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태자, 나는 당신이 싫어 (34)화 (34/61)

〈34〉

다시 한번 집어 든 신문은 더욱 큰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에이든의 이야기를 기사에 넣지 못할 만한 이유라도 있었던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그 기사를 쭉 훑어 내려갔다. 토씨 하나 빠짐없이.

몇 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이야기를 대여섯 번 읽어 본 후에야 무언가 알아챌 수 있었다.

에이든은 제3 기사단 소속인데, 왜 함께 이동한 이들은 제2 기사단이지?

기사와 첨부된 사진에 찍힌 이들은 엄연히 제2 기사단이었다. 대부분 그 경계를 뚜렷이 알고 있지는 않지만 아버지가 부기사단장으로 있는 곳에 한때 관심을 주었던 내가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기사단마다 맡는 구간이 나누어지기에 잠시 쉬는 동안이나 큰 문제가 없을 때만 접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류에는 분명 쉴 틈 없이 바쁜 상황이었다고 언급되어 있으니.

어딘가 잘못된 듯한 이야기.

내가 신경 쓸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제2 기사단이라면 아버지와 관련이 있을지도.’

하는 작은 희망에 나는 그 들고 있던 기사와 자료를 챙겨 밖으로 나섰다. 카운터 뒷방으로 가자 몇 보석들을 정리하던 아즈가 있었다.

“아즈, 부탁이 있어요.”

“뭔데?”

“이 사건, 알아봐 줄 수 있을까요?”

“이걸? 이 일과 관련 있는 일이야?”

“상관이 있는 건 모르겠는데, 기사의 이야기가 조금 어색해서요.”

“음, 그래,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리고 반나절 정도가 지나자, 그는 내게 한 가지 정보를 전해 왔다.

“재밌는 게 나왔네.”

흥미롭다는 듯이 살짝 서린 웃음기를 가진 아즈가 두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 종이에는 각각 붉은 펜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는데 첫 장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던 그것은 뒷장으로 넘어가며 거의 종이의 반을 채웠다.

“떠도는 이야기들과, 실제 알아본 부분과 다른 점들이 있더라고. 깊게 찾아보지 않아 우리도 잘 몰랐는데.”

나는 찬찬히 그 내용을 읽었다. 곁에 서 있던 아즈는 내가 읽는 부분의 부연 설명을 짚어 주었다.

“말한 것처럼 그 두 사람의 기사단은 달라. 제2 기사단의 수색 지역은 동쪽 숲이고 제 3 기사단은 거기서 조금 떨어진 물가.”

“하지만 자료에는 두 사람이 함께 이동했다고 나와 있고요.”

“만약 그 말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제3 기사단이 2 기사단과 동행했다는 건데, 그건 통행 루트로 봐서 불가능이니, 남은 가능성은 역시-”

“한쪽이 거짓이란 걸까요.”

아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든이 잡은 마물은 동쪽 숲의 주인이라 불리는 마물이야. 결국 거짓인 쪽은 기사 쪽이라는 건데. 마물의 시체는 발견되었다고 하니, 아마 에이든이 다른 이의 공을 채 간 게 아닐까.”

“……하지만 그건-”

“그래, 클로디 백작의 일과는 관련이 없지. 애초에 공을 넘기는 건 흔한 일이기도 하고.”

또 헛수고. 일말의 희망이 사그라들자 온몸에 기운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너무 실망하지는 마. 원래 딱 알맞은 정보만 찾기는 힘든 거니까.”

나를 다독이는 아즈는 벌써 해가 저물어 가는 하늘을 보며 나를 방으로 이끌었다.

“내일쯤이면 다른 정보가 올 테니, 기다려 봐.”

다시금 방으로 올라와 문을 닫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아무런 관련도 없다니…….’

그렇게 생각하며 문 옆에 난 창문을 활짝 열었다. 선선한 바람이 뺨을 간지럽혔다.

너무도 평화로운 분위기에 모두가 조용한데, 저 혼자만이 혼란스러운 기분이었다.

이래도 되는 거냐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나는 시간을 되돌아온 상태였다.

그럼 적어도, 이제는 좀 행복해져야 되는 게 아닌가.

“하아아…….”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시야에 걸리는 것은 창가 밖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 아래 거리의 불빛들이 가득했다. 가게 문을 닫는 사람들과 저녁 산책을 나온 가족들, 밤에 장사를 시작하려 등을 거는 이들이 모여 있는 거리는 참으로 볼 만했다.

멍하니 거리를 바라보는 내 시선에 여러 사람의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위를 훑는 내 눈동자가 어느 문양에 닿는 순간, 나는 순식간에 창문에서 몸을 떼어 내 창 아래로 숨었다.

‘뭐야?’

이 거리에 말이 다니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방금 말을 탄 이들의 갑주에 새겨진 문양이 백작가의 문양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벌써 찾았다고?’

꿀꺽

침샘이 말라 갔다. 가까스로 숨긴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제대로 확인해야 해.’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는 있었지만 마음은 그리 평온하지 못했다. 아직 내게 남은 것은 그 무엇도 없었다. 지금 상태에서 들킨다면 정말 이 앞날을 장담할 수가 없었다.

떨리는 두 손을 모아 쥔 채 다시 한번 창가에 시선을 올렸다.

백작가의 문양의 색과 같은 푸른색. 하나 그 모양은 백작가의 문양과는 달랐다.

“……하.”

놀란 가슴을 그제야 쓸어내릴 수가 있었다. 그래, 나를 따라 올 거란 생각은 했지만 이건 아니었다. 적어도, 아무리 빠르게 찾는다 하더라도 열흘은 걸릴 테니까.

지금 들키는 건 무리야. 아직 제대로 찾은 것조차 없는데.

철컥, 창문을 걸어 잠근 나는 읽다 만 자료들을 펼쳤다.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몰라도 필요할 때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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