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검은 공간과 그곳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모든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중앙 단상에 선 제릭의 인사에 여유로운 박수 소리들이 모였다.
“오늘의 물건을 소개드리기 전에, 우선 준비된 보석들을 먼저 보여 드리고자 합니다.”
그의 말에 단상에 여러 보석들이 모였다. 하나같이 영롱한 색을 띄는 것들이었다.
“왼쪽 다이아몬드부터 경매 시작하겠습니다!”
익숙한 진행으로 경매를 진행해 갔고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기대는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서류가 단상으로 올라왔다.
“다들 아시겠지만 최근 들어 수도에서 돋보이는 건물이 있지요.”
건물이 경매에 올라오는 것은 꽤 흔한 일이었기에 사람들이 하나둘 눈치를 채기 시작했고, 레이즌의 이름이 떨어지는 순간 다시 한번 크나큰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가 제 손에 들린 팻말에 힘을 주었다.
그것의 가치가 앞으로 더 커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몇 이들은 모두 눈을 번뜩였다.
“경매 시작합니다!”
경매가 시작하자마자 숫자는 파죽지세로 올라갔다. 누군가가 몇십 년을 일해도 모을 수나 있을까 하는 금액에도 그들은 거리낌 없이 팻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주체가 건물인 만큼 큰 금액대이다 보니 점차 손을 내리는 이들이 생겼다.
그렇게 마지막에는 단 하나의 팻말만이 남아 있었다.
“39번! 또 없으십니까? 그럼 39번께 낙찰합니다!”
마지막에 남은 한 사람이 의기양양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단상으로 올라간 낙찰자는 서류를 받아 들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보통 이 자리에 모이는 이들은 제 신분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쓰고, 되도록 목소리도 내지 않지만 그 낙찰자는 달랐다.
그 사람은 제 가면을 훅 벗으며 씩 웃어 보였다.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썩였다.
가면 속 얼굴은 리노테인 후작이었다. 본래 그 건물을 가진 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시선이 집중되었으나 몇 사람들에게는 그저 해프닝 중 하나였기에 별 신경 쓰지 않았다. 몇몇이 축하의 뜻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도 천천히 그것을 따랐다. 곧 큰 박수 소리가 정적을 메워 가던 찰나.
철컹-어느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앉아 있던 자리의 은은하던 빛이 순식간에 어두컴컴해졌다.
그 덕에 단상 위는 다른 때보다도 빛났다.
“재미있나 봐.”
그리고 그 사이에서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와 함께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져 가던 박수 소리가 멎어 들었다.
검은 드레스에 붉은 구두. 검은 가면을 쓴 여성이 단상으로 올라서자 모두의 관심이 그곳으로 향했다.
“사기 치는 게 취미야?”
여성은 어둡게 드리워진 곳부터 빛이 드는 곳까지 걸어 나왔다. 미친 사람 취급하며 여자를 바라보던 후작과 제릭의 표정이, 여성이 걸어 나오면서 완전히 뒤바뀌었다.
아무리 가면을 쓰고 있다 한들 꽤나 마주친 이의 목소리나 체형을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
“안녕?”
현재 매각되고 있는 레이즌의 주인, 베리안은 일그러진 표정의 그들에게 빙긋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