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09 98. 신들의 무덤 =========================================================================
테루스의 비명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고 비명이 끝난 순간 인간의 지팡이 타작도 끝이 났다.
‘말도 안 돼.’
문제는 비명과 타작이 끝난 순간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테루스가 소멸했다고?’
테루스가 소멸했다. 비명과 타작이 끝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인간한테?’
분명 인간이었다. 인간에게 테루스가 소멸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바로 그때였다.
‘그 인간?’
캬알의 머릿속에 한 인간이 떠올랐다.
‘레퓨렘이 말한 그 인간인건가?’
얼마전 캬알은 레퓨렘을 만났다. 그리고 레퓨렘에게 한 가지 부탁을 받았다. 어떤 인간이 갈 것인데 결코 시비를 걸지 말라고 건들지 말라는 부탁이었다.
‘그래, 확실해!’
지금 나타나 테루스를 소멸 시킨 인간. 레퓨렘이 말한 인간은 이 인간이 분명했다.
‘이 망할 자식! 확실하게 말을 해줬어야지!’
캬알은 돌아가 레퓨렘을 만나면 한대 쥐어박아줄 생각이었다. 이런 인간이라면 더욱 더 확실히 경고 했어야 했다.
“캬알?”
바로 그때였다.
“...!”
캬알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앞을 보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테루스를 소멸 시킨 인간이었다. 인간과 눈이 마주친 캬알은 침을 꼴깍 삼키며 답했다.
“...네!”
* * * *
“예? 진짜요?”
가상현실 게임 ‘전설’의 인기에 힘입어 최고의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전설 통통 정보’의 MC 민준은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신이 소멸 했어요? 진짜?”
“우와! 대박! 신한테 소멸 한게 아니라 유저가?”
놀란 것은 민준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MC인 성운과 세라 역시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저마다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
민준, 성운, 세라. 셋 중 가장 놀란 이를 뽑자면 성운이었다.
‘설마.’
랭킹 7위까지 올라갔다가 현재 랭킹 15위로 떨어진 성운. 하지만 랭킹 15위도 낮은 랭킹이 아니었다. 7위와 비교하자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15위 역시 정점, 정점이라 불리는 자리였다.
‘콰트로 녀석들인가?’
랭킹 1위와 3위 두 유저가 이끄는 콰트로 길드. 수많은 랭커들이 포함되어 있는 길드로 가장 거대한 길드는 아니었지만 레이드 전력은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길드였다.
‘아니면 사령 그녀석?’
두번째로 생각난 이는 랭킹 2위이자 네크로맨서라는 사실 외에 정확한 정보가 없는 유저 ‘사령’이었다.
‘아니야, 신을 혼자서 죽였을 리가.’
그러나 곧 든 생각에 사령 역시 아니라 생각했다. 사령은 길드에 들지 않았다. 철저히 혼자서 움직이는 존재였다. 혼자서 신을 잡는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대체 누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곳에서 신을 소멸 시킨 것일까?
“누가요? 어떤 곳에서 죽인거에요?”
세라가 메인 PD 김갑성에게 물었다. 누가 신을 소멸 시킨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던 성운은 세라의 물음에 김갑성을 응시했다.
신이 소멸됐다는 사실을 알려준 갑성이다. 누가, 어떻게 소멸 시켰는지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게..”
김갑성이 입을 열었고 민준, 성운, 세라의 시선이 집중됐다.
“어떤 곳이 아니라. 유저 하나야.”
“예?”
“네?”
“...?”
이어진 김갑성의 말에 세 사람은 크게 놀랐다.
“잠시만요. PD님 유저 혼자서 신을 소멸시켰다는 그 말씀이세요?”
민준이 물었다.
“응.”
김갑성은 민준의 물음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 농담 심하시다! 유저 혼자서 어떻게 신을 소멸시켜요!”
세라는 김갑성이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유저가 혼자서 신을 소멸시켰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니, 진짜야!”
김갑성은 세라의 말에 답하며 성운을 보았다. 민준과 세라가 한 마디씩 했으니 성운 역시 한 마디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런 김갑성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PD님!”
성운이 말했다.
“진짜 인 것 같은데 누구에요?”
앞서 민준과 세라의 물음에 진짜라 답을 한 김갑성이었다. 성운은 김갑성이 농담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 신은 유저에게 소멸당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소멸 당한 것일까? 성운은 그것이 궁금했다.
“확실한 건 아닌데 너희들도 아주 잘 알고 있는 분!”
“...?”
“...?”
“...?”
김갑성의 말에 민준, 성운, 세라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그럼 진짜 사령 그녀석이?’
‘히잉, 누구지?’
아는 사람, 그것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잘 알고 있는 사람 중에는 신을 잡을 만한 사람이 없는데..’
‘아니야, 사령 그녀석은 아니야. 거기다 내가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데, 히잉.’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알고 있는 유저 중에서 신을 소멸 시킬 만한 인재는 없었다.
‘잠깐.’
바로 그때였다. 성운은 민준과 세라와 달리 김갑성의 말을 다시 곱씹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잖아.’
김갑성은 ‘너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너’가 아니다. 즉, 개인이 아니었고 세 사람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세 사람이 동시에 잘 알고 있는 유저.
‘방송에 나왔던?’
그렇다면 방송에 나왔던 유저가 분명했다.
‘누구지?’
성운은 빠르게 방송에 나왔던 유저들을 탐색했다.
‘너무 많아.’
하지만 방송이 1,2회 한 것도 아니고 방송에 나온 유저가 너무나도 많았다.
“PD님~ 누구에요! 알려주세요!”
그렇게 성운이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세라가 애교를 부리며 물었다. 성운 역시 세라의 물음을 듣고 생각을 멈췄다. 생각해보니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김갑성은 이미 그 유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김갑성에게 들으면 그만이었다.
“왕!”
김갑성은 세라의 애교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왕이요?”
“왕?”
민준과 세라가 반문했다.
“...!”
그리고 성운은 둘과 달리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김갑성의 ‘왕’이라는 답을 듣고 머릿속에 떠오른 유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명후!’
유저 최초로 국가를 세운 유저 명후. 모를 수가 없었다.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거기다가 아는 사람만 아는 정보가 있었다. 그 정보를 성운 역시 알고 있었다.
‘독보적인 존재. 그래! 그 유저라면!’
신을 소멸 시켰다는 것. 다른 유저라면 의아함이 들지만 명후라고 생각하니 전혀 의아함이 들지 않았다.
“성운이는 눈치 챘구나?”
세 사람의 표정을 살피던 김갑성은 성운의 표정을 보고 말했다.
“네, 명후 그 유저 맞죠?”
성운 역시 김갑성처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그 유저!”
“왕이 진짜 그 왕이었구나!”
민준과 세라는 그제서야 알았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그리고 그 외침을 듣고 나서 김갑성이 이어 말했다.
“그래,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명후 그 유저가 소멸 시킨 것으로 거의 판결났어. 지금 전부 난리났다. 장난 아니야. 흐하하.”
“와, 대박이다. 그런데 어떤 신이 소멸 당한거에요?”
신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신이 아니었다. 신들은 각기 담당하는 것이 있었고 힘의 차이도 있었다. 과연 어떤 신을 죽인 것인지 민준은 너무나도 궁금했다.
“산과 풍요의 신 코르나디스!”
김갑성은 민준의 물음에 답했다.
“헐! 그 신 엄청 딴딴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답을 들은 민준은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산과 풍요의 신 코르나디스는 방어력이 높기로 유명한 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놀라운거지!”
“어떻게 방법이 있었나요? 직접 전투로 끝낸 건 아닐테고.”
성운이 물었다. 궁금했다. 코르나디스는 방어력이 어마어마하다. 같은 신들이라도 데미지를 주는 것이 힘들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코르나디스가 소멸 당했다. 분명 직접 전투는 아닐 것이다. 특별한 공략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 그건 아직 몰라. 소멸 됐다는 것만 퍼졌고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거든.”
그러나 김갑성은 성운의 물음에 답해줄 수 없었다. 김갑성 역시 알고 있지 못했다. 아는 것은 코르나디스가 소멸 당했다는 것 뿐이었다.
“이제부터 알아 볼 생각이야. 지금 힘 왕국으로 다수 파견했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 인터뷰를 해볼 생각으로 현재 힘 왕국에 작가들을 보낸 상태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제보도 받고 있으니 곧 들어오겠지!”
인터넷 제보도 받고 있었다. 사례도 있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빠른 시일 내로 정보가 들어 올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PD님!”
막내 PD 강유홍이 외침과 함께 달려왔다.
“응? 왜?”
강유홍이 달려오자 김갑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큰일입니다!”
김갑수, 민준, 성운, 세라 네 사람이 있는 곳에 도착 한 강유홍은 다급한 표정으로 외쳤다.
“무슨 일인데?”
민준, 성운, 세라 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김갑수는 강유홍의 외침과 다급한 표정에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명후 그 유저가!”
입을 다문 세 사람 민준, 성운, 세라는 ‘명후’라는 단어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김갑수는 한층 더 심각한 표정으로 강유홍의 말에 집중했다.
“신을 하나 더 잡았습니다!”
“...!”
“...!”
“...!”
이어진 강유홍의 말에 관심을 갖고 있던 민준과 성운, 세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물론 김갑수 역시 놀랐다. 다만 세 사람과 달리 반문까지 내뱉었다. 김갑수의 반문에 강유홍이 이어 말했다.
“코르나디스를 잡은 직후 폭풍의 신 카릿이 나타났답니다.”
“카릿? 카릿이 왜? 근데 죽었다는 신이 설마 카릿이야?”
강유홍의 말에 김갑수는 쉴 새 없이 물음표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김갑수의 물음표를 강유홍은 차근차근 답해주었다.
“카릿이 나타난 이유는 코르나디스와 연인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연인인 코르나디스가 죽어 나타난 것 같습니다. 나타남과 동시에 폭주했으니 확실합니다. 그리고 죽은 신이 카릿입니다.”
“...”
김갑수는 강유홍의 답을 듣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건 묵묵히 대화를 듣고 있던 세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을 뿐 네 사람은 전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코르나디스를 잡은 것도 놀라운 데 카릿 까지 잡았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카릿이 누구이던가? 폭풍의 신이었다.
‘폭주했으면 그 폭풍들이 나타날텐데.’
성운은 예전 카릿을 보았을 때를 떠올렸다. 전쟁에 참여 하지는 않았지만 신을 구경하기 위해 전장에 갔었고 성운은 카릿을 볼 수 있었다. 그때 역시 카릿은 폭주를 했었고 수많은 폭풍들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런 폭풍을 뚫고 카릿을 잡았다는 것이 너무나도 놀라웠다.
‘어떤 공략법을 가지고 있는거지?’
도대체 어떻게 공략을 한 것일까? 높은 방어력의 코르나디스 그리고 수많은 폭풍을 만들어내는 카릿. 두 신은 전혀 다른 타입이었다. 그 다른 타입의 신들을 어떻게 공략 한 것인지 성운은 너무나 궁금했다.
============================ 작품 후기 ============================
이번 달에 완결 내려면 하루에 2편씩은 올려야되는데
쉽지가 않네요!
힘내야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