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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75/145)

75화

“금슬이 좋으셨다니 좋은…… 일이긴 한데. 그래도 조금 민망하지 않아요? 사실은 좀 많이요…….”

“어어, 움직이지 마. 간지럽단 말이야.”

디아나가 불편함을 호소하듯 품에서 바르작거리자 케이든이 그녀의 허리를 감싼 팔에 더 바짝 힘을 주었다.

그 바람에 디아나는 케이든의 가슴에 코를 박았다. 작게 꿍, 하는 소리가 났다.

“아야…….”

디아나는 한순간 코끝이 찡해지는 통증에 울상을 지으며 양손으로 제 코를 감싸 쥐었다.

“괜찮아? 어디 봐.”

“좀 아파서 그렇지 괜찮아요.”

“그대, 지금 눈물 고였는데.”

케이든은 부득불 디아나의 손을 깍지 껴 붙잡아 옆으로 치웠다. 그가 그녀의 얼굴에 고개를 바싹 들이밀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확실히 빨갛네. 피는 안 나는데.”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그래, 내 탓이네. 내가 몸이 너무 좋은 탓이야. 부인 취향에 맞추려다 보니 안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

“말 좀 이상하게 하지 마시라니까요. 오해하기 딱 좋잖아요.”

춤 연습을 하느라 연회장에는 두 사람밖에 없긴 했지만, 디아나가 습관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그의 가슴을 찰싹 내리쳤다.

그러나 역시나 제 손만 아팠다. 조금 전에 코를 찧어서 눈물까지 흘렸건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정말이었다.

케이든은 억울한 목소리로 항변했다.

“오해라니? 그대가 내 몸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잖아.”

“저는 그런 적 없는데요?”

“저번에는 인정하더니, 이번에는 또 부정하네.”

“제가 언제 인정을 했었죠? 기억이 잘…….”

디아나는 손부채질을 하며 계속해서 시치미를 뗐다. 그에 오기가 생긴 케이든이 디아나를 훅 끌어당겼다.

조금 전 춤을 출 때와 마찬가지로 몸이 틈 없이 밀착했다.

그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금방이라도 입을 맞출 듯한 자세로 물었다.

“정말?”

“…….”

“정말로, 내 몸이 취향이 아니야?”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이자 뒷덜미를 따라 소름이 돋아났다.

디아나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코앞에서 반짝이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도, 돌덩이처럼 탄탄한 상체도, 열기가 홧홧한 하체도 전부 미치도록 자극적이었다.

잠시간 침묵이 내려앉았다. 검은 눈과 청보랏빛 눈이 서로를 샅샅이 탐색했다. 뒤섞이는 숨이 점점 달아올랐다.

그러던 중, 유혹을 못 견딘 디아나가 발뒤꿈치를 아주 살짝 들어 올렸다. 그 움직임에 곧장 입술이 맞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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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흣…….”

케이든은 디아나가 입술을 붙여 오자마자 곧장 한 손으로 그녀의 뒷덜미를 감싸며 파고들었다. 디아나는 입술을 맞붙이자마자 곧장 숨이 부족해지는 느낌에 신음을 흘렸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케이든의 가슴에 얹힌 손이 바르르 떨렸다.

한바탕 밀려오는 감각에 휩쓸렸다가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디아나는 연회장 바닥에 누워 있었고, 케이든은 그녀의 위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케이든의 셔츠 단추가 언제 풀린 것인지 맨살의 감촉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의 옷도 쇄골 아래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채였다.

케이든이 잠시 입술을 떼고 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눈 떠 줘. 보고 싶어.”

디아나는 그 말에 눈을 떴다가 곧장 숨을 삼켰다. 열기로 흐트러진 케이든의 얼굴이 지나치게 야했다.

“케…….”

디아나는 위험하다는 생각에 그를 말리기 위해 입을 벌렸으나, 그녀가 입술을 떼자마자 케이든이 다시 그 틈을 파고들었다.

말캉한 살덩이가 입 안을 온통 헤집다가 얼굴을 지나쳐 그 옆으로 향했다.

“흑…….”

귓가에서 질척이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디아나는 그것이 민망하고 간지러워 우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사이 귓불을 입술로 물던 케이든이 디아나의 목덜미를 따라 자잘하게 입을 맞추며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디아나는 더운 숨이 쇄골에 내려앉는 것을 느끼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케이든, 잠, 흐으. 잠시만요.”

그 말에 케이든이 자제력을 밑바닥까지 끌어모아 움직임을 멈췄다.

시선을 들어 올리자 눈가를 붉힌 디아나가 반쯤 울먹이며 말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아요…….”

‘아, 젠장.’

그 표정과 목소리가 합쳐지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케이든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짓씹어 삼키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그 상태로 한동안 심호흡에 집중하며 열기를 가라앉히려 애썼다. 결혼식 이후로는 처음 하는 키스여서인지 지나치게 달아 정신을 차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디아나 역시 마찬가지였던지라, 두 사람은 한동안 연회장 바닥에 누운 채 열기를 식혀야 했다.

이윽고 케이든은 디아나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꾹 참으며 미적미적 몸을 일으켰다. 그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잡아.”

“……네.”

디아나는 어색하게 케이든의 시선을 피하며 그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옷을 추스르는 그녀의 어깨 위로 케이든의 재킷이 내려앉았다.

“그, 아무래도 구겨진 티가 나서…… 방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걸치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아, 네……”

‘내가 잠깐 미쳤었나?’

케이든이 헛기침을 하며 내뱉은 말에 다시 볼이 훅 달아올랐다.

디아나는 그의 재킷으로 눈 아래까지 얼굴을 가리고 민망함을 다스리려 애썼다.

‘하지만, 그건, 그건…… 반칙이잖아.’

디아나는 원망스러운 눈길로 케이든을 힐긋 노려보았다.

저 얼굴에 저런 몸인 사람이 그런 목소리로, 그렇게 묻는데.

‘취향이 아니라고 대답했으면 벼락 맞았을지도…….’

디아나는 제 속내를 들킬까 하는 마음 반, 어색함에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마음 반 때문에 괜스레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큼. 이 정도면 아까 질문에 대한 답은 되었을까요?”

“……아.”

케이든은 디아나의 말에 일순 멍한 얼굴을 했다.

그러나 답을 바란 물음은 아니었기에, 그녀는 그가 무어라 입술을 움직이기 전에 서둘러 화제를 돌려 버렸다.

“그러고 보니 벌써 건국제라니. 저희가 결혼 계약을 한 지도 벌써 반년이 다 되어 가네요.”

“그렇……지.”

어색함을 풀기 위한 디아나의 시도는 조금 다른 의미로 성공적이었다.

케이든은 디아나의 말에 전신의 피가 일순간에 식어 내리는 기분을 느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꿈결을 헤매다가 갑자기 현실로 내동댕이쳐진 느낌이었다.

‘……역시 조금 전은 단지 충동이었던 건가.’

케이든은 속으로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원래는 취향이라는 대답만 얻어 내고 나면 순순히 물러설 생각이었는데, 디아나가 먼저 입을 맞춰 오기에 순간 이성이 끊어졌었다.

키스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오는 모습에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듯 또다시 아무렇지 않게 끝을 입에 담는 디아나를 보고 있자니 문득 서러워졌다.

‘아직도 어색한가……?’

한편, 디아나는 케이든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슬슬 서즈필드 자작님께서 아이 이야기를 꺼내실 것도 같긴 한데, 걱정하지 마세요. 처음 계약 내용대로 허튼 마음 품지 않고 이혼해 드릴 테니까요.”

케이든은 그 말에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그대는……!”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채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대는…… 나와 이혼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아?”

서럽게 일그러진 얼굴을 눈에 담자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디아나는 당황을 감추기 위해 어색한 웃음이나마 지어 보였다.

“처음부터 그게 저희의 계약이었으니까요.”

“…….”

“케이든?”

디아나가 조금 불안하게 그를 불렀다.

케이든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긴 숨을 뱉으며 머뭇머뭇 손을 놓아주었다.

그가 엉망이 된 감정을 추스르며 애써 웃었다.

“……그래, 그랬지. 내가 잊고 있었네.”

순간적으로 자신은 이혼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할 뻔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한순간의 충동만으로 고백할 수는 없었다. 그런 방식으로는 디아나를 붙잡을 수 없다.

케이든은 오로지 그 생각만으로 목 끝까지 차오른 속내를 도로 삼켰다.

그리고 그 대신 다른 말을 꺼내 놓았다.

“디아나.”

“네?”

“건국 기념 무도회 날, 첫 춤만 끝내고 같이 놀러 나가자. 둘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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