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윽.”
뻐근한 몸을 일으키자 이제야 끝났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모든 일정은 계획된 대로 진행되었다.
약속된 날짜에 레이즌에 들어선 조사관은 마약에 관한 그 어떤 증거도 찾지 못한 채 철수했고
재판도 예정된 날에 열리긴 했지만,
“믿어 주십시오, 폐하! 그 병은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점을 찾자면 내가 있었어야 할 자리에 파르트 남작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면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그, 그것은…….”
재판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변론하는 그는 후작과 무슨 약속을 한 것인지 후작에 대한 어떤 것도 토설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애초에 후작이 이리 쉽게 꼬리를 잡힐 거란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그리 큰 실망감을 안겨 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틀 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아, 네. 고맙습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자, 황실 기사들은 날 백작저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들이 돌아서고 나 또한 발길을 돌리자 가슴에는 작은 아쉬움이 남았다.
‘데일과 헤일론에게는 인사도 하지 못했구나.’
나를 많이 도와준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지금은 백작저로 돌아온 것에 감사하자고 다짐하며 걸음을 옮겼다.
“아가씨!”
“메이샤!”
내가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이 맺힌 채 내게 달려오는 메이샤와 다른 사용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 뒤에서 나를 지긋이 바라보던 두 사람과 시선이 맞닿았다.
“……어머니, 아버지.”
내 말에 두 사람은 내게 가까이 다가왔고 이내 나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미안하구나.”
그 짧은 한마디를 넘어 전해지는 떨림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분명 소식을 늦게 접해 나를 보호하지 못한 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그들에게 괜찮다 말하며 달래 주고 싶었지만,
나조차도 먹먹해져 버린 목소리가 들킬까 두려워 어떤 말도 할 수 없던 난 그저 나를 끌어안은 품속에서 눈물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