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공작저의 집무실.
그곳에서 편지를 받은 카를은 그것을 읽어 내려가며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하.”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물론 좋은 의미로.
‘블레이저 양과의 계약을 성공했어요. 현재 경영 수업을 들어가고 있고요. 너무 급해서 이제야 편지를 쓰네요.’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몇 년간 그 누구의 손에도 들어간 적이 없는 광산이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한 목소리로 말했었다. 저곳은 아무도 탐낼 수가 없는 곳이라고. 결코 어느 누구의 손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그런 곳에 투자를 하고 싶다는 그녀의 말을 솔직히 믿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일에서의 실패도 나름 좋은 경험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해 말리지 않았었다.
베리안이 계약이 보류되었다고 편지를 보냈을 때만 해도, 정말 거기서 끝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걸 성공으로 끌어냈다니. 전부터 그녀는 참 신기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상황에 나서고, 말하지 않을 말을 하고, 도전하지 않을 길을 도전했다.
그 결과가 어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도 그녀는 언제나 망설임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베리안의 모습이 제게는 너무도 새로웠다.
그래, 나와는 달리 말이다.
‘언제까지 흔들릴 거야?’
‘함께 부숴 버리기로 했잖아, 카를.’
들리는 말소리들이 탁한 흑빛 따위를 띠고 있었다.
백색을 흑빛으로 물들이는 것은 너무도 쉬웠다.
그리고 그녀의 흑빛이 내가 되리란 것이 참으로 분명했기에.
이런 제 모습이 끔찍하게 느껴질 때 즈음, 보좌관이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찾으시던 게 나왔습니다.”
“그래.”
그는 다른 행동은 일체 막은 채로 서류만을 읽었다. 자꾸만 떠오르는 생각을 짓누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