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22 99. 연합 전쟁 =========================================================================
끼이익
문을 열고 시드로가 들어왔다.
“충!”
집무실에 들어온 시드로는 무릎을 꿇어 예를 갖췄다.
“앉게.”
알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쪽에 비치되어 있는 쇼파에 앉으며 시드로에게 말했다. 시드로는 알칸의 말에 빠르게 움직여 반대편에 앉았다.
“얼마 전 정원에서 내가 했던 말 기억하나?”
시드로가 앉자 알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런 날을 대비해 시드로에게 말을 했었다. 믿을 수 있는 기사들을 추리라고.
“...!”
알칸의 말에 시드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시드로의 놀란 표정을 보며 알칸은 미소를 지은 채 이어 말했다.
“때가 됐네.”
드디어 그 기사들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그렇군요.”
시드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됐나?”
고개를 끄덕이는 시드로에게 알칸이 물었다. 알칸의 물음에 시드로는 끄덕임을 멈추고 진지함이 듬뿍 담겨 있는 표정으로 알칸을 바라보며 답했다.
“예, 폐하. 준비 해두었습니다.”
“다행이군.”
* * * *
헬리오카 제국 칼린 영지를 다스리고 있는 로토모 백작.
“흐음, 역시 와인은 키토로스 와인이 최고군.”
로토모 백작은 자신의 방에서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똑똑
바로 그때였다.
“...?”
와인을 즐기고 있던 로토모는 노크 소리에 문을 보았고 곧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백작님, 클루입니다.”
노크를 한 것은 저택의 총집사 클루였다.
‘무슨 일이 생긴건가?’
와인을 즐길 때에는 큰 일이 아닌 이상 방해 하지 않는 클루가 노크를 한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들어오게.”
생각을 마친 로토모가 말했다.
끼이익
그리고 문이 열리며 클루가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클루가 들어오자 로토모가 물었다. 즐거운 시간을 방해 할 정도의 큰 일이 무엇인지 로토모는 궁금했다.
“회의가 잡혔습니다.”
“회의?”
로토모는 클루의 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회의라니?
“왕궁으로 들어오라 하십니다.”
“...”
이어진 클루의 말에 로토모는 미간을 찌푸렸다. 클루가 말한 회의는 바로 왕궁 회의였다.
‘갑자기 무슨 회의지?’
오늘은 회의를 하는 날이 아니다. 회의 할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회의가 잡히다니?
‘무슨 일이 터진건가?’
혹시나 로토모도 모르는 사이 무슨 일이 터진 것일까?
‘큰일이군.’
어떤 이유에서 회의가 잡힌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상당히 난감했다.
‘밤에 대사제님을 만나기로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저녁 로토모는 약속이 잡혀 있었다. 보통 약속이 아니다. 엘가브 신전의 대사제 오낙스와의 만찬 약속이었다.
‘이런 회의는 보통 밤새 이어지는데...’
확실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갑자기 잡힌 회의들은 빨리 끝난 적이 없었다. 보통 밤을 새 이어졌다. 만약 이번 회의도 밤새 이어진다면 만찬 약속은 참여가 불가능하다.
‘회의를 안 갈 수도 없고.’
만찬 약속을 지키기 위해 회의를 참여하지 않는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만찬 약속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회의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도 말해줬나?”
물론 회의 내용이 중요할 때 중요하다는 것이다. 로토모는 클루에게 물었다. 만약 회의 주제가 별 것 아니라면 회의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도 있었다.
“죄송합니다. 그저 회의가 있다는 말만...”
하지만 아쉽게도 회의 주제는 알 수 없었다.
“끙.”
로토모는 앓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와인을 단숨에 들이 마신 뒤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바로 출발해야겠어.”
“준비해놓았습니다.”
역시나 총집사 다웠다. 이미 준비는 끝나 있었다. 몸만 가면 되는 것이다. 로토모는 흡족한 미소로 방에서 나와 걸음을 옮기며 클루에게 말했다.
“혹시나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대사제님께 이야기를 좀 전해주게. 급한 회의가 잡혔다고.”
“예, 백작님.”
“내 방에 보면 상자 하나가 있을 거야. 그것 꼭 가져다 드리고.”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며 저택 밖으로 나온 로토모는 마차에 올랐다. 로토모가 마차에 오르자 마차가 출발했다.
‘무슨 일일까.’
마차의 아늑함을 느끼며 로토모는 생각했다.
‘전쟁이 끝나서?’
발렌과 신성 제국의 전쟁이 끝났다. 혹시나 그 전쟁 이후의 상황과 대처를 의논하기 위해서 하는 회의일까?
‘정식 회의 때 해도 늦지 않는데.’
그러나 이렇게 급히 회의를 잡을 필요가 없는 주제였다. 직접 전쟁에 참여 했던 것도 아니고 천천히 의견을 나눠도 되는 주제였다.
‘대사제님이 말씀 해주신다는 것과 관련이 있나?’
오늘 만찬에서 오낙스가 긴히 할 말이 있다고 했다. 혹시나 오늘 회의는 그 할 말과 관계 있는 게 아닐까?
“도착했습니다.”
생각에 잠겨 있던 로토모는 왕궁에 도착했다는 말에 생각을 접고 마차에서 내렸다.
“헛!”
그리고 마차에 내림과 동시에 로토모는 움찔했다. 로토모가 움찔한 이유, 그것은 바로 반대편 마차에서 내리고 있는 한 사내 때문이었다.
“래리 후작님!”
사내의 정체는 래리 후작, 로토모가 모시고 있는 귀족이었다. 로토모는 재빨리 래리 후작에게 다가갔다.
“허허, 로토모 백작. 빨리 왔구만.”
외침을 듣고 로토모의 존재를 파악한 래리는 껄껄 웃으며 다가온 로토모를 반겼다. 그리고 래리는 로토모와 함께 회의 장소로 걸음을 옮기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영애께서 아프셨다고 들었는데...”
“자네가 얼마 전에 보내준 선물 덕분에 무사히 나았네. 고마우이.”
“하하, 아닙니다!”
처음 나눈 대화는 근황 등의 잡다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주변을 살피던 로토모가 화제를 돌렸다.
“후작님.”
“응?”
“한가지 여쭙고 싶은게 있습니다.”
“말해보게.”
꽤나 진지한 로토모의 표정에 래리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오늘 회의가 왜 열린 것인지 알고 계십니까?”
로토모의 물음에 래리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확실한 건 아니네만.”
그리고 이어지는 래리의 말에 로토모는 생각했다.
‘역시.’
권력의 중심에 있는 래리는 로토모와 달리 알고 있는 것이 있었다.
“향후 일어날 발렌과 신성 제국의 전쟁에 대한 것으로 알고 있네.”
래리의 말이 끝난 순간 로토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 전쟁이요?”
“조용히 하게.”
놀라서 커진 로토모의 목소리에 래리는 주변을 힐끔 확인하며 로토모에게 주의를 주었다.
“아, 죄송합니다.”
로토모는 목소리 크기를 줄이며 이어 말했다.
“그런데 전쟁은 끝난 것 아니었습니까?”
전쟁은 끝났다. 그것도 신성 제국의 패배로 끝났다. 다시 전쟁이 일어날 수 있지만 당분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끝나긴 했지 근데 그 전쟁으로 끝날 리 없지 않은가? 둘 중 한 곳이 망하지 않는 이상 전쟁은 끝나지 않을걸세. 거기다 이번 전쟁으로 양 국가가 입은 피해는 그리 많지 않아.”
후작과 백작의 차이일까? 아니면 능력의 차이일까? 래리는 로토모보다 상황을 더욱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에 말했듯 확실한 건 아니네. 회의가 시작 되어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
모든 것은 추측이었다. 확실한 게 아니었다. 회의가 시작 되어야 확실히 주제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후작님.”
“응?”
“한 가지 더 여쭙고 싶은게 생겼습니다.”
“무엇인가?”
“오늘 대사제와 잡혀 있던 만찬 약속 있지 않습니까?”
로토모와 오낙스 둘만의 만찬이 아니었다. 많은 귀족들이 만찬에 초대 되었고 래리 역시 초대 된 귀족 중 하나였다.
“아아, 무엇이 궁금한 것인지 알겠군.”
래리는 미소를 지었다.
“오낙스 대사제가 긴히 해준다는 말이 무엇인지 궁금한거 아닌가?”
“마, 맞습니다.”
“그건 확실히 알고 있지.”
회의에 대한 건 확실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오낙스와의 만찬 약속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입니까?”
로토모가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이곳에서 말해주기에는 조금 그런 이야기군.”
회의 장소에 가까워져 그런지 아니면 왕궁의 중심에 가까워져 그런지 주변에는 여러 사람들이 보이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말해주겠네.”
“알겠습니다.”
래리의 말에 로토모는 호기심을 접었다. 그리고 래리와 로토모는 다시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잡담을 나누던 둘은 얼마 뒤 회의 장소에 도착했다.
래리와 로토모는 경계를 서고 있던 기사에게 인사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안에는 여러 귀족들이 와 있었다.
몇몇 귀족들은 일어나 래리와 로토모에게 인사했고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래리와 로토모는 자신들이 인사를 받는게 아니라 인사를 해야 되는 귀족들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인사 후 자리에 앉은 래리와 로토모는 주변 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늘 회의가 어떤 회의인지 등 잡다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귀족들이 속속 도착했다. 그리고 모든 귀족들이 도착하고 얼마 뒤.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회의를 연 알칸이 도착했다.
‘...?’
문을 통해 들어오는 알칸을 보며 로토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드로 단장?’
알칸만 들어 온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제국 총 기사단장인 시드로가 알칸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시드로 뿐만이 아니었다. 시드로의 뒤를 이어 몇몇 기사들이 따라 회의실 내부로 들어왔다.
‘왜?’
기사들은 보통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회의실에 들어 온 것일까?
‘진짜 전쟁인가?’
기사들이 회의에 참여하는 경우는 전쟁과 관련된 회의뿐이다. 오늘 회의는 래리가 말했듯 전쟁 때문인 것 같았다.
“다들 모였군.”
가장 상석에 앉은 알칸이 입을 열었다. 로토모는 생각을 접고 알칸을 바라보았다.
“오늘 엘가브 신전의 대사제 오낙스가 날 찾아왔네.”
그리고 이어진 알칸의 말에 로토모는 침을 꼴깍 삼킬 수밖에 없었다.
“우리 제국을 멸망시키겠다고 협박을 하더군.”
“...!”
“...!”
“...!”
알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귀족들은 전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알칸의 말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모든 것이 다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곧 발렌과 신성 제국간의 전쟁이 일어날 걸세. 하지만 난 협박을 한 신성 제국에 힘을 실어 줄 생각이 없어.”
심각한 이야기를 너무나도 자연스레 이어가는 알칸.
‘뭔가...’
알칸의 말을 들으며 로토모는 불길함을 느꼈다. 로토모는 불길함을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래리의 표정을 살폈다.
래리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기우이길 바랐는데 아무래도 불길함은 기우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시드로.”
“예, 폐하.”
“시작하게.”
그리고 로토모의 불길함은 곧 현실이 되었다. 시드로와 함께 회의실로 들어온 기사들이 움직였고 로토모는 자신의 목에서 차가운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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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느껴지는 저녁 드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