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룬…… 맞죠?”
정보상에서 매번 마주쳤던 바로 그 모습, 질문이 우스워질 정도로 분명한 룬의 모습이었다.
“그럼 설마…….”
“일부러 영애에게 다가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부러 이야기를 들은 것도요. 단지 예기치 못하게 이런 모습으로 여러 번 마주친 것뿐입니다.”
그는 다급히 제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내게 정말이라며 이야기하는 그의 말은 단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날 밤, 내가 그에게 했던 이야기들이 미친 듯이 머릿속을 채워 갔다.
그 어느 누구도 모르던 속마음까지 털어 내며 이야기했던 상대가 헤일론이라니, 아니 우선 왜 황태자가 그런 외딴 골목에 자리한 정보상에—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는 위치, 황실과 꽤나 가까운 수도 바깥, 방 안에 수없이 널려 있던 값비싼 마도구들까지.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그럼 나는 그 앞에서…….’
띵, 머리가 울렸다.
“하, 아니, 무슨 그런 곳에.”
새하얘진 머리에 아무렇게나 말이 튀어나왔다. 더불어 언성 또한 높아졌다.
“애초에 무슨 시간이 있으시다고 저런 정보상에, 그것도 모습까지 감춰 가며 가시는…….”
황당한 심정에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런 나를 대신해 그가 이어 입을 열었다.
“정보상은, 제가 어릴 적 만든 곳이었습니다. 말씀하시는 대로 시간이 부족해 요즘은 자주 다니지 못하지만요.”
“무슨 이유로 어린 나이에 저런 데를 만드셨는데요?”
“그건 이미 알고 계실 듯합니다.”
‘우리는 정보를 넘기고, 정보를 받아.’
“아.”
깨달음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정보를 얻는 수단. 그런 거였나.
“허…….”
“……본의 아니게 영애를 속인 점 정말 죄송합니다.”
헤일론은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 따지고 보면 그의 잘못은 없었다.
매번 다니는 곳에 매번 하고 가는 행색으로 간 것뿐인데 무엇이 잘못일까.
‘그냥 내가 너무 무방비했던 탓이겠지.’
“사과는…… 괜찮습니다. 저 역시 너무 흥분해 결례를 범했네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 혹시 이전 일들은…….”
“다른 곳에 말할 일은 없을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먼저 돌아가 봐도 괜찮을까요?”
더는 머리가 아파 밖을 돌아다닐 기운도 없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 뒤로 가는 길이 같은 그와 함께 마차가 서 있는 곳으로 향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아, 전하께서도요.”
“일은,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
그 말을 마친 후 그는 기사들을 데리고 황실로 돌아갔다.
“하…….”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나는 머리를 짚었다.
이 일도 헤일론과의 일도 있었지만 이건 그냥 컨디션 난조임이 틀림없었다.
방금 전까진 잘 느끼지 못했는데 두통이 여간 심해진 게 아니었다.
“클로디 백작저로 가요.”
피곤한 몸으로 마부에게 그리 말한 뒤 덜컹이는 마차에 기대었다. 무거운 머릿속으로 인해 잠도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