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귀환-6화 (7/83)

(第六章)

마현의 예상대로였다.

와룡객잔에 자리 잡은 구혜린은, 자연스럽게 식구가 되어 가족들 사이로 녹아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눌러앉아 짐만 되는 빈대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니었다.

구혜린은 부지런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검술 수련을 하고, 점심에는 객잔의 일을 도왔다. 저녁쯤, 서원에서 아이들이 무공 수련을 할 때면 마현을 도와 이것저것 교육에 힘을 보태주었다.

그 모습에 마현은 내심 몇 번이나 감탄했는지 모르겠다.

‘잘 가르치는데?’

여성이라서 그럴까?

아무래도 투박할 수밖에 없는 남자인 마현보다,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속도가 빨랐다. 게다가 무공을 일러주는 방식도 꽤나 체계적이어서, 어린아이도 쉽게 이해할 만큼 좋은 형태였다.

‘듣자 하니 글공부도 꽤나 했다지?’

어린 시절 천자문으로 시작해, 사서삼경 정도까지는 모두 떼었다고 하였으니 글공부도 깊이 판 셈이다.

‘글공부를 잘 가르치는 것은 무공 수련과는 별개다만…….’

왠지 구혜린이라면 잘해낼 것도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다 보니, 문득 제자를 더 받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마음까지 이어졌다. 구혜린이 수련을 도운 이후, 마현의 입장도 꽤나 편해졌다. 아이들이 더 늘어난다 하여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구 소저가 계속해서 서원에 남아 있을 경우지.’

현재까지 그녀는 밥값을 하겠다는 명목하에 객잔과 서원 일을 돕고 있었다. 내상이 모두 치료될 때까지는 머물 수밖에 없으니, 한 손을 거드는 것이라던가? 마전 등도 그런 구혜린을 좋게 보고 있기에 문제는 없었다.

‘아버지가 좋게 본다라…….’

생각이 거기까지 이어지자, 떠오른 상념은 다름 아닌 결혼이다.

‘결혼, 결혼…….’

누군가와 함께 짝을 지어 평생을 살아간다.

그렇기에 결혼은 백년가약(百年佳約)이라는 말로까지 불린다.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구혜린 같은 여자라면, 나쁘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모와 몸매는 말할 것도 없고, 똑똑하고 눈치가 빠른 데다 영리하다.

‘가끔 보면 귀여운 면모도 있고 말이지…….’

여기까지만 보자면 완벽한 결혼 상대다.

마음만 맞는다면, 당장 몇 개월 안에 함께 산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터다.

하나, 문제는 분명 존재했다.

‘저리 밝은 척하고 있지만…….’

아이들과 어울리며, 웃고, 떠들고, 가족들과도 구김살 없이 지내지만 마음의 그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연하지 않은가?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다.

가족과도 같이 지내던 사문의 사형제들, 그리고 스승님을 잃었다. 한 달이 넘도록 무서운 추격에 시달리며 고통받았다. 아직 내상이 다 낫지 않았다고? 거짓이다. 초절정에 오른 그녀의 내상은 이미 완쾌된 상태였다.

하나, 진정한 내상, 마음의 상처는 아직까지 크게 벌어진 상태였다. 아마 그녀는 복수를 꿈꿀 것이다. 적에 대한 정체도 알고, 목표도 눈치챘으니 부족할 것이 없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힘.

무공이다.

구혜린이 와룡서원, 정확히는 마현을 떠나지 못하는 것도 그러한 무공 탓이었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제공권에, 예민한 기감까지 모두 갖춘 그녀는 와룡서원 내부가 내공을 수련하기에 천하에서 가장 안성맞춤의 장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전 일찍 검술 수련이 끝난 이후로는, 이곳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운기조식을 한다.

그 뒤로는 마현이 가르치는 수업을 보며, 감탄을 하거나 무언가를 배운 듯 눈을 빛낸다. 직접 얻지 못하면 어깨너머로 훔쳐간다. 목표를 가진 그녀라면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결국 구 소저의 마음은 복수로 향해 있단 뜻이지.’

복수라…….

마현의 입가로 쓴웃음이 졌다.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어찌 알지 못할까?

마현 역시, 마계에서 두 스승을 잃었다.

당시 복수를 하겠다며 날뛰었던 시절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래, 그랬었다.

수많은 마족들이 마현의 손길 아래 으스러졌다.

강력한 지옥의 화염을 자랑하던 마귀도, 키가 십 척이 넘는 거인 마족도. 모두 죽였다. 마계를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이었던, 육면마왕(六面魔王) 아수라조차도 여섯 갈래로 찢어 썩어 문드러진 마계의 대지에 뿌렸다.

그 뒤로 통쾌하였던가?

유쾌하고 시원했던가?

물론, 그러한 감정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나 그렇다고 한들 이미 세상을 떠난 두 스승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제야 마현은 알았다.

복수에 눈이 멀어 오히려 많은 것을 잃었구나.

수많은 마족과 아수라를 베었지만 그만큼 많은 동료와 친우들을 잃었다.

또한 수많은 피를 보고 절규했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만약 당시로 돌아간다 한들, 마현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실상을 따지자면, 당시 마현과 동료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복수하지 않는다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니 다시금 시간이 되돌아간다 하여도 마현은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구 소저의 생각도 다르지 않겠지.’

그녀는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다 여길 터다.

사문이 멸문지화(滅門之禍) 당했으니, 복수를 해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숙명과 같이 구혜린에게 내려진 책무였다.

마현 역시 그를 말릴 생각은 없었다.

‘참고만 살기에는 강호 역시 너무나 흉악하지 않은가.’

지켜보며 알게 되었지만, 구혜린의 본성은 선하다.

또한 밝다.

그런 사람이 굳이 어둠에 사로잡혀 흉악한 세상에 양보를 해야만 하는가? 옳지 않다.

단지 마음에 남는 걱정은 그녀 역시 마현과 같은 일말의 후회를 남기지 않을까 하는, 그런 잡념이다.

돌아보면 복수를 얻은 만큼, 잃은 것도 많다.

당시의 허망함은, 결코 우습게 볼 일이 아니었다.

마현은 기회가 될 때, 이러한 이야기를 구혜린과 나누어 볼 생각이었다. 혹시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돌린다면 굳이 복수를 중용하지는 않는다.

하나 만약, 그 뒤로도 그녀가 복수를 원한다면?

‘그땐 칼을 줘야지.’

검은 하늘을 베고도 모자라지 않을 힘을 쥐여줄 생각이었다.

그것이 구혜린, 본인이 선택한 자신의 운명일 테니 말이다.

* * *

시간이 더 흘러, 봄의 끝자락이 다가왔다.

곧 있으면 무더위의 계절 여름이다.

이쯤 되자 와룡서원뿐 아니라, 와룡객잔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여름 특식(特食)을 내놓을 예정이다.”

마전이 선언하듯 말했다.

와룡객잔은 그동안 무명현 내에서 음식 맛으로는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하며 군림해왔다. 마전이 복귀한 이후로는, 더욱 위상이 올라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마전과 마정은 여전히 이른 아침 일어나 장을 보았으며, 늘 새롭고 더욱 다채로운 요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마전이 가진 숙수(熟手)로서의 자부심 탓이다.

하니 여름이 다가오면 여름 특식을 내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왜 굳이 마전이 이런 이야기를 했냐는 것이다. 언제나 스스로 새 요리를 내놓아 조리법만 마정에게 전수해오던 마전이다.

무언가를 먼저 발표한 후에 일을 벌인 적이 없다는 뜻이다.

“올해 특식은 하나가 아니다. 둘로 할 예정이다.”

짧게 말을 한 마전의 시선이, 마정에게로 향했다.

그제야 아버지의 의도를 이해한 마현과 마정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씀은……?”

“그래, 네 실력을 발휘할 기회다.”

마전의 말에, 마정의 얼굴에 여러 가지 상념이 스쳐 지나갔다.

부담감과 기대감이 묘하게 얽힌 모습.

‘인정받고 있는 건가?’

마현의 입가로는 절로 미소가 번졌다. 마전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말에는, 제법 큰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만큼 상승한 마정의 요리 실력을 믿는다.

인정하고 있으니, 너도 한 사람의 숙수로서 재능을 떨쳐보아라, 등. 불과 일 년 전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마전이 병을 떨치고 일어나 요리를 해나가는 동안, 마정도 쉬지 않고 자신을 갈고닦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정 역시 천천히 얼굴에서 부담감을 지워가며, 자신감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단호하게 답하는 목소리에는 강렬한 힘이 느껴졌다.

* * *

마전이 가족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그러한 선언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매년 특식을 내놓을 때면, 언제나 그렇듯 마전은 우선적으로 가족에게 요리를 선보였다. 음식은 행복하기 위해 먹는 것이다. 늘 그리 말해오던 마전이니, 가족과의 소박한 즐거움을 위한 행동으로서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이번에도 다를 것 없었다.

마전과 마정.

둘의 요리가 완성되면, 가족들이 가장 먼저 맛을 볼 것이다.

이후 평가를 내리기도 할 터다.

어려서부터 마전의 요리를 먹고 큰 덕에, 나름대로 미각이 발달한 가족들이었다. 그런 만큼 평가는 꽤나 냉철하게 치러질 수 있었다.

‘아버지를 넘어서기에는 이르겠지만.’

가족들 모두가 인정할 만한 요리를 만들겠다.

그리 다짐한 마정은, 마전의 선언 이후 하루 잠을 줄여가며 주방에 틀어박혔다.

‘현재까지 와룡객잔에 없었던, 여름에 알맞은 음식.’

마정은 잠이 드는 순간까지도 같은 생각을 반복하며, 수많은 요리를 만들었다 버렸다를 반복했다. 어떠한 것은 맛이 없었으며, 또 어떤 것은 계절에 맞지 않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선택하게 된 요리는, 다름 아닌 동벽용주(東壁龍珠)였다.

동벽용주는 복건성 천주의 특산물 중 하나, 용안(龍眼)이라는 과일을 이용한 완자 튀김이었다. 용안이라는 과일 자체가 가진 특유의 맛이 워낙 달콤하고, 상큼한 편이다 보니 여름이라는 계절에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철이 아니라 상등품(上等品)을 구하기 힘들단 건데…….’

마정의 경우는 운이 좋았다.

계절에 맞지 않을 정도로 좋은 용안을 구한 것이다.

또한 당장은 상등품을 구하기 힘들지만, 마전이 내놓은 과제가 여름 특미란 특성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복건성, 천주에서 피어나는 용안의 제철은 여름이 가장 무르익을 시기다. 당장이야 좋은 물품을 구하기 힘들지만, 특식을 손님들 앞에 내놓을 때쯤이면 좋은 용안을 가득 구해 조리를 할 수 있다.

‘이제 이걸 어찌한다.’

본래 동벽용주의 조리 방식은 용안에 다진 삼겹살, 새우, 표고버섯 등을 버무려 완자의 형태로 완성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조리 방식으로, 본연의 동벽용주의 충실한 맛이 가장 잘 재현된다면 단맛이 특징으로 확연하게 드러나야만 했다.

‘역시 기본에 충실한 음식이 옳을까?’

아니면 여름답게 조금 특별한 특색을 입혀볼까.

마정의 고민이 깊어만 가는 밤이었다.

* * *

시간이 더 흘러, 마 씨 일가의 셋째와 넷째.

그러니까 마운과 마연이 와룡객잔에 도착했다.

“다녀왔습니다.”

“저 왔어요~”

함께 돌아다녔던 것인지, 아니면 오던 길에 만난 것인지, 동시에 등장한 둘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삼촌! 고모!”

이제는 여덟 살이 된 마설이 그런 둘을 가장 먼저 반겼다.

“오셨군요.”

뒤이어 초이영이 둘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두 사람이 집을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이 그 날이라면서요?”

“예, 이번에는 우리 그이도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기대되네요.”

마전과 마정의 여름 특식 발표날.

이미 말한 바 있듯, 이날은 나름대로 가족의 기념일이었다.

그렇기에 날짜를 들은 마연과 마운도 시간을 내 객잔에 들른 것이다. 두 사람은 뒤이어 마전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혼자 주방에 앉아 고심에 빠진 마정과는 대화를 하지 못했다. 분위기가 영, 말을 걸 상황이 못 된 탓이다.

‘하긴, 마지막 날이니까.’

끝까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음식 사랑이라면 꽤 한몫하는 마연이 내심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였다.

“저 왔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서원의 일정을 마친 마현이 돌아왔다.

“형님!”

“오빠!”

마운과 마연이 기다렸다는 듯 그러한 마현을 반겼다.

아니, 실제로도 기다렸다.

둘 다 나름대로 자랑거리를 안고 온 덕이었다.

“오랜만이로구나.”

미소를 지은 마현이, 그런 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공이 더욱 완숙되었다.

‘이 정도면 절정 내에서도 꽤 수준급이겠군.’

아직 초절정이라는 지고(至高)의 경지까지는 멀어 보이지만 그래도 제법 무공이 완숙되었다.

이쯤 되면 진짜 어딜 가서든 맞고 다닌단 소리는 안 할 것 같았다. 직접 무공의 일수(一手)를 전한 마현의 입장에서야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나 먼저, 보여줄 것 있어.”

그런 마현을 향해, 전면으로 나선 마연이 자신의 옷소매를 들어 보였다. 일전과 같은 청색의 무복에는 처음 보는 파도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아마 마연이 자랑하고 싶은 일이 바로 그것인 듯했다.

“……해남삼십육검?”

해남파에서 파도란 것은 일종의 상징이다.

해남의 무공을 뜻하기도 하며, 기세를 표현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해남의 상징인 파도를 단 무복이라니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해남파의 자랑이라는 해남삼십육검(海南三十六劍)이었다.

해남파 내에서도 손꼽히는 고수들에게만 쥐어지는 명예직으로, 소림으로 치자면 십팔나한승(十八羅漢僧), 화산파로 보자면 매화검수(梅花劍手)와 같은 위치에 선 문파의 상징적 무인이라 말할 수 있었다.

“틀렸어!”

꽤나 섭섭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마연이, 팔짱을 낀 후 코를 추켜세운 채 말했다.

“난 이미 오래전부터 해남삼십육검이었다고.”

“그랬구나.”

아쉽지만, 마현으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마계에서 수많은 강호인들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수많은 사연을 접했다 한들, 실제로 강호를 누빈 것은 아니다. 당연히 해남파에서 파도가 새겨진 무복을 입은 무인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정확히 알 도리는 없었다.

“해남삼십육검 중에서도, 상위에 꼽히는 다섯 무인을 해남오결(海南五結)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지켜만 보던 마운이, 웃으며 은근슬쩍 정보를 흘렸다.

이쯤 되면 모르면 바보다.

“네가 해남오결에 뽑혔구나.”

“그렇단 말씀이죠!”

마연이 뿌듯한 표정으로 소매의 파도 무늬를 펼치며 말했다.

해남오결이라 하면, 실질적으로 문파를 운영하는 문주와 장로들을 제외하고 해남파 최고수라 부를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삼십 대 이상의 일, 이대 제자가 자리를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강호의 경험과 수련 기간의 차이 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데 이번 대에 와서 이변이 일었다.

당연하게도, 그 이변의 주인공이 바로 마연이었다.

이제 막 약관(弱冠)에 불과한 그녀가 해남오결에 뽑혔다.

문주의 딸인 공서하 역시 나이가 어린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녀는 오래전부터 무공을 익혀 이 대 제자의 선에 놓여 있었다. 결국 삼 대 제자로서 해남오결을 이름에 올린 것은 마연이 최초인 것이다.

“다 오빠 덕분이야.”

마연으로서는 뿌듯할 수밖에 없는 상황.

무공을 익히겠다고 해남파로 나섰는데, 이제 가족에게 떳떳해도 될 만큼 성장한 것이다.

“잘했다.”

마현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그런 마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아무리 재능이 있고, 마현의 가르침이 있었다 한들 그 자신의 노력이 없었다면 작금의 마연은 없었다.

결국 해남오결에 뽑힌 것은 마연의 열정과 노력 덕이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는 셈.

칭찬을 안 할 도리가 없었다.

“헤헤…….”

그러자 마연이, 평소답지 않게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혀를 쏙, 빼 내밀었다.

어지간히도 칭찬받고 싶던, 즐거운 일이었던 듯했다.

“저 역시 일이 있었습니다.”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마운도 할 말이 있는지 앞으로 나서며 활짝 웃어 보였다.

‘응?’

마현은 단숨에 마운의 변화를 눈치챘다.

단순히 무공의 성장이 아니었다.

“너…….”

익히고 있는 내공심법이 변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발전했다.

한 단계 위의 상승 무학을 익혔다는 뜻이다.

“타구봉을 찾아온 공로로, 개방의 본단 제자만 익힐 수 있다는 혼천강룡신공(混天降龍神功)과 강룡십팔장(降龍十八掌)을 전수받았습니다. 저 역시 모두, 형님의 덕분입니다.”

“기쁜 일이로구나!”

또한 놀라운 일이다.

아무리 공로가 크다 한들, 일개 속가제자에게 본단의 이름 높은 무공을 전수하다니. 이는 개방 측에서도 마운을 꽤나 좋게 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이 상태로 거지로 귀의(歸依)시키려 들 지도 모를 일이었다.

‘운이의 성품에 그게 어울리겠냐만은…….’

그건 예전 이야기랄까?

박자를 깨달으며, 무공의 자유로움을 느낀 마운의 느낌은 확실히 전과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딱딱하지만 고지식함이 많이 사라졌달까? 이쯤 되면 개방 무공 중에만 있다는 취공(取功)을 익힌다 하여도 이상하지 않을 듯했다.

“경사 천지네요.”

듣고만 있던 초이영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

옳은 말이다.

그야말로 경사가 가득했다.

마정은 마전에게 인정받아 자신만의 요리를 개발 중이며, 마운과 마연은 무공이 성장하고 각 문파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좋은 일이다.

가족들 모두가 행복해지고 있었다.

“참, 있지. 오빠.”

그런 분위기 속, 무언가 눈치를 살피던 마연이 입을 열었을 때였다.

덜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와룡객잔 내부로 또 다른 인물이 들어섰다.

구혜린이다.

“오셨어요.”

초이영이 그런 구혜린을 반겼다.

이제는 와룡객잔에 가족과 같이 인식된 그녀는, 밝은 얼굴로 인사했다.

“예, 오늘 무슨 특별한 날이라면서요? 마 대협(大俠)이 아이들까지 부탁하며 허겁지겁 돌아가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시형께서요?”

초이영이 놀란 눈초리로 마현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마현과, 허겁지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탓이었다.

“하하…… 사실 이 녀석들이 돌아온 기척이 느껴져서.”

너무 기쁜 마음에 빠르게 집으로 돌아오긴 했다.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지만, 오랜만에 가족들 모두가 모인 모습을 볼 생각하니 자연스레 몸이 빨라진 것이다.

“시형께서도 사람이시네요.”

초이영의 묘한 말에, 다시 한 번 헛웃음을 흘린 마현이다.

기분이 참 모호하지만, 어찌 됐든 화기애애한 분위기 아닌가.

그것이면 되었다.

라고 생각하는 참이었다.

“……누구야?”

제법 사나운 목소리가 밝은 분위기에 일검(一劍)을 놓았다.

눈초리를 사납게 세운, 마연의 목소리였다.

“아, 이쪽은 구혜린 소저라고. 얼마 전 산에서 쓰러져 있던 것을 내가 발견했다. 지금은 객잔에서 아버지 등을 도와 일을 하기도 하고, 저녁에는 서원에서 아이들 교육을 돕고 있지.”

“아름다우신 분이로군요.”

기묘해진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마현과 마운은 짜 맞추기라도 한 듯 밝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었다. 어째서인지 밝기만 하던 마연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괜히 불을 지피느니 조용히 넘어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아주 잘못 짚은 일이었다.

특히 마운의 말은 마연의 검미를 꿈틀거리게끔 할 정도로 큰 실수였다.

‘위험하군.’

처음으로 가족들 모두를 소개하는 자린데, 구혜린에게 안 좋은 인상을 남길 수는 없다.

그리 생각한 마현은 마연이 입을 열기 전, 재빨리 다음 말문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쪽은 마운. 제 셋째 동생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운입니다.”

“저도 반가워요. 신세를 지고 있는 구혜린이에요.”

“마지막으로 이 아이는 마연이라고, 막내…… 동생인데…….”

어느새 얼굴을 얼음처럼 굳힌 마연이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돌렸다.

척 보아도 그리 호의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마현의 입장에서는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괜찮아요. 사정이 있나 보죠.”

다행인 점을 꼽자면, 구혜린이 그런 마연을 개의치 않았단 점이다.

제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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