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九章)
“오빠.”
객잔으로 돌아오자마자, 마현을 부른 것은 새침한 표정의 마연이었다.
“……?”
어째서인지 한동안 집 안에 머물면서도, 마현을 향해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있던 여동생이 갑작스럽게 말을 걸었다. 의문을 느낀 마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구 소저랑 어떤 사이야?”
어떤 사이냐니.
할 말이 뭐가 따로 있을까.
“친한 사이?”
“……남녀(男女) 관계의 그런 건 없고?”
“……설마.”
대답은 그리했지만, 조금 망설여졌던 건 사실이었다.
‘역시 아버지의 결혼 이야기 탓인가.’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다.
마전은 마현의 결혼을 원하고 있었으며, 은근슬쩍 구혜린을 마음에 들어 하는 기색을 계속해서 내비쳤다. 아마 마연도 그쯤은 느끼고 있을 터였다.
“거짓말.”
과연, 돌아온 대답도 꽤나 냉정하다.
“사실이다.”
말하고 보니, 조금 모자란 듯하여.
“……적어도 아직까지는.”
빠르게 뒷말을 붙였다.
당장은 구혜린과 아무런 일이 없다.
서로 간의 감정도, 남녀 간의 애정(愛情)이라 말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많다. 하지만 사람이 어찌 앞날 일을 장담한단 말인가? 게다가 구혜린에 대한 호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니,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알고는 있었지만,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괘씸하다는 표정을 지은 마연이 입술을 깨물며 콧방귀를 끼었다.
“난 오빠가 잘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무슨 말이야?”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몰라서 물었다.
마연은 이상할 정도로 유독 구혜린을 싫어한다.
한데 그녀라는 사람을 싫어한다기보다는, 마현과 둘의 관계를 더 염두에 두는 분위기였다. 이해할 수가 없다. 차라리 애증(愛憎) 관계에 얽힌 연인 사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마현과 마연은 남매가 아니던가? 이해할 수 있는 소지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조만간 사저가 이곳에 오기로 했어.”
“음……?”
마연의 사저라면, 공서하였던가.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시에, 왠지 마연이 화를 내고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설마 너……?”
“모른다고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마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진짜 그런 것이라면, 헛다리를 짚어도 한참이나 잘못 짚은 셈이다.
“그녀와 나는 고작 말 몇 마디를 나눈 사이일 뿐이다.”
“고작이 아니야.”
“내가 그녀와 결혼을 한 것도 아니지 않으냐?”
“하지만 관심이 있었지.”
“……내가?”
마현이 황당한 듯 묻자.
잠시 말을 잃고 딴청을 피운 마연이, 답답하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사, 사저가 있었잖아!”
“그럴 리가.”
마현이 보건대, 공서하 역시 자신에게 연애적인 관심을 둔 것은 아니었다. 사람으로서 신비하다는 듯 바라보는, 그러니까 마치 인간이 처음 보는 야생동물을 구경하는 감정이라면 차라리 이해하겠지만 말이다.
“아니야, 분명하다고.”
마연이 당당하게 외치며,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이후 어차피 말로 해서는 통할 상대가 아니라고 느꼈는지, 고개를 세차게 내저으며 등을 홱, 하니 돌려버렸다.
“됐어, 어차피 직접 보면 알겠지.”
“……그래라.”
마현도 굳이 그런 마연을 잡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사유는 하나뿐이었다.
‘이제 와서 치정(癡情) 문제라니…….’
마현의 나이 서른여섯.
아니, 마계에서의 생활까지 하자면 일흔이 넘었다.
한데 이제 와서 치정에 얽혀 싸움이라니…….
“허허허…….”
너털웃음이 절로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 * *
마연의 호언장담(豪言壯談)대로, 얼마 안 있어 공서하가 와룡서원을 방문했다. 왠지 모르게 느긋해 보이는 걸음걸이에, 조금은 멍해 보이는 표정인 그녀의 두 눈이, 마현을 발견한 짧은 시간 빛을 발했다.
“드디어…….”
공서하가 조용히 읊조리는 사이.
“오빠.”
함께 온 마연이 마현을 불렀다.
아이들에게 글공부를 일러 주며 이것저것 옛 선조들의 말씀을 전하던 마현이 두 사람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마침 중요한 이야기를 하던 차였기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뜻이다.
마연과 마현은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기다리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늦으신 거예요.”
묻고 나니, 또다시 떠오르는 생각은 상대가 공서하라는 것이다. 그냥 제 길을 찾아 도착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게 낫다. 그리 여기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웬 불여우 같은 여자가 오빠 뒤에 따라붙었어요.”
말하고 나니, 구혜린의 이미지와 여우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차라리 굳이 치자면, 토끼다. 그것도 제법 머리가 좋은 영물(靈物)이라는 느낌이었다.
‘말도 안 돼.’
떠오른 호감 가는 상념에,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은 마연이 공서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표정의 그녀는 묵묵히 마현만을 직시하고 있는 채였다.
그의 손짓, 몸짓, 발짓.
어느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래, 이런데……!’
자신의 이야기조차 듣지 않고 마현에게만 관심을 줄 정도로 호감이 깊은데.
‘우리 예쁜 사저가 있는데!’
외모도 천하제일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데!
어째서 마현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단 말인가.
마연으로서는 몇 번을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게 다 그 불여우 같은 여자 때문이야.”
안 어울리면 좀 어떤가.
어찌 됐든 마음에 안 들면 여우인 것이다.
“손님이신 건가요?”
때마침, 와룡서원의 입구로 마연이 욕을 하던 불여우, 구혜린이 들어섰다. 기다렸다는 듯한 그녀의 등장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던 마연이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사저에요.”
마현에게만 시선을 보내던 공서하가, 마연의 소개에 구혜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직후 눈을 반짝 빛낸다.
“제법…….”
무슨 말일까.
마연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말을 흘린 공서하는 마현에 이어 또 다른 신비 생물을 발견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린 나이에 초절정 초입에 오른 그녀의 무공을 단번에 알아본 것이다.
‘기묘한 여자네.’
구혜린 역시 그런 공서하를 보며 묘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같은 여자로서도 감탄이 나올 법한 외모의 공서하는, 무공도 절정의 극(極)에 이른 것으로 보였다. 그것만으로 놀라울진대, 더욱 대단한 것은 공서하의 눈빛이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히 사람을 관찰하는 듯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다.
꿰뚫어본다.
분명 구혜린의 무공이 공서하보다 윗선일 텐데, 오히려 그녀에게 압도당하고 만다. 모든 것이 발가벗겨져, 속내를 다 드러내는 듯한 느낌 탓이다.
‘대체 이곳은…….’
무명현이란 곳에 뭐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뭐 이런 별천지가 다 있는지.
조금 알았다 싶으면, 새로운 무언가가 또 나타난다.
마현이라는 정체불명의 존재도 아직 머리 아플진대, 공서하 같은 독특한 여인이라니……. 구혜린은 자신의 세상 경험이 짧음에 탄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고민에까지 빠져들었다.
“반가워요. 구혜린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것이고, 예의는 예의다.
구혜린은 공서하를 향해 먼저 포권을 취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어찌 되었든 서원을 찾아온 인물이라면, 그녀의 입장에서도 손님이다. 아무리 부정하려 한다 한들, 와룡서원은 구혜린에게 있어 거처와 다름이 없는 것이다.
“공서하라고 해요.”
평소에 말이 짧은 편이지만, 상대방의 예의에는 호의로 답한다. 공서하가 그리 말이 많지 않음에도 주변 인물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이유였다.
게다가, 그녀는 호기심이 생긴 부분에서는 더 적극적이곤 했다.
마현을 향해 구애를 하듯 함께 가기를 원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이가……?”
“아, 스물다섯이에요.”
공서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금 놀란 표정의 구혜린이 빠르게 답했다.
“우리 사저가 언니네요.”
뒤를 이어, 마연이 말을 덧붙였다.
우리 측이 언니다.
그러니까 함부로 하지 마!
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공서하나 구혜린 모두 신경 쓰지 않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외모로만 보자면 구혜린은 침착한 미녀형이고, 공서하는 애교가 느껴지는 애교형이라, 오히려 공서하가 더 어려 보이는 면모도 있었다.
동안(童顔)의 위엄이랄까?
‘아니, 지금은 안 좋은 점인가.’
어찌 됐든 마연 혼자서 내심 속앓이를 앓고 있을 때였다.
“다들 모여서 인사를 나눈 것 같군요.”
바쁜 일이 끝났는지, 어느새 다가온 마현이 포권을 취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공 소저.”
“저도…….”
구혜린을 관찰하던 공서하의 눈빛이, 대번에 마현을 향해 돌아갔다. 두 눈에서는 조금 전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빛이 쏟아져 나온다. 멀리서 지켜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느낌은 다르다. 거기에 더해 마현은 현재 그녀가 유일하게 꿰뚫어 볼 수 없는 신비의 존재였다.
자연스레 관심이 커지며.
그 마음이 눈빛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사저, 최고!’
마연은 내심 그런 공서하의 행동에 응원을 보냈다.
남자는 관심을 보이는 여자에게 호감이 간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공서하의 눈빛은 만점짜리 애정 공격이었다. 저런 귀여운 외모에,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 관심을 보인다. 아무리 강철과도 같은 심장을 가진 마현이라 해도 흔들리지 않을 도리가 없을 터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과연, 돌아오는 말도 부드럽지 않은가!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상투적인 대사긴 했다.
‘저게 뭐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란 말이야!’
혹시나 해서 쏘아내듯 말한 것이 의미가 없던 걸까?
마연은 한 발짝 물러난 입장에서 공서하를 응원하며 양손에 땀을 쥐었다.
마치 엄청난 대련 상대와 비무 할 때만큼의 긴장감이 그녀의 온몸을 적신 탓이다.
‘예로부터 여자들의 관심사에서 연애(戀愛)는 빠질 수 없다더니…….’
그 은근한 기색을 눈치챈 마현이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마연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안다.
하지만 역시 그에 호응하기엔 무리가 많았다.
‘마음이 가지 않는데 도대체 무슨 수로 화답한단 말이냐.’
끝내 한숨만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잘 지냈어요.”
“다행이군요.”
“…….”
거기에 더해 하나 더.
공서하와는 대화를 이어나가기가 어려웠다.
서로 간에 말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그럴까?
함께 있으면 불편한 점은 없으나, 굳이 긴 대화를 하기엔 무리가 많았다. 서로에 대해 알려면 정말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었다.
“한데 구 소저는 어떤 일로?”
마현은 자연스레, 뒤에서 기다리고만 있는 구혜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그녀가 오기에는 이른 시각.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아, 아까 따로 준비하시는 것이 있다고 점심도 안 드시기에…….”
“점심때?”
그러고 보니,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며 나름대로 다음 수업을 어찌 이어나갈지 고민하느라 밥도 먹지 못했다. 글공부에 있어서도, 무공 수련에 있어서도 더 좋은 방안이 떠오를 것 같은 기분 탓이었다.
‘이제 와서 보니 배가 고픈 듯도 하군.’
그런 줄도 모르고 수업에 집중했던가.
생각 외로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이 천직(天職)인지도 모르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로운 수업을 준비할 정도면 말 다 한 것 아니겠는가?
“하면 구 소저가 찾아온 이유가?”
“뭐라도 좀 드시고 하라고 챙겨왔어요.”
그러고 보니 한 손에, 웬 보(褓)를 한 아름 들고 있는 채였다.
다시 상을 차려오기에는 뭐하니, 대신해서 요리 몇 가지를 싸온 것이다.
“……이거 참, 감사합니다.”
어찌 됐든 배가 고팠는데 잘 됐다.
마현은 구혜린이 내민 보를 받아 들며 감사를 표했다.
그에 한 걸음 물러나 지켜보던 마연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뭐야 저거!’
마치 부인이 남편에게 식사를 챙겨주는 것 같지 않은가?
분명하게 말해, 공서하의 눈빛 공격보다 한 수 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흐음…….”
그 모습을 보며, 공서하가 묘한 신음을 흘린다.
‘사저도 긴장한 거야.’
마연은 그에 짧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준비가 모자랐다. 먼저 알았다면 구혜린 대신 음식을 싸올 수 있었을 텐데, 급한 마음에 공서하가 도착하자마자 서원으로 바로 향한 것이 탈이었다.
다행인 것은, 영 기회가 지나간 것 같지만은 않다는 점이었다.
“아, 괜찮으시면 함께 먹겠습니까?”
음식을 받아든 마현이, 공서하를 향해 제안해 왔으니 말이다.
* * *
공서하가 먹을 것을 거부할 리가 없다.
그러한 마연의 생각대로, 그녀는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전부터 공서하가 거절하지 않던 두 가지 중 하나가 먹을 것과 서책이었다. 그녀는 무공 광이면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데다, 중원의 산해진미(山海珍味)를 모두 맛보고 싶어 하는 미식가이기도 했다.
애초에 처음 마연과 공서하가 친해진 것도 그녀가 와룡객잔의 딸이란 사실을 밝히면서부터였다.
결국 마현의 제안에 따라 마당에 나왔던 이들은 모두 서원의 내실에 위치한 마현의 방으로 들어섰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바깥에서는 음식을 먹기가 거북했던 것이다.
‘그래, 그러니까 말이지…….’
그 상황에, 자연스레 마연의 쌍심지가 허공으로 솟았다.
‘어째서 저 여자는 따라온 거야?’
음식만 주었으면 됐지, 굳이 마현의 방까지 따라 들어온다.
공서하와 셋이서 나란히 식사를 하며 은근슬쩍 밀어주려던 마연의 입장에서는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양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군요.”
구혜린이 싸온 보를 풀어헤친 마현이 웃으며 말했다.
찜통도 여럿에, 음식도 다양하다.
오히려 마현 혼자 먹기에 많을 양이었다.
“……음.”
그러한 음식물을 보며, 공서하가 말없이 신음을 흘렸다.
자세히 본 사람은 알겠지만, 흐르는 침을 삼키려다 일어난 신음이었다. 음식이 워낙 맛깔나게 차려진 것을 보니, 저도 모르게 입가에 침이 많이 고인 탓이다.
‘사저…….’
마연은 그런 기색을 눈치채고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음식을 좋아하는 바야 익히 알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까지 저런 반응이라니. 마연으로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먹읍시다.”
마현이 먼저 젓가락을 들어 식사를 시작하자, 공서하도 재빠르게 음식을 집었다. 마전이 언제나 말하듯, 맛있는 음식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준다. 두 사람의 얼굴에 동시에 미소가 번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좋군요.”
“맛있어.”
두 사람은 이후 쉴 새 없이 음식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엇.”
그러다 우연히, 마현과 공서하의 젓가락이 같은 음식을 향했다. 두 사람의 젓가락이 허공에서 부딪히고, 놀란 마현이 재빨리 손을 뺐다.
“드시지요.”
마현의 입장에서야,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반면 공서하는 이렇게 한 번씩 놀러 올 때가 아니면 접하기 힘든 것이 와룡객잔의 요리니. 양보하는 것이 옳다. 그리 생각하고 한 행동이었다.
한데 공서하는 또 그리 생각지 않는 듯했다.
“나눠 먹으면 돼요.”
무슨 말일까?
의미를 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요리를 반으로 갈라 하나는 자신의 입으로 집어넣은 후, 반대편은 마현을 향해 내밀었다. 그 모습에, 마연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토할 뻔했다.
‘사저, 멋져!’
단순히 반을 잘라 음식을 나누는 것에 감탄한 게 아니다.
다름 아닌, 그녀가 직접 젓가락으로 음식을 들어 마현에게 내밀었단 점에 신이 난 것이다. 마현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도 공서하가 별 감정 없는 표정으로 젓가락을 내미니, 끝내 헛웃음을 지으며 그 음식을 받아먹는다.
‘최고, 최고!’
한 방 먹였다.
그리 생각한 마연이 구혜린을 바라보았다.
과연, 그녀의 표정은 기묘했다.
무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포기한 느낌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화가 난 듯한. 또 한편으로는 답답해하는 느낌도 많았다. 그 모습에, 마연은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마현은 모르고 있지만.
구혜린은 분명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마현이라는 사람에게 연심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위험해.’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다.
나름대로 걸리는 것이 있어 쉽게 나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 상태로 시간이 더 흐른다면 저도 모르게 마음을 모두 내주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 되면 눈치가 느린 마현이라 하여도 확신을 가지겠지.
‘안 돼.’
그리되면, 공서하의 입장이 완벽하게 불리해진다
거리도 먼데다 자주 보기도 힘들다.
끝내 구혜린에게 마현을 내줄 수밖에 없을 확률이 높다.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그녀의 망설이는 자세뿐이랄까.
‘제발 다음에 올 때까지 별일이 없기를.’
묘한 분위기 속, 마연의 간절한 바람이 방 안에 메아리치는 순간이었다.
* * *
마연이 속으로 애를 태우고 있을 무렵.
구혜린만큼이나, 또한 마연만큼이나, 공서하 역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대체 왜……?’
방 안을 타고 흐르는 묘한 기류가 그녀의 뇌리를 자극한다.
굳이 치자면 긴장감인데.
대체 왜 이런 긴장이 형성되는 것일까?
무엇보다, 처음 호기심으로만 바라보던 구혜린이 시간이 갈수록 더 신경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알 수 없어.’
또다.
마현만 만나면 이렇게 된다.
알 수 없는 일이, 갑작스럽게 덜컥 등장한다.
그게 신비하여 계속해서 지켜보게 된다.
눈을 마주하게 된다.
‘대체…….’
그 무엇 하나 알 수가 없는 사람.
공서하의 두 눈 역시 점점 더 기묘한 감정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제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