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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검전-34화 (34/225)

034.

#남가철방 (1)

비무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왔다.

진우선이 방문을 닫고 들어와 침상에 걸터앉으며 그동안 묵혔던 한숨을 내쉬었다.

“하핫-!”

긴장 어린 한숨에 웃음이 섞여 나왔다.

그 웃음을 따라 마음도 조금씩 벅차올랐다.

검노야가 그런 진우선을 보더니 덩달아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따스한 한마디를 전했다.

[우선아. 첫 시험에서 우승한 걸 축하한다. 장하구나.]

“감사합니다. 스승님. 이게 다 스승님 덕분입니다.”

[허허.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그래도 이건 우선이 네가 이뤄낸 성취이고, 결실이지. 그동안 힘들 텐데도 열심히 노력해온 덕분이고.]

검노야가 진심을 담아 마음을 전했다.

무공을 전수한 것은 검노야가 맞지만, 실제로 단련하며 익혀낸 장본인은 진우선이었다.

진우선은 무공을 수련하며 육체적으로 고생할 때도 있었고,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들을 모두 잘 버텨냈다. 그럴 때마다 검노야의 가르침에 더욱 집중하며 견뎌낸 것이다.

그걸 검노야가 옆에서 모두 보았다. 그래서 이 모든 게 진우선의 본인의 성취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도 저는 스승님을 만나서 이렇게 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진우선은 거듭 감사해하며 검노야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래, 그건 그렇구나. 허허허.]

결국, 검노야가 웃음을 터뜨렸다. 진우선이 온 마음 다해 전하는 감사함을 받아들인 것이다.

검노야는 탁자 위에 놓은 목검을 가만히 보다가, 진우선에게 물었다.

[우선아. 오늘 펼쳐낸 광영무는 참 좋더구나. 너는 어떻게 느꼈느냐?]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광영무를 펼쳤는데, 몸도 검도 참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위력이 감소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매섭고 더 강했습니다.”

[그랬지. 맞다.]

검노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물었다.

[우선아. 그렇다면 왜 그랬는지도 생각해 보았느냐?]

“제 생각엔 수기가 몸의 중심을 잡아주고, 목기가 단단함을 더해 주는 것 같습니다.”

[잘 보았구나. 목기가 네 안에서 계속 커지면서 내공에 비중 있게 스며들었고, 그게 광영무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지.]

검노야가 진우선의 생각에 동의를 표하며 정확히 알려주었다.

[그동안 목기의 수련을 잘해온 것이야.]

“감사합니다. 스승님.”

검노야가 진우선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진우선이 목제자라 불리며 나무 옆에서 목기를 수련한 것은 잘한 행동이었다.

그간 검노야가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래서였다.

검노야가 다시 목검을 보았다.

그때, 진우선이 쓰는 철검이 눈에 들어왔다.

평범한 철검이었다.

[이제 이틀 뒤면 철방에 가겠구나.]

“네, 그렇습니다.”

진우선이 검노야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철검을 보며 대답했다.

비무를 마쳤을 때, 석자풍 부당주가 조용히 불러서 말해준 내용이었다.

“당주님이 이틀 후에 보자고 하셨네. 이제 곧 임무가 시작될 텐데, 각자 어떤 임무를 맡게 되느냐에 따라 시간을 잡는 게 어려울 수 있으니, 약속을 바로 정했다 하시더구나.”

검노야가 싱긋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철방에 가는 게 참으로 흡족한 모양이었다.

[선재로다. 장인이 만든 검을 쓰게 되면, 네 기운을 더 잘 담아낼 수 있겠어.]

“아!”

진우선이 나지막한 탄성을 터뜨렸다.

[이렇게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모양이구나.]

“그렇습니다. 스승님. 저는 그저 무언가가 좋긴 좋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게 검이라면, 더 가볍거나, 더 날카롭거나, 더 단단하거나 그런 것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진우선이 생각한 건 장인이 만든 검의 당연한 모습일 뿐, 진면목이 아니었다.

검노야는 장인이 만들면 검을 쓰는 사람의 기운을 더 잘 담아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기운은 내력을 달리 말한 것이니, 좋은 검은 무인의 내공이 가진 성질을 더 잘 담아내고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가서 한 번 만져보아라. 그럼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니. 우선이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고.]

“네, 알겠습니다.”

진우선이 검노야의 말을 새겨들었다.

검에 대한 대화를 마친 뒤 진우선이 씻으러 간 뒤에도, 검노야는 방안에 홀로 남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검에 닿아 있었다.

목검.

그리고 철검.

하지만 검노야의 눈동자에는 초 점이 없었다.

검을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어렴풋한 무언가가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검…… 검이라……]

검노야가 혼자서 말을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가 참으로 아련했다.

***

이틀은 금방 지나갔다.

진우선은 정무맹을 나서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호심당주인 호연강과 이결제자인 정연서와 함께였다.

“두 사람 다 비무를 치르느라 수고가 많았네.”

호연강이 지난 시험을 이야기하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

“연서는 쾌검이 작년보다 한층 더 빨라진 거 같더구나. 소룡이마저 적잖이 당황할 정도로 말이야. 이토록 실력 상승이 빠르기도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했어!”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주님.”

“비무 전적도 이제 연서 네가 앞서겠구나. 소룡이 녀석이 많이 분해하겠어.”

“아직 제가 소룡보다 완전히 앞서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준비했던 한 수가 승리를 가져다주었을 뿐입니다.”

정연서가 다소 냉철한 관점으로 자신과 심소룡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엷게 미소 짓고 있어도, 다소 냉소적인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호연강은 시종일관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정연서를 치켜세워주며 말을 이었다.

“그것도 실력이지. 이길 방법을 열심히 생각했고, 정정당당히 겨뤄서 이겼으니까.”

“네.”

정연서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이번 비무의 승자가 그녀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호연강은 이제 진우선에게 화제를 돌렸다.

“우선아. 비무에서 우승한 것을 축하한다. 호심당에 와서 첫 시험을 치러본 소감이 어떻더냐?”

“다들 실력이 상당하여, 횟수를 거듭할수록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분들의 무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되고, 또 공부도 되었습니다.”

진우선이 자신이 느꼈던 바를 솔직하게 말했다.

“그렇지. 비무는 직접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지.”

호연강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었다.

“나도 이번에 우선이 네 모습을 처음 봤는데, 실력이 상당하더구나. 앞으로의 모습도 매우 기대되었고. 그런데 혹시 호심당에 와서 적응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느냐?”

호연강이 환한 표정으로 물었다.

넉넉한 살집에 웃고 있으니 사람이 참으로 좋아 보였다.

하지만 질문한 내용은 의미심장했다.

특히나 어려움을 물을 때 호연강의 음성은 묘한 어감을 가지고 있었다.

다 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호연강도 ‘목제자’ 소문에 대해 들은 게 아닐까 싶었다.

“네,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호심당에 오니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무공수련에만 집중해도 되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또한, 다른 제자 분들도 수련에 대한 열의가 크고 진지하다고 느꼈습니다.”

진우선이 담담하게 말했다.

대답하는 목소리에 일말의 주저함이나 어눌함, 억울함 따위도 없었다.

“다행이구나. 그렇지. 호심당은 제자들이 무공을 열심히 수련하도록 모든 걸 도와주는 곳이 맞아. 네가 그걸 알아주고,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구나.”

호연강이 너그럽게 대답하면서 부탁했다.

“우선아. 앞으로도 정진해주기를 바란다.”

“네, 알겠습니다.”

호연강과 진우선과 정연서, 세 사람은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길을 걸었다.

“이제 다 왔구나.”

장사 외곽으로 접어드니 악록산의 작은 산등성이가 보였고, 그 지점을 지나니 산자락 아래에 마을이 하나 있었다.

그때부터 쇠 냄새가 진하게 났다. 망치 소리도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호연강이 말을 덧붙였다.

“남가철방은 이곳 남가촌에서 가장 큰 곳을 찾으면 되지.”

비단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진우선 역시 곧장 남가철방을 찾아냈다.

남가촌에 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이 한 저택 앞으로 모여드는 까닭이었다.

그 저택 옆에 커다란 철방이 있었는데, 그곳이 남가철방이었다.

커다란 현판이 그 이름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세 사람이 그리로 향했다.

남가철방에 도착하자 한 중년인이 세 사람을 맞이했다.

“당주님, 오셨습니까?”

“나와 계셨군요.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

“이게 제 일입니다. 당연히 나와 있어야지요.”

중년인이 호연광과 서로 웃으며 인사했다.

그러더니 뒤에 있는 진우선과 정연서의 눈을 바라보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분들이 호심당에서도 내로라 하는 제자 분들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남지홍이라고 합니다.”

“정연서입니다. 처음 뵈어요.”

“진우선입니다.”

두 사람이 자신을 소개했다.

“이분 남 야공께서는 현재 남가철방을 총괄하시는 뛰어난 분이니, 기억해두면 좋겠구나.”

“과찬이십니다. 뛰어나긴요. 오늘 새벽에도 아버지께 아직 멀었다는 소리만 들었습니다. 하하하!”

호연강의 말에 남지홍이 크게 웃었다.

아버지께 꾸중을 들었다 하지만, 그건 대야공인 아버지 남회가 더 대단해서일 뿐이었다.

한평생 망치를 두드리며 대장간 일을 해온 남지홍 역시 이미 훌륭한 대장장이였다.

남회가 남지홍에게 남가철방을 총괄하게 한 것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대인께서 그리 말씀하셨어도, 남 야공의 실력이 뛰어난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대인께서 야공을 아끼셔서 그리 말씀하셨겠지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제가 어디 아버지께 비할 수야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당주님의 말씀 덕분에 위축되었던 어깨가 이제야 펴지겠습니다.”

남지홍이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커다란 덩치에 호방한 인상만큼이나, 말이나 성격도 시원시원한 듯했다.

“어쨌든, 일단 안으로 드십시오.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남지홍이 그들을 철방 안쪽으로 안내했다.

남지홍은 철방 안쪽으로 쭉쭉 들어갔다.

진우선은 뒤따라가면서 주변을 보았다.

남가방의 대장간 곳곳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쇠를 두드리는 대장장이들이 보였다.

쇠 냄새가 코를 찌르고, 뜨거운 열기가 온몸에 엄습했다.

검은색 대장간에 시뻘건 불길만 가득했다. 그게 한동안 계속되었다. 남가철방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저택 전체가 철방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안으로 얼마나 들어갔을까.

“다 왔습니다.”

남지홍이 말하면서 어떤 나무문 하나를 열었다.

그 순간, 코끝으로 신선한 공기가 스며들었다.

싱그러운 녹음이 있고 따스한 빛이 있었다.

검붉은 어둠은 없었다. 쇠 냄새도, 불 냄새도 없었다.

이곳은 대장간이 아니라, 수많은 나무가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정원이었다.

그리고 애정 어린 손길로 나무들을 어루만지는 한 노인이 있었다.

그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호연 당주 오셨는가? 이쪽이 지난번에 말했던 그 아이들인 모양이구먼.”

“네, 맞습니다. 어르신. 이 두 사람이 호심당의 내로라하는 제자들 가운데 당당히 최고로 뽑힌 제자들입니다.”

호연강이 노인에게 말하면서, 정연서와 진우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두 사람이 각자 자신을 소개하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이결제자인 정연서입니다.”

“일결제자인 진우선입니다.”

정연서와 진우선이 이름을 말하며 인사했다.

둘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졌다. 표정도 살짝 굳어 있었다. 긴장한 모양이었다.

노인이 소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다 반갑네. 나는 남회라네.”

노인은 남회였다.

그가 남가철방의 주인이며 대야공이라 불리는 이였다.

“다들 이쪽으로 오게. 앉아서 이야기하세.”

남회의 말에 호연강 일행이 모두 원탁에 빙 둘러앉았다.

원탁은 굵은 몸통의 나무를 원형 그대로 유지한 채 탁자로 쓸 수 있게끔 평평하게만 다듬은 탁자였다.

“지홍아, 차 한 잔씩 드리자꾸나.”

“예.”

남지홍이 차를 따라서 사람마다 한 잔씩 주었다.

다들 차를 마셨고, 진우선도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차는 뜨겁지 않았고, 식어서 차가운 것도 아니었다. 마시기 딱 좋게 따뜻했다. 미리 준비해둔 것 같았다.

몸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야 표정들이 한결 낫군. 두 사람은 그리 긴장하지 않아도 되네. 여기에 오는 이마다 나를 꽤 어려워하지만, 나는 어려운 사람이 아니야. 나는 자네들이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네.”

“네.”

“아! 알겠습니다.”

정연서와 진우선이 엷은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남회의 말을 듣고서야 뒤늦게 자신들이 긴장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남회가 차를 대접한 이유는 두 사람에게 마음의 여유를 찾으라는 배려였다.

사실 남회는 이런 상황을 꽤 겪었었다. 그를 만나러 오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긴장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그래서 항상 차를 준비해두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검을 쓰는 모양이더군. 각자 쓰던 검을 한 번 봤으면 하는데, 나에게 보여줄 수 있겠나?”

남회가 정연서와 진우선에게 요청했다.

그러자 두 사람이 각자의 검을 원탁 위에 올렸다.

남회는 이결제자인 정연서의 검을 먼저 들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검을 훑었다.

그다음에는 손으로 만졌다.

검을 뽑아 몇 차례 휘두르기도 하고, 검신(劍身)을 만져보며 이것저것 확인했다.

다소 얇고 가벼워 보이는 칼날을 살짝 튕기니, 팅- 소리를 내며 맑게 울렸다.

“쾌검을 펼치기에 참 좋겠어.”

남회는 단박에 정연서의 주된 검법을 파악했다.

그러더니 남회가 검을 쥔 채로 살며시 눈을 감았다. 검을 세밀하게 느끼며, 더욱 자세히 알아가기 위해서였다.

어렸을 적부터 망치 소리를 좋아하며 철방에서 살았던 남회는, 언젠가부터 은연중에 무기를 알게 되었다.

무기마다 미묘하게 다른 기운이 느껴졌는데, 그것을 이해한다고 해야 할까?

다른 사람이 들으면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칠 일이었다.

그러나 남회는 그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게 검을 이해하고 있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남회가 눈을 떴다.

체감상으로는 꽤 오래된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남회가 인자하게 웃으며 곧바로 정연서에게 검을 돌려주었다.

“소저는 검을 많이 아끼는 좋은 주인이었군. 고맙네. 덕분에 잘 봤네.”

남회의 봤다는 말이, 진짜 무언가 봤다는 뜻으로 들렸다.

정연서가 검을 챙기며 대답했다.

“그리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기는.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 그리고 소저에게 만들어줄 검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가 들어가서 하도록 하겠네.”

“알겠습니다.”

남회는 그렇게 정연서와 대화를 마쳤다.

그리고 진우선의 검을 들어 살폈다.

방식은 조금 전과 같았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다만 그 과정이 매우 빨랐다.

종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걸린 시간이 짧았다. 거의 찰나에 불과할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남회는 진우선의 검을 튕겨보거나 휘둘러보지 않았다. 짧게 평가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곧바로 눈을 감았다.

바로 검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눈을 감은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감탄을 터뜨리며 진우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호오!”

남회의 깊고 짙은 눈동자가 이채를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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