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五章)
소수린이 느낀 감상은, 비단 그녀만의 것이 아니었다.
의식을 잃은 양명을 제외하고는 제자들 모두의 생각이 일치했다.
‘스승님은 어떤 분인 거지……?’
언제나 포근하게 자신들을 감싸주던 편안한 스승이다. 때로는 서툰 면모를 보이기는 해도, 자신들을 진정으로 아껴주는 마음이 깊이 느껴지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한데 오늘의 마현은 조금 달랐다.
여전히 자신들에게는 따뜻하고, 편안한 스승이지만 적들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무섭다.
북해의 시린 바람 따위는 우스울 정도로 냉정하다.
게다가 그 목소리에 서린 위엄은 감히 천자(天子)라 한들 흉내 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겁다.
그들이 알고 있는 스승이지만, 또한 다르다.
‘대체…….’
의문이 머릿속을 어지럽히지만, 크게 변할 것은 없었다.
그들은 마현의 제자였다.
또한 마현은 자신들을 아껴주는 따뜻한 스승이다.
이 사실만큼은 여전히 변할 것이 없다.
그렇기에 빠르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듬직한 등을 믿고 앞으로 나아간다.
어디로 가냐고는 묻지 않았다.
마현이 향하는 길이 그들에게 해가 될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역시 이곳도…….”
그렇게 마현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또 다른 식객청이자 황금세가의 인물들이 머물던 숙소였다.
내부에는 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완전히 텅텅 비었다.
벌써 빙궁의 무력대가 다녀갔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순순히 포박을 받았나 보군.’
그 어디에도 격전이나 반항의 흔적은 없다.
괜히 무리해서 싸우기보다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려는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구해야겠군.’
실상 마현이 굳이 황금세가의 일행들을 도울 이유는 없다. 그들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며, 정의맹이라는 소속에 함께 포함된 것도 아니다. 번거로운 것이 영 싫다면, 이대로 발을 내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마현이 원하고자 한다면 백서향만 따로 빼돌려 소수린과 만나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터니 말이다.
하나 그래도, 무시할 수는 없다.
사람 간의 정이란 것이 본래 그렇지 않던가?
그래도 이 먼 북해까지 함께 오며 꽤나 마음을 나눈 사이다.
특히 어린 시절의 정순욱을 떠올리게 만드는 소공자 황여준과, 예의 있고 마음이 바른 대공자 황여진은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이들이다.
오히려 정감 가는 존재들이라는 말이 옳을 터다.
‘정말 여러 가지로 번거롭게 됐지만…….’
결국 마현의 결정은 분명했다.
그들을 구하러 간다.
굳이 상황을 더 알아보려 할 필요는 없었다.
‘일이 어찌 되었는지는…….’
구해보고 들어도 늦지 않는다.
“다들 조심히 따라오도록 하여라.”
마현의 따뜻한 목소리에 묵묵히 뒤를 따르던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파를 넓혀, 단숨에 황금세가 무인들 특유의 기척을 찾아낸 마현의 눈이 번쩍 빛을 내뿜었다.
“빙퇴각으로 간다.”
“예.”
아무래도 꽤나 질긴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듯했다.
* * *
멀지 않은 곳, 빙퇴각이 보이는 골목 뒤편.
“이제부터 너희들에게 가르쳐줄 은신술은 암왕잠형술(暗王潛形術)이라고 한다.”
마현의 작은 목소리에, 아이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흔히들 말하곤 하지 않던가?
강호에서 그럴싸한 이름을 가진 무공치고 삼류 아닌 것이 없다고. 암왕잠혈술이란 명칭은 충분히 그에 속하고도 남을 정도로 허황된 이름이었다.
하나 암왕잠형술은 달랐다.
그 이름을 아는 이라면,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의 신공절학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게, 암왕잠형술은 전대, 살수지왕(殺手之王)이라 불리던 암왕(暗王)의 독문무공 중 하나였다. 암왕이 활동하던 시절, 강호에 속한 모든 무림인은 아침에 일어나면 늘 자신의 목이 붙어 있는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암왕은 총 오백 번의 살행을 했으며, 그중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대상은 따로 가리지 않았다. 흔한 삼류 왈패에서부터, 한 성에 이름을 날리는 고수, 심지어 구대문파의 장문인과 사대흉가의 가주들마저 암왕의 살행 대상이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 기간 동안 암왕의 그림자조차 본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수많은 정보와 사실들이 합쳐지며, 전 강호인들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강호에서 활동한 전적이 있는 인물치고 원한 하나 사지 않은 이 없으니 그 어찌 안심한 채 발 뻗고 잘 수 있으랴.
‘누가 알았을까?’
그러한 암왕이 일흔이 넘는 나이의, 허리가 구부정한 노파였음을.
흔히들 말하곤 한다.
강호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이들은 바로 소동과 여인, 그리고 노인이라고 말이다.
그 말이 옳았다.
암왕 아무개(阿無蓋)는 그러한 점을 아주 확실하게 이용할 줄 알던 노파였다. 이름조차 산에 묻었다며 자신을 아무개라 불러달라던 그녀가 무절곡에 들어선 이유는 간단했다. 다름 아닌 무형지왕 백무영의 암살 의뢰. 수많은 이들의 암살에 성공했지만, 그중 천하십대고수라 불리던 인물은 단 하나뿐이었다.
백무영까지 죽인다면 두 번째.
아무개는 백무영의 암살을 마지막으로 살행을 접고, 평범한 노파가 되어 생을 마칠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뒤를 추적하다 보니 백무영의 흔적이 무절곡으로 이어졌고, 아무개는 그 안으로 따라 들어섰다.
아무도 몰랐었다.
암왕이라 불리던 그녀가 무절곡을 통해 마계로 들어선 줄은. 마족들조차, 심지어 목에 칼날이 다가왔던 백무영 또한 몰랐다.
그녀의 목덜미를 잡아낸 것은 다름 아닌 마현의 무공 스승이었다.
마계라는 극한의 공간에서조차 스스로 삶을 연명하며, 백무영의 목숨을 노리던 노파는 끝내 마현의 스승에게 덜미를 잡혀 일행들 모두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당시 그녀의 표정은 묘했다.
안타깝다기보다는, 기뻐 보였달까?
자신의 첫 살행 실패가 어지간히도 즐거운 듯했다.
그렇게 미친 듯이 웃다가, 자신의 천령개를 내리쳤다.
말릴 새도 없었다.
순식간에 죽음으로 치달은 그녀는 살행에 실패한 살수는 더 이상 암왕이 아니라며 웃음 지었다.
그 품에서 나온 것이 바로 이 암왕잠형술의 비급이었다.
스스로의 발로 마계로 들어와, 살행에 나섰으며 실패했다. 친하기는커녕, 잘 알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암왕은 분명 마지막 죽는 순간, 웃고 있었다. 그제야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표정.
아마 수많은 살행 끝에, 나름의 회의감을 느끼고 있던 게 아닐까? 어깨에 얹어진 무게감에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수많은 의문이 남았지만 암왕잠형술은 분명 생존한 일행들 모두에게 전해졌다.
그러한 암왕잠형술이 이제는 제자들에게 전해진다.
본래 암왕잠형술은 전편과 후편, 총 두 권으로 이루어진 비급서였다.
마현이 전하려는 것은 순수하게 은신술에 치중되어 있는 전편의 내용이었다. 암왕잠형술의 후편에는 그러한 은신술과 함께 이용하는 암살 무공이 기술되어 있으나 그를 가르칠 필요는 없다 여겼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은신술뿐.’
본래 마현은 처음, 아이들을 어딘가에 숨겨 둔 채 혼자 내부로 잠입하려 했다. 한데 그런 생각을 읽었음인가? 정순욱이 함께 가겠다며 먼저 나섰다.
그 뒤를 따라서는 백산을 비롯해 모든 아이가 정순욱의 의견에 동의했다.
언제까지나 스승님의 뒤만 보며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아니란 뜻이다.
그 기특한 말에,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작게 웃음 지은 마현은 아이들에게 은신술을 가르쳐 함께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객잔에 남은 것은 의식을 잃은 양명 혼자뿐.
걱정은 없었다.
주변으로 은닉진법을 펼쳐놓았으니, 백천악쯤 되는 인물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양명의 흔적조차 찾아낼 수 없으리라.
“……마지막으로 독맥. 모두 외웠느냐?”
“예.”
상황이 상황인 탓일까?
단 한 번의 구술만으로 운공법에서부터 구결까지 모두 외운 아이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에 있는 황금세가의 무인들 역시 여유가 많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기껏 포박해간 것을 보니 쉽게 죽이지는 않겠지만…….’
어찌 됐든 지금 아이들의 집중력은 나쁘지 않다.
덕분일까?
반 시진이 조금 흘렀을 무렵 모든 제자가 기초적이나마 암왕잠형술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놀라운 점은 화영령의 성취였다.
단 한 번의 시전만으로 암왕잠형술의 삼성에 가까운 효율을 낸 그녀는 어둠으로 녹아든 듯한 자신의 몸을 보며 신비한 듯 주변을 훑고 있었다.
‘은신 무공에 재주가 있었던가.’
만약 제대로 마음먹고 화영령에게 암왕의 무공을 전수한다면, 그녀는 분명 다음 대에 이름을 남길 전설적 살수가 되리라.
‘……생각해봐야겠군.’
굳이 살수는 아니더라도, 제 한 몸 지키기에도 훌륭한 무공이 암왕잠형술이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무공 성취나 활용능력이 부족한 만큼 기회를 보아 가르쳐줘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그렇게 모두가 암왕잠형술에 익숙해졌을 무렵.
“가자.”
함께 잠형술을 펼친 마현이 빙퇴각의 외곽으로 다가갔다.
휙-!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과 같은 소리를 흘리며 벽을 넘는다. 그 뒤를 따라 다른 아이들 역시 빠른 속도로 월담을 시도했다.
무사히 지면에 안착한 이후.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첫 월담이라 이거지.’
그 모습을 본 마현의 입가로 작은 웃음이 번졌다.
잠형술까지 익혔다고 한들, 야밤에 경계가 삼엄한 건물 내부로 잠입해보는 일은 처음인 제자들이다. 아마 언제 걸릴지 몰라 노심초사(勞心焦思). 심장은 야단이라도 난 듯 벌떡거릴 터다.
“너무 긴장하면 잠형술이 풀릴 수도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여라.”
기파를 흘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마현의 작은 목소리에도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인 아이들은, 이내 서로를 보며 멋쩍은 표정을 지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로는 조금씩 안정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마현이 목소리에 안정의 기운을 불어넣어 흘린 탓이다.
‘그렇다고 한들…….’
여전히 입 한 번 열지 못하고 주변만 빠르게 훑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동한다.”
짧은 말을 남긴 마현 역시,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겨 나갔다.
천천히, 하지만 너무 느리지도 않게.
아이들의 잠형술이 상승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한계선 내에서 계속해서 이동한다.
그러다 문득, 바로 건너편 벽에서 번쩍이는 불빛에 깜짝 놀란 아이들이 곧바로 기척을 죽였다. 몸을 웅크리고, 벽에 기대고 있는 사이 불빛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
“젠장…… 갑작스럽게 비상경계령이라니. 이유라도 설명해주든가.”
“그러게 말이다. 이게 무슨 난리인지. 듣자 하니 잡아들이지 못한 외인들이 있고, 빙왕무위대원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고는 하는데…….”
“미친놈들이로군. 빙궁 내에서 빙왕무위대를 건드리다니. 외인은 무슨 목숨을 열댓 개씩 달고 사나?”
“듣자 하니 여자들도 몇몇 있다고 하던데, 큭큭. 목숨이 열댓 개면 애도 한 열 명 정도 낳아주려나?”
“미친놈.”
“궁금하지 않냐. 그 잘난 중원에 사는 여자들 맛은 어떨지. 적어도 빙녀들처럼 쌀쌀맞지는 않을 것 같은데, 큭큭.”
불만으로 시작되었던 이야기는, 결국 음담패설로 끝을 맞이한다.
그렇게 경계병들이 지나갈 때까지, 호흡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기척을 죽이고 있던 아이들의 얼굴이 빠르게 붉어졌다.
“후우…….”
불빛이 한참이나 멀어지자, 작은 한숨을 내쉰 화영령이 깜짝 놀라며 자신의 입을 가로막았다. 마현이 그런 화영령을 보며 살짝 웃어주고는 다시 앞으로 향하자는 손짓을 보였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렇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된 후, 건물 내부로까지 들어선 마현과 아이들은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등하불명이라 하였거늘, 마현과 아이들이 바깥에만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내부에는 경계병력이 얼마 배치되어 있지 않은 덕이었다.
‘중간중간 은신한 놈들이 있긴 하지만.’
어설프게 익혔다고는 하나, 잠형무공 중 최고라 볼 수 있는 암왕잠형술을 꿰뚫어 볼 만한 안목을 가진 이는 몇 없었다. 혹시나 아이들을 눈치챌지도 모를 정도의 실력자는 지풍을 이용해 먼저 처리했다.
물론 제자들에게는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극한의 상황에서, 최고의 집중력으로 펼치는 무공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쌓게 해줄 기회이기도 했으니, 굳이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저기다.]
그렇게 지하로 향하는 통로 앞.
아이들을 향해 짧은 전음을 흘린 마현이 몸을 벽에 기댔다.
허리춤에 검을 찬 채, 길게 하품을 하는 빙퇴각의 무인 둘이 보인다. 볼 것도 없이 감옥을 지키는 간수가 분명했다.
‘직접 처리할까?’
턱을 쓰다듬으려는 무렵.
바람처럼 앞으로 쏘아진 정순욱의 손이 매섭게 움직였다.
퍼벅.
“윽!”
동시에 두 간수를 제압한 정순욱이 짧은 호흡을 토해내고는 마현을 바라본다.
어지간히도 자랑스러운 듯한 그 표정에, 웃음을 흘린 마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칭찬을 받자 오히려 뚱한 표정을 지어 보인 정순욱은,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로 감옥의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그게 화근이었다.
열쇠가 있는데, 그를 통해 열지 않고 강제로 잡아당겼다.
문이 열리기는 했다.
대신해서…….
파바바밧-!
엄청난 화살비가 문 앞으로 쏟아져 나왔다.
깜짝 놀란 정순욱의 앞을 막아선 것은 백산과 소수린, 화영령이었다.
셋은 봉을 빠르게 돌려 날아오는 화살들을 쳐낸 후, 눈을 부라리며 정순욱을 노려보았다.
자칫하면 위험한 순간이었던 만큼, 조금은 화가 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정순욱이 민망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려는 순간에는…….
디잉-!
빙퇴각 내부를 크게 울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함정에 이은 신호다.
혹시나 있을 침입자들을 잡아내기 위한 대비책.
물론 마현은 그 모든 걸 문을 열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기왕 잠입에 대해 배우는 것…….’
정말 끝까지 몰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일 터다.
그리 생각하여 모른 척했다.
종이 울린 순간에는 아이들 모두 당연히,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시선은 마현을 향한다. 그런 아이들을 향해, 괜스레 굳어진 표정을 지어 보인 그의 말은 간단했다.
“뛰어.”
이후 지하 감옥 내부로 빠르게 쏘아져 나간다.
아이들이 그 뒤를 허둥지둥 따랐다.
“침입자다!”
“지하 감옥에 침입자가 있다!”
뒤에서는 빙궁 무인들이 외치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아이들은 정말 쫓기는 표정이 되어 미친 듯이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감히 어딜!”
감옥 내에도 남아 있던 간수들이, 그러한 아이들 앞을 막아섰다.
“비켜!”
이미 들킨 상황.
더 이상 가릴 것이 없어진 아이들은 봉을 뽑아 들며 그러한 간수들을 향해 휘둘렀다.
퍼버벅.
막을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감옥을 지키는 이들은 기껏 해봐야 삼류에서 이류 사이의 무인이다. 이미 일류에 들어서 것도 모자라 제공권에, 마현으로부터 무공을 배운 아이들이 막힐 이유는 없었다.
타다다닥.
좁은 지하 감옥 내부에는 쫓고 쫓기는 발소리가 가득 들어찼다.
그렇게 한참을 앞으로 달려나가자, 익숙한 의복을 입은 사람들이 단체로 갇혀 있는 넓은 감옥이 보였다.
“저기 있다!”
백산의 말에,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모여 있던 황금세가의 인물들이 두 눈을 부릅뜨며 입을 크게 벌린다.
가장 후미에 선 마현은 어떻게 하냐는 아이들의 시선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여주었다.
‘한번 마음대로 해보거라.’
자신들도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말한 만큼.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이 상황을 헤쳐 나가려 해야 한다.
그러한 마현의 뜻을 단번에 알아들은 아이들의 선택은 간단했다.
“다들 입구에서 물러나요!”
함께 봉을 뽑고.
“흐아앗!”
온 힘을 다해 감옥의 문을 내리친다.
카앙-!
곧이어 좁은 감옥 내부를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제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