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04 98. 신들의 무덤 =========================================================================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 한 명후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어디 놀러간다고 하긴 했는데.”
라피드가 왕궁에 없는 것은 이미 보고를 받았다.
“가린 왕국에 간거였어?”
명후는 가린 왕국을 알고 있었다. 국경을 마주하게 될 국가 중 하나인데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다.
“근데 왜?”
문제는 라피드가 어째서 가린 왕국의 수호자를 죽였냐는 것이었다.
-급살에게 : 급살님
명후는 급살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라피드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급살 : 예, 폐하.
곧 급살에게 답이 왔고 명후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급살에게 : 피드가 지금 가린 왕국의 수호자를 죽였다는데요?
-급살 : 예? 가린 왕국의 수호자요?
명후의 말에 급살이 반문했다. 그리고 그런 급살의 놀란 듯 한 반문에 명후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급살님도 모르는구나.’
급살 역시 알고 있는 게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아니, 분명했다.
-급살에게 : 어떻게 된 건지 좀 알아봐주세요.
-급살 : 옙, 알겠습니다.
급살의 답을 끝으로 귓속말은 끝이났다.
“확인해볼까.”
귓속말을 끝낸 명후는 이어 칭호 ‘죽음’의 효과를 확인했다.
<죽음>
사망 시 60% 확률로 부활 한다. (쿨타임 1분)
“어?”
효과를 확인 한 명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이런 사기 효과가..”
칭호 ‘죽음’의 효과는 말 그대로 어마어마했다.
“60% 확률로 부활?”
사망 시 60% 확률로 부활. 스킬도 아니고 칭호에 이런 효과가 붙어 있다니?
“쿨타임도 1분?”
거기다 쿨타임 역시 1분으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40% 확률이 터져 부활하지 못한다면 쿨타임이 1분이든 1시간이든 없든 쓸모없다. 그러나 60% 확률이 터진다면? 그것도 계속해서 터진다면? 무한히 부활 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죽었던 때가 언제였지?”
문제는 칭호의 효과를 받는 자가 명후라는 것이었다. 명후는 자신이 죽었을 때가 언제인지 떠올렸다.
“흐음.”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언제 죽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초반 이후 죽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아예 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초반에는 분명 죽었다. 그러나 초반 이후에는 죽은 기억이 전혀 없었다. 즉, 명후는 칭호 ‘죽음’의 효과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래도.”
효과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착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보험은 들어놔야지.”
혹시 모른다. 죽을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때가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충분했다.
“거기다 유저한테도 터지니까.”
명후는 부활 스크롤이 많다. 그러나 부활 스크롤은 NPC에게 죽었을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유저에게 죽었을 경우 부활 스크롤은 사용이 불가능하다. 즉, 쓸모없는 종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칭호는 아니었다. 계속해서 효과가 터진다는 가정하에 유저에게 죽는다고 해도 무한히 부활 할 수 있다.
“그런 날이 오지 않는게 좋겠지만.”
물론 최고는 죽는 상황이 오지 않는 것이다. 말 그대로 칭호 ‘죽음’은 보험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등급 : 반신
국적 : 힘 왕국
작위 : 왕
주직업 : 물리 마도사
보조직업: 스트롱 스미스
명성 : 100,000,000 공적도 : 428,005,770
칭호 : 죽음 (60% 확률로 부활. 쿨타임 1분)
레벨 : 891
생명력 : 180,001,200
마나 : 80,000,000
힘 : 4,000,060 <2,000,030 [200,003]>
민첩 : 2,030,000 <1,015,000 [203,000]>
체력 : 2,000,000 <1,000,000 [200,000]>
지력 : 2,000,000 <1,000,000 [200,000]>
지혜 : 2,000,000 <1,000,000 [200,000]>
손재주 : 500
보너스 스텟 : 2910
칭호를 죽음으로 바꾼 명후는 캐릭터 창을 닫았다.
“안 오나 보네.”
캐릭터 창을 닫은 명후는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신이 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결국에는 오지 않는 듯 했다.
“2지역으로 넘어가볼까.”
신이 오지 않는다면 1지역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거기다가 이미 명후는 많은 이들의 관심속에서 신을 잡았다. 지금은 목책성에 있지만 명후를 지켜보던 유저들은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깨닫고 하나, 둘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명후에게 관심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
관심을 원하지 않는 명후는 곧장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워프 스크롤을 꺼냈다. 2지역 목책성으로 워프 할 수 있는 스크롤이었다. 스크롤을 꺼낸 명후는 곧장 스크롤을 사용해 2지역의 목책성으로 워프했다.
웅성웅성
“야, 그 소식 들었냐?”
“무슨 소식?”
“1지역에 신이 나타났데.”
“아, 그래? 근데 왜 이렇게 놀란 표정이냐? 원래 나타나잖아.”
“카릿이 나타났으니까!”
“뭐? 카릿이? 중수 구역에만 나타나는 신 아니었어?”
“그렇지! 그런데 카릿이 나타난 이유가!”
“뭔데?”
“산과 풍요의 신 코르나디스가 소멸해서래! 그것도 유저한테!”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신이 유저한테?”
“어! 시발, 그것도 혼자서!”
“아이, 진짠 줄 알았네. 구라 치지마!”
“구라 아니야!”
“꺼져, 뻥쟁아.”
“아니, 진짜라니까? 진짜 혼자서 신을 죽였다고!”
웅성거리는 2지역의 유저들. 유저들의 대화 주제는 명후가 죽인 산과 풍요의 신 코르나디스 그리고 폭풍의 신 카릿이었다.
‘아직 카릿이 소멸한건 모르나보네.’
방금 전 카릿 역시 소멸했다. 그러나 소멸한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2지역 유저들은 카릿의 소멸을 모르고 있었다.
‘2지역이’
명후는 유저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며 생각했다.
‘중수 구역이었지.’
2지역은 100에서 150레벨 유저들이 활동하는 중수 구역이었다. 레벨이 900에 가까운 명후는 중수 구역에 어울리지 않았다.
‘얼마나 되야 신이 나타나려나.’
하지만 명후의 목적은 신을 잡는 것이었다. 아무리 유저들끼리 암묵적인 약속이 있다고 해도 명후는 그 암묵적인 약속 때문에 신을 포기 할 수 없었다.
‘양학러들이 분명 올 거야.’
거기다 1지역과 마찬가지로 2지역 역시 자신보다 약한 유저들을 학살하기 위해 오는 유저들이 있을 것이다. 명후는 그런 유저들을 사냥하며 신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만약 그런 식이라면 다른 유저들 역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명후는 유저들을 지나쳐 목책성에서 나왔다.
쾅! 쾅!
역시나 중간 지점에서는 수많은 유저, NPC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명후는 목책성 입구에서 전장을 둘러보았다.
‘저기다.’
얼마 뒤 명후는 속절없이 날아가는 발렌 소속 유저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비슷한 수준이라면 저렇게 밀릴 이유가 없다. 학살을 하러 온 유저가 있는 게 분명했다. 명후는 걸음을 옮겨 목적지로 향했다.
“슈퍼 파이어 볼.”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명후는 한 눈에 보아도 이곳 중수 구역에 있으면 안 될 유저에게 슈퍼 파이어 볼을 날렸다.
쾅!
[공헌도가 25670 상승하였습니다.]
[공헌도가 4795 상승하였습니다.]
[공헌도가 6217 상승하였습니다.]
슈퍼 파이어 볼이 작렬했고 명후가 표적으로 삼았던 유저는 그대로 죽음을 맞았다. 거기다 근처에 있던 신성 제국 소속 유저 역시 둘이나 휘말렸다.
‘역시 양학러였어.’
메시지를 본 명후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공헌도를 2만5천 제공한 유저는 분명 하위 유저들을 학살하기 위해 온 양학러가 분명했다.
스윽
양학러를 처리한 명후는 다시 한 번 전장을 둘러보았다.
‘꽤 많은 것 같네?’
얼마지나지 않아 명후는 또 속절없이 밀리는 곳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초보 구역인 1지역보다 중수 구역인 2지역에 양학러들이 더 많은 느낌이었다.
‘뭐, 나한테는 잘 된 일이지.’
어차피 양학러들을 잡으며 신을 기다릴 생각인 명후에게는 오히려 좋은 상황이었다. 명후는 양학러가 있는 곳으로 다시 움직였다.
* * * *
다다다다닥!
가린 왕국 밤의 왕 헤론, 헤론은 미친듯이 달리고 있었다. 아니, 도망을 치고 있었다.
‘어, 어떻게!’
방금 전 그 상황을 헤론은 이해 할 수 없었다.
‘힘 왕국의 왕자가 어째서!’
힘 왕국의 왕자, 방금 전 보았던 그 아이는 힘 왕국의 왕자가 분명했다. 헤론은 어째서 힘 왕국의 왕자가 자신의 방에 나타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방까지 온 것인지 이해 할 수 없었다.
‘로디안이 당한건가?’
분명 방에서 로디안이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힘 왕국의 왕자가 들어왔다. 그것으로 보아 로디안 역시 당했을 것이었다.
‘설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득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고 헤론은 미간을 찌푸렸다. 힘 왕국의 왕자가 나타나기 전 보고를 받았다.
작전이 실패했다는 보고와 힘 왕국 왕자의 곁에 엄청난 호위가 있다는 것을. 그 호위에 의해 가린 왕국의 암살자들이 1명을 제외하고 전부 사망했다는 것을.
‘왕자 본인의 힘이란 건가!’
그러나 방금 전 상황을 통해 헤론은 느꼈다. 호위? 아니다. 힘 왕국 왕자에게는 호위가 없는 것이 분명했다.
호위가 아닌 왕자 본인의 힘이 분명했다. 그래야만 왕자가 홀로 헤론의 방에 나타난 것을 설명 할 수 있다.
‘그 나이에 도대체!’
그래서 더욱 이해 할 수 없었다. 힘 왕국의 왕자는 나이가 많지 않다. 지극히 어리다. 그렇기에 납치라는 작전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어린 나이에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도대체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이해 가지 않았다.
‘데미안 왕국의 말대로 정공법을 했어야 되나.’
괜히 납치를 시도 한 것일까? 데미안 왕국의 말대로 병력을 보내야 됐던 것일까?
‘아니면 힘 왕국을 건든 것 그 자체가 무리였나?’
아니면 애초에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들지 말아야 했던 것일까?
‘끙.’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졌다.
‘그래도 지금 상황은 좋아.’
거기다 힘 왕국의 왕자가 이곳까지 왔다는 것, 상당히 괜찮은 상황이었다. 헤론은 마냥 도망치는 게 아니었다.
‘그분이라면.’
목적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가린 왕국의 수호자가 있었다.
‘왕자를 잡을 수 있다.’
비록 힘 왕국의 왕자가 생각지도 못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수호자는 수호자였다. 아무리 왕자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수호자라면 분명 잡을 수 있다.
‘자신의 강함을 믿고 홀로 온 것.’
힘 왕국의 왕자가 홀로 그것도 가린 왕국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이곳까지 온 것은 자신의 강함을 믿었기 때문이 분명했다.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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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네요..
흐아...ㅜㅜㅜㅜ
힘찬 월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