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귀환-55화 (56/83)

(第一章)

성혼식을 올렸지만, 크게 변화한 것은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체감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옳을 터였다. 마현과 구혜린은 이미 성혼식을 올리기 전부터 한 침대에서 잠을 청한 사이였다. 아니, 그냥 대놓고 말해 남성과 여성으로서 서로 볼 것 못 볼 것 다 겪은 사이였다.

성혼을 하였다 하여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저 마 씨 가문의 호적에 정말로 구혜린의 이름이 올라갔다는 점?

물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굉장히 컸다.

구혜린이 진정으로, 와룡객잔의 가족이 되었다는 의미니 말이다.

아, 그 외로도 체감으로 와 닿는 일이 한 가지 더 있기는 했다.

“구 사부님.”

“응?”

“질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말해보렴.”

번쩍 손을 든 사마아현의 말에, 부드러운 웃음을 그린 구혜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무공 수련 시간.

대다수가 무림세가의 자제라는 이기 제자들의 특성 탓일까?

유달리 이 시간대면 평소에 비해 몇 배는 불을 태우는 아이들이었다. 조화의 경지에 오른 구혜린의 가르침이 무공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당연하게도, 이번 사마아현의 질문 역시 무공에 관련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구혜린이었다.

“아기씨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

“대사부님과 구 사부님을 닮았다면, 정말로 예쁠 거예요!”

“…….”

사마아현의 직설적인 질문에, 주변에서 수련에 열중하던 제자들의 시선이 단숨에 몰린다. 모두 따로 말은 안 하지만 매우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그렇게 무섭다더니…….’

속으로 쓴 신음을 흘리며, 이마 위로 송골송골 맺히는 식은땀을 감춘 구혜린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 그, 글쎄다.”

이미 전날 밤 아니, 전전날 밤 아니지, 며칠째.

마전으로부터 손주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마현 부부였다. 그러한 부담 된다면 부담되는 질문이야말로, 부부가 된 이후 가장 체감되는 사실이랄까? 하나 그러한 질문이 아이들의 입에서까지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당황한 구혜린의 모습에, 짓궂은 웃음을 그린 사마아현이 다시금 손을 번쩍 든다.

“구 사부님은 딸이 좋으세요, 아들이 좋으세요?”

“그, 그야…….”

마 씨 일가의 혈계(血系)를 잇는다 생각하면 당연히 아들이다. 시아버지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더욱 말할 것도 없을 터다. 구혜린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아, 아무래도 아들이 낫겠지?”

딸에 대한 미련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진짜 조카가 되어버린 마설도 있는 데다, 둘째로 낳으면 된다는 여유(?)도 있다.

‘어머…….’

그런 제 생각에,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 얼굴을 붉힌 구혜린이다.

다행히, 그런 당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들도, 딸도 좋다.”

따뜻한 감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와 함께, 어깨 위로 부드러운 손길이 이어진다. 시선을 돌려보니 어느덧 다가온 마현이 그곳에 서 있었다.

“대 사부님을 뵙습니다!”

휴식시간이라 여겼는지, 자리에 앉아 구혜린을 바라보며 눈을 빛내던 이기 제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 제자들의 입장에서는, 묘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그리 큰 느낌이 없었는데, 날이 갈수록 이상하게 마현을 대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알 수 없는 중압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 터였다.

마치 각자의 가문에 있는 큰 어른들을 모실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었느냐?”

“네!”

마현의 물음에, 이번에도 우렁차게 답하는 이기 제자들이다. 그 모습에 마현의 입가로 작은 웃음이 번졌다.

‘이거 참…….’

아이들이 느끼고 있는 중압감이란, 이른바 기도(氣度)다. 본래 절대자라고 불려도 부족함이 없을 마현의 목소리 하나, 행동 하나에는 절로 그러한 기운이 서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나 여태껏 마현은 그러한 자신의 기도를 모두 꾹꾹 눌러 감춰왔다.

아이들이 불편해하는 것이 싫은 탓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도를 조금씩 풀기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기 제자들의 대다수는 기본적으로 오만하다. 또한 스스로와 가문에 대한 자긍심이 높다. 그렇다 보니 알아서 열심히 자신을 스스로 갈고 닦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고련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가문에 관한 공부에 관련된 것들뿐이었다. 학문을 익히는 것 역시, 가문에서 그리하라 명하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겠지만…….’

좋지 않다.

눈앞에 보이는 이기 제자들은 ‘가문을 위해.’ 라는 명목 아래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주권을 잃어간다. 더욱 무서운 점은 본인 자신도, 아이들을 그렇게 만드는 가문이라는 곳조차도 그러한 자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스스로가 선택하여,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믿는다.

맹목적인 신봉만큼 무서운 집착은 없다.

그러한 사실은 저 멀리, 십만대산으로 몰린 마교에서 이미 보여준 바 있지 않던가?

하기에 마현은 조금 강압적인 방법을 이용해 나서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이 가진 가문에 대한 자긍심을 일부 무너트린다.

절대라 믿고 의지하던 것을 깨부순다.

그리하여 얻게 되는 것은 분명, 자괴감일 터다.

또한 무거운 절망이 될 수도 있다.

하나 세상일이란 것이 언제나 그렇듯, 어두운 이면에는 밝은 빛도 있는 법.

오히려 그로 인해 더 넓은 세상을 깨우칠 수도 있을 터다. 또한 자기 자신을 가두고 있던 가문이란 틀에서 벗어나 삶에 대한 주권 의식을 더욱 강하게 가질 수도 있다. 그것이 올바른 길이다.

마현이 해야 할 일은 제자들이 그른 길로 가지 않고, 그러한 올바른 길로 이끄는 일이었다.

물론 그러한 생각 자체가 오만일 수도 있었다.

가문에 의해 억압되었다고는 하나, 아이들에게는 아이들 나름의 삶이 있다. 이미 주어진, 가진 것들이 많음으로 누릴 수 있는 권한이다. 한데 굳이 어렵게 사는 법을 알려주어야 할까?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할 터다. 그중에서는 그동안 아이들이 누려왔던 가문의 특권을 버리는 길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또한 각자의 세가에서 원하는 아이들의 육성 방향도 그러한 것은 아닐 터다.

마현 역시,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한 바였다.

하나 몇 번을 생각해도 답은 같게 내려졌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살게 하고 싶다.’

아직 어린아이들이다.

스스로가 나름대로 깨우친, 배운 아이들이라 생각할지 모르나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녀석들이다. 이런 제자들에게 꼭 주어진 삶을 살라고 가르치고 싶지는 않다. 와룡서원이란 그러한, 단순히 글과 공부만을 가르치는 장소가 아니었다.

하여 스스로의 무게감을 늘렸다.

또한 가문이 그들을 막아주는 벽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려 하고 있었다.

한 번에 벽을 무너트려서는 안 된다.

천천히.

석공(石工)이 공들여 돌을 깎아 나가듯 조심스럽게 균열을 만들어, 차츰 입구를 열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어린 제자들의 마음에 그야말로 큰 상처를 남기는 일밖에 되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한 과정이 바로, 작금의 마현과 제자들 간의 관계다. 어느 정도 이상의 기도를 통해 무거움을 느끼게 한다. 스승의 어려움을 저도 모르게 은연중에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하나, 아이들의 마음 한편에는 아무리 그렇다 한들 일개 서원의 스승일 뿐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을 터였다.

제자들의 가문은 천하에서 이름 높은, 손가락에 꼽는 집안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한들, 또 가문에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가문의 자제로서 살아가는 방식.

아이들이 가진 자긍심의 일부다.

이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제자들이 조금의 변화만으로, 자신의 삶에 완벽히 주인의식을 갖출 수 있게 되리라 생각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나 이는 역설적으로, 아이들의 가문에 대한 절대적인 의지를 느끼는 것을 무너트리는 데 방해가 되는 벽이기도 하였다.

‘가문이 아닌, 다른 휴식처가 필요하다.’

아마 마현 혼자였다면, 이러한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을 터였다.

하나 이제 서원에는 마현 혼자만이 스승이 아니다.

구혜린과 초이영이 있고, 인생, 삶의 선배로서 이런저런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일기 제자들도 있다. 아이들과 가문을 완전히 떨어뜨려 놓고, 일단은 완전히 서원의 품으로 끌어안는다.

서원은 가문과 같지 않다.

한동안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방벽이 되어줄 수 있을지 모르나,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이 문밖을 나서는 순간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물론 마현의 입장에서야, 그렇다고 한들 아이들은 여전히 사랑스러운 제자다. 하나 서원 내에 있을 때처럼 모든 일을 하나, 하나 신경 써줄 수는 없다. 이미 내보낸 또 다른 다섯 명의 일기 제자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다들 잘살고 있겠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그저 간간이 오는 서신과 소문으로 조금씩 전해 들을 뿐. 다행히 큰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없어 보이니,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는 마현이었다.

“그럼…… 오랜만에 성과를 한 번 확인해 보자꾸나. 구 사부를 놀리는 것 같은 재미있는 일은, 조금 이따가 해도 되니 말이다.”

무엇보다, 어찌 됐든 작금 마현이 가르쳐야 할 제자들은 눈앞에 있는 이기생들이었으니 말이다.

“네!”

“마 가가!”

아이들과 구혜린의 외침이 동시에 마현을 향해 짓쳐 든다.

그 속에서, 천천히 구혜린의 어깨 위에서 손을 내린 마현의 입가로 밝은 미소가 번졌다.

‘이거 아무래도…….’

밤에는 좋은 소식을 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말로, 정말로 즐거운 밝은 미소가 번질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 * *

늦은 밤.

달빛이 내리쬐는 작은 방 내부에서, 가슴이 볼록 솟은 여성의 새하얀 나신이 파도를 타듯 역동했다. 등 뒤로는 긴 손가락이 물줄기를 따르듯 흘러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아아……!”

그 속에서 감탄이 섞인 짧은 신음과 함께, 위에서 굽이치던 여성의 몸이 파르르 떨려왔다. 이윽고 아래에 있던 굳은 몸의 남성이 몸을 반쯤 세워 열기를 더해 간다.

“으음……!”

“아……!”

두 사람의 음성이, 함께 절정에 닿는다.

이후 서로를 품에 소중하게 끌어안은 둘은, 짧은 입맞춤과 함께 어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침상으로 스러졌다.

털썩.

“하아…….”

따뜻한 체온과 서로를 품에 안아주는 손길에 편안함을 느낀 것일까? 품에 안긴 여인의 눈이 천천히 닫혀간다. 당장에라도 잠이 들 듯 극심한 피로감과 안락함이 몸 전체에 깃들었다.

“그런데 린 매.”

귓가를 간질이는 작은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구혜린이 이내 노곤한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네?”

“미안, 놀랐어?”

“아녜요. 그냥 잠들 뻔해서…….”

“문득 궁금해져서 말이지.”

“뭐가요?”

다시금,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마현의 탄탄한 가슴 위로 얼굴을 비빈 구혜린이 답한다.

“정말 아들이 좋아?”

낮에 제자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다.

“아무래도 그게 좋겠죠?”

“아버지 눈치 때문에 그러는 거야?”

“설마요. 물론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보다는…….”

“그보다는?”

“아무래도 집안에 아직 대를 이을 손자가 없기도 하고 하니까…….”

“결국 아버지 눈치네 뭘.”

“그보다는 제 욕심이라는 게 맞는 말일 지도요.”

“하면 딸은 싫단 거네?”

그 질문에, 눈은 뜨지 않은 채 입을 크게 벌린 구혜린이 마현의 가슴 위로 솟은 작은 꼭지를 살짝 깨물었다.

“누가 싫대요? 기왕지사 아들이면 좋다는 거지.”

“딸이면 조금 덜 좋고?”

“마 가가.”

“하하, 알겠어. 그만 놀릴게.”

안다, 알고 있다.

마현의 마음이 그럴진대, 구혜린이라고 다를까?

말은 그리하지만 실상 아들이건, 딸이건 상관없이 자식을 낳는다면 그 누구보다도 아껴줄 터였다. 두 사람의 피를 이은, 하나뿐인 사랑하는 혈육이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차별을 떠올린단 말인가? 모두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질문을 계속해서 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런데 린 매, 알고 있어?”

“뭐가요?”

“몸, 조금 이상하지 않아?”

“……!!”

천천히, 다시금 잠에 빠져들던 구혜린의 눈이 그야말로 보름달처럼 동그랗게 뜨였다. 마현의 따뜻하고 큰 손은 어느덧 그녀의 새하얗고 늘씬한 배 위에 얹어진 채였다.

“서, 설마……?”

그러고 보니 여자라면 한 달에 꼭 한 번은 찾아와야 하는 월경 소식이 늦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많이 늦어진 것은 아닌 데다, 가끔 그러는 일도 있고 해서 그러려니 하던 차인데…….

“우리 성혼식 올린 당일 날 있잖아. 그때 들어선 것 같더라고.”

“말도 안 돼.”

“말 돼.”

“마 가가가 뭐 손쓰거나 그런 거 아니에요?”

이제는 구혜린도 마현을 안다.

그가 원한다면, 바라던 때에 임신을 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터였다.

“미안하지만, 우리 아이는 하늘이 점지해준 거야. 내 자식마저 인위적인 힘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구혜린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니,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마현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한들, 그러한 일을 벌일 사람이 아니다. 나이가 조금 찼지만 아직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마현의 말대로였다.

그저 그 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아이가 들어선 것이었다.

“정말…… 말도 안 돼.”

여태껏 소식 한번 없다가 그 당일 딱 걸리다니!

물론 그 전까지는 아직 정식 부부 사이가 아닌 만큼 서로 조심한 탓도 있었긴 했다. 그래도 정말로,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 어찌나 깜짝 놀랐는지 밀려오던 잠이 확 달아날 정도였다.

너무나, 너무나 기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정말이죠? 정말 지금 제 배에 마 가가와 내 아이가…… 우리 아이가 있는 거죠?”

그래서 몇 번이고 되물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뻐서 아이가 된 듯 마현을 보챘다.

“정말이야. 나도 처음에는 조금 의심했는데, 아까 낮에 린 매를 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고.”

“그럼 마 가가는 이미 그때…….”

마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설마, 아들, 딸에 관해서 물은 건…….”

구혜린이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묻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에는 마현의 고개가 좌우로 내저어졌다.

“아니, 아직은 나도 몰라. 우리 성혼식 한지도 이제 기껏 해봐야 보름 조금 넘겼으니까. 당장 알 수 있는 건 린 매 배속에 새 생명이, 우리 아이가 있다는 것 정도지.”

“아…….”

그게 어딘가.

더 이상은 궁금하지도 않았다.

뭐가 되었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사실은 지금 그녀의 배 속에 두 사람의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 가가와 내 아이…….’

사실은 오래전부터.

처음 마현과 사랑하게 된 때부터 바라 왔던 두 사람의 상징. 자식을 떠올리자 절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무언가 강인하고 탄탄한 것이 심경에 자리 잡는 느낌이기도 했다. 지키고 싶다. 또한 잘 기르고 싶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배 속에서부터 가장 소중하게 다루고 싶었다. 그러한 마음이 담겨서일까? 저도 모르게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 손길에는 온정이 깃들었다.

자세히 느끼면, 착각일지 몰라도 그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도 했다.

“여기에…… 우리 아가가…….”

“응. 그곳에 있어. 아주 얌전하네. 착하고 귀여운 아이일 거야.”

분명 그럴 터였다.

그도 그럴 게 지금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아이는,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란.

“마 가가와 제 아이니까요.”

그 날, 구혜린은 태어나서 가장 밝고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부족함 없는 행복이 와룡서원의 위로 쏟아져 내리고 있는 때였다.

제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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