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69 93. 알리온 왕국 =========================================================================
하들 후작은 계속해서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고 곧 성문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오셨습니까. 후작님!”
성문에 도착하자 성문의 책임자 기사 페딘이 다가와 인사했다. 하들 후작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기사들은?”
그리고 계단을 통해 성벽 위로 올라가며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페딘에게 물었다.
“여전히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흐음.”
페딘의 말에 하들 후작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내 성벽 위에 도착 한 하들 후작은 성벽 밖을 보았다.
“저녀석들인가?”
성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곳, 수십의 기사가 모여 있었다.
“예.”
페딘이 고개를 끄덕였고 하들 후작은 유심히 기사들을 보았다.
‘어중이떠중이들은 아닌 것 같고.’
오랜 시간 기다렸을텐데 30명 중 자세가 흐트러진 이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근처는 확인했나?”
기사들을 보며 하들 후작은 페딘에게 물었다.
“예, 혹시나 숨어 있는 병력이 있지 않을까 곳곳에 정찰을 보냈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지금 기사들만 왔다는 소리로 알아도 되겠나?”
만약 어딘가에 병력들이 있다면 책임을 묻겠다는 말이었다.
“...예.”
그런 하들 후작의 말뜻을 이해 한 페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꼼꼼히 살폈고 병력들은 보이지 않았다.
“기사들만 온 게 확실합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기사들만 온 것이 확실했다.
“그래, 그렇게 알도록 하지.”
하들 후작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날 기다리고 있다고 하던데.”
“예, 그렇습니다.”
“그 이유를 들어봐야겠군.”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페딘은 하들 후작의 말에 성벽 아래로 신호를 보냈고 대기하고 있던 알리온 왕국의 기사 포르니아가 성 밖으로 나가 ‘그곳’의 기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포르니아는 기사들에게서 서신을 받아 다시 성으로 돌아왔다. 성에 들어온 포르니아는 빠르게 성벽 위로 올라왔고 쥐고 있던 서신을 페딘에게 주었다. 페딘은 서신을 받아 다시 하들 후작에게 다가와 내밀었다.
“아키안님.”
그러나 하들 후작은 서신을 바로 받지 않았다. 이곳에 같이 온 마법사 아키안을 부를 뿐이었다.
스아악
옆에 서 있던 아키안은 미소를 지으며 지팡이를 들어 페딘이 내민 서신을 가리켰다. 그러자 서류에서 하얀 빛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저주는 걸려 있지 않습니다.”
하들 후작이 바로 서신을 받지 않은 이유, 그것은 혹시 모를 저주 때문이었다. 아키안을 통해 저주가 없다는 것을 확인 한 하들 후작은 그제서야 페딘이 내민 서신을 받아 읽기 시작했다.
“...”
서신을 읽어 내려가는 하들 후작의 표정은 점점 구겨졌다. 그리고 이내 서신을 전부 읽은 하들 후작은 구겨진 자신의 표정처럼 서신을 구겨버렸다.
‘이 자식들이.’
서신을 구긴 하들 후작은 여전히 성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그곳 아니, 힘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왕국의 기사들을 노려보았다.
‘책임?’
서신에는 여태껏 하들 후작이 보낸 첩자들과 그로 인해 생긴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배상하라 쓰여 있었다.
‘듣도보도 못 한 녀석들이 감히.’
물론 하들 후작은 책임 질 생각도 배상을 할 생각도 없었다.
“페딘.”
하들 후작은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기사 페딘을 불렀다.
“예, 후작님.”
“저녀석들 마음에 들지 않는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 명을 내린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알겠습니다.”
페딘은 하들 후작에게 인사한 뒤 성 아래로 신호를 보내며 직접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뒤 하들 후작은 볼 수 있었다. 성문을 통해 밖으로 나오는 페딘과 페딘이 이끄는 기사들 그리고 병사들을.
하들 후작은 끊임없이 빠져나가는 기사와 병사들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전방에 자리 잡은 힘 왕국의 기사들을 보았다.
‘이정도면...’
30명의 기사. 결코 약한 전력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성에서 나간 기사와 병사들은 더욱 더 큰 전력이었다. 분명 당황해 하다가 도망을 칠 것이다.
‘...?’
하지만 힘 왕국의 기사들을 본 하들 후작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저 자연스러움은?’
당황해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힘 왕국 기사들은 당황한 기색 없이 전투를 준비중이었다.
‘싸울 생각이야?’
솔직히 말해 당황해 하지 않은 것보다 전투를 준비한다는 것이 더욱 의아했다. 누가 보아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도망 칠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시간은 충분했다.
‘설마 숨겨둔 병력이 있는건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하들 후작은 미간을 찌푸렸다. 페딘이 확인했다고 하지만 확인하지 못한 곳이 있을 수 있다. 아니, 있을 것이다.
너무나도 자연스레 전투를 준비하는 모습이 ‘병력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점점 힘을 실어 주었다.
‘근데 너무 늦지 않나?’
미간을 찌푸린 채 상황을 지켜보던 하들 후작은 생각했다. 성벽 위라 시야가 매우 넓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어디에서도 달려오는 병력들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 시야에 나타난다고 해도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
그렇게 하들 후작이 생각하던 사이 페딘이 이끄는 병력과 힘 왕국 기사들이 만났고 전투가 시작됐다.
‘...!’
그리고 이어진 전투 상황에 하들 후작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 * * *
“단장, 엄청 쏟아져 나오는데요?”
바람 기사단의 부단장 하피르가 말했다.
“예상대로군.”
하피르의 말에 단장 코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전투 준비.”
그리고 이어 하피르와 나머지 기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이야, 그냥 돌아가나 했는데.”
“좋다. 좋아!”
“얼마나 강한지 궁금했다고!”
코비의 명에 하피르와 기사들은 갑옷, 포션 등을 확인하며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단장! 근데 이거 나중에 문제 되는 건 아니겠죠?”
준비를 끝낸 하피르가 코비에게 물었다. 전방을 바라보고 있던 코비는 하피르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렇겠지? 저쪽에서 보낸 답을 받아 가는 것 뿐이니까.”
바람 기사단은 그저 서신에 대한 답을 받는 것 뿐이었다. 먼저 공격하려 한 것도 아니니 문제 될 것 없었다. 오히려 답을 아주 잘 받는다면 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하긴 그렇네요.”
하피르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다들 기사단 이름에 먹칠하지 말고!”
그리고 이내 알리온 왕국의 병력이 가까이 다가 왔을 즈음 코비가 외쳤다.
“가자!”
코비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말을 몰아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비의 뒤를 이어 하피르와 나머지 바람 기사단원들도 달려 나갔다. 가장 선두에서 달려 나가던 코비는 점점 가까워지는 알리온 왕국의 선두를 보며 생각했다.
‘기사 수는 대충 50 정도 되는 건가.’
알리온 왕국의 선두에는 역시나 기사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수가 대충 어림잡아 50명은 되어 보였다.
‘50이라...’
코비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바람 기사단은 총 30명이다. 알리온 왕국과 비교해 20명이나 수가 적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 뒤를 따르는 병사들 역시 수백이었다. 30으로 수백을 상대해야 되는 것이다.
‘재미있겠어.’
그러나 코비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을 즐거워하고 있었다.
‘누굴 먼저 상대해볼까.’
점점 가까워지는 알리온 왕국의 기사들을 보며 코비는 생각했다. 상대할 이가 참으로 많은 상황이었다.
‘가장 먼저 나온 저녀석으로 할까?’
코비는 성에서 가장 먼저 나와 가장 선두에서 달려오는 기사를 보았다. 직접 붙어 봐야 알겠지만 다른 기사들보다는 수준이 조금 더 높아 보이는 기사였다.
바로 그때였다.
“아비오 기사단의 페딘이다!”
코비가 주시하고 있던 기사가 외쳤다.
‘페딘이라면 그 녀석이군!’
아비오 기사단의 페딘, 코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보를 받았다.
‘내 첫 상대로 손색이 없겠어.’
코비는 페딘을 첫 상대로 결정하고 검을 뽑았다. 그리고 이내 바람 기사단의 선두인 코비와 알리온 왕국의 선두인 페딘이 맞붙었다.
챙! 챙! 스걱!
물론 결과는 너무나도 싱거웠다. 코비는 바람 기사단의 단장답게 바람과도 같은 엄청난 속도로 검을 휘둘렀고 페딘은 코비의 검을 정확히 2번 막아낸 뒤 목에 치명타를 허용했다.
털썩!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페딘은 공허한 눈빛으로 말에서 떨어졌다. 코비는 이어 페딘이 타고 있던 말의 목을 단숨에 베어냈고 곧장 다음 상대를 찾았다.
여전히 시야에는 많은 기사와 병사들이 보였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기사와 병사들은 페딘이 죽어서 그런지 살짝 당황해 하고 있었다.
‘많긴 많네.’
수가 많기는 확실히 많았다.
‘다칠 수도 있겠어.’
코비 본인은 다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단원들은 다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뭐 알아서 빠지겠지.’
물론 다친다면 알아서 빠질 것이기에 코비는 걱정을 접었다. 그리고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있는 알리온 왕국의 기사와 병사들을 향해 말을 몰았다.
* * * *
“...”
성벽 위, 하들 후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성 밖의 상황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 무슨...’
믿기지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고작 기사 30명이서?’
분명 성에서는 수십의 기사와 수백의 병사가 나갔다. 그런데 그 많은 이들이 고작 기사 30명에게 밀리고 있었다.
물론 그저 밀리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30명 중 10명이 부상으로 후퇴했다. 현재 남아 싸우고 있는 인원은 20명 뿐이었다.
‘어떻게 수준이 이렇게 차이가..’
기사들의 수준이 너무나도 차이 났다.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바로 그때였다.
“제가 나설까요?”
옆에서 같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마법사 아키안이 말했다.
“음...”
하들 후작은 아키안의 말에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분명 아키안님이 나서면 쉽게 정리가 되겠지.’
아키안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었다. 3년 전 5서클을 마스터하고 이제 6서클을 바라보고 있는 고위 마법사였다. 그런 아키안이 나선다면 분명 쉽게 정리 될 것이었다.
그러나 하들 후작은 바로 답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키안이 나서면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었다.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결국 하들 후작은 아키안에게 부탁 할 수밖에 없었다. 아키안에게 치룰 대가보다 기사나 병사들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하들 후작의 말에 아키안은 미소를 지었다.
“다녀오지요.”
그리고 이어 플라이를 사용해 아키안은 하늘로 떠올라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 위로 향했다.
‘어떻게 보고를 해야 되나....’
전장 위에 도착한 아키안을 보며 하들 후작은 생각했다. 아키안이 도착했으니 힘 왕국 기사들은 정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리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이미 많은 피해를 입었고 그 뿐 아니라 왕에게 보고를 해야 된다.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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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마지막 날이네요.
오늘만 시험 보면 끝!
행복한 목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