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
#첫 임무를 받다 (2)
“그놈들, 지독한 놈들이오.”
맹두고는 이 한 마디로 천마교를 표현했다.
“천마교는 백 년 전에 천하를 공포에 떨게 했다가, 천마의 죽음을 계기로 자취를 감추었소. 그런데……”
세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천마교가 이삼십 년 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빠르게 세를 불려 나갔다.
들리는 바로는 천마공을 대성한 자가 있어, 천마로 추대되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구심점이 잡히자 천하의 마인들이 모여들었다.
마공을 익힌 자는 물론이거니와 힘을 숭상하는 자, 세상에 반대하는 자도 모두 모여들었다.
그리고 수십 년간 숨을 죽이며 지냈던 마인들까지 모두.
“……천마에게는 다섯 부하가 있었소. 그 후인들이 지금 서로 더 큰 공을 세우려 욕심내고 있다고 하더이다. 새로운 천마를 맞아 새롭게 서열을 정하려는 게 목적이라 하오.”
맹두고는 천마교의 근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마교도들은 새로 추대된 천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많은 살인과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리라.
진우선은 그들의 사고방식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어찌 사람이 그럴 수 있습니까? 믿기지 않습니다.”
“맞소. 사람이 어찌 그러겠소? 마인이니 그렇다오. 또한, 그들은 광신도요. 괜히 천마교라 불리는 게 아니오.”
“아…… 그럼 교주가 천마이겠군요.”
“맞소. 그런 셈이오.”
진우선은 이렇게까지 설명을 들은 후에야 천마교의 구조를 파악하게 되었다. 여전히 믿어지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내가 이렇게 설명한 이유는 이제 그들이 소협을 언제든지 주시하고 겨냥할 거라 생각되기 때문이오. 소협의 실력은 그들에게 너무나도 위협적이니까.”
“항마공 때문이겠군요.”
명확히 하자면 항마공을 익힌 게 아니라, 수기가 항마의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맹두고가 이해하기 편하도록 항마공이라 언급하는 것일 뿐.
“맞소. 진 소협의 항마공은 정말 마기와 상극이었소. 항마공의 기운을 느낀 순간, 숨이 꽉 막혀오더이다. 죽는 줄 알았소. 마기에 잠시 휩쓸린 반쪽짜리 마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오.”
맹두고는 마기에 물들어 광기에 젖었을 때를 생각하며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믿음이 갔다.
“또한, 진 소협의 무공이 신묘하고, 그에 담긴 현기도 너무나 역했소.”
한마디로 진우선 자체가 천마교의 천적이라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마교도들이 진우선을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사실 나는 진 소협이 천마교를 상대하면 십중팔구는 항상 승리할 거로 생각하오. 얼마나 많은 승전보를 전할지 기대될 정도요.”
“그만큼이나 많이 싸울 거라는 말도 되겠군요.”
“맞소. 진 소협도 예상하다시피, 그건 수많은 위기에 처한다는 말과 같소. 그래서 얼른 알려주고 싶었소.”
맹두고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그의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 사명감마저 전해지고 있었다.
“맹 대협의 조언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감사는 무슨. 신세를 갚으려면 한참을 말해도 모자라오. 그 어떤 말이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비할 수 있겠소?”
진우선이 깊은 고마움을 전하자 맹두고가 고개를 저었다.
“사실 나는 진 소협이 천마교를 마구 부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소.”
“적대감이 상당하시군요.”
맹두고의 얼굴에 서슬 퍼런 표정이 떠올랐다.
이 정도 기세라면, 비단 이번 일로만 생긴 적대감이 아닌 듯했다.
“나는 그놈들 때문에 가족을 모두 잃었소. 알고 보니 천마교의 소행이었소.”
“아!”
“진 소협도 공감이 되는 모양이구려.”
“그렇습니다. 저 역시 괴한들에게 부모님을 잃고, 마을이 모두 불타버렸습니다.”
진우선은 말이 잘 통하다 보니 어느새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도 꺼내고 있었다.
“허-! 진 소협이 나보다 더 큰 일을 겪었을 줄이야. 선한 얼굴을 한지라 전혀 생각 못 했소.”
“괜찮습니다.”
맹두고가 애석한 표정을 짓더니 물었다.
“진 소협, 그럼 혹시 그들이 누군지 알고 있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특별히 상징적인 게 없었던 모양이오.”
맹두고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진우선도 그 순간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특정 지을 수 있는 무언가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마을을 아예 불태워버리는 건, 사도련이 많이 쓰는 방식이오. 물론 천마교나 온갖 도적들도 종종 그러긴 했소. 그래도 비중을 보자면 사도련이 더 높을 거요. 어쨌든 이런 식으로 실마리를 찾아 나갈 수도 있소.”
사도련은 정무맹의 북쪽에서 세를 떨치는 사특한 무리의 연합이었다.
‘사도련이라…….’
그날 밤, 진우선은 많은 생각이 들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진우선은 독행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호위 임무는 보통 한 달 정도 걸릴 거라 했지.’
우문혁이 말해준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 달간은 수련하기가 쉽지 않을 터였다.
지금처럼 연공실을 사용하며 자유롭게 수련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할 테고.
그렇다면 임무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번에 남가철방에 다녀오면서 얻은 깨달음을 잘 정리하고 싶었다.
“진우선입니다.”
“들어가게.”
독행관의 서기가 진우선을 확인했다.
진우선은 연공실에 들어서자마자 검을 뽑았다.
‘좋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검을 뽑을 때마다 미소가 지어졌다.
수리를 한 것만으로도 검의 기세가 좋은 까닭이었다.
진우선이 잠시 검을 감상했다.
그러고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한 뒤 검을 휘둘렀다.
솨솨솨-!
검이 펼쳐질 때마다 번쩍였다.
빛을 머금은 검이 섬광을 터트렸다.
광영무의 열두 초식이 천지간의 기운을 담아내며 연공실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수련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진우선은 광영무의 열두 초식을 다 펼쳐낸 후, 다시 똑같이 펼쳐냈다.
검초도 똑같고, 단전에서 끌어올린 내력의 양도 똑같았다.
일정한 힘으로 끊임없이 검을 펼쳤다.
그동안 진우선의 눈동자에는 오직 검 한 자루밖에 담겨 있지 않았다.
이미 온 정신이 검 하나에 쏠려 있었다.
‘확실히…… 다 다르다!’
검이 다 달랐다.
광영무의 열두 초식을 똑같은 움직임과 똑같은 힘으로 펼쳐냈지만, 그 모습들이 다 달랐다.
단 한 가지씩만 바꾸며 펼친 까닭이었다.
‘역시! 기운마다 달라.’
수기, 목기, 화기, 금기.
그렇게 광영무를 이루는 각각의 기운들로 검을 휘둘렀다. 그때마다 광영무의 열두 초식이 제각기 다른 모습을 보였다.
‘천지간의 기운이 가진 성질이 각기 다르기에 이렇게 된 거야.’
진우선은 스스로 답을 찾았다.
수기로 검을 펼치니, 물이 흐르는 것처럼 조용하고 묵직하여 다소 검법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있었다.
목기는 나무처럼 굳건하며 해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듯이 검이 쭉쭉 뻗어 나가는 모습이 있었다.
화기는 불이 뜨겁고 빠르게 타오르는 모습처럼, 매우 경쾌하고 빨랐다.
금기를 검으로 펼치니 기운이 다소 가벼우나 그만큼 다채롭게 변화하는 모습이 있었다.
이게 저마다의 느낌이었다.
기운에 따라 검법의 성질이 이토록 달랐다.
‘그렇다면!’
진우선이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눈빛은 한층 더 가라앉으며 고도의 집중 상태로 빠져들었다.
‘천지간의 기운이 상생하며 상극하니…….’
광영무는 수기, 목기, 화기, 토기 등을 검으로 담아내고 펼쳐내는 무공이다.
그 기운들은 광영무 안에서 함께 존재하니, 서로 힘을 합쳐서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상생. 그리고 상극으로.’
이것이야말로 광영무의 큰 이치인 까닭이다.
그걸 생각하며 진우선이 검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기를 먼저 끌어올리며, 금생수의 이치를 접목한다.
금기가 수기의 기운을 찾아내고 북돋아 주었다.
이제는 수기의 차례다.
수생목의 이치에 따라 수기를 움직이니, 수기는 목기를 힘차게 만들었다.
그리고 목생화로써 목기가 화기를 더 타오르게 했다.
그렇게 서로 상생했다.
각 기운이 유기적인 관계를 구성하며 검에 스며들었다.
콰콰쾅-!
연공실의 돌벽이 마구 뚜드려 맞았다.
벽 곳곳이 쩍쩍 파이고 돌먼지가 흩날렸다.
훨씬 더 날카로워진 광영무의 검초가 연공실을 마구 진동시키고 있었다.
‘내공을 일부만 끌어올렸는데도 이 정도라니!’
이전보다 몇 배나 강해 보일 정도의 위력이었다. 가히 상생의 효과가 몇 배로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진우선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불편해! 갑갑하다.’
검의 위력은 강하나, 내력의 흐름이 너무 괴로웠다.
‘화극금이 상극이어서야!’
금생수. 수생목. 목생화.
이 흐름은 상생이어서 한데 어우러졌다.
하지만 화에서 금으로 가는 화극금의 이치는 달랐다.
화기는 상극으로서 금기를 자극했다. 기운을 더 북돋는 게 아니라 억누르고 있었다.
그러면 금기는 곧 맥이 끊기고, 수기를 북돋는 역할도 못 하게 되었다. 상생의 흐름이 깨지는 방향이었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단전에 쌓인 내공이 요동쳤다.
온몸에 흐르는 내력 또한 마구 거칠어져서 갈퀴처럼 혈도를 헤집으며 마구 날뛰었다.
진우선이 얼른 검을 내렸다.
곧장 내기를 가라앉혔다.
‘상생과 상극의 이치로 기운을 운행하려면…… 토기가 있어야겠구나!’
진우선이 깨달았다.
화생토, 토생금으로써 커다란 상생의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상극도 이와 마찬가지일 터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토기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진우선은 아직 토기를 내력에 담아내지 못했다.
‘일단은 계속 개별적으로 수련하는 수밖에 없군.’
진우선이 현 상황에 맞는 답을 찾았다.
상생의 이치로 모든 기운을 함께 아우를 수 없다면, 계속 개별적으로 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아쉬웠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기운을 한데 모으게 된다면 정말 대단할 거야!’
진우선의 눈이 절로 빛났다.
얼핏 펼쳐본 것만으로도 훨씬 뛰어난 게 느껴지는데, 토기까지 받아들여 상생의 고리를 만든다면 상승효과가 상당하리라.
기대가 안 될 수 없었다.
‘임무를 다녀오면 남가철방에서 수련해봐야겠어!’
진우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목기와 화기, 금기를 수련하기에 그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
***
임무를 시작하는 날이 되었다.
오늘도 정무맹은 여느 때처럼 활기가 돌았다.
다만 몇몇은 그러지 못했다.
그 몇몇은 바로 첫 임무를 시작하는 호심당 일결제자들이었다.
그들은 잔뜩 굳은 얼굴로 약속된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막대기가 걷는 듯 몸이 딱딱해 보였고, 얼굴에는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임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 때문일 것이다.
특히,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임무에 나선다는 게 부담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몇몇은 그러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우문혁이 그랬다.
진우선과 함께 걸으며 대화하는 우문혁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위축되었다는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진 소협, 본인은 이번에 소협과 함께 임무를 하게 돼서 너무 좋소.”
우문혁은 진우선과 함께 광명각으로 가면서 쉴 새 없이 입을 열었다.
“어제 진 소협을 따라 본인도 독행관에 다녀왔소. 처음에는 머릿속에 잡생각이 많아 집중이 잘 안 되었는데, 저녁이 넘을 거라던 진 소협의 말을 떠올리며 계속 있었더니 차츰 몰입하게 되었소.”
“혁이 네 수련도 잘 되어서 다행이네.”
“하핫! 고맙소. 하지만 진 소협을 따라가려면 멀었소. 밤이 어둑어둑해질 때 연공실을 나왔는데, 진 소협은 더 계셨지 않소?”
우문혁은 독행관 서기의 기록을 본 모양이었다.
그가 나올 때 본 바에 의하면, 진우선은 들어갔다는 기록만 있고 나왔다는 말은 쓰여 있지 않았다.
“그랬나? 나올 때는 늘 밤이어서 딱히 생각해보지는 않았어.”
“아마 나보다 더 늦었을 것이오. 내가 자시(子時, 밤11시~1시)가 될 무렵 나왔는데, 진 소협은 그때까지 안 나왔…….”
우문혁의 말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니 긴장할 틈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광명각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일결제자 두 명이 먼저 와 있었다.
그리고 우락부락한 덩치에 딱딱한 인상의 사내 한 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넷인가 보군. 맞나?”
“네, 맞습니다.”
먼저 와 있던 상관적이 재빠르게 대답했다.
“나는 광명각의 칠대 부대주인 척자경이다. 누가 진우선이고, 누가 우문혁인가?”
“제가 진우선입니다.”
“전 우문혁입니다.”
“그래, 좋군.”
척자경이라 자신을 밝힌 사내가 진우선과 우문혁을 확인했다.
“다 모였으니, 들어가지.”
그리고 광명각의 대문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상관적이 진우선과 우문혁, 민연하를 돌아보며 조장답게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도 들어가자.”
끄덕.
다들 말없이 고개로 대답했다.
분위기를 체감한 까닭이었다.
우문혁마저 아까까지의 편안한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긴장감 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일행이 광명각 안에 들어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세 대의 마차였다.
마차 주위에는 짐을 싣는 사람들과 병장기를 찬 무인들이 가득했다.
‘마차를 호위하겠구나. 저 안에 계신 분을 호위하는 게 임무이겠고.’
척 봐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기다려라. 대주님을 모셔오지.”
척자경이 일행을 세워놓고 전각 안에 들어가더니, 잠시 후에 한 중년인과 함께 나왔다.
중년인은 사람 좋은 미소로 진우선 일행을 보고 있었다.
“허허. 다들 경직되어 있구만. 척 부대주가 엄포라도 놓던가?”
“아닙니다.”
상관적이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대답이 빠르군.”
중년인이 상관적을 한 차례 눈여겨보더니 물었다.
“자네가 가장 먼저 대답한 걸 보니, 조장인 상관적이겠지?”
“네, 맞습니다.”
“그럼 조원들을 한 번 소개해보게.”
“검을 든 조원은 진우선과 민연하이며, 이쪽은 권을 주로 쓰는 우문혁입니다.”
“쯧쯧.”
상관적의 대답에 중년인이 혀끝을 찼다.
이유가 있었다.
“딱딱한 친구가 조장으로 왔네. 척 부대주와 비슷해. 쓰는 무기도 비슷해 보이고.”
산전수전 다 겪었을 외모의 중년인은 상관적의 성향을 바로 알아챘다. 그러고는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광명각의 칠대를 책임지고 있는 서영풍이네. 반가워. 환영하네.”
중년인은 광명각 칠대의 대주 서영풍이었다.
“자네들은 이제부터 칠대에 소속되었네. 우리와 함께 임무에 나설 것이야. 광동성에 있는 방가장으로 정무맹의 귀빈을 호위하는 임무일세.”
서영풍이 임무에 대해 간략히 언급했다.
“그리고 자네를 편의상 상관 조장이라고 부르겠네.”
“네!”
상관적이 대답했다.
서영풍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곧바로 첫 명령을 내렸다.
“상관 조장. 출발은 일각 후쯤 할 예정이네. 그때까지 여기서 잠시 쉬고 있게.”
“네, 알겠습니다. 대주님.”
“그래, 그럼 이따가 보세.”
서영풍이 말을 마치고 뒤돌아섰다.
그가 사라지자 상관적이 입을 열었다.
“인사가 늦었네. 두 사람 다 반가워.”
상관적이 진우선과 우문혁을 맞았다.
민연하는 그저 고개만 까딱거리며 인사하는 게 다였다. 아직 서먹한 모양이었다.
상관적이 임무에 대해 떠올리며 바로 입을 열었다.
“우리의 임무는 방가장의 귀빈 호위로군. 일전에 정무맹을 후원하고 있다고 들었었는데.”
“맞습니다. 올해에는 이번에 다녀가는 모양입니다.”
상관적의 말을 우문혁이 받았다.
그들의 말대로 방가장은 정무맹의 귀빈이었다. 해마다 큰 금액으로 정무맹을 후원하는 까닭이었다.
방가장은 광동성의 중심인 광주에서 부유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집안인데, 큰 포목상을 하다가 대외무역을 하며 큰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진우선이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그때, 상관적이 전각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방가장 분들이신가?”
무인이 아닌 사람들이 나오자 상관적이 그리 추측했다.
일행이 다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마차로 오르는 여인을 보았다.
멀리서도 아리따워 보였다.
그녀가 방가장의 귀빈인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