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
#복귀 (3)
벽사(辭邪)는 능히 사기를 물리치는 힘이다.
사기가 간교하게 파고들 때도, 마구 짓눌러올 때도 벽사의 능력은 빈틈이 없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적문강에게서 맹독을 품은 사기가 전신을 난도질할 기세로 쏟아져 왔다.
독사 수백 마리가 제각기 독니를 드러내며 옥죄어오는 형국이었다.
적문강을 처음 만났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셌다.
하지만 벽사의 기운은 벽조목처럼 굳건했다.
쩌엉-!
귓전에 굉음이 울렸다.
벽사의 힘을 품은 목기가 사기를 튕겨내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목기가 곧장 돌격하기 시작했다. 끈덕지고 맹렬하게 적문강의 사기를 부숴나갔다.
반격이었다.
삽시간에 기세가 역전되고 있었다.
그사이 진우선이 적문강을 다시 보았다.
‘뱀의 눈 같다!’
사기를 내뿜는 적문강의 눈에 요사한 붉은 기가 세로로 새겨져 있었다.
‘소름 끼친다!’
사기로 인해 전신에 불길함이 밀려들었다. 몸과 마음을 좀먹는 느낌이었다. 뒷골이 당기고 구역질이 났다.
말로 형용키 어려울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마기가 불쾌하고 불편했던 경험과는 사뭇 달랐다.
그저 강하게 거부한다는 것만이 비슷했다.
어쨌거나 사기가 줄어들지 않기에, 진우선도 목기의 운용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형을 이룬 목기는 점점 더 막강해지고 있었다.
쿨럭-.
그 순간, 적문강이 피를 한 움큼 쏟아냈다.
“진 소협. 기운을 거둬주시오.”
적문강이 얼른 외쳤다.
어느새 두 눈에 어렸던 붉은 기가 사그라져 있었다.
“또 발작이 일어났소. 정말 미안하오.”
“발작이…… 가볍지 않군요.”
“맞소. 이러니 정무맹에 올 수밖에 없었다오.”
폭발적으로 뿜어지던 사기가 사라지자, 진우선도 기운을 거두었다.
그러고서 보니, 바닥을 짚은 채 웅크린 적문강의 듬직한 체구가 가냘파 보였다.
도대체 어떤 사기가 그의 내력에 침투한 것일까.
너무도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그때, 정자 바깥에서 예닐곱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마구 뛰어오고 있었다.
“당주님!”
“표 대주인가? 나는 괜찮아.”
우직한 사내 하나가 수하 다섯을 이끌고 정자로 뛰어 들어왔다.
그들은 곧바로 적문강을 에워싸고 안위를 살폈다.
그 후, 표 대주가 진우선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네놈이 감히 당주님을 습격해? 목숨을 내놓았구나.”
“아닙니다. 싸우지 않았습니다. 적 당주님에게서 갑자기 사기가 쏟아졌을 뿐입니다.”
“맞아. 표 대주. 진 소협의 말대로야. 기운이 또 발작했어. 지난달처럼.”
“아닙니다, 당주님. 이자는 적의 첩자일 겁니다. 당주님을 자극하여…….”
“그만해. 내 말대로니까.”
표 대주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진우선을 쏘아보며 말하자, 적문강이 말을 끊었다.
“……네, 알겠습니다.”
표 대주가 마지못해 수긍했다.
그때, 수하들의 부축을 받은 적문강이 상체를 들어 진우선을 바라보았다.
“진 소협, 미안하오. 친분을 나누고 싶었는데 오히려 또 폐를 끼쳤군.”
적문강이 선혈 자국을 미처 전부 닦지 못한 채 사과했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아닙니다. 별일 없었으니 괜찮습니다.”
“고맙소. 진 소협은 실력만큼이나 마음씀씀이도 정말 좋으시구려. 정무맹에 잠룡이 있다면, 진 소협일 것이오.”
“과찬이십니다. 그보다 큰일이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그렇소. 하마터면 정무맹 한가운데서 죽을 뻔했군.”
적문강이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돌아가 봐야겠소. 이 정도 발작이라면 다들 느꼈을 테고, 나를 찾고 있을 거요.”
“다른 분들을 생각하시는 거라면, 벌써 오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렇군.”
적문강이 진우선의 시선을 따라가니, 급히 접근해오는 정무맹의 무사들이 보였다.
그들이 곧 정자에 도착했다.
적문강이 융통성있게 상황을 설명했다.
“……발작이 커서 심려를 끼쳐 미안하오. 우려하는 바는 알겠으나 보다시피 싸운 게 아니오. 이분은 내가 발작을 일으켜서 때마침 지나가다가 도와주러 오셨을 뿐이라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정무맹 무사가 매우 공손한 태도로 적문강의 말을 새겨들었다.
그러면서 진우선을 보더니, 허리 춤에 묶인 새하얀 매듭 하나도 발견했다.
“일결제자로군. 얼른 돌아가라. 그리고 이분은 맹의 귀빈이시니, 허튼소리 하나도 하지 않아야 한다.”
정무맹 무사가 곧장 축객령을 내렸다.
진우선은 적문강에게 고개를 끄덕여 목인사 하고는, 정자를 빠져나왔다.
춘추관으로 향하는 진우선의 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사기에 관해 책을 찾아보려 했는데, 순식간에 한 차례 겪어버렸다.
몸소 깨달은 바가 있으니 좋은 경험이겠지만, 마냥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스승님. 사기가 저렇게 남아 내력을 갉아먹는다면, 심혼마저도 무너질 것 같습니다. 잔혹한 수법입니다.’
[사기는 요사스러운 기운이니, 사공을 익힌 이들은 비열한 일도 서슴지 않는구나.]
사람이 내공을 익히고, 내공이 사람을 만드니, 사람과 무공은 서로 닮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이치였다.
‘그런데 어떤 고수일까요? 아까 뿜어졌던 기운은 발작이라기엔 너무나 위협적이었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되더구나. 직접 익힌 내공이 아니라, 몸 안에 침투한 사기가 그렇게 폭발할 정도라면 사공의 성취가 극에 다다른 사람이겠지.]
‘역시…… 그럴 것 같았습니다.’
아까의 폭발적인 기세는 누가 심어서 발작을 일으켰다기엔 너무나 섬뜩했다.
‘노출되는 것만으로 중독되는 마기도 끔찍한데, 침투되어 발작하고 폭발하는 사기도 정말 지독합니다.’
[허어! 이리 악랄할 줄이야.]
검노야마저 탄식을 흘렸다. 안타까운 눈빛이 절절했다.
그러나 감상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우선아. 적문강 그자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
‘불편한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상단의 높은 분들도 저러지는 않았는데……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만 잔뜩 받았습니다.’
[잘 보았다. 나 역시 그가 거북하더구나.]
진우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노야의 말을 십분 이해하는 눈치였다.
둘은 적문강이 하나도 내키지 않았다.
***
다음 날.
대정관에서 강론이 열렸다.
일결제자들이 모두 복귀했지만, 임무 전과 비교하면 강론에 참석한 이들은 스물여섯 명뿐이었다.
다섯이 없었다.
둘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넜고, 셋은 활인당에서 치료에만 전념해야 할 정도로 크게 다친 까닭이었다.
자연히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일결제자를 총괄하는 석자풍 부당주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석자풍은 이번 임무 간에서 좋은 보고서를 받았던 몇 명을 지명하며 칭찬했다.
그들은 진우선과 만총, 화설옥과 노종해였다.
각자가 맡은 임무에서 돋보이는 모습을 보였거나, 특출 나게 활약한 네 명이었다.
다른 일결제자들이 그들을 알아보았다.
“아! 그러고 보니 첫 시험에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승리했던 그 네 명이구나!”
그들은 비무를 치를 때, 최후의 사인이었다. 즉, 무공실력이 일결제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고, 이번에도 느꼈으리라 믿네. 임무에 있어서 여러 능력이 필요하겠지만, 무공 실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걸. 그러니 앞으로도 정진해주게.”
석자풍이 그 말을 끝으로 강론을 끝마쳤다.
이 각 후.
진우선이 호심당 입구로 나오며, 홀가분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강론이 끝난 직후부터 조금 전까지 생각지 못한 상황이 닥쳐왔던 탓이었다.
“진 공자. 이연이라고 해요. 이번 임무 간에 어마어마한 활약을 펼쳤다고…….”
“진 형제. 아마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장홍이오. 강론을 들을 때나 독행관을 지나칠 때 종종 마주쳤었는데, 이제야 인사하게 되어 미안하오.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소협. 나는 봉천효라고 하오. 적 이에게사 소협의 위업을 들으며…….”
한꺼번에 몰려든 일결제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외쳐댔기에, 진우선은 아직도 귀가 얼얼했다.
사실 그들로서는 진우선과 친해지고 싶었을 따름이었다.
몇몇은 진우선의 경험담을 듣고 싶고, 또 다른 이들은 무학에 대해 토론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또는 경쟁 상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친분을 나누고 싶은 제자들도 있었다.
이렇게 목적은 여러 종류였다.
그러나 제자들의 이런 모습은 너무도 급작스러운 변화여서, 진우선을 당황케 만들었다.
결국, 진우선은 여러 제자와 짧게 대화를 나눈 뒤 간신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렇게 호심당 입구 문을 나섰을 때, 곧바로 청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 공자. 오랜만이에요.”
정연서가 맑게 웃으며 진우선을 맞이해주었다.
진우선도 마주 인사했다.
“먼저 와 계셨군요.”
정연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더니 물었다.
“우리 한두 달 정도 만이죠?”
“지난번에 남가철방에 다녀올 때가 마지막이었으니, 그쯤 되었을 겁니다.”
“맞아요. 그런데…….”
정연서가 말을 하려다 말고 진우선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진우선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진 공자는 그사이에 달라진 거 같아요. 지난번만 해도 나무랑 닮았다고 느꼈었는데, 이제는 나무가 되었고, 나무를 품은 느낌이 들어요.”
“……!”
진우선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맞군요. 역시!”
정연서가 진우선의 반응을 보며 자신의 말에 확신했다.
진우선은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한 정연서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다른 이들은 잘 느끼지 못했던 것을 정연서는 곧장 알아채고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그저 나무와 닮은 것을 볼 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그것은 그녀의 아주 작은 단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게…… 바로 느껴졌습니까?”
“네. 많이 놀라셨나요? 제가 감각이 좀 예민해서 알 수 있었어요.”
정연서가 빙긋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은 다소 두루뭉술했다. 명확한 답변이 아니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였다.
정연서가 미소를 지으니 주변이 일순간 밝아졌다.
그걸 인식한 순간, 대화는 다음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오늘 보니 진 공자가 나무 같다고 느껴졌어요. 지난번엔 분명 나무와 닮았다고 느꼈었거든요. 이렇게 말로 표현하자니 미묘한 차이밖에 없는 거 같지만, 느낌이 확연히 달라요. 나무 같은 것과 나무인 것은.”
정연서가 자신이 느낀 바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고 보면 진 공자는 참으로 신비롭군요. 처음 봤을 때도 사람이 나무를 닮아서 범상치 않다고 느꼈었는데, 이제는 나무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어요.”
정연서가 미묘한 감각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진우선의 무공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도 나름대로 정확히 표현하고 있었다.
나무의 향기.
그것은 진우선이 목기의 형을 이룬 것을 일컫는 게 틀림없었다.
“향기가 참 맑은 거 같아요. 그리고 새로운 느낌들도 전해지고 있는데, 그것들도 순수해요. 어쩌면 진 공자가 가진 기운이 청아해서 그런가 싶어요.”
정연서가 한꺼번에 많은 말을 쏟아냈다.
그 속에서 진우선은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깨달았다.
진우선의 기운이 청아하다고.
그게 좋고, 반갑다고.
물론 정연서는 직접 좋다거나 반갑다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속에 잔뜩 담긴 감정이 그렇게 전해지고 있었다.
아마도 정연서는 진우선의 기운이 가진 맑음에 저도 모르게 끌리는 모양이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우선이 활짝 웃으며, 그녀의 선의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정 소저께서 천마교의 월령마화종을 상대로 뛰어난 실력을 보이셨다고 들었습니다.”
“고마워요. 진 공자도 축하해요! 첫 임무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고 이미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웃으며 축하해 주었다.
바로 그때, 석자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 다 벌써 와 있었군.”
호심당 입구에서 약속을 정했던 그가 도착하고 있었다.
“나도 자네들에게 고맙네. 두 사람 덕분에 맹이 더욱 큰 승리를 할 수 있었고, 호심당에도 큰 덕이 되었어.”
석자풍이 진우선과 정연서에게 동시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호심당 입구로 다가오면서, 진우선과 정연서가 서로 칭찬하던 대화를 들은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진우선과 정연서가 짧게 대답했다.
석자풍이 싱긋 웃더니, 말을 이었다.
“그리고 축하할 소식이 있네. 남 대인께서 심혈을 기울여 검을 만드셨는데, 매우 흡족해하셨다는군. 남 야공께서도 얼른 검을 보러 오라고 말씀하실 정도였다네.”
그 소식을 들은 진우선과 정연서의 얼굴에 기대감이 어렸다.
석자풍은 곧 그들이 가장 바라고 있을 말을 꺼냈다.
“바로 가도록 하지.”
그렇게 세 사람이 남가철방으로 출발했다.
***
“이번엔 부당주님이 직접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임무가 얼마 전에 끝난지라 조금 늦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보다 정 소협과 진 소협의 활약상이 어마어마 했다지요? 대단하십니다.”
남지홍이 웃으며 말했다.
남가철방은 위치상으로도 정무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가장 큰 거래처도 정무맹이었기에 맹의 소식에 밝았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남 총관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정연서와 진우선이 차례로 대답했다.
“하하하! 과찬이 아니라, 다들 아는 사실이지요.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 소문이 자자한 분들이 저희를 찾아와주셨지 않습니까?”
남지홍의 말에 석자풍과 진우선, 정연서가 미소 지었다.
확실히 남지홍은 대화를 즐겁게 이끌어가는 능력이 있었다. 괜히 그가 남가철방을 총괄하며 사람을 맞이하는 게 아니었다.
그런 남지홍이 다음 대화를 열었다.
“아버지께서도 여러분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지금 바로 들어가시지요.”
남지홍이 아버지인 남 대인, 남회를 언급했다.
남회 역시 남지홍만큼이나 이들이 오기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네. 그러지요.”
석자풍이 제자들을 대표해 대답했다.
남지홍이 그들을 데리고 남가철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일행은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처럼 여러 대장간을 지나, 나무문을 열었다.
정원에 들어서자 석자풍이 곧바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석 부당주께서 직접 오셨군. 반갑네. 오랜만이야.”
“대인께서 직접 연락을 주셨는데, 제가 와야지요.”
“허허허. 이 늙은이가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남회가 너스레를 떨며 석자풍을 맞이하더니, 진우선과 정연서에게도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자네들도 잘 왔네. 기다리고 있었어.”
그리고 자신이 앉아 있던 원탁의 맞은편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다들 여기 앉게.”
“네, 알겠습니다.”
진우선과 정연서, 석자풍이 원탁에 앉았다.
남회가 히죽 웃으며 말을 던졌다.
“진 공자와 정 소저는 일단 검이 가장 궁금하겠지?”
“하핫! 궁금하긴 합니다.”
진우선이 멋쩍게 웃었다.
남회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아들에게 말했다.
“지홍아. 검을 가져오거라.”
“네, 아버지.”
남지홍이 시커먼 나무문을 열고 재빨리 남회의 대장간으로 들어갔
그때, 진우선의 시선이 나무문 주변에서 맴돌았다.
그곳의 나무 중 몇몇이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게 보인 까닭이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 다들 살아났었는데, 어느새 생기를 잃고서 시들어가고 있었다.
그게 여실히 느껴지자, 얼굴에 걱정이 어리기 시작했다.
남회가 그런 진우선의 눈빛과 표정을 확인했다.
“과연 진 공자로군. 바로 알아챌 줄 알았네. 그쪽 아이들이 벌써 힘을 잃어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