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12 99. 연합 전쟁 =========================================================================
퍽! 퍽! 퍽!
계속해서 이어지는 지팡이 타작.
[엘가브가 여왕의 유혹을 사용했습니다.]
[스킬 ‘성스러운 불’이 발동 됩니다.]
[완전히 저항하였습니다.]
.
.
[엘가브가 여왕의 유혹을 사용했습니다.]
[스킬 ‘성스러운 불’이 발동 됩니다.]
[완전히 저항하였습니다.]
엘가브 역시 그냥 맞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전 신들과 달리 엘가브는 계속해서 여왕의 유혹을 시전해 상황을 반전시키려 했다. 그러나 번번이 성스러운 불에 저지당했다.
‘역시 보통 신이 아니라는 건가?’
지팡이로 엘가브를 타작하던 명후는 생각했다. 엘가브는 앞서 소멸 시킨 신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지팡이 타작이 시작되면 일반 몬스터와 다를 바 없던 이전 신들과 달리 엘가브는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긴 해도 계속해서 저항했다.
퍽!
물론 그뿐이었다. 다른 신들과 달리 저항을 하지만 다른 신들과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신들의 상황에서 저항이라는 행위 하나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퍽!
“이럴수는...”
바로 그때였다. 끝이 다가온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상황의 시작인 것일까? 엘가브의 반응이 변했다.
퍽!
“아직 난..”
가장 먼저 엘가브의 두 눈동자에 나타났던 기묘한 문양이 사라졌다.
퍽!
“에칼림에게..”
그리고 이어 검은 날개가 사라졌다.
퍽!
그렇게 날개가 사라지고 지팡이가 한 번 더 작렬 한 순간.
[사냥과 농사의 신 엘가브가 소멸합니다.]
[명성 1억이 상승합니다.]
[현재 누적 명성 등급 : D]
[신들이 엘가브의 소멸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신 에칼림이 당신에게 관심을 갖습니다.]
[공헌도가 1억 상승하였습니다.]
[레벨 업!]
.
.
메시지가 나타났다.
‘드디어 끝났네.’
메시지를 본 명후는 지팡이 타작을 멈췄다. 그리고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엘가브를 바라보았다. 역시나 엘가브의 소멸은 앞서 소멸당한 신들과는 달랐다.
스아악
엘가브의 시체가 허공에 떠올랐다. 그리고 하얀 구슬과 검은 구슬이 하나씩 나타나 엘가브의 시체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흡수?’
백구슬과 흑구슬이 회전할수록 엘가브의 시체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엘가브의 시체를 흡수하는 것 같았다. 이내 엘가브의 시체가 완전히 사라진 순간 백구슬과 흑구슬이 땅에 떨어졌다.
시체가 사라지고 두 구슬이 땅에 떨어진 순간 명후는 주변을 확인했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드랍 아이템이 안보이지?’
분명 시체는 사라졌다. 그러니 드랍 아이템이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드랍 아이템이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백구슬과 흑구슬 뿐이었다.
‘설마..’
백구슬과 흑구슬을 보던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두개가 드랍 아이템인가?’
혹시나 백구슬과 흑구슬이 드랍 아이템 인 것일까?
“수집.”
명후는 수집을 시전했다.
스악 스악
그리고 수집을 시전한 순간 땅에 떨어져 있던 두 구슬이 사라졌다. 명후는 두 구슬이 드랍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명후는 메시지를 통해 두 구슬의 아이템명을 확인했다.
[사냥과 농사의 신 엘가브의 정수를 습득하셨습니다.]
[혼란과 유혹의 대악마 서큐버스 퀸 엘가브의 정수를 습득하셨습니다.]
‘오?’
백구슬과 흑구슬의 정체는 바로 엘가브의 정수였다. 습득 메시지를 통해 아이템명을 확인 한 명후는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탄성을 내뱉은 명후는 이어 엘가브를 소멸시키자 나타났던 메시지들을 재차 확인했다.
‘에칼림의 관심이라...’
엘가브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나도 많은 신을 잡았기 때문일까? 주신이자 최종 목표라 할 수 있는 에칼림이 드디어 관심을 보였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 외 메시지는 다른 신들과 다를 것 없었다.
‘공헌도는 그대로 1억이 올랐네?’
다만 공헌도가 1억 상승했다는 것이 신경 쓰였다.
‘역시 파티만으로는 공헌도를 못 받는건가.’
현재 명후는 급살과 파티를 한 상태였다. 급살에게 공헌도를 좀 나눠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파티를 했던 것인데 1억이 그대로 오른 것을 보아 아무래도 파티를 한 것만으로는 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메시지를 전부 확인 한 명후는 메시지에서 관심을 거뒀다. 그리고 뒤를 돌아 급살과 캬알에게 다가갔다.
* * * *
명상에 잠겨 있던 에칼림은 눈을 떴다.
“...”
눈을 뜬 에칼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엘가브가...’
에칼림이 명상을 멈춘 것은 명상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었다. 엘가브, 엘가브의 소멸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형!”
에칼릭이 나타났다. 엘가브의 소멸을 에칼릭 역시 느꼈다. 평소 엘가브와 사이가 좋지 않던 아니, 평소가 아니라 항상 사이가 좋지 않던 에칼릭이었다. 하지만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해서 엘가브의 소멸을 좋아 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에칼림은 에칼릭의 부름에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내가 너무 기다렸나봐.”
바르타슈를 잡을 수 있는 건 에칼림 뿐이었다. 히라고스, 엘가브, 에칼릭 등 다른 신들은 바르타슈를 이길 수 없다. 그렇기에 이번 전쟁에서 다른 신들이 소멸 당할 것이라 에칼림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엘가브는 아니었다. 엘가브가 소멸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전쟁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 것도 소멸 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결국 엘가브가 소멸 당했다.
“끝내야겠어.”
항상 웃던 에칼림, 에칼림이 인상을 썼다.
“녀석들이 승리했다고 생각했을 때.”
물론 당장 끝낼 생각은 아니었다. 당장 끝내는 것으로 엘가브의 죽음을 기리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완전히.”
승리했다고 기뻐하고 있을 때. 에칼림은 그 때 그 승리의 기쁨을 철저히 박살내 엘가브의 죽음을 기릴 생각이었다.
“에칼릭.”
에칼림은 에칼릭을 불렀다.
“응.”
“히라고스와 케잔을 불러줘.”
“케잔을?”
“어.”
* * * *
소환 구슬을 통해 엘가브를 소환 한 급살은 엘가브가 나타나자 생각했다.
‘본체일까?’
구슬을 통해 소환 된 엘가브는 과연 본체일까?
‘본체가 아니면..’
만약 본체가 아니라면?
‘직업만 사라지고 끝나겠지.’
상처뿐인 상황이 되어버린다.
‘제발 본체였으면.’
어차피 직업은 엘가브가 본체이든 본체가 아니든 사라진다. 그렇다면 차라리 본체 인 것이 나았다.
‘와...’
엘가브가 본체인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하던 급살은 전투가 시작되자 속으로 탄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식으로..’
급살이 탄성을 내뱉은 이유, 그것은 바로 전투 방식 때문이었다. 캬알이 엘가브의 움직임을 봉쇄한다. 그리고 움직임이 봉쇄된 엘가브를 명후가 공격한다. 참으로 단순한 방식이었다.
‘분명 신을 잡는 건데.’
엘가브는 신이었다. 신을 이렇게 단순한 방식으로 사냥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앞서 다른 신들도 이렇게 잡으신건가?’
명후는 신을 잡는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엘가브 이전에 이미 수많은 신들을 소멸 시켜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직접 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지금과 같은 단순한 방식으로 신들을 소멸 시킨 것이 분명했다.
‘명후님이라 이렇게 할 수 있는거겠지.’
평범한 유저라면 이런 방식으로 신을 소멸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얼음의 신인 캬알이 도와준다고 해도 불가능했다. 캬알이 하는 것은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 뿐이다. 즉, 공격은 유저가 해야 되는데 평범한 유저가 신을 잡을 정도의 공격력이 나올 리 없다. 아니, 랭커라고 해도 신을 소멸 시킬 정도의 공격력은 나오기 힘들다.
그러니 이런식으로 사냥이 가능한 것은 명후 뿐이다. 아니, 명후이기에 이런식으로 사냥이 가능하다고 해야 정확했다.
‘부럽다.’
명후의 강함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강해질 수 있을까?’
급살은 생각했다. 명후처럼 강해질 수 있을까? 명후의 강함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과연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강함을 따라 잡을 수 있을까?
‘힘들겠지.’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무척이나 힘들 것이고 그 가능성 역시 높지 않다.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거기다 이번에 직업이 삭제되면.’
엘가브의 사도, 무척이나 강한 직업이었다. 하지만 이제 엘가브의 사도는 급살을 떠날 직업이었다.
‘더 약해질테니까.’
직업이 사라지면 무척이나 약해질 것이다.
‘괜찮아.’
물론 후회는 없었다.
‘직업이야 다시 얻으면 돼.’
작위, 영지 등 명후에게 이미 많은 것을 받았다. 그리고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게 직업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사냥과 농사의 신 엘가브가 소멸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본체였구나.’
메시지를 본 급살은 이번에 소환 된 엘가브가 분신이 아닌 본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네.’
분신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급살은 이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는 하나만 나타난게 아니었다.
[엘가브가 소멸 하였습니다.]
[직업 ‘엘가브의 사도’가 삭제됩니다.]
[스킬 : 매혹의 눈이 삭제되었습니다.]
[스킬 : 신성의 눈이 삭제되었습니다.]
.
.
‘에휴.’
예상대로 엘가브가 소멸하자 직업이 삭제됐다. 급살은 한숨을 내뱉으며 메시지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응?’
그러나 곧 급살은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명성 5천만이 상승합니다.]
[등급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퀘스트 창을 확인해 주십시오.]
[공헌도가 5천만 상승하였습니다.]
[레벨 업!]
.
.
급살이 당황한 이유, 그것은 스킬 삭제 이후 나타난 메시지들 때문이었다. 전부 스킬 삭제 메시지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미친, 5천만?’
명성이 5천만이나 올랐고 공헌도 역시 5천만이나 올랐다. 오랜 시간 플레이 해온 급살이었지만 5천만은 상상도 못했던 수치였다.
‘파티라 그런건가?’
현재 급살은 명후와 파티였다. 파티원인 명후가 잡았기에 이렇게 오른 것이 분명했다.
‘기여를 안했는데 이정도라고?’
문제는 기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급살이 한 것은 소환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명성과 공헌도를 얻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평생 따른다.’
급살은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이런 거대한 선물을 준 명후를 평생 따르기로.
‘근데 등급 퀘스트는 또 뭐지?’
다짐을 한 급살은 명성과 공헌도 메시지 사이에 있는 메시지를 보았다. 등급 퀘스트라는 것이 생성되었다. 이건 또 무엇일까?
“급살님?”
메시지를 보며 정신이 나가있던 급살은 명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명후를 보았다.
“네! 폐하!”
“직업 삭제 되셨죠?”
“아, 네.”
명후의 물음에 급살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처음에는 씁쓸했지만 명성과 공헌도 때문에 씁쓸함이 싹 날아간 급살의 미소는 상당히 밝았다.
“그렇군요.”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급살의 미소는 더욱 더 밝아질 수밖에 없었다.
“캬알.”
“넵”
“사도 하나 만들어 볼 생각 있어?”
============================ 작품 후기 ============================
12월의 반이 지났네요.
으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