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27 99. 연합 전쟁 =========================================================================
“도움?”
파타가 반문했다.
“예, 신성 제국에서 온 제안을 사실대로 힘 왕국에 알리는 겁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힘 왕국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제안을 그대로 힘 왕국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힘 왕국 역시 이런 제안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도움 요청을 거절 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해도 도움을 줄 것이다.
“거기다 이 제안은 저희만 온 게 아닐 겁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린 왕국과 그 옆에 있는 데미안 왕국에게도 제안이 갔을 것이다.
“특히 가린이나 데미안에서 이 사실을 먼저 힘 왕국에 알린다면...”
카디스는 말끝을 흐렸다. 알리온 왕국과 마찬가지로 가린 왕국과 데미안 왕국 역시 힘 왕국에 항복을 한 상황이었다. 만약 가린 왕국이나 데미안 왕국이 먼저 이 사실을 알린다면?
파타는 카디스의 말에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바로 준비를 해야겠군.”
* * * *
“웃기지?”
헤벨은 헤론에게 물었다.
“응, 웃기네.”
헤론은 헤벨의 물음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답했다.
“이 제안을 수락 할 거라 생각할까?”
헤벨이 재차 물었다.
“아마도 그럴 걸? 우리가 겉으로 입은 피해는 없잖아.”
헤론이 재차 답했다. 내려놓은 서류에는 신성 제국의 제안이 담겨 있었다. 자신들이 만든 연합에 들어오라는 제안이었다.
“이정도 지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할거야.”
그 제안에는 신성 제국을 선택 할 경우의 지원도 쓰여 있었다. 당연히 지원을 해주는 이유는 가린 왕국과 힘 왕국간의 관계를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정도로 수락하기에는 너무 무섭지.”
신성 제국에서는 충분한 지원이라 생각하겠지만 전혀 충분하지 않다. 이정도 지원을 받고 힘 왕국을 적으로 만든다? 그러기에는 힘 왕국의 힘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렇긴하지?”
헤벨 역시 헤론과 같은 생각이었다.
“응, 이 지원을 합쳐도 왕자 하나 못 이길걸?”
헤론은 힘 왕국의 왕자인 라피드의 힘을 똑똑히 보았다. 그 압도적인 힘은 서류에 적혀 있는 모든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결코 넘볼 수 없을 정도였다.
“뭐? 그정도야?”
서류에 적혀 있는 지원을 전부 받는다면 가린 왕국의 전력은 강해진다. 그런데 그 강해진 전력으로도 왕자 하나를 못 이긴다니?
라피드의 힘을 직접 본 것은 헤론 뿐이었다. 헤벨은 직접 보지 않았다. 라피드의 힘을 직접 본 것이 아닌 헤벨은 헤론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형.”
헤벨의 놀란 반응에 헤론이 헤벨을 불렀다.
“여기 쓰여 있는 지원과 우리 왕국의 힘을 합쳐 베알님을 상대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그리고 물었다. 신성 제국의 지원을 받아 강해진 가린 왕국의 전력으로 왕국의 수호자였던 베알을 상대한다면 어떻게 될까?
“음...”
헤벨은 헤론의 물음에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바로 누가 이길 것이다! 라고 말 할 수는 없었다. 쉽게 결판이 나지 않는 싸움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생각을 하던 중 헤벨은 깨달았다. 강해진 가린 왕국의 전력으로도 쉽게 결판이 나지 않는 베알을 순식간에 죽인 힘 왕국의 왕자 라피드의 힘을.
“어떻게 할거야?”
헤벨의 표정을 살피고 있던 헤론은 헤벨이 깨달은 듯 하자 물었다.
“거절하는 건 당연하고.”
처음부터 거절하려 했다. 거기다 지금은 라피드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전보다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다. 여기서 지원이 더 많아 진다고 해도 제안을 수락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걸 어떻게 써먹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
제안을 거절한다고 그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다. 제안을 거절한다는 것은 신성 제국과 적이 되겠다는 뜻이었다.
“힘 왕국에 전부 알리는게 어때?”
헤벨의 말에 헤론이 말했다.
“알리고 도움을 받자?”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힘 왕국은 거절하지 못 할 것이다. 현재 가린 왕국은 힘 왕국의 든든한 방패이기 때문이었다.
“응, 혹시나 왕자가 와줄 수 있으니까.”
라피드가 오면 걱정 할 필요가 없다. 신성 제국의 지원을 받고 다른 국가들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라피드만 있으면 방어 할 수 있다. 아니, 방어 뿐만 아니라 괴멸을 시켜버릴 수 있다고 헤론은 생각했다. 라피드가 온 순간 가린 왕국이라는 방패는 방어를 위한 방패가 아니라 공격을 위한 방패가 될 것이다.
“그래, 그런데...”
“...?”
“우리에게만 이런 제안을 한 건 아닐 것 같은데?”
신성 제국에서 가린 왕국에만 제안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헤벨은 생각했다. 가린 왕국 뿐만 아니라 알리온 왕국, 데미안 왕국에도 제안이 갔을 것이다. 물론 내용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겠지.”
“다른 왕국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알리온 왕국은 힘 왕국을 선택 할 것 같고, 데미안 왕국은 글쎄...”
알리온 왕국은 힘 왕국을 선택 할 것이다. 선택지가 힘 왕국밖에 없다. 그러나 데미안 왕국은 어떤 선택을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힘 왕국의 무서움을 아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그러면 알리온 왕국은 힘 왕국을 선택한다는 거잖아.”
“어, 그럴거야.”
“알리온 왕국 역시 이 사실을 알리려고 하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신성 제국과 적이 되면 분명 에딜라 왕국이랑 소디 소국에서 공격을 해올테니까.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분명 이 제안을 알릴거야.”
“그러면 우리는 그냥 알리는 것만 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왜?”
“더 깊은 관계를 맺어야 되니까.”
“아.”
대화를 나누던 중 헤론은 탄성을 내뱉었다. 생각해보니 그냥 알리는 것 뿐이라면 다른 왕국과 다를 것 없다. 그러나 무언가를 더 한다면?
지금의 좋다고 할 수 없는 관계를 단숨에 회복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왕국보다 더욱 깊은 관계를 형성 할 수 있다.
“그런데 뭘 하게?”
헤벨의 말뜻을 이해한 헤론이 물었다.
“아직 신성 제국에서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지 모르잖아.”
헤론의 물음에 헤벨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직 신성 제국에서는 가린 왕국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 지 못한다.
“그래서 아직 신전에 대사제도 있고.”
그렇기에 현재 신전에는 대사제 등이 평소처럼 지내고 있었다.
“...!”
헤벨의 말에 헤론은 헤벨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인질?”
헤론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응, 대사제라면 꽤 좋은 인질이 되지 않겠어?”
* * * *
“조만간 신전에서 뵙겠습니다.”
타르튜는 미소를 지은 채 사제에게 말했다.
“그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데미안 왕국의 수도에 자리 잡고 있는 히라고스 신전의 사제 아코로나 역시 미소로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인사와 함께 방에서 나갔다.
아코로나가 나가고 방에 홀로 남게 된 타르튜는 아코로나가 가져온 서류를 확인했다. 신성 제국의 제안이 담겨 있는 서류.
“...흐”
서류를 읽던 타르튜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이런 제안을 해 올 줄이야.”
신성 제국의 제안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연합이라.”
연합을 들어오라는 신성 제국의 제안.
“그냥 제안만 해줘도 들어갔을텐데.”
단순히 연합에 들어오라고 말만 했어도 연합에 들어 갔을 것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지원까지 해주다니.”
그런데 말만 하는게 아니라 어마어마한 지원까지 해줬다.
“이정도라면 힘 왕국과도 할 만 하지.”
물론 아무런 이유 없이 지원을 해준 것은 아니었다. 신성 제국이 지원을 한 것은 힘 왕국 때문이었다.
스윽
서류를 전부 읽은 타르튜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어 옆에 있던 수정구를 활성화시켜 허베스와 리노아 공작을 호출했다. 둘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혹시나 자신이 놓치고 있는 무언가 있을 수 있다.
똑똑
“폐하, 허베스 입니다!”
먼저 도착 한 것은 방에서 대기중이던 허베스였다. 안으로 들어 온 허베스는 타르튜에게 인사한 뒤 자리에 앉았다.
“이걸 읽어보게.”
허베스가 자리에 앉자 타르튜는 서류를 내밀었다.
“아코로나 사제가 가져온 것일세.”
타르튜의 말을 듣고 허베스는 서류를 집어 읽기 시작했다. 서류를 읽는 허베스의 표정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부정적으로 변하는 건 아니었다. 긍정적이었다. 입가에 점점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엄청나군요.”
이내 서류를 전부 읽은 허베스가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신성 제국의 제안은 정말 엄청나다는 말로 밖에 설명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떤가?”
타르튜는 허베스에게 물었다.
“아주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허베스는 타르튜의 물음에 답하며 서류를 힐끔 쳐다본 뒤 이어 말했다.
“이정도 지원이라면 힘 왕국과 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겁니다.”
똑똑
바로 그때였다.
“폐하, 리노아 입니다.”
리노아 공작이 도착했다.
“들어오게.”
앞서 허베스가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타르튜는 안으로 들어 온 리노아에게 신성 제국의 서류를 내밀었다.
“읽어 보겠나? 신성 제국에서 온 것일세.”
“...!”
허베스의 옆에 앉은 리노아는 타르튜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서류를 집었다. 그리고 천천히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리노아의 반응 역시 허베스와 다를 것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리노아의 미소가 점점 커졌다.
스윽
서류를 전부 읽고 리노아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엄청난 제안이군요.”
그리고 타르튜를 보며 말했다. 리노아의 반응까지 확인한 타르튜는 미소를 지었다. 놓친 부분은 없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알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타르튜가 아무런 말이 없자 리노아가 물었다. 답을 듣지 못한 것은 허베스 역시 마찬가지였고 허베스의 시선도 타르튜에게 집중됐다.
“당연히 수락해야겠지.”
둘의 시선에 타르튜가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혹시나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 해서 둘을 부른 것이었다.
“힘 왕국과의 전쟁이군요.”
“준비하겠습니다.”
타르튜의 말에 허베스와 리노아가 답했다.
* * * *
.
.
[결재하시겠습니까?]
[결재하셨습니다.]
“끝!”
마지막 서류의 결재를 끝낸 명후는 외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기지개를 핀 뒤 프라미너스를 보았다.
“따로 보고 할 건 없지?”
의례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예, 폐하.”
프라미너스는 결재가 끝난 서류를 들고 일어났다. 그리고 명후에게 인사를 한 뒤 집무실에서 나갔다.
‘이제 좀 쉴 수 있겠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서류 결재는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이때만큼은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일을 하는 느낌이었다. 명후는 의자에 편히 기대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똑똑
그러나 명후는 휴식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노크에 미간을 찌푸렸다.
“폐하, 로겐입니다.”
노크의 주인공은 로겐이었다. 서류 결재도 끝내 한동안 볼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로겐이 왜 또 온 것일까? 명후는 찌푸린 미간을 풀고 입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끼이익
명후의 말에 로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행이도 로겐의 손에는 단 한장의 서류도 들려 있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요?”
서류가 없다는 것에 안심한 명후는 로겐에게 물었다.
“알리온 왕국에서 사신이 왔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로겐의 말에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직접 뵙고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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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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