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84 95. 아빌라스의 정원 =========================================================================
* * * *
“...”
명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눈앞의 메시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정보 구매에 3만 5천 골드가 필요합니다. 구매 하시겠습니까?]
3만 5천 골드, 정보를 구매하는데 필요한 골드였다.
‘범위를 줄여야하나.’
명후는 홀라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요구했다. 퀘스트를 포함한 모든 정보가 3만 5천 골드 였다. 범위를 줄이면 가격 역시 낮아질 것이었다.
‘하지만 다음 등급이 그쪽 퀘스트 일 수도 있어.’
방랑자 등급을 얻기 위해 벨칸 호수에 갔다. 그리고 그 다음 등급인 기사단장을 얻기 위해 벨칸 호수 중심에 있던 로케의 저주를 풀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영웅의 다음 등급 역시 홀라탄에서 얻을 가능성이 있었다.
‘시간이 문제인데.’
입장 시간은 10분이었다. 모든 정보를 듣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반복해서 들을 수 있으니까.’
한 번 구매한 정보는 언제든 다시 들을 수 있다. 이번에 다 듣지 못 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래.’
생각을 마친 명후는 확인을 눌렀다.
[3만 5천 골드가 소모 되었습니다.]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아빌라스의 말에 집중했다.
“여기 있습니다.”
“...?”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빌라스가 책을 내밀었다.
“여기에 구매하신 정보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아.”
아빌라스의 말에 명후는 책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하기야 말로 듣기에는 그 정보의 양이 너무나도 많았다.
[아빌라스의 책을 획득하셨습니다.]
명후는 책을 받았다.
“분실 시 저에게 다시 말씀해주시면 다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빌라스의 말을 들으며 명후는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아빌라스의 책[레어]> [교환불가]
정보가 적혀 있는 책이다.
아이템 정보는 참으로 간단했다. 명후는 아이템 정보를 닫고 이어 책을 펼쳤다. 그리고 명후는 홀라탄으로 시작 되는 목차를 볼 수 있었다.
‘호오.’
목차를 확인 후 몇장을 더 넘긴 명후는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책에는 홀라탄에 대한 정보가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퀘스트는 물론 해당 지역의 건물, 몬스터, NPC까지 전부 적혀 있었다.
‘이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돌아가겠습니다.”
명후는 책을 덮으며 말했다.
[원래 장소로 돌아가시겠습니까?]
메시지가 나타났고 명후는 확인을 눌렀다.
스아악
그렇게 명후는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 올 수 있었다.
“...?”
그러나 명후는 다시 한 번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긴 또 왜...”
명후가 의아해 한 이유, 그것은 바로 명후가 도착 한 곳이 미개척지 ‘차가운 바람의 평야’가 아닌 차원의 틈이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고대의 바람을 통해 간 거라서?”
입장 시간이 끝나면 원래 장소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원래 장소가 차원의 틈으로 설정 된 것 같았다.
“이러면 시간 제한이 의미가 없네?”
아빌라스의 정원은 10분의 시간 제한이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 시간제한을 아무런 의미 없게 만들어 주었다.
“좋아좋아.”
명후는 미소를 지었다. 좋으면 좋았지 결코 나쁜 상황이 아니었다. 명후는 미소를 지은 채 고대의 바람을 시전 했던 ‘차가운 바람의 평야’로 좌표를 설정했다.
“이동하시겠습니까?”
좌표를 설정하자 초록 동그라미가 반짝이기 시작했고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린이 물었다.
“예.”
명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
“호람 공국과 헬렘 왕국의 분위기는?”
“두 국가 전부 지켜보자는 쪽입니다.”
“신성 제국에서 연락은?”
“그 이후로 오지 않았습니다.”
카디스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파타의 물음에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
“후...”
그런 카디스의 답에 파타는 한숨을 내뱉었다.
“하필 지금 시점에서 전쟁이 일어날 줄이야.”
파타가 말한 전쟁은 힘 왕국과 알리온 왕국의 전쟁이 아니었다. 바로 신성 제국과 신성국가의 전쟁이었다.
“전쟁만 나지 않았어도.”
신성 제국과 신성국가의 전쟁. 이 전쟁으로 인해 신성 제국에서의 지원이 끊겼다. 아예 지원이 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탁샤, 히갈, 카리마 세 신전에서 추가로 몽크, 사제, 성기사들을 보냈다. 하지만 전보다 수가 많으면 모를까 전보다 수도 더 적었다.
“칼투라 성이 함락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 것 같나?”
파타는 물었다. 칼투라 성이 함락 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상황이었지만 그런 상황이 일어날 리 없었다.
신성 제국에서 정상적인 지원이 온 것도 아니고 애초에 전투에서도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칼투라 성은 결국 함락 될 것이었다.
“3일.. 입니다.”
카디스는 파타의 물음에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
“...3일?”
그리고 그런 카디스의 답에 파타는 반문 할 수밖에 없었다. 반문 한 파타는 한껏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3일 밖에 수성을 못한다고?”
함락 될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3일은 너무나도 짧았다. 파타는 적어도 한달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니고 수성만 하는데?”
파타의 이런 생각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전투에서 압도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그것은 맞붙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성은 이야기가 다르다.
거기다 칼투라 성은 수성에 특화되어 있는 성이었다. 그런 칼투라 성이 함락되는데 3일이라니? 파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그런 파타의 말에 카디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묵묵히 파타의 성난 눈빛과 목소리에 난감함을 보일 뿐이었다.
“후..”
이내 파타가 한숨을 내뱉었다. 한숨을 내뱉으며 화를 가라앉혔는지 찌푸려져 있던 미간은 풀어져 있었다. 그런 파타의 분위기를 살피며 카디스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직 이야기가 끝난 게 아니었다.
“하딜은 어떻게 할까요?”
하딜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파타는 다시 한 번 미간을 찌푸렸다. 예언가 하딜, 그렇지 않아도 전쟁으로 인해 불편한 파타의 심기를 더욱 더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말도 안 되는 예언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처음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예언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태까지의 행보 때문인지 그 말도 안 되는 예언을 믿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고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잡아야겠지.”
전시 상황이 아니었다면 파타 역시 그냥 내비 두었을 것이다. 예언가란 존재를 탄압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시 상황, 내부에서 혼란을 일으키는 이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딜에 대한 보고가 마지막이었다. 카디스는 파타의 말에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인사와 함께 카디스는 집무실에서 나갔다.
‘도대체..’
카디스가 나가고 파타는 생각했다.
‘키페리누스님은 무엇을 하고 계신거지?’
왕국의 수호자 키페리누스. 키페리누스는 분명 힘 왕국을 멸망 시켜주겠다고 약속한 뒤 떠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났음에도 힘 왕국은 멸망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엄청난 기세로 다가오고 있었다.
‘준비가 오래 걸리시는 건가?’
도대체 키페리누스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파타는 궁금했다. 혹시나 멸망을 시키는데 필요한 준비가 오래 걸리는 것일까?
‘끙, 지금 항복하면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데.’
궁금함 뿐만 아니라 고민도 됐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피해는 커진다. 하지만 지금 힘 왕국에 항복을 한다면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항복을 하기에는 키페리누스가 문제였다. 파타는 키페리누스를 믿고 힘 왕국의 진군을 버티고 버틸지 아니면 최소한의 피해를 위해 항복을 할 지 고민했다.
‘일단..’
하지만 그런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에 처음 고민 한 것도 아니었다. 첫 전투에서 패배 했을 때부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고민했었다.
‘버티고 버틴다.’
그 고민의 끝은 항상 버팀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전과 마찬가지였다. 아직 칼투라 성이 함락 된 것도 아니다.
또한 칼투라 성이 함락된다고 하여도 수도까지는 많은 성들이 남아 있었다. 아직까지는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 * * *
‘일단 퀘스트를 마무리 짓자.’
전설에 접속한 김수훈은 하딜에게 받았던 퀘스트를 마무리 짓기 위해 바로 하딜의 집으로 향했다.
“...?”
이내 하딜의 집 앞에 도착 한 김수훈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웅성웅성
인적이 드물어야 아니, 인적이 없어야 정상인 하딜의 집 앞, 수많은 이들이 모여 웅성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문득 떠오른 생각에 김수훈은 웅성이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웅성이는 이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하딜님이 잡혀가시다니.”
“하긴, 전쟁중인데 그런 예언을 하시기에 이럴 것 같긴 했어.”
“이사람아! 아무리 그래도 예언가를 잡아간다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하딜님의 예언이 사실이라면 전쟁이 문제가 아니지.”
“끙, 만약 그 예언이 사실이라면 어디를 가야 되는 건지.”
대화를 엿들어 어떤 상황인지 알게 된 김수훈은 인상을 썼다.
‘망할. 퀘스트도 완료 못했는데.’
정말 고생하고 고생하여 퀘스트 완료 조건을 달성했다. 이제 보상을 받기만 하면 되는데 그 보상을 줄 하딜이 잡혀가 버렸다.
‘하...’
김수훈은 어떻게 해야 될 지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보상은 훗날을 기약 하는 수밖에 없네.’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하딜이 풀려날 것 같지 않았다. 즉, 그때까지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고 김수훈은 고민을 끝낼 수 있었다.
‘넘어가자.’
그리고 고민을 끝냄과 동시에 또다른 고민도 끝을 낼 수 있었다.
‘지금 힘 왕국의 힘이라면.’
정말 많이 고민을 했다.
‘충분히 1마계를 막아낼 수 있어.’
처음에는 1마계를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거침없이 밀려 계속해서 패배하는 알리온 왕국을 보며 점점 생각이 바뀌었다. 힘 왕국의 힘이라면 충분히 1마계를 막을 수 있을 것이었다.
‘일단..’
김수훈은 웅성이는 이들을 지나쳤다.
‘챙길 건 챙겨야지.’
그리고 하딜의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김수훈은 하딜의 집에서 챙길 것이 있었다. 하딜도 갑작스레 잡혀 갔을 테니 아직 ‘그것’은 ‘그곳’에 있을 것이었다.
“흐.”
집으로 들어와 자연스레 걸음을 옮겨 목적지에 도착 한 김수훈은 웃었다. 역시나 ‘그것’은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스윽
김수훈은 ‘그것’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그것’을 넣었다.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해독 되지 않은 1마계의 입구 지도를 습득하셨습니다.]
챙길 것, 그것은 바로 1마계의 입구를 알려주는 지도였다. 하딜이 준 퀘스트를 깨며 김수훈이 직접 구한 지도. 이것을 버리고 가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웠다.
‘퀘스트만 완료 했으면 해독본을 받을 수 있었을텐데.’
하딜이 없어 완료하지 못한 퀘스트의 보상 중에는 지도의 해독본도 있었다. 퀘스트만 완료했다면 1마계의 입구를 완벽히 알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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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화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