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
#첫 시험 (2)
이결제자들의 첫 번째 비무가 끝났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제 호심당 제자들이 모두 한 번씩 비무를 치른 셈이었다.
제자들은 승자와 패자로 반씩 나뉘었다.
서로 대화는 별로 없지만, 분위기는 더 팽팽해지고 치열해졌다.
그 가운데 몇몇 제자들은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실력으로, 또는 외모로, 더러는 특별한 무기로.
그러나 이 모든 건 순간순간의 상념에 불과했다.
오늘은 하루 내내 비무가 펼쳐질 날이며,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새로운 비무에 시선이 쏠리고, 이전의 것은 기억 저편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다시 진우선의 이름이 불렸다.
“전옥심. 진우선. 두 사람은 슬슬 비무를 준비하도록.”
이 두 번째 비무는, 첫 번째에서 이긴 일결제자 두 사람의 시합이었다.
진우선이 목검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후.
“비무를 시작한다.”
무사부의 음성이 두 사람의 대결을 알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무가 끝나는 소리도 들렸다.
“승자는 진우선이다.”
그렇게 비무가 계속 흘러갔다.
***
“상관적. 그리고 진우선.”
세 번째 비무를 치를 일결제자 둘의 이름이 불린 순간.
“호오-!”
한 중년인이 탄성을 흘렸다.
호심당주 호연강이었다.
그는 대연무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심당의 한 전각 지붕에 앉아 있었다.
그곳에서 비무를 처음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상관적과 진우선이라면, 석 부당주가 눈길이 간다고 말했던 제자들이군.”
호연강은 예전에 석자풍 부당주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상관적과 진우선의 이름은 그때 관심이 간다고 말했던 몇 명에 속해 있었다.
“과연 어떨까?”
호연강도 기대를 드러냈다.
비단 석자풍의 말이 아니더라도, 둘은 이미 치러진 비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 않던가.
이제 각자 세 번째 비무인데, 이쯤 되면 실력자들만 남는다. 그럼 비무는 더욱 흥미진진할 터였다.
호연강의 눈빛이 종전보다 또렷해졌다.
여태까지는 그저 관망하는 듯한 자세로 비무를 지켜봤는데, 어느새 상체를 세우며 집중하고 있었다.
“재밌겠군.”
호연강이 대연무장 가운데에 자리 잡는 상관적과 진우선을 보았다.
곧이어 무사부의 음성이 들려왔다.
“비무를 시작한다.”
시작을 외치자마자 진우선과 상관적이 충돌했다.
먼저 공격에 나선 것은 상관적이었다. 그는 달려가면서 목도를 등 뒤에서부터 앞으로 힘차게 내질렀다.
목도가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진우선에게로 내리꽂혔다.
바람이 훅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공격이 상당히 강맹하다는 증거였다.
타악-.
진우선이 목검을 들어 그 공격을 반쯤은 흘리고, 반쯤은 튕겨냈다.
하지만 상관적은 그 정도 반탄력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연거푸 초식을 펼쳐냈다.
“꽤 난폭하군.”
호연강이 계속 이어지는 상관적의 공격적인 도법을 보며 중얼거렸다.
목검을 쓰는 진우선.
목도를 쓰는 상관적.
호연강은 그런 두 사람 중에 자신처럼 도를 쓰는 상관적이 먼저 눈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흐음!”
하지만 호연강의 한숨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힘을 앞세운 상관적의 도법은 강맹했다. 목도로 몰아치는 게 상당히 매서웠다.
도가 가진 장점을 알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이 정도면 일결제자 가운데 칭찬할 만한 실력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딱 그 정도인 셈이다.
목검을 상대하고 있음에도 유효한 공격이 별로 없는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상관적의 목도는 단단하게 버티고 있는 목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실력의 차이다.
상관적의 실력은 진우선에 비해 부족했다.
그렇기에 호연강은 상관적에게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에 진우선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감탄이 나왔다.
“허허-! 저리 자유롭다니.”
목검은 흔들림 없이 굳건했다.
목도에서 사나운 기운이 쏟아져 나오는데, 목검은 전혀 밀리지 않고 기운을 흩트리고 있었다.
적재적소에서 펼쳐지는 검초 하나하나가 위력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목검의 움직임이 상당히 기묘했다. 느린 듯하면서도 빠르고, 가벼운 듯하면서도 무거웠다.
또한, 초식 하나하나가 그려내는 느낌이 고풍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뿜어내는 기백은 물샐 틈 없이 굳건했다.
예사롭지 않았다.
현묘한 검법의 깊은 이치가 조금씩 엿보이기도 했다.
“허어-! 어찌 저럴 수 있지?”
진우선을 향한 한숨에는 감탄만이 묻어났다.
호연강은 이제 목도보다 목검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대단하구나.”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바로 그때, 진우선이 오른발을 한 걸음 내딛는 게 보였다.
스슥.
그와 동시에 목검의 기세가 변했다. 더욱 날카로워지고, 더욱 강해졌다. 순식간에 목도가 뿜어내는 위력을 압도했다.
번쩍!
일순간, 목검에서 빛이 일더니.
콰앙-!
“……!”
상관적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목도는 그의 손을 떠나서 대연무장 한쪽에 나뒹굴고 있었다.
잠시 후, 무사부가 비무의 승패를 알렸다.
“승자는 진우선이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둘의 비무가 끝났다.
진우선과 상관적이 퇴장했다.
한 명은 걸어서, 한 명은 절뚝이며 빠져나갔다.
“허허…….”
호연강이 멍하니 대연무장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그의 동공에는 자리를 떠나는 진우선의 모습만이 담겨 있었다.
또한, 머릿속에는 진우선이 마지막에 보여준 한 초식이 가득 차 있었다.
“이래서였구나. 기천극 대협이 감탄하셨던 이유가…….”
형산파의 기천극 장로가 진우선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게 충분히 이해되었다.
지금 심정으로는 자신 역시도 그만큼이나 감탄하고 칭찬했을 게 틀림없었다.
진우선이 상관적과 겨루며 마지막에 보여준 모습이라면,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종무공의 현기가 넘치는 신공절학.
기천극의 그 표현이 딱 맞았다.
“허허! 이게 제 실력이었어.”
호연강이 머릿속으로 진우선을 떠올리며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흐뭇하게 웃었다.
진우선은 충분히 기대되는 인재였다.
어쩌면 그 기대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는 지금 모습만으로도 대단했다.
“좋구나.”
감탄이 계속 터져 나왔다.
여태까지 비무를 펼친 일결제자 중 가장 눈길이 간 한 명을 꼽는다면, 그건 진우선이리라.
‘더 보고 싶구나. 다음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호연강은 갈증이 났다.
이제 막 그의 진면목 한 조각을 봤을 뿐이니, 만족감을 느끼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그리고 호연강이 바라는 대로 진우선에게는 아직 비무가 더 남아 있었다.
***
해가 중천을 넘어 서산으로 향했다. 신시(申時, 15시~17시)로 접어들고 있었다.
호심당 제자들은 이제 각기 세 번째 비무까지 마친 상태였다.
계속 이긴 제자만 다음 비무에 나설 수 있으니, 네 번째 비무에 나설 수 있는 제자는 이제 많지 않았다.
일결제자에서 네 명, 이결제자에서 네 명.
이제 총 여덟 명이었다.
먼저 이결제자부터 살펴보자면, 천무결과 정연서, 심소룡과 전낙소가 다음 비무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일결제자를 발표 하겠다. 진우선과 화설옥, 만총과 노종해는 각자 네 번째 비무를 준비하기 바란다.”
네 사람의 이름이 불렸다.
우문혁은 무사부의 그 말을 들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다소 낙심한 표정이었다. 최종 네 명에 들지 못한 까닭이었다.
우문혁은 두 번째 비무에서 어렵지 않게 승리했으나, 세 번째 비무에서 노종해에게 패했다.
아무튼, 이제 네 번째 비무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무사부가 남은 여덟 명 가운데서 두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진우선. 그리고 화설옥. 이제 그대들 차례이니 비무를 준비하도록.”
진우선과 화설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 모두 목검을 들고 대연무장 가운데로 향했다.
좌중이 등장하는 두 제자를 보며 기대를 품었다.
화설옥은 검을 꽤 잘 다뤘다. 지난 세 번의 비무를 통해 그것 증명했다.
진우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안정적인 검법에 더불어 감추어진 실력이 있다는 걸 살짝 보여주었다. 어쩌면 화설옥보다 더 보여줄 게 많을지도 몰랐다.
그 점은 당사자인 화설옥도 동의하는 바였다.
‘쉽지 않겠지만!’
화설옥은 무표정한 얼굴로 진우선을 보며 목검을 꽉 움켜쥐었다.
마음에서 투지가 일었다.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기세가 다듬어지면서 냉정하고 이지적인 느낌도 물씬 풍겼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들켜서 상대를 덩달아 자극할 필요는 없다.
화설옥이 진우선에게 가볍게 대화를 건넸다.
“진 공자. 지난 비무들을 보니 검이 참 좋았어요. 탐이 날 정도로요.”
화설옥의 짧고 명료한 말 속에서, 그녀의 뜨거운 열정이 드러났다.
그녀는 나무와 꽃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진우선의 검을 볼 때 크게 감탄했었다.
“화 소저의 검도 좋았습니다.”
진우선이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오늘 몇 차례 비무를 치르는 동안, 웃으며 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고마워요. 좋은 비무 해요.”
끄덕.
진우선이 고갯짓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무사부가 물었다.
“두 사람은 준비되었는가?”
“네.”
“준비되었습니다.”
무사부가 두 사람의 대답을 듣고 한 번씩 쳐다보고는 외쳤다.
“그럼 비무를 시작하지.”
타타탕-!
두 사람의 목검이 서로 교차하며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서로 이십여 초를 나눴을 때.
후웅-!
광풍이 크게 일더니, 두 사람이 멈춰 섰다.
바람이 갑자기 멎었다.
그러자 쫙 뻗은 진우선의 목검이 보였다. 화설옥의 턱밑에 닿아 있었다.
“졌어요.”
화설옥이 자신의 패배를 시인했다.
무사부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승자는 진우선이다.”
그 순간.
“오오-! 하아-!”
누군가가 감탄인지 한탄인지 모를 소리를 흘렸다.
둘의 대결을 지켜보던 일결제자들 가운데서 난 소리였다.
우문혁이었다. 그는 웃으면서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진우선이 승리해서 기쁘고, 화설옥이 패배하여 가슴 아픈 까닭이었다.
한쪽은 존경하는 친구요, 다른 한쪽은 연모하는 여인이었으니까.
“진 소협! 화 소저! 왜 나를 이렇게 괴롭게 하는 것이오!”
“…….”
이제 곧 자신의 비무를 나서려던 만총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문혁은 조금 전에 크게 낙심했지 않았던가. 한데 지금 보이는 심정의 변화는 무어란 말인가.
만총은 지금 우문혁을 참 이해할 수 없었다.
***
일결제자들의 비무 대부분이 끝났다.
진우선이 이겼고, 만총이 이겼다.
이제 남은 건 진우선과 만총의 대결뿐이었다.
그리고 이결제자들이 대연무장에 올라섰다.
먼저는 천무결과 정연서였다.
둘 다 목검을 들고서 서로를 상대하고 있었다. 종전의 진우선과 화설옥처럼.
‘화설옥의 검이 발전한다면…… 저렇게 되려나?’
진우선은 천무결의 검을 보며 화설옥이 떠올랐다.
이제 와 보니, 둘은 추구하는 검의 길이 비슷한 것 같았다.
그러나 대결의 전개 양상은 비슷하지 않았다.
타타타탁-!
검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둘의 공방이 눈 깜짝할 새도 없이 재빠르게 오고 간다는 뜻이었다.
정연서 때문이다.
그녀의 쾌검이 상대를 숨 쉴 틈 없이 몰아세웠다.
빠르게.
더 빠르게.
정연서의 검이 섬전처럼 번쩍였다.
천무결과 정연서 두 사람은 서로가 위협적인 상대란 걸 알기에,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둘의 대결에서는 틈을 주는 순간, 승기를 빼앗긴다.
그러니 허투루 해선 안 되었다.
여태까지 치러진 비무 중 가장 치열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목검이 아니라 진검이었다면, 벌써 피가 흩날렸을 테고.
쵀앵-!
둘의 검이 서로의 옷깃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갔다.
진검이면 베었을 테지만, 목검은 진한 궤적을 남겼다.
잔상은 서로의 목을 그었다.
‘양쪽 다 살벌하구나!’
조금 전은 위험한 순간이었다.
보고 있는 사람들의 손에서 진땀이 다 날 지경이었다.
그 가운데서 진우선의 눈은 담담하게 빛났다.
‘저런 검이 들어온다면…….’
둘이 펼쳐내는 검법을 바라보며 진우선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상대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각각을 상대하는 것도 그렇고, 둘의 합공을 상대하는 상황도 마구 떠올랐다.
‘나라면 이렇게 대응했을 텐데!’
그러면 상대는 어떻게 나올까?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되면서도, 또 실제로 그러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진우선은 그렇게 남들이 긴장해서 지켜보고 있을 때도 일종의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천무결과 정연서의 비무가 결착이 났다.
천무결이 복부에 공격을 허용함으로써 패배가 확정되었다.
“승자는 정연서.”
그리고 이어진 비무에서는 모두의 예상대로 심소룡이 상대를 제압했다.
***
이제 비무는 끝에 다다랐다.
일결제자와 이결제자들이 각기 한 번씩만 대결하면 끝이었다.
진우선이 대연무장 가운데에 섰다.
맞은편에 만총이 있었다.
“우선아. 너구나.”
“그러게. 여기서 총이 너와 비무할 줄이야.”
씨익-.
서로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하압!”
만총이 기합과 함께 달려들었다.
붉은 기운이 삽시간에 그의 창을 뒤덮었다.
혼원벽력창(混元霹靂槍)이었다.
진우선이 검을 움켜쥐며 맞대응했다.
만총의 짓쳐들어오는 기세가 폭발적이고 거셌다. 포식자의 눈빛으로 투지도 뿜어댔다.
평소의 차분함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이다.
지금 만총은 사냥감을 포획하려는 한 마리 붉은 매였다.
하지만 진우선은 떨지 않았다.
오늘 상대한 이들 중 만총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지만, 그게 두려움을 가질 일은 아니었다.
진우선이 깨끗한 호를 그리며 검을 그어 올렸다.
채앵-!
만근거력이 실린 만총의 창격이 단 일검에 튕겨 올랐다. 반탄력에 신형도 휘청거렸다.
그 틈을 검이 파고들었다.
검초는 짧으나 예리했다.
그걸 시작으로, 진우선의 검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만총은 첫 흐름이 끊어진 후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그렇게 단 한 수만에 우위가 정해졌다.
채채챙-!
몇 수가 연거푸 펼쳐지며 각자의 초식이 펼쳐졌다.
하지만 전세는 역전되지 않았고, 형세가 점점 더 기울었다.
‘길이 안 보인다. 멀리서는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열 초식 넘게 무위로 돌아가자 만총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창을 들고 나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
그러던 중.
쏴쏴쏴아아-!
온몸이 오한에 떨었다.
진우선의 검세가 전면을 덮쳐 들어오고 있었다.
거대한 해일에 집어 삼켜지는 듯 섬뜩했다.
‘이런!’
급하다.
붉은 기운을 왕창 뽑아 올려 전방을 마구 휘저었다.
벽력의 기운을 사방에 두르는 벽력만장(霹靂萬丈)의 절초가 오직 전방을 향해 겹겹이 겹쳐졌다.
하지만 초식을 이어갈수록 낭패감이 뇌리에 내려앉았다.
‘이것도 역부족……?’
그리고 곧 검의 기세에 벽력의 기운이 속절없이 사그라들었다.
완벽한 패배였다.
잠시 후, 무사부가 외침이 둘의 대결에 마침표를 찍었다.
“승자는 진우선이다.”
‘둘 다 엄청나구나!’
진우선과 만총의 대결을 본 우문혁이 손을 불끈 쥐었다. 인제 보니 등줄기도 축축했다.
두 사람이 대단한 일전을 치룬 까닭이었다. 그래서 대결에 진땀이 다 났다.
‘진 소협, 역시 진 소협일 줄 알았소!’
진우선은 우문혁의 신뢰와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진우선이 최고가 되었다. 그렇게 예상했고, 또한 그래야만 한다고 여기던 대로였다.
만총이 알았으면 무척이나 섭섭했을 테지만 말이다.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우문혁만이 그렇게 자신이 승리한 것처럼 속으로 뜨겁게 기뻐하고 있었다.
***
낮이 저물었다.
호연강이 호심당의 모든 제자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여러분 모두 오늘 하루 동안 시험을 치르느라 수고가 많았네. 일결제자들의 모습을 보니 미래가 상당히 기대되고, 이결제자들은 작년보다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 뿌듯하니…….”
그렇게 호연강이 자신이 느낀 감동을 전했다.
진우선이 차분히 호연강을 바라보던 중, 문득 자신에게로 향하는 시선 하나를 느꼈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결제자 쪽이었다.
그리고 당사자와 눈이 마주쳤다.
시선의 당사자는 이결제자 가운데 최고임을 알린 정연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