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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나는 당신이 싫어 (57)화 (57/61)

〈57〉

그리고 그 일이 있던지 얼마 되지 않아, 리카 왕국의 사절단이 제국에 들어섰다.

“오는 길, 힘들지는 않으셨습니까.”

그들이 도착한 황실 입구에는 황녀가 먼저 나서서 그들을 맞이했고 그 뒤로 수많은 기사들과 하인들이 동행했다.

“게이트까지 열어 주셨는데 힘들기는요.”

왕국 사절단의 대표로 나선 왕자와 왕녀는 호의가 가득 담긴 미소를 지어 보이며 황녀의 뒤를 따랐다.

‘다들 엄청 화려하네.’

방 안에서 그들을 바라보던 나는 조금 전 멀리서 바라본 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황녀는 물을 것도 없었고 왕자와 왕녀는 사절단의 대표로 나선 것이라 그런지 제국의 것과는 다른 왕국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옷에 특히 시선이 갔다.

똑똑—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고 있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나가실 시간입니다.”

방 밖에서 기다리던 하녀의 목소리였다.

황태자의 파트너로서 준비를 하기 위해 황실에 불려 와 몇 시간을 준비하며 익숙해진 방. 그 문을 열고 나서자 기다리고 있던 헤일론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가지.”

그의 손과 내 손이 겹쳐졌다.

그와 정원에서 만난 이후로 처음 잡는 손길은 서로가 어색하기만 했다.

계단을 내려와 자리에 서자, 곧 황제와 황후도 자리에 들어섰다.

그들에게 인사를 나눴지만 그 이후로는 어느 말도 나누지 않았다. 그렇게 무거우면서도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던 찰나에 황실의 문이 열리며 사절단이 들어섰다.

우선 사절단에서 준비한 선물들이 정리되었고 그다음으로는 사절단이 들어와 인사를 했다.

꽤 긴 시간을 가져간 그것들마저 끝이 나자 마지막으로 조금 전 시선을 두었던 사절단의 대표, 왕자와 왕녀가 앞으로 나와 황제 부부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국의 영광을 기원하며. 제이드 로 메일라크가 인사드립니다.”

“제국의 영광을 기원하며. 프리지아 로 메일라크가 인사드립니다.”

황제 부부 역시 미소를 띠며 그들을 맞이했다.

“먼 길을 오느라 고생했네.”

“아닙니다. 편의를 생각해 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왕녀의 그 말과 생글거리는 미소에 분위기가 한껏 부드러워졌다. 그 분위기를 이어 왕녀는 헤일론과 내 쪽으로 다가왔다.

“황태자 전하, 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렇지.”

헤일론을 바라보는 왕녀는 언젠가 그를 본 적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왠지, 그녀를 불편해하는 것까지도.

“제가 반갑지 않으신가 봅니다.”

“…….”

“큼.”

그답지 않게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는 그 모습에 나는 헛기침을 하며 왕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반갑습니다, 왕녀님.”

그런 날 바라보는 그녀는 잠시 어두운 표정이었지만 이내 맑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저도 반가워요. 아름다우신 영애네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 왕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황제가 왕녀를 불렀다.

“우선 이곳까지 오느라 힘이 들었을 테니, 오늘은 우선 쉬는 게 좋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우선 인사를 나눈 그들은 안내를 받아 돌아갔고 나 역시 헤일론과 함께 그곳을 빠져나왔다.

“많이 피곤합니까?”

복도를 함께 걸으며 건네 온 그의 말에 웃음이 터질 뻔했다. 피곤하기는, 준비한 시간에 비해서 사람들을 만난 시간은 정말 하찮게 보일 정도로 짤막했다.

“괜찮습니다. 전 그다지 할 일도 없었는데요.”

그렇게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며 연회 동안 내가 사용할 방으로 걸어갔다.

며칠이나 되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저택과 황실을 왕복할 수야 없으니 황실에서 내어 준 방이었다.

넓기만 한 방에, 아는 사람도, 친구도 없는 곳은 심심하기 그지없었다.

헤일론이 떠나고 홀로 남은 방에 하녀들을 호출하기 전, 무거운 장신구들만 먼저 빼내고 있던 순간.

똑똑똑—

방 밖에서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하녀들이 온 걸까? 하며 문을 열자,

“어?”

너무도 예상치 못한 이가 문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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