 마음만을 품은 채, 뒷짐을 진 마현이 북경 내성을 걸었다. 저 멀리는 붉은 빛의 화려한 성이 비추고, 주변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 보는 북경의 거리는 또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음……?’

그런 마현의 감각에, 기묘한 기척이 감지되었다.

‘아까부터 계속 쫓아오고 있군.’

처음에는 그저 같은 방향이라 생각했다. 하나 시간이 지나도 뒤를 따르는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마현을 의식한 채 쫓고 있다는 말이다.

‘대체 누굴까?’

평범한 인물이었다면, 마현 역시 이 정도로까지 관심을 두지는 않았을 터였다. 하나 지금 뒤를 쫓는 이는 그야말로 ‘범상’ 치 않다. 무림인인 것은 분명한데, 마현을 놀라게 할 정도의 기운을 간직하고 있다. 용제라 불리는 용대언보다도 한 수 위. 아니, 몇 수 위다.

굳이 따지자면…….

‘백천악과 비슷한 정도인가?’

강호에 나온 이후, 마현을 가장 놀라게 했던 강적인 초대 흑천맹주인 백천악과 비슷한 정도의 힘. 심지어 주술이라든가, 기물의 도움을 받은 느낌도 없었다. 순수한 무(武). 그것 하나만 가지고 지고(至高)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다.

천하에 이런 인물이 또 있었던가?

그가 마현을 쫓는 것 역시, 일부나마 마현에 대해 훔쳐보았기 때문일 터였다.

‘놀랍군.’

마현은 여유롭게 걸으며, 상대를 조금씩 인적이 드문 길로 유행했다. 아무래도 그편이 서로 이야기하기 편하리라는 생각 탓이었다.

의도가 먹혀들었음인가?

인적이 느껴지지 않는 골목에 도착한 순간, 마현의 앞으로 기척의 주인공이 모습을 나타냈다.

“허허…… 이것 참. 설마하니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건가?”

모습을 드러낸 이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노인이었다. 얼굴에는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주름과 검버섯이 가듯 폈으며, 허리는 반쯤 구부러져 있다. 몸을 지탱하기 위해 쥐고 있는 듯한 지팡이 역시 아무렇게나 대충 만든 듯 투박하기 그지없었다.

특이할 점이 있다면, 마치 신선과 같이 길게 늘어트린 흰 수염뿐이다.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보시는데, 모를 이유도 없겠지요.”

“허허…… 내 의도한 바는 아니었네만…….”

마현을 바라보는 노인의 눈이 오히려 오묘한 빛을 흘린다. 마현의 입장에서야 뻔히 보이는 움직임이었지만, 기척을 완전히 감춘 미행이었다. 이쯤 되니, 의심이 확신으로 변한다.

“자네…… 천재(天災), 천포(天怖)와는 무슨 관계인가?”

노인의 물음에, 마현의 두 눈이 가볍게 떨렸다.

천포!

그 이름을, 강호에 나와서 타인의 입을 통해 듣게 될 줄은 정말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마현이 아는 대로라면, 천포야말로 진정 무(武)의 화신(化身)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이다. 단순히 무공만을 논하자면 이미 오랜 과거에 작금의 마현을 뛰어넘은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다.

천상천하, 고금을 통틀어 감히 제일무(第一武)라 불릴 수 있는 무인, 바로…….

“스승님이십니다.”

마현의 무공 스승이었다.

만약 주술 스승이었던 명린이 막지 않았다면, 천포는 온 천하를 불태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천포의 성격이 포악한 편은 아니었다.

단순히 말해, 그는 단지, 단지 안타까운 인물이었다.

세상을 경멸할 수밖에 없던 운명을 타고난 이였다.

천포는 자신을 고아라 칭했다.

하나 부모님을 모르지는 않았다. 이름, 사는 곳, 얼굴,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일곱 살.

어린 나이의 천포는 버려졌다.

정확하게는 팔렸다.

상대는 남색(男色)을 유난히도 밝히던, 현의 관료였다. 그는 몸이 여리하고, 피부가 새하야며, 곱상하게 생긴 천포를 무척이나 아꼈다고 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면 어김없이 천포를 찾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당연하게도 그 생활은 천포에게 있어서는 지옥이었다.

악몽이었다.

처음에는 많이도 울었다고 하였다.

자신을 버린 부모님이 미워 욕을 하며 수많은 끔찍한 상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워보기도 하였었다.

하나 모든 것이 무의미(無意味).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채우기 위해 천포를 팔아넘겼던 부모는 끝내 과한 욕심을 부리다 산적들에게 붙잡혀 죽었다. 부모를 죽인 산적은, 천포를 아끼던 관료가 보낸 병사에 의하여 토벌된 후, 효수(梟首)되었다.

우습다.

분노도, 욕설도 남지 않았다.

그야말로 무의미하다. 관료의 침실에 들어가는 날이 많아질수록, 천포를 대신하여 복수를 해주었다는 그의 달콤한 속삭임에 거짓된 웃음을 짓는 날이 잦아질수록, 천포는 세상 무엇보다도 차갑고 확실한 진실에 다가갈 수 있었다.

아홉 살.

어린 나이의 천포는, 마음속에 한 줄기 문구를 깊게 새겼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곳이다.

이후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모두 선한 웃음에, 밝은 행동으로 가장하고 있지만 인간은 모두가 같았다.

시기하고, 질투하며, 이기심에 취해 눈이 먼다.

추악하고, 더럽다.

좁은 현 내의 세상을 모두 다 알았다고 느낀 때, 천포는 자신에게 봉사를 강요하던 관료의 고환을 이빨로 물어뜯고는 달아났다. 수많은 병사가 그를 쫓았지만 잡을 수 없었다. 천포는 지독했으며, 똑똑했다. 또한 대담했다. 근무가 허술한 날을 잡아 거사를 시행했으며, 등하불명이라는 말을 철저하게 이용했다. 천포를 추격하는 병사들이 아주 멀어지기까지 칠 주야, 천포는 관청의 마구간 구석에 숨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달아나, 세상을 배우기 위해 떠돌았다.

이후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익혔다.

스승도 필요하지 않았다.

천포는 그야말로 천재(天才).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모두 훔칠 수 있었으며, 자신의 것으로 바꿀 수 있었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지도 모를 희망의 끈을 찾았는지도 모르노라.

마왕을 쓰러트린 후, 왼쪽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천포는 분명 그리 말했다.

또한 울고 있는 마현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마지막에 되어서야 그 끈을 찾았으니, 내 삶은 행복했던 것이 분명하구나.

천포는 웃으며 눈을 감았다.

마현은 눈물을 쏟아내며 사제의 연을 맺은 이후 처음으로 보았던, 그의 웃는 얼굴을 가슴에 새겼다.

하늘이 그를 재앙으로 내렸다 한들, 전 강호가 그의 이름에 떨던 과거를 가졌다 한들.

마현에게 있어 천포는 스승이다.

부모와 같은 존재이며, 존경해 마지않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지금 마현의 앞에 섰다.

만약 노인의 음성에 악의(惡意).

하다못해 작은 적의(敵意)라도 느껴졌다면 마현은 망설임 없이 손을 썼을 터였다.

하나 노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또한 그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스승, 스승이라…… 그에게 제자가 있었던 것인가.”

노인의 두 눈이 가늘게 떨렸다.

과거, 천재 천포는 천하를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독으로, 홀로.

그야말로 독보강호를 선언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모두 그를 비웃었다.

그리고 천포를 비웃던 이들 중, 작금까지 살아남은 무인은 아무도 없다.

만약 어느 날, 뜬금없다고 할 정도로 소리소문없이 천포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글쎄? 분명, 천하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을 터였다.

좋은 풍경이 되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쓴웃음을 흘린 노인이, 집고 있던 지팡이를 놓았다.

굽어졌던 허리는 곧게 펴지고, 두 눈에서는 밝은 안광이 쏟아져 나온다.

“먼 과거, 그분의 한 수를 보았네. 그 덕에 무인으로서 닿을 수 있는 극의 영역을 엿볼 수 있었지. 그 후 언제나 생각했네. 기회가 된다면, 그분께 내가 이룬 무를 보여주고 싶다. 함께 손속을 나누어 보고 싶다. 내 생각이 맞는다면…… 이미 그분은 하늘에 도달하셨을 것 같구먼.”

“…….”

마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한 부탁이 아니라면, 자네가 대신하여 보아줄 수 있겠는가? 내가 이룬, 무. 감히 그분께 조금이라도 다가가고자 했던 나의 검을 보아줄 수 있겠나?”

노인의 눈이 강렬한 빛을 발한다.

주변에는 어느새 숨 막힐 법한 강렬한 기세가 들끓는다.

마현은 잠시 두 눈을 감았다.

‘이 역시 인연인가…….’

노인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무공 스승, 천포에게 들어본 적조차 없는 인물임이 분명하다. 하나 스스로가, 스승의 무를 보고 깨우침을 얻은 이라고 말하는 이의 한 수다.

“제게 자격이 있다면…….”

결정은 내려졌다.

두 눈을 뜨며, 눈앞의 노인을 직시한다.

그에 너털웃음을 흘리는 노인의 오른손 위로, 자줏빛의 커다란 기운이 솟아나 형태를 취한다. 마현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검이다.

일평생, 마음속에서 갈고 닦아왔을 단 한 자루의 검(心劍). 그를 뽑아 든 노인의 눈이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렬한 안광을 토한다. 주변의 기운은 마치 광포한 파도와 같이 요동친다.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진다. 노인이 쥔 자줏빛 검은, 얼핏 얌전한 듯 보이지만 아주 사나운 성정을 품고 있다.

마음의 검이니만큼, 아마 노인, 본인을 닮아있을 터였다.

다시금, 노인이 너털웃음을 흘린다.

“허허, 노부의 별것 없는 이름은 종선휘라고 하네. 과분하게도 화산검선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지.”

화산검선!

작금의 천하를 통틀어 제일의 무인이라 손꼽히는 그가 북경의 외곽지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마현의 입가로는 웃음이 흘렀다.

* * *

“마현입니다.”

종선휘의 소개에, 간단하게 답한 마현이 웃음을 흘린다.

화산검선.

어느 정도는 예측했던 이름이다.

당장의 강호에 있어 이만한 기운을 품은 이가 누가 있을까? 알려지기로는, 단둘뿐이다. 십만대산에 위치한 신교의 천마와 정의맹의 맹주이자 천하제일에 거론되는 무인인 화산검선. 하나 노인에게서는 그 어떤 마기도, 사이한 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 생각하면 답은 꽤나 간단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화산검선쯤 되는 이가 북경의 한복판에서 초라해 보이는 행색으로 산책이라니…… 어지간히도 일상이 지루했던 탓일 터였다. 납득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아마 마현도, 제자들과 가족이라는 가장 소중한 무언가가 없었다면 종선휘와 다를 바 없었을지도 몰랐다.

“곧은 무(武)에는 무로 답해야겠지요.”

그 감정을 알기에, 지루함을 씻어주려 한다.

하기에 마현 역시, 마음속에서 한 자루의 검을 꺼내 든다.

파직, 파지직.

이윽고 형태를 이룬 그 검은 뇌전이 흐르는 푸른빛의 검. 패도적이면서도, 빠르다. 검의 모습을 본 순간 그 특성을 알아챈 종선휘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어떤 속도로 쫓아올지, 어떠한 힘을 보여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탓이다.

“과연 그분의 무공인가.”

“…….”

마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검을 들어 종선휘를 겨눌 뿐이었다.

‘자줏빛의 검…….’

금지된 자줏빛의 성이 있는, 북경에 가장 어울리는 검이다. 또한 자금성과 닮은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종선휘의 검은 먼저 상대를 겨누지 않는다. 대신하여,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쳐낸다. 그 순간만큼은, 어떠한 마음의 검보다도 난폭하고 예리할 터다.

따지자면 제공권의 확장 형태다.

반면, 마현이 뽑아 든 검은 굉장히 공격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검 자락에 흐르는 뇌전은 상대가 무엇으로 막아서려 하든 꿰뚫어버리는 창(槍)이다.

하기에 마현과 종선휘가 뽑아 든 두 검의 싸움은, 모순(矛盾)의 싸움이기도 하며, 모모(矛矛)의 싸움이기도 했다.

‘어디 한 번…….’

어우러져 본다.

마현이 지면에 발자국을 남기며, 미끄러지듯 앞으로 쏘아졌다.

파짓-!

뇌전의 소리보다 빨랐다.

또한 그 빛살이 남긴 잔영보다도 앞서 나갔다.

콰지직-!

“……!”

한데도 막혔다.

놀란 얼굴의 종선휘가 들어 올린 자줏빛 검이 마현의 푸른 빛 검을 거칠게 쳐낸다. 또한 자신의 영역에 들어선 적을 향해 물러서지 않고 이빨을 들이민다.

파바바밧-!

어지간한 초인조차도 눈에 보이지 않을 엄청난 검격이 순식간에 오갔다.

카가각-!

지면이 마구잡이로 난도질당하고.

키이잉-! 키이잉-!

주변의 기운과 공기마저도 마구잡이로 찢겨나간다. 베인다. 존재하지 않는 무형(無形)의 힘마저도 파괴하고 나아가며 부딪친다.

후두둑.

그에 분노한 듯, 주변의 기운이 들썩이며 마구잡이로 난동했다. 질서로 이루어진 공간을 파괴하는 것에 의한, 세상의 반발이다.

‘……젊은 나이에 이 무슨…….’

천재라 불리던 천포의 제자라 스스로 밝힌 만큼,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고작 이립도 되어 보이지 않는 나이에 절대의 영역에 속하는 심검을 뽑아낸 것만 하여도 경악할 일이다. 한데 맞먹는다. 아니, 종선휘 자신이 오히려 밀리고 있다. 이 상태라면, 채 백 초가 지나기 전에 종선휘의 검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벌써부터 보일 것은 아니라 생각했으나…….’

도박의 수라도 벌이지 않는 한 가망성이 전혀 없다.

“흐읏!”

그리 생각한 종선휘가, 짧은 기합을 흘렸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부터 옅은 자줏빛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면과 주변을 뒤흔드는 거대한 힘의 싸움 일대에, 또 다른 힘을 일으킨 것이다.

그에 의해 나타난 것은, 등 뒤로 솟은 또 다른 한 자루의 자줏빛 검이다.

두 자루!

심검을 형성한 종선휘의 눈이 강렬한 안광을 토했다.

“하앗-!”

짧은 기합은 명령이라도 된 듯, 두 자루의 검이 동시에 마현의 몸을 노리고 날아든다.

파지짓-!

“음…….”

밀렸다!

처음으로 짧은 신음을 흘린 마현이 뒷걸음질 치며 검을 쳐낸다. 종선휘의 입가로 즐거운 미소가 떠올랐다. 갑작스럽게 힘을 배가한 기습이었다. 한데도 마현은 큰 무리 없이, 힘을 풀고서는 물러났다. 대단한 무재(武才)다. 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오는 마현의 움직임에, 입가로 흘러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것이…… 그분을 직접 뵌 덕에 얻어낸 나의 두 번째 검일세. 아직 미완성인지라…… 부끄럽기 짝이 없군.”

그 말대로였다.

종선휘의 두 번째 검은 첫 번째 검에 비해 빛이 옅었다. 또한 길이도 짧았다. 만들기는 하였지만, 완전하지 않다. 만약 검이 완전했다면, 마현 역시 이처럼 쉽게 힘을 풀어내지는 못했을 터였다. 아니, 그렇다 하여도 쉽게 풀어낼 방법이 있기는 했다.

“자네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그는 두 번째 심검을 마음속에 세웠다.

형태가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력은 첫 번째 검에 비견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 만약 완성이 된다면 두 배, 어쩌면 그보다 더한 힘을 낼지도 모른다.

마현은 어떠한가?

천재라 불리던 천포의 제자인 그는 어디까지 닿았음인가? 궁금했다.

종선휘는 마현을 향해 입으로 물었다.

“하앗-!”

또한 검으로 물었다.

카가가각-!

검과 검이 부딪친다.

그 사이에서,

“후우…….”

마현의 깊은 숨결이 내뿜어진다.

동시에, 마현의 몸 위로도 아지랑이와 같은 기운이 피어오른다.

검은빛, 새하얀 빛, 푸른 빛, 붉은빛,

“……!!”

나타난 것은, 손에 쥔 푸른빛의 검을 포함하여 총 네 자루!

그 힘은 한 자루의 심검에 존재할 때에 비해 여덟 배, 아니 열여섯 배. 어쩌면 그보다 더…….

‘아니……!’

종선휘의 눈이 부릅뜨였다.

네 자루가 전부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한 자루가 더 있었다.

모습조차 존재치 않으며, 그 기운조차 잘 느껴지지 않는 마지막 검!

“무형검(無形劍)……!”

다섯 자루.

자그마치 다섯 자루의 검이다.

심지어 그 무엇 하나 미완성인 것이 없다.

모두 완벽하다.

종선휘의 두 번째 검과는 비견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허허허……!”

그를 목격한 종선휘가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이마를 짚으며, 배를 잡고.

“허허허허허……!”

정말 정신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웃었다.

이미 주변을 들끓게 만들던 기운은 모두 가라앉은 채였다. 그의 손에 잡혀 있던 자줏빛 검도, 등 뒤로 떠올랐던 두 번째 검도 사라졌다.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이길 수 없다.

굳이 겪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종선휘의 무는, 마현에게 닿지 않는다.

천하제일이라 거론되는 자신에게 있어, 이만큼이나 높은 벽을 느끼게 한 이는 일생을 통틀어 단 한 명뿐이었다.

“하나만, 하나만 묻지. 천포, 그분은 어디까지 닿았었나? 지금의 자네를 뛰어넘었었나?”

마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만들었던 다섯 자루의 검 중, 흑과 백, 두 자루의 검을 다시금 마음속으로 거두었다.

“이곳까지가, 정녕 내가 순수한 무로서 이른 영역입니다.”

흑과 백은, 무의 경지로 만들어낸 무공이 아니다.

검의 모습으로 만들었지만, 실제 형태 또한 다르다.

결국 마현이 순순히 무로서 이른 심검의 영역에는 세 자루의 검만이 올바르게 섰을 뿐이다.

하나 천포는 달랐다.

그는 마왕을 베던 순간, 세 번째를 넘어…… 네 번째 검을 보여주었었다.

마현은 그 모습을 분명히 기억했다.

또한 찬란하던 그 빛을 잊지 않았다.

“스승님께서는…….”

마현의 입이 짧게 떨렸다.

동시에, 변화가 일었다.

“이, 이건…….”

그를 지켜보던 종선휘의 음성이 크게 떨렸다.

주변의 기운이 크게 요동치지는 않는다.

마땅히 세상 전체를 진동시키는 변화는 없었다.

하나 마현의 온몸에서는 여태껏 보인 적 없던 변화가 격심히 나타나고 있었다. 땀이 비 오듯 흐르며, 양미간은 강하게 구겨진다. 온몸은 떨리고 있으며, 움켜쥔 두 주먹 아래로는 붉은 핏물이 새어 나온다. 그야말로 온 힘을 쥐어짜,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던 한 줄기 찬란한 황금빛을 뽑아 든다!

파앗-!

마현의 등 뒤로, 네 번째 검이 솟아났다.

그야말로 황금(黃金)!

원한다면 천하 전체를 밝히고도 남을 태양과 같은 붉은 황금빛을 띤 검이 골목 전체를 밝혔다. 그 빛을 두르고, 중심에 선 마현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설 속에서나 전해지는 신(神)의 모습과 같았다. 아니, 작금의 그는 분명 신이었다.

“아아……!”

종선휘의 입가로 커다란 감탄이 흘러나왔다.

인간이 넘을 수 있는 한계를 넘고, 또 넘어, 그조차도 초월한 영역에 닿은 힘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이것의 완성이…… 그분이 이르렀던 무의 영역입니다.”

힘겹게, 입술을 연 마현의 목소리가 종선휘의 뇌리에 울려 퍼졌다.

그야말로 완패(完敗)였다.

* * *

마현이 떠나간 자리.

홀로 남은 종선휘는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하였다.

‘그것이 무의 극의인가?’

눈앞을 물들였던, 세상의 경계조차 뛰어넘어 버린 듯했던 황금빛의 심검.

그 모습을 떠올린다.

마현이 말하길, 아직 그의 것은 미완성이라 하였다.

완성된 모습은 어떠할까?

그 찬란함을, 한 인간이 마음속에 품는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기는 할 것인가? 알 수 없었다. 무엇도 확신할 수 없었다. 언제나 한계와 싸워왔다고 생각했지만, 벽을 뛰어넘으면 또 다른 벽이 존재했다. 마현이 보여준 황금빛 검도 끝이 아닐지 모른다.

또한 그 완성된 모습이 얼마만 한 힘과 권위를 지니고 있을지도 몰랐다.

‘닿아 보아야 하는가.’

하나 닿을 수 있을 것인가?

‘늦었을 지도…….’

하나 아직 포기하기는 또 이를지도.

오묘한 마음이다.

결정은 손쉽게 내려졌다.

‘최선을 다해볼 뿐.’

늦고, 빠르고는 중요하지 않다.

작금의 종선휘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쫓는 것이었다.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는 그야말로 하늘이 정해준…….

“아니지, 그조차도 넘어버려야 되는 것이란 말이지…….”

주변의 자연지기가 아닌, 스스로 마음의 힘만을 이용해 만들어낸 한 자루의 검.

분명 스스로가 신에 다가가기 위한, 진정한 등선에 닿는 길이다. 하면 최선을 다해 뛰어본다. 포기하기에는, 아직 아쉬운 것이 너무나 많았다. 드넓고 청명하기만 한 하늘을 바라보며, 짧은 너털웃음을 흘린 종선휘가 다시금 바닥에 쓰러진 지팡이를 집어 든다. 이후, 무언가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름이 마현…… 이라고 했던가?”

어색하지 않은 이름이다.

아까는 워낙 흥분해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몇 번쯤은 들은 이름이었다.

‘한데 복장이…….’

일반적인 무인이라기보다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간편했지만, 묘한 품위가 느껴졌달까?

‘마치 서생의 그것과 같은……!!’

지팡이를 들고, 허리를 굽힌 종선휘의 눈이 부릅뜨였다.

‘무명와룡!’

또 다른 천하십대고수로 논의되고 있다는, 작금 강호의 핵심! 자존심 강한 제갈천이, 장강의 뒷물결. 그 선두에 설 인물이 될지도 모른다 평했던 인물이 방금 그의 앞에 있었다.

“허허…… 허허허!”

어찌 사람을 눈앞에 두고도 못 알아봤는지.

“허허허허!”

웃음이 나온다.

또 다른 의미로 즐거워졌다.

‘그가 장강의 뒷물결이라고?’

천만에.

그는 이미 거대한 장강을 뛰어넘어 하늘로 승천한 용이다. 단지 무명현이라는 좁은 틀에 숨어 잠자고 있을 뿐.

“그야말로 무명와룡이로구나! 허허허허!”

종선휘의 커다란 너털웃음이, 분경 한구석에서 잔잔히, 그리고 넓게 울려 퍼졌다.

제육장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