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01 98. 신들의 무덤 =========================================================================
“궁금한거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유저는 명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제가 전쟁이 처음이라.”
“아..”
명후의 말에 유저가 탄성을 내뱉으며 이어 말했다.
“전쟁이 처음이셨구나. 어쩐지..”
유저는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명후는 유저의 중얼거림을 듣고 물었다.
“초보 구역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구역이 따로 있는건가요?”
1지역, 2지역, 3지역, 4지역, 5지역 말고 다르게 구역이 나뉘어 있는게 분명했다. 명후는 어떻게 나뉘어 있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네.”
명후의 물음에 유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수치로 나눠진 건 아니지만 구역이 따로 나뉘어져 있어요. 이곳 1지역은 100레벨 이하 유저들이 전쟁을 할 수 있는 초보 구역이구요. 2지역은 100레벨에서 150레벨 유저들이 참전하는 중수 구역! 3지역은 레벨에 상관없이 참전하는 자유 구역이구요. 4지역은 150레벨에서 250레벨 유저들이 이용하는 고수 구역, 5지역은 250레벨 이상의 유저들이 모이는 랭커 구역이에요.”
쉴 새 없이 말을 이어나가던 유저는 짧게 한숨을 내뱉는 것으로 숨을 돌리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암묵적으로 정한 약속이라 꼭 레벨에 맞춰 유저들이 나타나는 건 아니에요.”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꼭 해당 레벨의 유저들만 나타나는 건 아니었다.
“님처럼 처음 하시는 분이나 방금 전 님이 죽인 그 미친놈처럼 양학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명후처럼 처음이라 암묵적인 약속을 모르는 이나 방금 전 명후에게 죽은 유저처럼 초보들을 학살하기 위해 오는 이들이 있었다.
“그렇군요.”
유저의 친절한 설명에 명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
“신이 나타날 때는 어떻게 하죠?”
1지역에도 신이 나타난다. 그런데 100레벨 이하 유저들이 신을 잡는다?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명후는 신이 나타날 경우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했다.
“신이요?”
유저는 반문했다. 그리고 명후가 무어라 반문에 답하기도 전에 이어 말했다.
“당연히 그때야 도망쳐야죠.”
도망, 신이 나타나면 도망이었다.
“물론 저희쪽 신이 나타나면 미친 듯이 공성하지만요!”
정확히 말하자면 도망을 치는 것은 신성제국의 신이 나타날 때였다. 만약 발렌의 신이 나타난다면 도망을 치지 않는다. 오히려 성을 파괴하기 위해 신성제국의 목책성으로 달려간다.
“아~”
명후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
그러나 명후는 말을 도중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픽!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던 유저의 목에 화살이 박혔기 때문이었다.
털썩
유저는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 그대로 쓰러졌다. 명후는 쓰러진 유저에게서 시선을 돌려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보았다.
“하아, 빗나갔네.”
그곳에는 활을 들고 있는 어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여인의 머리 위에는 빨간 동그라미가 있었다. 신성 제국의 유저였다.
‘맞아.’
명후는 여인을 보며 생각했다.
‘전쟁 중이었지.’
전쟁이 끝난 게 아니었다. 명후의 슈퍼 파이어 볼과 그 슈퍼 파이어 볼에 죽은 유저 때문에 주위가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던 것 뿐이다.
“이번에는 캐논의 복수를 제대로 해주겠어!”
‘캐논?’
여인의 말을 듣고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전 죽인 유저의 지인인가.’
혹시나 방금 전에 명후에게 죽은 그 유저의 지인인 것일까?
스윽
알 수 없었다. 여태껏 수많은 유저들을 죽인 명후였다. 명후는 생각을 접고 지팡이를 들어 여인을 겨눴다.
* * * *
“시발!”
캡슐에서 나온 김도현은 거칠게 욕을 내뱉었다.
“그 새끼 뭐야?”
방금 전 자신을 죽인 그 유저는 도대체 누구일까?
“디스펠이 안 먹힐 정도면.”
분명 디스펠을 사용했다. 그런데 디스펠이 먹히지 않았다.
“최소 상위 유니크 마법이란 소린데.”
김도현의 디스펠은 레어 마법은 물론 하위 유니크 마법까지 없앨 수 있다. 그런데 없애지 못했다는 것은 최소 상위 유니크 마법이라는 뜻이었다.
“시발, 랭커 새끼가 5지역에나 갈 것이지 왜 1지역에 있냐고!”
랭커 인지 아닌지 확실한 건 없었다. 그러나 상위 유니크 마법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김도현은 자신을 죽인 유저가 랭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랭커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수준의 유저인 것은 확실했다.
“빨리 연락이나 해줘야지.”
생각에 잠겨 있던 김도현은 핸드폰을 들었다. 초보 구역에 간 것은 김도현 혼자만이 아니었다. 김도현 말고도 몇몇 이들이 초보 구역에 가 있었고 갈 예정이었다. 갈 예정인 이들에게 말해 가 있는 이들에게 정보를 전해야 했다.
-김도현 : 지금 접속 하실 예정인 분?
-지유라 : 나! 접속 할 예정인데 왜?
-김도현 : 지금 초보 구역에 랭커 하나 와 있어요.
-지유라 : 뭐? 랭커?
-김도현 : 네, 마법사고 상위 유니크 마법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저 한 방에 죽었어요. 하...
-지유라 : 아, 미친! 스트레스 좀 풀려고 했는데 또 4지역에서 고통 받아야 되나.
-김도현 : 누님은 2지역에서도 양학 되잖아요.
-지유라 : 아니야, 요즘 뭐 하려고하면 랭커들이 나타나더라고.
-차기원 : 이제 전쟁을 끝낼 때가 됐으니까. 구역이 무너지고 있는거지 뭐.
-지유라 : 그래도 아쉬워!
-김도현 : 어쨌든 그 접속하시면 다른 사람들한테 전해주세요.
-지유라 : 응!
채팅을 끝낸 김도현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6시라.”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자고 일어나면 딱 되겠어.”
시간을 확인 한 김도현은 침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띠링! 띠링! 띠링!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람 소리에 침대로 향하던 김도현은 걸음을 멈췄다. 알람 소리, 채팅방에 새로운 채팅이 올라왔다는 의미였다.
“결국 죽었나 보네. 근처에 있던 게 지수였나?”
아무래도 채팅을 치고 있는 존재는 함께 초보들을 학살하던 지수가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채팅을 치는 건 죽었기 때문이 분명했다. 김도현은 더 이상 알람이 울리지 않자 다시 걸음을 옮겨 침대에 누웠다.
띠링! 띠링! 띠링!
그러나 침대에 눕자마자 다시 알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
이미 눈을 감은 김도현은 알람을 무시한 채 잠을 청했다.
띠링! 띠링! 띠링!
하지만 알람은 멈추지 않았다.
“아오.”
잠을 청하던 김도현은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계속 채팅이야?”
김도현은 침대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들어 채팅을 확인했다. 김도현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지유라의 답. 그 이후 수많은 채팅이 올라와 있었다. 김도현은 차근차근 채팅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양지수 : 아, 짜증나! 김도현 너 때문에 죽었잖아!
-차기원 : 무슨 소리야? 도현이 때문에 죽어?
-차기원 : 설마 그 랭커?
-양지수 : 응, 한 방에 죽었어! 마법사 인 줄 알았는데.
-차기원 : 어? 마법사가 아니야?
-양지수 : 마법을 쓰긴 하지만 순수한 마법사는 아니야. 지팡이에 맞고 죽었거든. 그것도 한 방에.
“...?”
채팅을 읽던 김도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방에?”
지팡이에 맞아 죽은 것은 이해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방에 죽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양지수의 직업은 궁수다. 당연하게도 일반 궁수는 아니었다. 히든 직업인 ‘피의 궁수’가 바로 양지수의 직업이었다. 보통 궁수라는 직업은 생명력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피의 궁수는 이야기가 다르다.
“생명력에 올인 한 지수가?”
민첩을 올려야 공격력이 올라가는 궁수와 달리 피의 궁수의 공격력은 생명력이 높을수록 강해지기 때문이었다. 김도현은 다시 채팅을 읽기 시작했다.
-차기원 : 뭐? 네가? 한 방에?
-양지수 : 응, 나도 안 믿겨. 한 방에 내 생명력이 전부 날아갈줄은...
-차기원 : 무슨 즉사 효과라도 있는건가?
-양지수 : 모르겠어. 근데 아무래도 즉사가 터진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생명력이 한 방에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차기원 : 대박이네, 유저한테 즉사가 터지는 아이템이라니. 상위 유니크 마법에 즉사라. 어떤 랭커야 도대체? 와...
-양지수 : 석현이도 아마 곧 올 거야. 내 근처에 있었거든. 뭔가 또 새로운 정보를 가져오겠지.
-윤석현 : 석현이 등장!
-양지수 : 이야기 꺼내자마자 오냐!
-차기원 : 우와, 석현이 너도 죽은거야?
-윤석현 : 네, 죽었어요.
-양지수 : 내가 죽은 걸 봤으면 바로 튀어야지!
-윤석현 : 에이, 누나 내가 죽을 거라고 그냥 확신을 하고 있었으면서. 그리고 원래는 바로 튈려고 했어요.
-차기원 : 튈려고 했다는건 튀지 않았다는 소리?
-윤석현 : 네, 안 튀었죠. 엄청난 아군이 나타났거든요.
-양지수 : 엄청난 아군? 설마 우리쪽 랭커가 나타난거야?
-윤석현 : 아뇨, 랭커보다 더 대단한 아군!
-차기원 : 신? 신이 나타났어?
-윤석현 : 네! 신이 나타났죠! 그것도 산과 풍요의 신 코르나디스가!
-양지수 : 그런데 왜 죽었어?
-윤석현 : 신이 나타났으니, 랭커라고 해도 별 수 없이 도망 갈 거라 생각하고 시간이나 끌자는 생각에 다가갔는데. 블링크로 와서 지팡이 휘두르더라고요. 그거 맞고 죽었죠. 아마 저 죽이고 신한테 죽었을걸요?
“으, 신이 나타났다니.”
김도현은 정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신이 나타나면 전쟁은 한쪽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바뀐다. 그리고 목책성을 공성하면 어마어마한 공헌도를 얻을 수 있다. 그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
그러나 이어지는 채팅을 보고 김도현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김창석 : 창석이도 등장!
-윤석현 : 어? 뭐야? 너 왜? 왜 로그아웃했어? 설마 벌써 공성 끝났어? 목책성이 무너져 버린거야?
-김창석 : 아니? 죽었어.
-양지수 : 엥? 창석이는 왜 죽어?
-김창석 : 제가 죽은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특종입니다. 특종.
-윤석현 : 특종? 목책성이 무너진거야? 드디어?
-양지수 : 무슨 특종?
-김창석 : 도현이형이랑 누나랑 석현이 죽인 그 유저 있잖아요.
-윤석현 : 설마 너 그 유저한테 죽었냐?
-김창석 : 어, 그 유저한테 죽었어.
-윤석현 : 미친, 신은? 신 나타났는데?
-김창석 : 내가 말하려는 특종이 바로 그거다.
“설마...”
김도현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차마 아래 채팅을 확인 할 수 없었다.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어날 수 없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김도현은 조심스레 채팅창을 내려 아래 채팅을 확인했다.
-김창석 : 신이 죽었어. 그 유저한테.
“...”
그리고 채팅을 확인 한 김도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하루만 지나면 금요일이네요!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