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귀환-56화 (57/83)

(第二章)

“경사로군, 경사야!”

구혜린의 임신 사실이 밝혀진 후, 그 누구보다도 기뻐한 이는 다름 아닌 마전이었다. 그야말로 어린아이라도 된 듯, 목소리를 높이며 방방 뛰더니 이제는 슬슬 손을 놓아가던 객잔 일에까지 팔을 걷어붙여 나서며 연회 음식을 준비했다.

“무명현 주민 누구나, 아니 손님이라도 상관없으니 와서 마음껏 드시오! 그리고 함께 축하해주시오! 우리 새아가가 임신을 했다오! 하하하하!”

그토록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안해지는 것은 자식들인 마현과 마정이었다.

“정말 저렇게 기뻐하실 줄 알았으면 진즉에 손주를 안겨 드릴걸…….”

“누가 아니래. 나도 조금 더 힘내 볼 걸 그랬나.”

두 형제가 서로를 보며 쓴웃음을 흘리는 나날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좋은 일이었다.

경사란 말은 따로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하나 언제까지나 그러한 사실에 눈이 멀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기울어가는 여름 속.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가을의 때를 보며, 몇 년간이나 준비해온 시험을 떠올린 마현이 눈을 빛냈다.

회시(會試)!

거인복시를 치룬지도 어느덧 몇 해가 흘렀다.

그간 여러 가지 일이 많아 시험을 치를 틈이 없었지만, 올해는 달랐다. 시간이 흐른 만큼 그럭저럭 이기생들도 안착한 데다, 서원에는 마현을 대신할 스승들이 있다. 백산의 의술 전수도 최근 들어서는 많은 심력을 쏟을 필요가 없었다. 알아서 익히고, 배워나가니 마현이 따로 손을 크게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떨어질 수도 있지만, 도전은 해보아야지.’

물론 생각은 그러했지만, 실제로 떨어지고픈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열심히 해서 어떻게 해서든 한 번에 붙을 각오였다.

‘쉽진 않겠지만…….’

제자들을 가르치며 배운 것이 있다.

또한 오랜 시간 살아오며 깨우친 바도 있다.

이를 녹여 공부에 임한다면 그 확률이 전혀 없지만은 않을 터였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또한 그에 합당한 행동이다.

와룡서원, 마현의 방 내에서 늦은 밤까지 불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개인 수련으로 늦은 밤까지 땀을 흘리던 제자들은 소룡원으로 귀가하는 길에 그 불빛을 보고 저도 모르게 발을 멈춰 고민하다, 다시금 걸음을 옮겨 소룡원으로 향했다. 이후로는 소룡원에서도 불빛이 죽지 않았다. 일기생과 이기생, 따로 가릴 것 없이 모든 제자의 책 읊는 소리가 서원 내부를 잔잔히 감쌌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서원 전체의 학구열이 달구어지기 시작했다.

작지만 큰 변화였다.

이전까지의 이기 제자들도 분명 많은 노력을 했다.

밤을 잊어가며 자신들을 갈고 닦은 것이다.

하나 그는 그야말로 무공에 한한 일에 불과했다.

서원에 들어서, 학문에 관련된 일로 밤을 지새우는 이는 기껏 해봐야 사마아현과 육숭, 마설 정도가 전부였다. 그 외의 제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무도(武道)를 갈고 닦는다. 자칫하면 서원이 아닌, 무관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한데 마현이 산문(散文)과 시가(詩歌)를 읊는 소리가 서원을 메우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와우각상쟁하사(蝸牛角相爭何事).”

달팽이 뿔 끼리 싸움은 웬 말인가.

“석화광중기차신(石火光中寄此身).”

부싯돌 번쩍이는 찰나 같은 인생일진데.

“수부수빈차환락(隨富隨貧且歡樂), 불개구소시치인(不開口笑是痴人).”

부자건 가난한 이건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거늘, 입 벌려 못 웃는 자 이 또한 바보일세.

그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빠져든다.

저도 모르게 깊이에 감탄하고, 그 감격에 빠져 있노라면 무언가 알쏭달쏭하면서도 짜릿한 감각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대다수의 이기 제자들은 그러한 흔치 않은 감각이, 바로 무공에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깨달음의 전조임을 단번에 파악했다. 동시에 학문을 저도 모르게 멸시 여기던 감정이 단숨에 사라졌다. 어쩌면 문(文) 속에 무(武)가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류귀종.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하는 법.

깊이가 있는 학문은 무조차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어쩌면 와룡서원 제자들의 무공이 높은 이유도 이 까닭이 아닐까?’

마현이 느꼈고, 일기 제자들이 깨달았던 바가 이기 제자들의 가슴에 새겨졌다. 자연스레 학문에 불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 밑천에는 이왕지사(已往之事) 무공만 아는 일자무식 소리를 듣기보다는, 문무겸비의 훌륭한 이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자리 잡혀 있었으리라.

그렇게, 와룡서원 전체에 짙은 먹물 향이 배기 시작했다.

* * *

문일지십(聞一知十), 소중달(小仲達)이라 불렸다.

아니, 지금도 그리 불리고 있었다.

그런 사마아현에게 있어 와룡서원의 수업은 실상, 꽤나 지루한 편이었다.

‘뭐, 특별할 게 있나 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가르쳤던 다른 선생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심지어 작금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있는 과정은 이미 사마아현이 이 년 전에 모두 수학(受學)한 부분이었다.

굳이 따져 혼자 공부를 할 때와 다른 점을 뽑고자 한다면, 단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말 그대로 혼자가 아니라는 점.

여러 아이들이 함께 모여, 같은 글공부를 익힌다.

일반적인 그녀 또래의 아이였다면 그 사실만으로 꽤나 많은 즐거움을 느꼈을지도 몰랐다.

‘지루해.’

하나 사마아현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생각은 그것뿐이었다. 모여 있으니 오히려 공부에 집중하기 더욱 어렵다. 또한 아이들은 같은 또래라고 보기에 너무나 유치했다.

어리고, 우습다.

사마아현의 눈에 보이는 동기생들의 모습은 딱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 일기 제자들 몇몇은 조금 낫긴 하지만, 여전히 눈에 차지 않았다. 무언가가 허전하다. 굳이 따지자면 일할 정도가 부족한 느낌?

‘멋이 없어.’

재잘재잘 떠들기나 좋아하는 여자들이나, 유치하게 자존심만 세우고 있는 남자들이나 다를 바 없었다. 사마아현에게 있어 와룡서원의 생활은, 마치 지루한 새장 속에 갇혀 있는 것과 같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늦은 밤.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소룡원을 빠져나온 사마아현이 걸음을 옮긴다. 양손을 곱게 모은 가슴팍 중심에는 최근 들어 깊이 파고들기 시작한 논어와 예기를 소중하게 감싼 채였다.

걸음은 느릿했다.

또한 표정도 여유로웠다.

하나 얼굴은 붉게 달뜬 채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그녀가 본성적으로 타고난 것일까?

이제 갓 열 살을 벗어났다고는 믿기 힘든 요염함이 그녀의 온몸을 감싼다.

그러한 자신의 매력을 알고 있다는 듯, 자신만만한 걸음으로 달밤의 어둠에 녹아든 그녀의 걸음이 멈춘 곳은 마현의 방문 앞이었다.

“잘 자란 복숭아나무, 붉은 그 꽃 화사하네.”

그 너머로는 마현의 침착한 목소리가 낮고도, 깊게 퍼져 나오고 있었다.

“도요(桃夭).”

주나라 문왕(文王) 시절, 후비였던 태사(太姒)가 읊은 것으로 남녀가 바르고, 혼인을 제때에 한다면 천지(天地)가 화합하고 음양이 순조로워 요사한 기운이 파고들 틈이 없으니, 국가가 바로 섬을 뜻하는 시경이다.

“이 아가씨 시집가니, 그 집안이 화목하리.”

마현이 읊으니,

“잘 자란 복숭아나무, 복숭아가 주렁주렁.”

사마아현이 그 뒤를 따라 덧붙인다.

“이 아가씨 시집가니, 그 집안이 화목하리.”

그러다 보니 어느덧, 하나 된 듯 두 사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에 따라, 사마아현의 얼굴이 점점 붉게 상기되었다.

‘대체 어찌 이럴 수가 있지?’

같은 시경이라 하여도, 읊는 사람에 따라 그 깊이가 다르다.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하나 그를 체감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우면서도 신묘한 일이었다. 하여 며칠 동안이나 마현의 방문 앞으로 찾아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늦은 밤.

속삭이는 듯한 마현의 목소리를 들으며 공부를 하고 있노라면 본인의 학문 성취도 올라가는 것 같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다.

바보 같은 서원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마아현의 입장에서, 문구(文句)를 읊는 마현의 방문 앞은 유일한 안식처이자, 마음이 통하는 공간이었다.

‘시작하자.’

얇은 방문 한 칸.

그 사이로 보이는 마현의 검은 음영(陰影)을 옆에 둔 채, 품에 안고 있던 서책을 펼친 사마아현의 공부가 시작되었다.

늦은 밤이지만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맑다.

글귀를 핥듯이 읊어 나가는 두 눈동자는 야명주라도 품은 듯 반짝거린다.

“큼…….”

“……아.”

마현의 조용한 기침 소리에, 정신이 화들짝 돌아온 사마아현이 주변을 훑어보았다. 늦은 밤의 어둠이 더욱 짙어진 채다. 하늘에 뜬 달이 서서히 서편(西偏)으로 지고 있었다.

얼마나 집중하고 있던 것일까?

정말 눈 몇 번 깜짝할 새에 시간이 흘러간 듯했다.

‘돌아가야겠네.’

너무 늦은 시간에 잠이 들면, 다음 날 일정에 지장이 생긴다. 신비한 점이라면, 마현의 옆에서 공부를 시작한 이후 아침의 피로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방에서 혼자 공부한 후, 조금 이르게 잠들 때가 더 피곤하였다.

“음…….”

분명, 이제 그만 가야지라고 마음먹었다.

한데 오늘은 이상하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마아현은 오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대로 떠나기는 아쉬워?’

그러고 보니, 매일 옆에 앉아 공부만 했다.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기분으로 앉아 있었다 한들, 무언가 허전한 것은 사실이었다.

‘대화를 나누고 싶어.’

소룡원을 향하려던 걸음이, 망설임 없이 방문 앞으로 돌아섰다.

마음을 먹었으면 망설이지 않는다.

주저하는 것은 사마아현에게 어울리지 않는 행위였다.

“스승님. 아현입니다.”

“…….”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들어오거라.”

마현의 답변이 들렸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사마아현은 망설임 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마현 역시 이만 공부를 마치려는 듯, 천천히 책장을 덮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마아현은 그 모습을 잠시 훑은 후, 주변을 돌아보았다.

방 안에는 마현 혼자였다.

“구 사부님은 안 계시네요?”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될 것 같다며, 침방(寢房)으로 먼저 들어갔다.”

“아…….”

사마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이 방은 마현이 결혼하기 전까지 이용하던 침실이었다. 결혼 후에는 따로 침방을 꾸렸으니, 이곳은 이제 혼자 조용히 공부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첫 질문이 참 오묘하구나.”

“기왕이면 스승님과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으니까요.”

당돌히도 말하는 사마아현을 보며, 마현은 짧은 탄식을 흘렸다.

‘처음부터 알았지만…… 어린 녀석이 벌써.’

말을 하며 눈을 흘기고, 입가로는 호선을 그린다.

뿐만이랴? 양 볼은 사내를 유혹하듯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딱히 의도한 바라기보다는, 타고난 능력이다. 무서운 점이 있다면 고작 열한 살에 불과한 사마아현이 그러한 자신의 성적 매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잠깐 앉아도 될까요?”

“안된다고 하면 나갈 것이냐?”

“그럼요. 누구 말씀이신데요.”

“……앉거라.”

그 묘한 기운을 떨치게 하고자 던진 말인데, 잘도 받아낸다.

머릿속에 꼬리 일곱은 달린 여우를 키우는 게 분명했다. 종종걸음으로, 마현의 책상 바로 앞까지 다가온 사마아현이 조신스럽게도 바닥 위로 앉는다. 마현의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유형의 여인이었다.

‘아니, 아이라고 해야겠지.’

눈짓과 표정에는 감출 수 없는 요염함이 감돌면서, 행동은 그 누구보다도 고귀하면서도 도도하고 조신하다. 또래의 남자아이라면, 아니 솔직히 말해 이성을 자제하지 못하는 이라면 나이가 몇이 되었건 그녀의 매력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이냐?”

“무엇이든요. 스승님은 어째서 와룡서원을 차리신 건지, 구 사부님하고는 어떻게 만나신 건지…… 동안의 비결은 무엇인지? 뭐든지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나에 대한 호기심인 것이냐?”

사마아현의 눈이 반짝, 빛났다.

“네. 하지만 지금은 그것들보다 더 궁금한 게 두 가지 정도 생겼어요.”

“……말해 보거라.”

당돌하다 한들 어쩌랴.

사마아현 역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뽑은 제자이거늘.

마현은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첫째로 궁금한 건 어째서 모른 척해주셨는지 예요.”

“음……?”

“제가 며칠 전부터 스승님의 방문 옆에서 공부한 것 말이에요. 생각해보니, 스승님은 무공의 무 자도 모르던 선배님들을 그만큼 가르치신 분이잖아요? 세간에 무명와룡 선생님의 무공이 보통이 아니라는 소문도 이미 퍼질 대로 퍼져 있고요.”

“그런데, 네가 옆에서 공부를 하던 걸 모를 리가 없다?”

“맞아요.”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마현의 역질문에, 의아한 눈초리를 흘린 사마아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겠어요.”

사마아현은 아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그녀는 진심으로 마현이 자신을 모른 척해준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었다.

“제자이기 때문이다.”

“…….”

“뭐 어렵겠느냐? 내 옆에서 제자가 함께 공부하고 있다. 내 옆에 있어 학문을 닦음에 도움이 되어 그리한다면, 말릴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

“……그게 끝이에요?”

“다른 이유가 필요했던 게냐?”

사마아현의 입가로, 즐거운 미소가 떠올랐다.

“아니요.”

“하면 두 번째 질문을 마지막으로 들어보자꾸나. 시간이 너무 늦었구나.”

“네. 대신이라고 말하기는 뭐하고 부탁인데,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셔야 돼요. 우스갯소리로 넘기시면 절대 안 돼요.”

“약조하도록 하마.”

“사실 첫 번째 질문보다 더 중요한 거예요. 어떤 의미에서는 연장선이기도 하죠. 스승님. 스승님은 제가…… 매력적으로 보이시지 않나요?”

“…….”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 다른 사내였다면, 제가 마음에 들어서라고 했을 거예요. 근데 스승님은 뭔가 달라요. 그 눈빛도, 표정도…… 무엇하나 읽을 수 없어요. 그리고 남자 중에 처음으로, 저를 여자로 바라보고 있지 않아요.”

정말로 궁금했다.

처음부터.

아닌 척하지만, 서원의 사내들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다른 여인을 마음에 품고 있다 한들, 자신이 웃음 지을 때면 저도 모르게 한 번씩 시선을 던지고는 한다. 그게 사내의 본성이다. 사마아현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깨달았으며, 어머니에게 배운 사실이다.

한데 마현은 무언가 달랐다.

그녀가 웃어도 시선을 주지 않는다.

대놓고 유혹하기 위하여 시선을 던져도 무덤덤하다. 고작 열한 살이라 하여 무시당하고 있다고는 결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가 아는 사내란 동물은, 굉장히 단순한 편이었다.

“결혼한 여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은 하지 말아주세요. 영웅호색(英雄好色)이라는 말도 있는 마당이고…… 또, 아내가 있는 사내라 하여 눈이 안 달린 것은 아니잖아요?”

“허어…….”

마현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사마아현의 말대로 우스갯소리라 느껴서가 아니었다.

‘어린 녀석이 어찌 벌써…….’

일기 제자들을 가르칠 때도 그랬지만, 마현은 아이들은 아이 다울 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한데 사마아현은 너무 다르다. 아이라기보다는, 마치 남자에 달관한 어느 여염집 여인과 대화를 하는 느낌이다.

어떠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까?

무엇을 보고 자란 탓일까?

감히 짐작을 할 수 없었다.

경험의 문제라기보다는, 본질적인 부분에 속해있었기 때문이다. 마현은 남자고, 사마아현은 여자다. 무엇을 떠올린다 한들 그녀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었다.

“대답해주세요, 스승님.”

침묵하고 있는 마현을 향해, 사마아현이 재촉했다.

두 눈은 밝은 빛을 흘리며 짙은 호기심을 풍긴다.

어떠한 의미에서, 그러한 사실이 사마아현의 가장 어린아이다운 점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그 사실에 웃으며, 마현의 입이 살짝 열렸다.

“네게 부탁을 받았으니, 진지하게 답하도록 하마. 아현아. 너는 내게 있어, 분명히 아주 매력적인 제자란다.”

“…….”

사마아현의 양미간이 곱게 찌푸려졌다.

“자, 시간이 많이 늦었구나. 소룡원으로 돌아가도록 하여라.”

마현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어요.”

그 뒤를 따라, 영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의 사마아현 역시 몸을 일으켰다.

* * *

“매력적인 제자…… 라.”

마현과 걸음을 반대로 한 이후, 혼자 남게 된 사마아현의 붉은 입술이 달싹였다. 입가로는 왠지 모를 즐거운 미소가 걸려 있는 채였다.

“애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건가.”

사마아현이 자신의 손을 들어, 이제 막 조금씩 봉긋 솟아오르기 시작한 양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작다.

“조금 더 커지면…….”

그녀의 시선이, 손과 발, 자신의 작은 몸을 훑는다.

“시간만이 답이라는 건…… 꽤나 어렵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난제를 만난 것은, 꽤나 오랜만이다. 기분이 나쁘지만도 않았다.

오히려 묘하게 들떴다.

“제자, 제자라…….”

와룡서원에서의 생활이 마냥 답답하고, 지겹지만도 않을 것 같다.

사마아현의 두 눈이 반짝였다.

제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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