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96 97. 지원 =========================================================================
* * * *
“어쩐 일이야?”
프라미너스, 급살, 에빌을 내보낸 후 명후는 레퓨렘에게 물었다.
“너 한창 전쟁 중이잖아.”
신성국가 발렌과 신성제국은 현재 전쟁 중이었다. 인간만의 전쟁이 아니었다. 신들 역시 전쟁에 참여하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해서.”
“도움?”
“응, 도움. 전쟁을 도와줬으면 해.”
명후의 반문에 레퓨렘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물론 너희 왕국의 힘을 바라는 건 아니야. 너의 힘을 원하는거지.”
레퓨렘이 원하는 것은 힘 왕국의 도움이 아니었다. 명후 개인의 도움이었다. 하기야 힘 왕국의 도움을 받는 것은 거리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뭘 해줘야 되는건데?”
명후는 되물었다.
“신.”
“신?”
“응, 신을 몇 소멸 시켜주었으면 해.”
레퓨렘이 원하는 것, 그것은 바로 신의 소멸이었다.
“...”
너무나도 담담히 신의 소멸을 이야기하는 레퓨렘을 보고 명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히갈과 카리마가 소멸했더라.”
명후가 말이 없자 레퓨렘이 이어 말했다. 레퓨렘 역시 신이었고 히갈과 카리마의 소멸을 알고 있었다.
“그거 너지?”
그리고 레퓨렘은 히갈과 카리마의 소멸이 명후와 관계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명후가 소멸 시킨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건 맞는데.”
“그래, 역시!”
레퓨렘은 명후의 답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덕분에 숨통이 좀 트긴 했어. 녀석들까지 왔었다면 이미 패배하고 말았을테니까.”
현재 발렌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인간들의 싸움은 물론 신들의 싸움 역시 조금씩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히갈과 카리마가 참전했다면? 레퓨렘의 말대로 이미 패배하지는 않았겠지만 패배에 가까워졌을 것이었다.
“도와줄거지?”
레퓨렘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명후를 바라보았다.
“잡아야 될 신이 많아?”
“응, 많은 편이긴 한데. 셋 정도만 소멸 시켜주면...”
지금 밀리는 것은 아주 조그마한 차이 때문이었다. 셋 정도만 소멸 시켜준다면 레퓨렘은 반반을 가져갈 자신이 있었다.
“셋?”
“어, 셋.”
“더 잡으면 안 돼?”
“어?”
이번에는 레퓨렘이 당황했다.
“최소 셋을 잡아줬으면 하는거 아니야?”
“그, 그렇지.”
레퓨렘은 당황함에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그 이상 잡아도 되는거잖아?”
명후는 말하며 생각했다.
‘보상이 어마어마한 녀석들인데’
신을 잡을 경우 어마어마한 보상을 획득 할 수 있다. 명성은 물론 드랍 된 아이템들까지 전부 어마어마했다.
‘잡을 수 있을 때 잡아야지.’
거기다 신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잡는 것은 쉬워도 만나는 게 어려웠다.
“...응.”
명후가 이렇게 적극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레퓨렘은 여전히 당황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럼 바로 갈거야?”
그리고 이어 물었다.
“아, 해결 해야 될 일이 있어서.”
명후는 레퓨렘의 물음에 답했다. 지금 당장 가고 싶지만 갈 수는 없었다. 해결해야 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잠시만 기다려봐.”
물론 오래 걸릴 일은 아니었다.
* * * *
“그럼 다녀올게.”
“아, 네. 폐하. 조심히 다녀오시길.”
프라미너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답했다.
“가자.”
“응.”
그리고 이내 사라지는 명후와 레퓨렘을 보며 다시 한 번 인사했다.
스아악
명후와 레퓨렘이 사라지고 방에 혼자 남은 프라미너스는 난감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스윽
프라미너스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스크롤을 보았다. 알리온 왕국의 항복 조건이 적혀 있는 스크롤이었다.
* * * *
가린 왕국의 왕 헤벨의 집무실.
“데미안 왕국에서 이런 제안을 해 올 줄이야.”
헤벨은 데미안 왕국에서 보내온 서류를 보며 중얼거렸다.
스윽
서류를 보던 헤벨은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반대편에 앉아 있는 헤론을 보았다. 헤론은 헤벨의 동생이었다.
가린 왕국의 밤을 장악하기 위해 스스로 음지로 내려간 헤론. 현재 헤론은 헤벨의 아주 큰 힘이었다.
“어떻게 생각해 동생?”
헤벨은 헤론에게 물었다.
“데미안 왕국 녀석들도 마냥 멍청한 건 아닌 것 같아.”
헤론은 헤벨의 물음에 답했다. 헤론 역시 데미안 왕국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힘 왕국을 무너트리는 데에는 지금이 최고의 상황이라는 것을.
“그럼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좋다?”
“응, 근데 그대로는 말고.”
하지만 데미안 왕국의 제안이 마냥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살짝 바꿔야지.”
헤론은 데미안 왕국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형이 받아들인다면.”
물론 그 생각이란 건 헤벨이 받아들일 경우였다.
“나야 뭐 항상 네 생각을 존중하지.”
여태껏 헤론의 말을 들어 손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의 왕권을 이룩한 데에도 헤론의 영향이 지대했다. 헤벨은 헤론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헤벨은 헤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데미안 왕국의 제안을 어떤식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지 궁금했다.
“데미안 왕국이 원하는 건 단순 공격이잖아.”
데미안 왕국의 제안은 힘 왕국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힘을 합쳐 연합군으로 공격하자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접점이 없는데 연합을 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된다.
“현재 힘 왕국의 병력들이 알리온 왕국 쪽에 가 있으니.”
힘 왕국의 병력은 현재 알리온 왕국에 있었다.
“반대편에 있는 데미안 왕국이 공격을 하면 힘 왕국은 알리온 왕국에 가 있는 병력들을 뺄 수밖에 없을테고.”
힘 왕국을 기준으로 서쪽에 알리온 왕국이 있으며 동쪽에는 데미안 왕국이 있다. 지금 데미안 왕국이 힘 왕국을 공격한다면? 힘 왕국은 반대편에 있는 병력들을 뺄 수밖에 없다.
“그 병력들을 우리가 붙잡아 둔다.”
데미안 왕국이 원하는 것은 알리온 왕국에서 빠지는 병력들을 가린 왕국이 잡아 두는 것이었다. 가린 왕국이 힘 왕국의 병력을 붙잡아 두는 사이 데미안 왕국이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만약 데미안 왕국의 제안대로라면 분명 힘 왕국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이건 너무 데미안 왕국에 좋은 조건이잖아.”
알리온 왕국을 박살 낸 힘 왕국의 병력을 붙잡아 두는 것이 쉬울 리 없다.
“피해는 우리가 입고 이득은 데미안 왕국이 챙기고.”
가린 왕국 역시 큰 피해를 감수해야 된다. 확실히 이득을 챙기는 국가는 데미안 왕국 뿐이라 할 수 있었다.
“데미안 왕국에서 챙겨준다고 하지만. 그때 가서 말을 바꿀 수도 있고.”
물론 데미안 왕국에서는 보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보상을 당장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후 말을 바꿀 가능성도 있었다. 아니, 말을 바꿀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그때가 되면 가린 왕국 역시 약해져 있을 테니까.
“그렇다고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는 없고.”
데미안 왕국에게 너무나도 유리한 제안이다. 하지만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없는게 힘 왕국이 부담됐다.
“그래서.”
“그래서?”
“아주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할까해.”
“효과적인 방법?”
“응, 힘 왕국의 병력을 붙잡아 둘 아주 효과적인 방법.”
“그게 뭔데?”
“왕자.”
“왕자?”
헤벨은 반문했다. 왕자라니?
“힘 왕국의 왕자.”
헤론은 헤벨의 반문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어린 왕자가 있다고 하더라고.”
* * * *
[힘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힘이 10 상승합니다.]
[힘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힘이 10 상승합니다.]
[힘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힘이 10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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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후는 영약을 복용 중이었다.
[힘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힘이 10 상승합니다.]
이내 상자 안에 있던 마지막 영약을 복용 한 명후는 인벤토리를 보았다.
“이제 하나 남았네.”
이제 남은 상자는 하나 뿐이었다. 힘의 영약 500개가 들어 있는 상자 하나만 복용하면 끝이 보이지 않던 영약 복용도 끝이었다.
쿵!
명후는 상자를 꺼내 열었다.
[힘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힘이 10 상승합니다.]
그리고 다시 힘의 영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근데 언제쯤 시작 하는거지?’
영약을 복용하며 명후는 생각했다.
‘바로 시작 할 것처럼 데려와놓고.’
레퓨렘은 당장 신을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레퓨렘의 말과 달리 당장 신과의 전투를 할 수 없었다.
‘영약 복용 할 시간이 필요하긴 했는데..’
당장 전투에 들어가지 않아도 명후는 할 일이 있었다. 바로 영약 복용이었다. 그래서 크게 불만은 없었다.
‘영약 다 복용하면..’
문제는 영약을 전부 복용한 이후였다. 영약을 전부 복용한 뒤에는 할 일이 없다. 그냥 기다려야 되는 것 뿐이었다. 명후는 퀘스트 창을 열었다.
<특수 퀘스트 - 그녀의 행보>
2대 주신 바르타슈를 만나 바르타슈의 기억 속 아가사가 나타난 마지막 장소를 확인하라!
퀘스트 난이도 : -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취소 불가
‘바르타슈는 보이지도 않고.’
레퓨렘을 따라가면 바르타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바르타슈는 무엇을 하는지 보이지 않았다. 명후는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영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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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힘이 10 상승합니다.]
‘마지막이네.’
어느덧 상자에는 영약 한 개만이 남게 되었다. 이제 이 영약만 복용하면 1마계에서 얻은 영약도 끝이었다.
[힘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영구적으로 힘이 10 상승합니다.]
“후아.”
마지막 영약을 복용한 명후는 메시지를 보며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한숨을 내뱉은 뒤 명후는 미소를 지은 채 캐릭터 창을 열었다.
‘어떻게 변했으려나.’
복용한 영약의 수만 5만개였다. 과연 캐릭터 창이 어떻게 변했을 지 기대가 됐다.
등급 : 반신
국적 : 힘 왕국
작위 : 왕
주직업 : 물리 마도사
보조직업: 스트롱 스미스
명성 : 100,000,000 공적도 : 428,005,770
칭호 : 드래곤 슬레이어 (피어를 무시한다.)
레벨 : 860
생명력 : 180,001,200
마나 : 80,000,000
힘 : 4,000,060 <2,000,030 [200,003]>
민첩 : 2,030,000 <1,015,000 [203,000]>
체력 : 2,000,000 <1,000,000 [200,000]>
지력 : 2,000,000 <1,000,000 [200,000]>
지혜 : 2,000,000 <1,000,000 [200,000]>
손재주 : 500
보너스 스텟 : 2600
“오우.”
캐릭터 창을 확인 한 명후는 탄성을 내뱉었다.
똑똑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노크에 이어 문이 열렸다. 그리고 명후를 이곳으로 인도한 레퓨렘이 들어오며 말했다.
“오래 기다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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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토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