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태자, 나는 당신이 싫어 (14)화 (14/61)

〈14〉

정성스레 빗어 내린 적색의 머리칼 위로 황금빛 장식들이 가득 올라왔다.

여러 명의 하녀들은 둥글게 모여 한 여인의 외출 준비를 돕는 중이었고, 그들의 중앙에 앉아 있는 그녀, 로웬 포르티안은 문득 떠오른 그날의 기억에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각자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를 바라요?’

쾅!

급기야 테이블을 내려치며 일어난 로웬 때문에 그녀의 치장을 돕던 이들은 놀라 뒤로 몇 걸음을 물러났다.

‘그게 감히 나를 무시했어.’

저보다 모자란 그녀가. 제 발밑조차 바라보지 못하던 그녀가 제게 그런 말을 하도록 둔 것이 미치도록 억울했다.

솔직히 그날 밤, 평소완 다른 눈빛을 보인 베리안의 당돌한 언행에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이었다.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던 그녀의 모습과는 너무도 상반된 모습이었으니까.

항상 조용하고,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했던 그녀가 아닌가.

그녀는 어떠한 조롱을 들어도 작은 소리 한번 내지르지 못했었다.

멍청하게 저를 욕하는 이들의 앞에서는 웃어 보이고, 뒤에서는 울음을 터트리는 이였기에.

단 한 번도 이런 상황이 뒤집힐 거라고는 생각한 적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곳은 사교계였다.

힘이 있는 자가 위로 올라서고 아닌 자는 떨어지는 곳.

베리안을 그나마 올려 주던 가문이 무너지고서 그녀는 단번에 사교계에서 배척을 당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웃어 보이는 것은 항상 자신이었고 그 모든 것은 현재도 변함없어야 했건만, 어느샌가 갑자기 변해 버린 그녀는 줄곧 피하기만 하던 사교계에 등장해 저를 하대하기까지 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

사교계에, 그리고 사회에 계급이라는 룰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마치 생태계처럼, 그 모든 것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대로 돌아가야지 비로소 완전해지는 것이었기에.

‘그것을 거스르는 생물이 있다면, 포식자들이 물어 가는 법이지.’

로웬은 자신의 손을 휙휙 저으며 치장을 돕는 하녀들을 물리고 다른 이를 불러들였다.

“티 파티 초대장 중에 가장 괜찮은 곳 하나 골라 놔. 오랜만에 한번 나가 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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