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태자, 나는 당신이 싫어 (31)화 (31/61)

〈31〉

“이게 아니잖아!”

새소리가 들리는 화창한 아침부터 작은 문 양옆을 막고서 하품을 하는 기사들 사이로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소음들이 문 틈새로 새어 나왔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기사들은 잠시 고뇌하긴 했지만 결국 다시 제자리를 지켰다.

“안 되겠어, 메이샤! 네가 다녀와!”

“아가씨, 하지만 저는…….”

“어서!”

아닌 척하지만 모든 신경을 문 사이의 소리들에 집중하던 기사들 사이로 작은 몸집의 여성이 빠져나왔다.

무언가 일을 받은 듯이 큰 바구니를 들고 나온 여성은 아주 작은 내용만이 들릴 법한 목소리로 ‘저기…….’라고 중얼거렸다.

안에서 들려온 고성과 몸을 한껏 움츠린 채로 떨고 있는 하녀.

베리안과 실제로 마주친 적이 없는 기사들의 눈에 그녀는 괴팍한 백작 영애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한없이 불쌍한 이로만 보였다.

“분명 나가시면 안 된다고…….”

한 기사가 우물쭈물 하녀를 막아섰다. 하나 하녀의 팔목을 잡은 힘은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다른 기사는 그녀를 막을 생각조차 없었다. 되레 다른 기사의 행동을 만류했다.

다른 기사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인 기사는 하녀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얼른 다녀오십시오.”

하녀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갔다. 어느새 그 하녀의 걸음이 복도의 중반을 넘어가던 순간, 기사들에게 다가온 상부가 물었다.

“저 하녀는 뭐지?”

“아가씨의 하녀인데, 뭐 필요한 것이 있다 해서-”

“그런 것은 다른 이한테 시키면 될 것이 아니냐. 하필 왜 저 아이냔 말이야.”

기사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다 말을 이었다.

“아가씨께서 소리를 지르시며 다른 이들이 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고 하셔서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뭐?”

상부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아가씨는 제 하녀에게 화 한번 내 본 적 없으신데. 거기 너!”

상부는 그러는 순간에도 1층을 향해 계단을 내려가는 하녀를 향해 소리쳤지만 그녀는 발걸음을 서두를 뿐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상부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잡아.”

“예?”

“저 하녀, 잡으라고!”

그제야 상황을 눈치 챈 기사들은 쏜살같이 저 멀리 하녀에게 달려갔다. 그 발소리를 들은 하녀는 미친 듯이 밖을 향해 달렸다. 상부는 제 이마를 짚으며 다급하게 연락을 올리고는 달려 나갔다.

거기까지는,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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