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61 92. 분쟁 =========================================================================
* * * *
“후.”
파란만장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시발.”
그리고 이어 욕을 내뱉었다.
“무슨 도시에나 있을 마법진이.”
마법진을 설치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그래서 특별한 곳이 아니면 도시라고 해도 입구에 마법진을 설치하지 않는다. 그런데 일개 마을 입구에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돈이 썩어나나.”
파란만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정보’를 확인했다.
“오.”
퀘스트를 확인 한 파란만장은 탄성을 내뱉었다.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정보>
미개척 지역 ‘황금 노을의 초원’은 이미 다른 국가에 의해 개척이 된 상황이다. 그런데 그 국가는 알려진 것이 없다. 하들 후작은 그 국가에 대한 정보를 원하고 있다. 하들 후작의 바람대로 ‘황금 노을의 초원’을 개척 한 국가의 정보를 알아내 가져가라! (정보를 얻을 때마다 %가 상승하며 100% 달성 시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정보 서류’를 획득 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기사 : 0 / 2]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병사 : 0 / 10]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수도 입성 : X]
[정보 : 31%]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정보 서류 : 0 / 1]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보상 : 작위 - 자작
파란만장이 탄성을 내뱉은 이유, 그것은 바로 0%였던 정보가 31%로 어마어마하게 상승했기 때문이었다.
“마법진 때문인가?”
고작 마을 입구까지 갔을 뿐이다. 그런데 31%가 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나 마법진을 보았다. 마을 입구에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 엄청난 정보라 할 수 있었다. 즉, 31%가 된 것은 마법진 때문이 확실했다.
“그런데...”
파란만장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정보가 오른 건 좋은데 말이야...”
정보가 오른 건 좋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어떻게 들어가지?”
바로 잠입이었다.
“생각도 못한 문제인데..”
잠입하지 못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지형 동화라는 뛰어난 은신 스킬이 있으니 잠입이야 당연히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절벽만 아니었어도..”
마을 양 옆에는 절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래서 마을 입구로 들어가려 했다. 절벽만 없었다면 마을을 돌아갔을 것이다.
“돌아가기엔 너무멀고...”
물론 절벽도 끝나는 부분이 있을 테니 돌아가려면 돌아 갈 수 있다. 그러나 돌아가기에는 절벽이 너무 길었다.
“절벽을 타야하나.”
파란만장은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저 멀리 보이는 절벽을 보았다.
“높구나.”
절벽은 멀리 떨어진 지금 자리에서 보아도 참으로 높아 보였다. 아마도 직접 다가가 보면 어마어마하게 높을 것이었다.
“일단 플라이 스크롤도 있으니까 해보고.”
높긴 하지만 파란만장은 절벽 타기를 시도해보기로 결정했다. 플라이 스크롤도 있으니 잘만하면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안되면 뭐 돌아가야겠지.”
플라이 스크롤을 사용해도 절벽을 오르지 못한다? 그러면 오래 걸리겠지만 절벽을 따라 걸음을 옮겨 절벽이 끝나는 곳을 찾으면 된다. 생각을 마친 파란만장은 절벽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얼마 뒤, 절벽 앞에 도착 한 파란만장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묵묵히 고개를 들어 정상을 바라볼 뿐이었다.
“장난 아니네.”
가까이서 보면 더욱 더 높아 보일 것이라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직접 보니 더욱 더 높은 수준이 아니라 그냥 까마득했다.
“여길 오를 수 있을까.”
파란만장은 생각했다. 과연 이곳을 오를 수 있을까?
“플라이 스크롤 사용해도 힘들 것 같은데.”
플라이 스크롤을 통해 날 수 있는 시간은 1분이었다. 그런데 1분 안에 절벽 위에 도착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될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네.”
그래도 혹시 모른다. 1분 안에 도착 할 수도 있다.
“만약 안 되면...”
그러나 고민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만약 1분 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그대로 추락사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쿨타임만 아니었어도.”
플라이 스크롤은 1분간 지속되며 쿨타임이 15분이었다. 쿨타임만 없어도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텐데 아쉬웠다.
“끙...”
파란만장은 어떻게 할 지 고민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고민 끝에 파란만장은 절벽을 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절벽 타기로 결정했기에 온 것 아니던가?
“그래도 확률을 좀 높여야 되니까.”
결정을 내린 파란만장은 절벽으로 다가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플라이 스크롤을 꺼내 입에 물었다.
‘조금 올라가고 나서 써야지.’
파란만장은 절벽을 조금 올라간 뒤 플라이 스크롤을 사용 할 생각이었다. 조금이라도 올라간다면, 그것으로 인해 정상에 도착 할 확률이 조금이나마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후아, 잠입하려고 진짜 별 걸 다하네.’
절벽을 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파란만장은 절벽을 타기 위해 손을 뻗어 튀어나온 돌을 집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절벽을 타기 시작했다.
‘이제 잡을 게 없네.’
그렇게 절벽을 타던 파란만장은 더 이상 잡고 올라 갈 것이 보이지 않자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우와, 여기서 떨어져도 사망이다.’
생각보다 높이 올라와 있었다. 떨어지면 사망 할 정도의 높이였다. 파란만장은 고개를 들어 절벽의 정상을 보았다.
‘이정도면...’
여전히 정상은 멀었지만 지금이라면 플라이 스크롤로 충분히 정상에 도착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윽
파란만장은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게 잡고 있던 돌을 놓았다. 돌을 놓아 그런지 서서히 뒤로 몸이 기울며 절벽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란만장은 재빨리 입에 물고 있던 스크롤을 집어 찢었다.
[플라이 스크롤을 사용하셨습니다.]
[1분간 날 수 있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낮아지던 시야가 고정되었다. 파란만장은 재빨리 위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파란만장은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다행이도 시간은 충분했다.
“휴.”
절벽 정상에 발을 디딘 파란만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전방을 보았다.
“...”
그리고 전방을 본 파란만장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방 역시 절벽이었다.
“15분을 또 기다려야 되나..”
플라이 스크롤의 쿨타임은 15분, 안정적으로 절벽을 내려가려면 15분을 기다려야했다. 물론 그냥 떨어져 추락사를 한 뒤, 부활 스크롤로 부활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렇게 하면 곧장 절벽을 내려갈 수 있다.
“그래, 죽는 것보단 15분 기다리는 게 낫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부활 스크롤 하나가 날아간다. 그리고 추락사를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파란만장은 반대편 절벽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아 플라이 스크롤의 쿨타임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 * * *
“폐하께 보고드렸습니다. 추후 특이사항이 생기면 다시 보고하라 하셨습니다.”급살이 말했다.
“알겠네, 근데...”
반대편에 앉아 있던 프라미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물었다.
“왜 시체를 가져오라 하신건지 알고 있나?”
프라미너스는 궁금했다. 꼭 생포해야 되는 것이 아니다. 죽여도 된다. 그런데 어째서 시체를 가져와야 되는 것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하하, 그게...”
급살은 소리 내어 웃으며 생각했다.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고.’
파란만장은 유저다. 유저는 죽고 별다른 일이 없으면 귀환 장소에서 부활한다. 즉, 별다른 일이 생기면 귀환 장소에서 부활 할 수 없다.
별다른 일의 예로는 시체를 감옥에 넣는 것이 있다. 시체가 만약 감옥에 있다면? 귀환 장소가 아닌 감옥에서 부활을 하게 된다.
만약 시체를 가져오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면 끊임없이 잠입을 시도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꼭 시체를 가져와 감옥에 넣어야 된다. 그것이 바로 시체를 가져와야 되는 이유였다.
‘유저니까요.’
라고 사실대로 말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시체라도 있어야 후에 있을 상황에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잠시 생각하던 급살은 이내 생각을 마치고 프라미너스에게 말했다. 상당히 그럴듯한 이유였다.
“흐음..”
프라미너스는 급살의 말에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급살은 프라미너스의 생각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렇기도 하군.”
이내 프라미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바로 출발할건가?”
“네, 바로 출발 하겠습니다.”
급살은 현재 퀘스트를 받았다. 급살이 꼭 필요한 아니, 급살이 필요하다기 보다 유저가 꼭 필요한 퀘스트였다.
“그럼 조심히 다녀오게. 자네의 능력이라면 충분하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말이야.”
“예, 다녀오겠습니다.”
프라미너스의 말에 급살은 인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프라미너스의 방에서 나와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왕국의 침입자>
왕국에 침입하려 하는 이가 있다. 그는 바로 유저 ‘파란만장’이다. 알리온 왕국의 유저 ‘파란만장’이 정보를 얻어 돌아가면 안 된다. 기사, 병사, 마법사들과 힘을 합쳐 유저 ‘파란만장’을 잡아 감옥에 넣어라!
[유저 ‘파란만장’: 0/ 1]
퀘스트 난이도 : ???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취소 불가
급살이 받은 퀘스트는 ‘왕국의 침입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퀘스트였다. 그리고 이 퀘스트는 바로 예전 급살이 받았던 ‘엘가브의 사도’와 비슷한 유형의 퀘스트였다. 바로 유저를 잡는 퀘스트였다.
‘흥, 이번에는 자신 있지!’
퀘스트 ‘엘가브의 사도’는 명후를 잡아야 되었기에 포기했다. 그러나 이번 퀘스트 ‘왕국의 침입자’는 명후를 잡는게 아니었다. 파란만장을 잡으면 된다.
명후가 아니기에 급살은 자신이 있었다. 거기다 혼자 잡는 것도 아니었다. 기사와 병사, 마법사들과 함께였다.
‘내가 한 대라도 치면 부활 스크롤을 못 쓰니까.’
퀘스트 ‘왕국의 침입자’에 유저가 필요한 이유, 바로 부활 스크롤 때문이었다. 기사나 병사 혹은 마법사에게 죽으면 NPC에게 죽은 것이기에 부활 스크롤을 통해 부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저인 급살에게 한 대라도 맞는다면? 부활 스크롤이 있어도 부활 할 수 없다. 그대로 페널티를 받아야 된다.
‘감히 우리 왕국에 잠입하려 하다니.’
급살은 결의를 다졌다. 왕국에 잠입하려 하는 파란만장을 급살은 용서 할 수 없었다.
* * * *
“인간 녀석들이 감히!”
이무기 백천은 분노했다.
-이무기 잡아야 되지?
-응.
-강에 있겠지?
-응, 넓긴 하지?
바로 강 밖 인간들의 대화 때문이었다.
“날 잡는다?”
처음 인간들이 대화를 나눌 때 백천은 자신의 존재를 모르고 인간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화를 들어보니 아니었다. 인간들은 알고 있었다. 거기다 알고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감히, 인간 따위가!”
자신을 잡는다는 허무맹랑한 소리에 백천은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고 너무나도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천천히..”
백천은 자신의 앞에 떠 있는 강 밖 풍경과 두 인간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주 천천히 죽여주마.”
단번에 죽이지 않을 것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일 것이다. 이곳에 들어 온 것을 후회하게.
============================ 작품 후기 ============================
화려한 화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