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40 100. 최후의 전투 =========================================================================
* * * *
시간이 흐르며 신들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바르타슈는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언제오는거냐.’
바르타슈에게 묻고 싶은게 많았던 명후는 바르타슈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명후님.”
바로 그때 옆에 딱 붙어 있던 버프줄게가 명후를 불렀다.
“궁금한게 있는데 하나 여쭈어 봐도 될까요?”
버프줄게가 명후를 부른 이유는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네, 대답해 드릴 수 있는 거면 대답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혹시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명후가 수락하자마자 버프줄게가 물었다.
“물리 마도사요.”
충분히 대답해 줄 수 있는 질문이었다.
“역시! 히든 직업이셨구나!”
버프줄게는 명후의 답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버프줄게님은요?”
이번에는 명후가 물었다. 물론 진짜 궁금해 물어 본 것은 아니었다. 버프줄게가 직업을 물어 봤기에 예의상 물어 본 것이었다.
“아가사의 사제요!”
“...네? 뭐라구요?”
그러나 질문의 답을 들은 순간 명후는 관심을 갖을 수밖에 없었다.
“아가사의 사제요!”
명후의 반문에 버프줄게가 재차 답했다.
‘아가사의 사제?’
당황스러웠다. 아가사의 사제라니?
‘그 아가사를 말하는건가?’
1대 주신이자 현재 명후가 찾고 있는 그 아가사를 말하는 것일까? 명후는 놀란 표정으로 버프줄게를 바라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명후의 놀란 표정을 본 버프줄게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아, 아닙니다.”
버프줄게의 물음에 명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버프라고 했지.’
분명 버프줄게가 온 이유는 버프 때문이었다.
‘엄청 기대 되는데...’
버프줄게의 직업을 알기 전에는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직업을 알게 된 지금은 너무나도 기대가 됐다.
바로 그때였다.
“다들 왔나?”
명후가 버프줄게의 버프를 기대하던 그때 앞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왔구나.’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르타슈였다.
“잠시만요.”
명후는 버프줄게에게 말하며 바르타슈에게 다가갔다.
“이야기 좀 하지?”
그리고 바르타슈에게 말했다.
“궁금한 게 많은 눈빛이군.”
“어, 계획을 듣지 못했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이제 계획을 이야기 해줄 생각이었다.”
바르타슈는 명후의 말에 답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레퓨렘을 빼고는 전부 왔군.”
주변을 둘러본 바르타슈는 의자에 앉았다.
“이렇게 소집을 한 이유는 다 알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주천계로 갈 거야. ......... 최종 목적은 에칼림을 처치 후 주신의 권능을 되찾는 것이고. 끝!”
계획 설명이 끝났다. 요약을 하면 단순했다. 주천계에 가 힘이 약해진 신들을 쓸어버리고 에칼림을 처치 후 주신의 권능을 되찾는 것이었다. 물론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 에칼림을 잡고 네가 주신의 권능을 되찾으면 끝나는거지?”
명후가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니다.”
바르타슈는 명후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최종 목적이 에칼림을 처치 한 뒤 주신의 권능을 되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니라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주신의 권능은 내가 가질 수 없다.”
“뭐?”
이어진 바르타슈의 말에 명후는 반문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난 이미 주신의 권능을 한 번 받았던 몸. 또 받는다면 지금의 힘도 잃어 버리게 된다.”
바르타슈는 2대 주신이었다. 그 말인 즉, 이미 한 번 주신의 권능을 받아들인 몸이었다. 주신의 권능을 한 번 더 받는다면 지금의 힘도 소멸 될 것이었다. 바르타슈는 지금의 힘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럼 누가 받아?”
명후가 물었다. 이곳에 모인 신들의 대장은 바르타슈였다. 그런데 바르타슈가 받지 않는다면 누가 받는단 말인가? 명후는 속으로 생각했다.
‘레퓨렘?’
바르타슈의 심복인 레퓨렘이 떠올랐다. 혹시나 레퓨렘이 주신의 권능을 받아 4대 주신이 되는 것일까?
‘그럼 좋긴 하겠네.’
레퓨렘과 친분이 있는 명후의 입장에서 레퓨렘이 주신이 되는 것은 상당히 괜찮았다.
“누가 받기는.”
명후의 물음에 바르타슈가 입을 열었다.
“...”
그것으로 끝이었다. 바르타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빤히 명후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명후는 그런 바르타슈의 눈빛에 의아했다.
‘왜 말을 안 해?’
바르타슈가 왜 말을 하다 멈춘 것인지 명후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명후는 바르타슈의 눈빛에 담긴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에이.”
명후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지?”
입을 다문 채 명후를 바라보던 바르타슈는 명후의 물음에 답했다.
“맞다.”
“...”
바르타슈의 답에 명후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나 인간인데?”
명후는 당황스러웠다. 명후는 인간이었다. 물론 반신의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인간은 인간이었다. 그런데 주신의 권능을 주겠다니?
“에칼림 역시 인간이었다.”
그러나 현 주신인 에칼림 역시 인간이었다.
“다른 신들이 그걸 허락할까? 주신이 되고 싶어 하는 신들이 있을텐데?”
명후는 바르타슈에게 말하며 주변 신들을 둘러보았다.
“...?”
그러나 신들의 표정을 확인 한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신들의 표정에도 불만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의아해 하는 명후의 귓가에 바르타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신이 되고 싶어 하는 신은 없다. 나도 솔직히 말해 주신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 신경 쓸 것도 많고 할 일도 많거든.”
신들의 표정에서 불만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 그것은 바로 주신의 자리를 탐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바르타슈의 말에 명후는 무어라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명후에게 바르타슈가 이어 말했다.
“어차피 네가 주신의 권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에칼림을 잡았을 때의 이야기다. 에칼림은 강해. 네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야.”
주신의 권능을 받을 수 있는 건 에칼림과의 전투에서 승리했을 경우였다. 그리고 승리 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주신의 권능에 대한 이야기는 에칼림을 이기고 나서 해도 늦지 않았다.
“언제 출발할건데?”
명후는 바르타슈에게 물었다.
“지금.”
바르타슈는 명후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 * *
“하암.”
재앙의 신 케잔은 하품을 했다.
‘언제 오려나?’
에칼림의 부탁을 받아 신들을 모았다. 그리고 2대 주신이었던 바르타슈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케잔은 바르타슈가 언제 올 지 궁금했다.
“케잔!”
바로 그때였다.
“도대체 왜 여기에 있어야 되는거야?”
사랑의 신 요라가 물었다. 케잔은 요라의 뒤쪽을 보았다. 에칼림의 부탁으로 모인 신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요라가 대표로 온 것 같았다.
“에칼림이 부탁했다니까?”
케잔은 요라의 물음에 지루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답을 해주었다.
“아니, 그건 알고 있고 왜 에칼림이 그런 부탁을 했는지 묻는거야.”
요라 역시 알고 있었다. 애초에 에칼림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있지도 않았다. 궁금한 것은 에칼림이 이곳에 모여 있으라 한 이유였다.
“지금 우리 신도들과 신전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알거 아니야.”
별 일이 없다면 아무런 불만도 갖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신전과 신도들이 줄고 있었다. 힘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말해줘도 되나?’
케잔은 요라의 말에 생각했다. 에칼림이 웬만하면 비밀로 하라고 했지만 지금 요라와 신들의 분위기를 보니 말을 해줘도 될 것 같았다.
‘말해줘도 되겠지.’
결국 케잔은 이유를 말해주기로 결정하고 입을 열었다.
“그건 바르...!”
하지만 케잔은 말을 하는 도중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요라 역시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다.
‘왔구나!’
케잔의 표정에는 더 이상 지루함이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때가 왔기 때문이었다. 케잔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다들 준비해! 너희들 신전이랑 신도들 줄이던 전대 주신 바르타슈가 왔으니까!”
* * * *
[주천계에 입장하셨습니다.]
메시지를 본 명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천계구나.’
천계는 마계와 전혀 다른 배경을 갖고 있었다. 칙칙했던 마계와 달리 천계는 너무나도 화사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저벅저벅
물론 주변을 둘러 본 것은 천계의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버프줄게를 찾기 위해서였다. 버프줄게를 발견 한 명후는 버프줄게에게 다가갔다.
“저 버프줄게님.”
“넵!”
“아까 이야기는...”
명후가 버프줄게를 찾은 이유, 그것은 방금 전 바르타슈와 나누었던 이야기 때문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버프줄게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 일은 무덤까지 가져가겠습니다. 저와 명후님의 비밀이니까요!”
“아, 네. 감사합니다.”
너무나도 기뻐하는 버프줄게의 모습을 보며 명후는 감사를 표했다.
“다들 준비해. 녀석들이 오고 있으니까.”
감사를 표한 명후는 바르타슈의 말에 바르타슈가 보고 있는 곳을 보았다. 저 멀리 작은 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 신이겠지?’
이곳에 있는 이들 역시 명후와 버프줄게를 제외하고 전부 신이었다. 아마도 다가오는 작은 점들도 전부 신 일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버프줄게!”
바르타슈가 버프줄게를 호출했다.
“네!”
버프줄게는 바르타슈의 호출에 빠르게 달려갔다. 버프줄게가 도착하자 바르타슈가 버프줄게에게 말했다.
“명후를 제외하고 나머지 신들에게 아가사님의 축복을 걸어줘.”
“...?”
바르타슈의 말에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제외라니?
‘왜 날 제외하는거지?’
이유를 묻기 위해 명후는 바르타슈에게 다가갔다.
“바르타슈. 왜 축복에서 날 제외한거야?”
아가사의 축복은 버프줄게의 버프가 분명했다. 그런데 어째서 그 버프를 받지 못하게 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명후의 물음에 답을 한 건 바르타슈가 아니었다. 옆에 있던 버프줄게였다.
“축복 지속시간이 한 시간이에요. 그리고 한 번 축복을 받으면 일주일 간 축복을 받지 못하거든요. 아마도 최종 보스인 에칼림과 싸우기 직전에 축복을 걸어드리게 될 것 같아요.”
말을 마친 버프줄게는 바르타슈를 보았다. 바르타슈는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축복을 받는다면 정작 중요한 에칼림과의 싸움에서 축복의 효과가 사라 질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바르타슈가 입을 열었다.
“굳이 축복을 받지 않아도 저녀석들이야 상대 가능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