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08 98. 신들의 무덤 =========================================================================
‘잡으러가야지.’
명후는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목책성 입구로 움직였다.
‘테루스랑 캬알이라.’
목책성 입구로 걸음을 옮기며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가는 길에 명후는 테루스와 캬알이 어떤 신인지 확인 해볼 생각이었다.
‘누가 있으려나.’
물론 두 신 전부 확인은 불가능하다. 싸우고 있다는 것은 한쪽은 신성제국, 한쪽은 발렌이라는 뜻인데 레퓨렘에게 받은 책에는 신성제국의 신들만 나와 있었다. 즉, 테루스와 캬알 둘 중 하나의 정보만 알 수 있다.
‘테루스!’
목차를 확인하던 명후는 곧 테루스라는 이름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캬알이 우리팀이었구나.’
테루스가 적이고 캬알이 아군이었다. 명후는 빠르게 페이지를 넘겨 테루스의 정보를 확인했다.
‘불의 신이라.’
불, 테루스는 불의 신이었다. 명후는 이어 테루스의 대한 정보를 하나하나 곱씹으며 기억하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그리고 곧 명후는 목책성 입구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목책성 입구에는 이미 수많은 유저들이 모여 웅성이고 있었다.
“와....”
“이야...”
“신들의 전투는 언제봐도..”
“멋져..”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는 날이 올까?”
유저들은 전부 감탄을 내뱉거나 혹은 감격한 표정으로 전장 중앙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장 중앙에는 두 신 테루스와 캬알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슬슬 전투가 끝날 때 됐지?”
“응, 불이 더 큰 걸 봐서 아무래도 이번 승리자는...”
“테루스인듯?”
“캬알도 참 아쉽다. 얼음의 신이 아니라 물의 신이었다면.”
“에이, 얼음이니까 오히려 저정도 버틴 거 아닐까?”
“아니지, 얼음이라 저렇게 밀리는거지.”
“근데 물의 신은 신성 제국 소속이잖아?”
명후는 대화를 들으며 유저들을 지나쳐 목책성에서 나왔다.
“응? 저 유저 뭐야?”
“가까이서 보려고 하나?”
“에이, 조금만 다가가도 데미지 장난 아닌데?”
“맞아, 캬알의 얼음지대는 적아를 가리지 않으니까.”
“모르고 죽으러 가는듯?”
목책성에서 나온 명후는 유저들의 대화를 들으며 테루스와 캬알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전장의 중앙으로 향했다.
‘얼음의 신이라.’
책에 없었기에 캬알의 정보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방금 전 유저들의 대화로 명후는 캬알에 대한 정보를 하나 알 수 있었다. 바로 얼음의 신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증기가 저렇게 난 거구나.’
어쩐지 전장 중앙에 거대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의 신인 테루스와 무언가 관련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다.
바로 그때였다.
[캬알의 얼음지대에 입장하셨습니다.]
[이동속도가 40% 감소합니다.]
[공격속도가 40% 감소합니다.]
[극한의 추위로 초당 1만의 고정 데미지를 입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명후는 걸음을 멈췄다.
‘아, 이게 그거구나.’
걸음을 멈춘 명후는 메시지를 확인 후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캬알의 얼음지대가 무엇인지는 유저들의 대화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테루스의 불지옥에 입장하셨습니다.]
[물리 방어력이 30% 감소합니다.]
[마법 방어력이 40% 감소합니다.]
[초당 2만의 고정 데미지를 입습니다.]
명후는 테루스의 영역에 들어섰다.
‘겹치는 부분에 들어오면 초당 3만.’
캬알의 얼음지대와 테루스의 불지옥은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게 아니었다. 겹치는 부분이 있었고 겹치는 부분에 들어오면 각종 디버프는 물론 초당 3만의 고정 데미지를 입게 된다.
‘보통 유저는 그냥 죽겠어.’
초당 3만의 고정 데미지는 무시 할 수 없다. 보통 유저라면 발을 들이는 것으로 죽음의 위협을 느낄 것이다.
‘저 둘인가.’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는 두 존재가 서로를 향해 얼음과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 캬알과 테루스가 분명했다.
‘유저들 예상대로네.’
캬알과 테루스를 지켜본 명후는 유저들의 예상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대로가면 캬알이 지겠어.’
불이 점점 얼음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캬알은 결국 패배하고 말 것이다.
‘전투 중이니까. 나한테는 관심이 없겠지.’
캬알과 테루스는 전투 중이었다. 캬알에 시선이 팔린 테루스가 명후에게 관심을 갖을 리 없었다. 명후는 그사이 테루스를 잡을 생각이었다.
저벅
생각을 마친 명후는 걸음을 옮겼다.
* * * *
“이제 그만 포기하지 그래?”
테루스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웃기지마!”
캬알은 이를 악물며 외쳤다. 당연히 외침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이를 악문 이유는 힘을 방출하기 위해서였다. 캬알의 몸에서 더욱 더 큰 얼음이 뿜어져 나왔다.
“흥!”
분명 캬알의 얼음은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테루스는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코웃음을 치며 더욱 큰 불을 뿜어낼 뿐이었다.
더욱 커진 얼음과 더욱 커진 불이 서로 맞붙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망할 테루스 녀석!’
캬알은 자신의 얼음을 녹이는 테루스의 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대로는 승부가 나질 않아.’
캬알이 힘을 쓰면 쓸수록 테루스 역시 힘을 쓴다. 이대로 가면 승부가 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점점 승부는 테루스의 승리로 기울게 된다.
‘응?’
바로 그때였다.
‘누구지?’
뒤쪽에서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인간?’
인간, 분명 인간의 기운이었다.
‘영역에 들어왔는데도 별 영향이 없다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현재 이곳은 캬알과 테루스 때문에 어마어마한 힘이 휘몰아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지금 다가오는 인간은 그 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속도가 줄지 않는 것으로 보아 확실했다.
‘이런 인간도 있었나?’
문제는 그 인간이 캬알의 진영인 발렌에서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감히 날 상대로 한눈을 파는거냐!”
스아악!
그렇게 캬알이 뒤쪽에서 다가오는 인간에게 신경을 쓸 때, 그것을 눈치 챈 테루스가 고함을 치며 더욱 큰 불을 뿜어냈다.
“큭!”
불이 엄청난 속도로 얼음을 녹여내며 캬알에게 다가왔다. 캬알은 그 불을 다시 밀어내기 위해 더욱 큰 얼음을 뿜어냈다.
하지만 이미 힘의 균형은 무너진 상황이었다. 캬알의 얼음은 테루스의 불에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망할, 이런 실수를.’
예상외 존재에 잠시 신경을 썼을 뿐이다. 아주 작은 실수였다. 그런데 그 작은 실수로 인해 승부가 나버렸다.
“큭큭, 또 도망을 칠 생각이야?”
“...”
캬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승부가 났다고 해서 소멸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패배 일 뿐이었다. 테루스의 말대로 도망을 가면 그만이었다.
“아쉽겠어?”
이미 승기를 잡은 테루스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렸다.
“특별한 인간 인 것 같은데 여기서 죽게 되다니 말이야. 큭큭”
역시나 테루스 역시 인간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기야 캬알이 느꼈는데 테루스라고 못 느낄 리 없었다.
‘어떻게 해야 되지?’
지금 다가오는 인간은 강하다. 분명 전쟁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다. 그러나 강하다고 해도 인간은 인간이었다.
테루스에게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캬알이 지키려고 한다면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주 큰 상처를 각오해야 된다.
상처를 치유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인간의 생명. 전쟁을 기준으로 따지면 인간을 구하지 않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러나 캬알은 고민을 했다.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인간을 버린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니, 상황 역시 고민을 오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고민을 끝낸 캬알은 외쳤다.
“인간! 도망가라!”
그리고 최대한의 힘을 뿜어냈다. 캬알의 얼음이 테루스의 불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오호?”
그런 캬알의 반응에 테루스는 탄성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테루스는 캬알이 도망을 갈 것이라 생각했다.
“인간을 지킨다?”
탄성을 내뱉은 테루스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중얼거림과 함께 테루스의 표정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날 상대로 인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거야?”
캬알과 마찬가지로 테루스 역시 최대한의 힘을 뿜어냈다. 캬알과 테루스의 힘은 비슷하지만 약간이나마 테루스가 강했다. 비율로 따진다면 49와 51. 즉, 테루스는 2의 힘을 다른 곳에 사용 할 수 있었다.
“그 선택 후회할거야.”
테루스는 2의 힘을 따로 빼냈다. 그리고 캬알의 외침에도 도망가지 않고 다가오는 인간에게 보냈다.
“뭐하는 거야 인간!”
캬알은 계속해서 다가오는 인간에게 외쳤다. 분명 도망 갈 기회였다. 그러나 인간은 도망가지 않았다. 외침을 듣지 못한게 아니었다. 이 거리에서 외침을 듣지 못할 리 없다.
‘이대로 가다간..’
인간을 향해 가는 테루스의 불, 약한 불이긴 하지만 그것은 같은 신인 캬알의 기준이지 인간에게는 약한 불이 아니었다. 분명 순식간에 타 사라질 것이다.
‘망할!’
캬알은 이를 악물며 힘을 약간 빼내 인간에게 날아가던 테루스의 불을 막았다.
“도망가라고 인간! 도대체 왜 다가오는거야!”
그리고 다시 한 번 인간에게 외쳤다.
저벅저벅
하지만 인간은 캬알의 외침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입을 다문 채 묵묵히 걸음을 옮겨 다가올 뿐이었다. 이제 상당히 가까워져 발소리까지 들려왔다.
“큭큭큭, 캬알. 네 실수 인 것 같군.”
테루스가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 인간은 살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도망을 가라함에도 도망가지 않는다. 살 생각이 없는 게 분명했다. 인간은 죽을 생각으로 다가오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의 상황을 설명 할 수 없다.
“인간을 죽이고 네녀석을 끝장내주지. 지금이라면 도망도 못 칠테니.”
테루스는 캬알의 얼음을 녹이고 있는 불의 일부분을 나눠 다시 인간에게 보냈다. 캬알이 그 불을 막기 위해 힘을 나누면 테루스 역시 따라 힘을 나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테루스의 불은 인간과 캬알에게 가까워졌다. 아니, 인간은 멈춰 있는게 아니었다. 다가오고 있었다. 즉, 엄청난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곧 인간은 테루스의 불과 만나게 된다.
‘망할! 어째서!’
불과 가까워진 인간을 보며 캬알은 속으로 외쳤다. 어째서 인간은 도망을 가지 않고 다가온 것일까? 진짜 죽기 위해서일까? 그렇게 캬알이 생각하는 사이 인간이 도착했다.
‘응?’
그리고 캬알은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테루스의 불을 막고 있는 캬알의 얼음. 그 얼음을 인간이 뚫었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얼음을 뚫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긴 인간은 당연하게도 테루스의 불과 마주쳤다.
‘왜...’
그런데 인간은 죽지 않았다. 아니, 죽기는커녕 자연스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테루스의 불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어?’
그러나 캬알의 당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휘익!
테루스의 불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긴 인간은 테루스 앞에 도착했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지팡이의 목적지는 앞에 있는 테루스였다.
퍽!
지팡이가 작렬했다. 그리고 캬알은 볼 수 있었다.
“억!”
퍽!
“억!”
퍽!
“억!”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지팡이 타작과 테루스의 고통스런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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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금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