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태자, 나는 당신이 싫어 (4)화 (4/61)

〈4〉

메이샤에게 치장을 맡긴 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가 이끄는 대로 준비를 마친 나는, 마지막으로 방의 거울을 마주하자마자 메이샤의 그 자신만만하던 태도의 원천을 알 수 있었다.

“와아…….”

재빠르게 거울을 훑어보던 내 입가에서 저도 모르는 새에 작은 감탄이 터져 나왔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던 연갈색 머릿결은 제 눈동자 색과 같은 푸른빛 드레스에 더욱 아름답게 비쳤다. 거기에 진주로 만들어진 머리 장식으로 흰 피부를 부각시키고 가볍게 더한 화장기에 사랑스러운 혈색까지 도니,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내 인생 최고의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헬렌을 따라 하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띠는 그것이 그전까지 제가 입던 옷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너무나 저와 어울려서, 잠시간 멍하니, 조금은 어색하게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세상에…… 너무 예뻐요, 아가씨.”

그리고 내 정적을 깬 것은 다름 아닌 두 손으로 제 입을 가린 메이샤였다.

메이샤는 제 손으로 나를 꾸며 두고서도 저가 놀란 건지 연신 나를 거울 앞에서 빙그르르 돌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참 완벽하게도 꾸며 놓았기에 그녀에게 할 말은 온통 칭찬뿐이었다.

“네 덕이지. 어쩜 이런 재주가 있었어?”

그녀와 몇 년을 함께 했는데도 몰랐던 재주에 놀란 내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이런 데에 재능이 있는지는 몰랐는데.”

“별말씀을요.”

칭찬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사실은 내가 수수한 드레스를 고를 때마다 조금 서운했다며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에 풉, 결국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작 말을 하지. 그럼 몇 번은 입었을 텐데.”

“에이, 제가 어떻게 그래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 드레스 자락을 차락, 퍼트렸다.

“그래도 앞으로는 바쁘겠네. 이만큼 아름다운 옷들을 자주 준비해 주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네? 앞으로요?”

조금은 중얼거린 말에 메이샤는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으나 한편으로는 약간 볼을 붉혔다.

‘오늘 전까지는 아마 내가 사교계를 피해 다녔었지?’

친구도 없고, 갈 때마다 실수만 하니 가기 싫은 것이 당연했지만 말이다.

“응, 앞으로도.”

내 말뜻이 무엇인지는 알고 웃는 건지, 배시시 눈웃음을 띤 메이샤를 보고 있자 자연스럽게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옷매무시 정리가 끝나 갈 무렵.

“아가씨, 출발하실 시간입니다.”

방 밖에서 대기하던 호위가 기다렸다는 듯이 출발 시간을 알렸다.

“그래, 가자.”

밖으로 나선 나는 한 손으로는 드레스를, 다른 한 손으로는 호위의 손을 잡고서 오랜만에 마차에 올라탔고, 곧 마차는 덜컹거리는 움직임과 함께 궁으로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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